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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먼치킨의 힐링 어드벤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탁목조
작품등록일 :
2022.10.29 09:09
최근연재일 :
2023.07.04 16:39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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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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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2
글자수 :
450,452

작성
22.11.01 00:03
조회
1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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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DUMMY

2.




음? 저건?

돌아오는 길에 나는 바다 속에서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했다.

손에 들고 있던 게를 백사장에 놓고 첨벙첨벙 바다로 걸어 들어가 그것을 들고 나왔다.

가슴에 가득 안길 정도로 큰 조개다.

저 세상에서 이걸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인어공주 같은 것을 그린 그림이나 만화에 보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커다란 조개가 있지 않은가, 왜 그 보통 조개 보다는 구형에 더 가까운.

아무튼 그렇게 생긴 녀석인 거다.

거기다가 지금 보니 그런 녀석들이 제법 많이 있다.

아니 엄청나게 많다.


신이 났다.

신이 나서 조개를 백사장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첨벙!

첨벙!

“에라이, 들어가라!”


난 미친 듯이 잡아내던 조개들을 다시 바다로 던져주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걸 다 가지고 가서 뭘 하자는 건지.

조개들은 죽으면 쉽게 상한다고 들었다.

이 속에 뭐가 들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뭔가 들어 있어서 먹는다고 해도, 한 마리면 배터지게 먹고도 남을 정도인데 무슨 욕심으로 열 마리가 넘는 조개를 끌고 나왔는지 원.

참, 그 사이에 불상사가 하나 있었다.

내 첫 사냥물인 게를 빌어먹을 새가 채어간 거다.

내가 조개들을 잡느라 정신이 없던 중에 빌어먹을 새 새끼가 떨어진 집게발 하나만 남겨두고 물고 가 버렸다.


조개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우선 불 위에 올려놓았다.

연기가 나지 않도록 숯을 따로 긁어내어 한 쪽에 모으고 그 위에 조개를 올리고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 해가 저물 시간이 되었다.

해는 바다에서 떠서 등 뒤에 있는 산 너머로 진다.


시간이 지나도 조개는 반응이 없다.

그 사이에 나는 새가 남기고 간 집게발을 불에 구워 깨작깨작 뜯어 먹었다.

심지어는 껍질까지 거의 다 먹어 버렸다.

딱딱한 끝부분 집게만 빼곤 다 먹은 거다.

뭐, 먹어두면 살이 되고 피가 되겠지.

솔직히 입맛만 버렸다. 먹은 것 같지도 않다.


피쉬쉬익! 치지직!

“으앗. 빌어먹을.”


깜짝 놀랐다.

갑자기 조개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 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작은 물방울 몇이 팔에 튀었는데 엄청 따갑다.

아니 원래는 뜨거울 테지만, 워낙 작게 튀어서 따갑게 느껴진 거다.

다행이 내가 조개가 벌어지는 뒤쪽으로 와 있어서 화를 면했지, 아니었으면 고스란히 저 뜨거운 물을 뒤집어썼을 것이다.

사람의 심리란 것이 조개를 앞에 두고 그것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면 당연히 조개의 입이 있는 부분을 보고 있게 되기 마련이다.

물론 나도 평범한 놈이니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고.

그리고 내가 계속 그렇게 있었다면 지금 나는 온 몸에 저 뜨거운 물과 수증기를 뒤집어써야 했을 것이다.

나는 조개를 굽기 위해서 모닥불의 숯을 모았다.

그러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 모닥불을 피워 놓았다.

내가 자리를 뜬 것은 그 모닥불에 땔감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휴우. 운이 좋았다.

조개는 보통 열을 받으면 입을 열기 마련인데, 이 놈은 그게 아니고 무슨 압력밥솥처럼 내내 주둥이를 다물고 있다가 결국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틈이 벌어진 모양이다.

조개를 끌어내서 잠시 고민을 했다.

아직 완전히 벌어진 것도 아니고, 겨우 새끼손가락 반쯤 되는 틈이 생겼을 뿐이다.

우선 쓸만한 도구를 찾다가 아침에 꺾어 놓은 대나무를 가지고 와서 끄트머리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별로 어려울 것도 없었다.

이리 저리 대나무를 비틀다보니 뜨겁던 껍질도 열이 조금 내렸고, 내친김에 손을 대서 아가리를 벌렸다.

쩌저적!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과 소리가 나고 드디어 조개의 입이 완전히 벌어졌다.


“어쭈?”


생각보다는 내용물이 알차다.

거기다가 맛깔스런 냄새까지···.

설마 먹어도 되는 거겠지?

잠시 고민이 된다.

일단 두툼한 살이 가득하고 흥건하게 육즙까지 흘러나온 것이 여간 맛나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쩝! 츱!”


저절로 군침이 돈다.

냄새가 진동을 하니 견디기가 어렵다.

우선 고개를 숙여서 국물부터 입에 머금어 보았다.

이리저리 입안에서 돌리는 중에도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이 망설여진다.

꿀꺽!!

하지만 결국은 뱃속에 있는 회가 이긴 모양이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조개의 맛이 일품이다.

그동안 먹은 것이 별로 없으니 거의 빈속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시간이 조금 지나도 배가 아프거나 하진 않은 것 같다.

내친걸음이다.

손을 옷에 문질러 닦고 조개의 속살을 움켜쥐었다.

탄탄한 느낌이다.

뜯어내려고 해도 잘 뜯어지지 않고, 곁가지로 붙은 것 같은 살점만 얻었다.

이거라도 어디랴.

일단 먹어본다.

맛있다.

너무 맛이 있어서 눈물이 핑 돌 정도다.

그러고 보면 얼마 만에 먹는 남의 살인지.

그 뒤로는 정신없이 조개의 속을 긁어 먹었다.

잘 뜯어지지 않는 부분까지 손톱으로 긁어가면서 정말 맛나게 먹어치웠다.


조개 하나를 거덜내고 나니 날이 저물었다.

모닥불의 불을 조금 더 살려 놓고, 적당히 떨어져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새우처럼 웅크리고 누워 타오르는 모닥불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까부터 배가 조금씩 거북하다.

과식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 만에 먹은 남의 살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한 음식을 먹을 것 같은 거북함이 아니라 소화불량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좋다.

하지만 또 다시 무서워진다.

지난 며칠 이런 밤을 나는 어떻게 견뎠을까?

생각해보면 아주 정신이 나가 있었던 모양이다.

파도 소리, 바람소리, 이름모를 새 소리와 알지 못할 이상한 소리들.

밤에는 보이는 것이 없으니 들리는 것이 더 많아지는 모양이다.

거기다가 온갖 상상력이 발휘되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머리 속에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날이 어슴히 밝아 오고 있다.

벌떡 일어나 꺼져버린 모닥불을 헤치고 불씨를 찾는다.

다행스럽게도 살아남은 불씨가 있다.

정말 다행이다.

이슬에 젖은 나뭇잎을 걷어 내고 밑에 깔린 나뭇잎들을 이용해서 불을 살려 놓고 어제 먹은 조개껍질을 살펴보았다.

아주 좋다.

딱 좋아.

벌떡 일어나 그것들을 들고 개울을 찾았다.

개울에서 두 개의 조개껍질을 깨끗하게 씻었다.

생긴 것은 거의 둥근 공처럼 생겼지만, 한 쪽이 뚜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두 껍질의 차이가 심하다.

하나는 깊이 파여 있는 그릇 모양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만 파여 있는 것이 영락없이 뚜껑 모양이다.

모래를 넣어서 비벼가며 열심히 씻었다.

그리고 그 안에 물을 담아서 다시 모닥불 옆으로 왔다.

그 동안 그냥 마셔온 물이니 굳이 끓여 먹을 생각은 아니다.

그저 그릇이 생겼으니 뭔가 담아 두고 싶었을 뿐.

이제 나는 뚜껑이 달린 커다란 그릇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꽤나 무겁다.


하루 종일 조개 잡이에 정신이 없었다.

종류별로 쓸만한 조개들을 잡아 올렸다.

겉모양은 거의 같지만 크기가 전부 다르다.

일단 밥그릇 크기의 조개를 몇 개 찾아야 했는데, 큰 것보다 외려 작은 것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결국은 사발 같은 크기의 조개 두 개를 찾고, 어제 주워온 것보다 훨씬 큰 조개도 하나 건져 내었다.

그 외에도 크기별로 다섯 개의 조개를 모닥불까지 옮겨 놓았다.

주워 와서 곧바로 불 위에 올려놓고 다른 것을 가지고 오면 그 사이에 벌써 틈이 벌어져 있다.

조개도 건져 올리고, 땔감도 마련하느라 하루 종일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결과가 커다란 솥 하나와 작은 그릇 두 개, 그리고 어중간한 다섯 개의 조개 항아리 들이다.

사실 그 속에 들어 있던 것들은 다 먹지도 못하고 다시 바다에 던졌다.

그런데 그러는 중에 보니 버린 조개 속살을 먹기 위해서 몰려드는 물고기들이 제법 많았다.

잘만하면 그것들을 잡아서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바닷가에 사는데 물고기도 잡아먹게 되겠지.

아무튼 하루 종일 조개와 씨름을 하다보니 날이 저문다.

내일은 정말로 집을 지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계획은 거창했다.

일단 지붕이 있는 집을 짓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일이란 사실은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뭐가 있어야 나무를 자르지.

대나무는 정말 어떻게 잘라 볼 수가 없었다.

잘라지는 것이 아니라 쩍쩍 갈라진다.

빌어먹을.

그래서 일단 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대나무를 잘라 낼 도구.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결론은 돌 밖에 없다.

하지만 내 도전은 그리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돌을 깨고 그걸 갈아서 칼을 만든다는 목표는 좋았지만, 적어도 주변에 있는 돌들 중에서 그렇게 쓸만한 돌은 보이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돌들도 막상 깨고 갈아보면 쉽게 부셔진다.

아무래도 어렵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움직인 범위 안에는 내가 원하는 돌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젠장,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아끼는 조개 하나를 깨트려서 그걸로 일단 대나무를 자르고 있다.

예상 밖으로 조개의 강도가 대단하다.

사실 날을 세운 것은 아닌데, 우둘우둘하게 깨진 면으로 대나무를 긁으면 시간이 걸려 그렇지 잘라 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손이 고생을 하긴 하지만.

하루 종일 열 네 개의 대나무를 잘라 내었다.

해안가로 가지고 와서 나란히 눕혀 놓고 보니 참, 암담하다. 8센티 정도 되는 굵기다. 나란히 세워 놓으니 폭이 1미터 조금 넘는 것 같다.

집을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대나무가 필요할까?

한숨만 나온다.

대나무를 곁에 두고 조개껍질을 돌에 갈기 시작했다.


사람은 적응을 하기 마련이다.

후훗.

두 달이 되기 전에 나는 해안가에 그럴듯한 집을 지었다.

뼈대는 대나무를 통으로 잘라 세우고, 벽은 잘게 쪼갠 대나무를 엮어서 세웠다.

지붕에도 쪼갠 대나무를 엮어 올리고, 그 위에 다시 개울가에서 잘라온 갈대 비슷한 것들을 올렸다.

집 안에는 작은 침대도 만들어 놓았고, 천정에는 마른 물고기들을 매달아 놓았다.

쓸모도 없지만 조개를 갈아 만든 촉을 달아 창도 세 개나 만들어 놓았고, 정성을 들여서 조개껍질로 단검도 하나 만들었다.

살림살이도 늘었다.

대나무로 컵도 만들었고, 나무와 풀잎들을 엮어서 신발도 만들었다.

슬리퍼처럼 만들긴 했지만 그게 어딘가.

항아리(조개) 속에는 잘 말린 과일들도 들어 있다.

정말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매달려서 이루어 낸 것이다.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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