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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먼치킨의 힐링 어드벤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탁목조
작품등록일 :
2022.10.29 09:09
최근연재일 :
2023.07.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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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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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8화

DUMMY

38화








하긴 맞는 말이긴 하지.

델리아란 저 여자가 여러 남자 새끼들하고 할레를 붙던지 말던지 그거야 내 알 바가 아니지.

그로 인해서 다렌거 저 이종족이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겠어?

근데, 근데 말이야.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거지.

그냥 딱 봐도 저 년이 못된 년이고, 저 년을 내세워서 저 다렌거 놈을 노예로 부리는 놈들도 나쁜 놈이잖아.

나쁜 놈은 벌을 받아야 하는 거고 말이야.

아, 그런데 내가 벌을 줄 자격이 있긴 한가?

아니지 십팔개월월월,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일단 내 속이 뒤틀리면 그게 나쁜 거야.


“알았어. 너한텐 미안하다. 그런데 내게 저 년은 나쁜 년이야. 창녀라고 한 건 미안해. 창녀는 별로 나쁘지 않아. 저 년이 그보다 더 나쁜 거야. 적어도 내가 볼 때는 그래. 그래서 난 저 년을 가만 두고 싶지 않아.”


내가 갑자기 왜 이렇게 열을 내는 걸까?

진짜 화가 난다. 화가 나.


“우드, 저것들 일단 묶어 놔. 아넬림이 언제까지고 저 놈들을 재워두고 있을 수도 없고, 또 깨어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니까 말이야.”


나는 우드에게 여자와 사내들을 묶으라고 시켰다.

아넬림이 에테르를 변형시켜서 비스무트의 향을 흉내내고 있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

제법 많은 에테르를 써야 하고, 또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일이다. 봐라 아넬림 안 그런 척 하면서 콧등에 땀난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다렌거, 우리가 이대로 떠나길 원하나요?”


아넬림은 다시 다렌거라는 이종족에게 묻는다.

보면 모르나?

보통 여자에게 빠져 있으며 눈에 뵈는 것이 없다니까?

그것도 사랑이란 착각에 빠지면 끝장이지.

마치 자기 최면 같은 거야.

난 누구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그 누구를 위해서 모든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고귀한 행위다.

어쩌구 저쩌구 블라블라블라.

미친 소리다.


“왜 말이 없어? 어째? 그냥 가 줘? 우리가 사라지면서 저것들 묶은 거 풀어주고 가면 우리가 왔다 갔다는 사실도 모를 거야. 자기들이 어떻게 잠에 들었는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야. 뭐 이상하다고 느끼긴 하겠지만 네가 이종족이니까 뭔 수를 썼겠거니 할 수도 있지.”

“어떤가요? 다렌거 어떻게 해 주기를 원해요?”

“델리아만 깨어나게 해 줄 수 있습니까?”

“물론이에요. 그렇게 해 주길 원하나요?”

“그렇게 해 주십시오.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 한 번 보자.

저 다렌거야 그렇다고 치고, 델리아란 저 여잔 어떤 여잔지 좀 알고 싶거든.

우드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가 곧바로 여자를 끌고 와서 다렌거의 철창 앞에 내려놓는다.

다렌거는 여자에게 다가와 철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쓰러져 있는 여자의 뺨을 쓰다듬는다.

그에 맞추어서 타이밍도 절묘하게 여자가 눈을 뜬다.

다렌거와 여자의 시선이 마주친다.

하지만 곧 여자가 몸부림을 친다.

손이 등 뒤로 묶여 있고, 발목이 서로 묶여 있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모양인지 다렌거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도 다렌거는 여전히 여자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저리 치워! 꺼지란 말이야. 니들 누구야? 뭐하는 것들이야!”


우리 일행을 발견했는지 소리를 지르던 여자는 아넬림에게 시선을 고정하곤 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임을 멈춘다.


“숲지기 여자!”


이 깊은 곳에 있으면서도 아넬림에 대한 소식은 들었던 모양이다.

하긴, 아넬림의 작품들을 다렌거에게 맡겨서 업그레이드를 해 왔을 텐데, 아넬림을 모르면 말이 안 되는 거겠지.

자, 그럼 이제 조금 정신이 든 것 같으니 다렌거, 어디 이야기를 나눠봐.

나는 여자에게서 시선을 돌려서 한 쪽에 쌓여 있는 작업 재료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우와, 이거 아주 좋은 재료가 널렸네?

아넬림의 작품은 이번에 경매로 내 놓았던 여섯 개가 전부 여기 와 있고, 나머진 고급 재료들이네?

오호?

저기 저건 완성품인 모양이지?

따로 진열을 해 뒀네?

이 여섯 놈이 한 조란 말이지?

복장을 보아하니 경비단인 것 같은데 뒤로는 이런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고 있었고, 더구나 이런 곳에서 저 여자와 그 짓을 했어?

그것도 다렌거가 저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뻔히 보는 이곳에서?

그러니 다렌거의 노래가 반쯤 넋이 나간 노래가 되지.

자자 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흥미진진이야.


“으음.”


어쭈?

깨어나는 거야?

퍽, 퍽, 퍽!

나는 여섯 놈들의 머리통을 한 번씩 발로 차 준다.

이 정도로 하면 몇 시간 정도는 깨어나지 못할 거다.


“아넬림, 이젠 가만히 둬도 몇 시간은 깨어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 놈들 신경 안 써도 돼.”

“고마워요.”


아넬림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해 준다.

나는 허리 가방에서 상자들을 꺼내서 쌓아둔다.


“우드야. 여기 있는 것들 모두 챙겨서 담아라. 둬봐야 남 좋은 일만 시키겠지. 우리 이거 가져다 팔아서 소고기 사묵자.”

“네? 뭘 사먹어요?”

“아니다. 그런 게 있다. 잔말 말고 일이나 해라.”


***


“갈 때가 된 거네?”


여자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자는 철창 앞에 쪼그리고 앉은 모양을 하고 있다.

다렌거의 손길을 피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상반신을 세워 앉았다.

등 뒤로 손을 묶었는데도 일어나 앉은 것을 보니 용하다.


“안 가!”


다렌거가 몇 번이나 여자 쪽으로 팔을 뻗어 보다가 결국 포기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말한다.


“가, 이젠 나도 쉬고 싶어.”


여자는 여전히 낮게 가라않은 목소리에 굴곡 없는 어조로 말한다.


“델리아!”

“부르지 마, 알잖아. 다렌거 너는 나 때문에 불행해졌지만, 나는 다렌거 너 때문에 불행해졌어.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그리고 니가 날 만나지 않았으면 우린 이렇게 살지 않았을 거야.”


여자의 목소리에 약간 색깔이 입혀진다.


“내가 널 만나지 않았으면 이런 곳에 끌려오지도 않았을 거고, 채찍질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고, 채찍질을 피하기 위해서 이 놈, 저 놈에게 가랑이를 벌리지 않아도 됐을 거야.”

“델리아, 당신 잘못이 아니야.”


다렌거가 고개를 들고 여자를 보며 단호하게 말한다.


“맞아. 내 잘못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다렌거 니 잘못도 아니야. 그런데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까 이젠 떠나.”

“그럼 함께 가자.”


그거 좋은 생각이네.

함께 가면 될 거 아냐?


“미쳤어? 지금까지의 악몽을 평생 기억하며 너와 살아야 한다고? 차라리 죽여!”

“난, 널 떠나지 못해. 알잖아.”

“그러니까 이젠 제발 가란 말이야. 네가 떠나면 나도 더 이상은 시달리지 않을 거야. 이 감옥도 벗어날 수 있고, 던필트도 떠날 수 있겠지. 하지만 네가 곁에 있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다시 잡혀서 이런 곳에 갇혀 있기도 싫고, 널 보면서 평생 이곳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싫어. 그러니까 이젠 정말로 떠나. 다시 보지 말자.”

“델리아, 제발, 그러지 마.”


이건 무슨 삼류 막장 드라마야?

음, 그냥 봐도 저 이종족 놈이 잘못이네.

여자가 싫다잖아.

그럼 쿨하게 빠이빠이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봐라, 저 여자 진심이거든?

이곳이 지옥이라면 다렌거라는 저 이종족은 델리아란 여자에게 이 장소만큼이나 끔찍한 존재란 말이지.


“감정은 변해. 너희 종족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인간은 그래. 그건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이젠 나를 놓아줘. 아니면 네 스스로 죽어. 차라리 죽어서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


우와, 저건 좀 강한데?

죽어버리라니.

저 봐라.

부리를 벌리고 넋이 나간 모습이잖아.

불쌍한 놈.

하지만 자초한 거지.

애초에 잘못된 사랑이었던 거라니까.

그냥 니들 종족끼리 살았어야지.


“아니면 내가 죽을까? 그래, 그것도 좋겠네. 그런데 내가 죽으면 너도 따라 죽을 거잖아. 안 그래? 그러니 차라리 너 혼자 죽어. 둘 다 죽을 필요는 없잖아?”


맞는 말씀.

그 놈이 따라 죽을 것이 분명하다면 차라리 그 놈만 죽이는 것이 좋지.

뭐 둘 다 살면 더 좋겠지만 보아하니 저 이종족 놈도 또라이긴 마찬가지인 것 같으니까 이 경우에는 저 또라이가 죽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어떻게 할래? 내가 죽을까? 아니면 니가 죽을래? 그것도 아니면 우리 헤어져서 다시 보지 않고 살까?”

“델리아.”

“함께 살자는 개소리를 하면 내가 당장에라도 혀를 깨물고 죽어 버릴 거야. 그러니까 결정해. 니가 죽을래? 아니면 내가 죽을까? 그것도 아니면 헤어져 모르는 사람으로 살까?”


세 번째가 당연한 답인데, 저 새부리 이종족 놈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뭐냐 저 병신은?


“주인님, 일단 저 둘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떨까요? 여기 이러고 있다가 누가 오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우드가 슬쩍 다가와서 말을 꺼낸다.

저 둘이 하고 있는 꼴을 보니 답답해서 뭐라 하고 싶은데 하진 못하고 빙 돌려서 꺼낸 말이 이건 거다.


“다 챙겼냐?”

“네. 빈 상자가 조금 남았습니다.”

“그래?”


나는 우드가 챙겨 둔 상자들을 다시 정리해서 가방에 넣을 순서를 정해서 순서대로 챙겨 넣었다.

아직도 이 가방은 이렇게 밖에 사용을 못한다.

에테르에 의지를 부여하지 못하는 이상, 가방의 원래 기능을 살려서 쓰기는 어렵다.

그래서 내가 보조도구라도 구해 보려고 애를 쓰는 건데. 쩝.

내가 가방에 상자를 모두 챙겨 넣을 때까지 여자와 남자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나와 우드가 움직이기 시작한 후로는 별다른 대화도 오가지 않고 소강상태가 되어 있었다.


“저기요.”


그런데 여자가 나를 부른다.


“불렀나?”

“그래요. 불렀어요.”

“할 말이 있으면 해라. 어지간한 부탁이라면 들어주지. 이곳까지 왔는데 작은 부탁 정도는 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럼, 저 사람 모르게 절 어디론가 보내 줄 수 있나요? 아니 어렵겠네요. 무슨 수단인지 몰라도 저 사람은 내가 어디 있건 찾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그래도 가능하면 그렇게 해 줘요. 그리고 그게 안 되면 나나 저 사람 둘 중에 하날 죽여 줘요. 아니, 들어서 알겠지만 날 죽이면 어차피 저 사람도 죽을 테니, 저 사람을 죽여줬으면 좋겠네요.”


나는 여자의 말을 들으며 아넬림을 보았다.

아넬림은 아까부터 별다른 말이 없이 우두커니 서 있다.


“아넬림,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난 저 이종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내 기준으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어. 그런데 그 판단에 의하면 저 이종족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래, 아무리 봐도 잘못은 저 놈이 하고 있는 거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저 종족은 그게 본능이니까요. 본능을 거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고양이도 개와 함께 살 수 있어. 육식 동물이 초식을 하며 살 수는 없지만 때로 육식 동물이 초식 동물을 친구나 가족으로 삼을 수는 있지. 본능이란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잖아.”

“나도 그걸 기대했어요. 저 여인을 스스로 잊을 수 있기를 바랐죠. 그런데 희망이 없어 보여요.”

“희망이 없으면 어쩌라고?”

“여자만 데리고 나가요. 그럼 그 뒤는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겠죠.”


응? 여자만?

그게 해결책이 되나?


“대신에 여자는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해요. 던필트의 권력자들이 여자를 찾지 못하게 해야죠.”

“그럼 저 다렌거는 여기 그냥 둔다고?”

“여자가 없다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여자 때문에 잡혀 있던 거니까요.”


하긴 그게 뭐가 되었건 흐물흐물하게 녹여서 서로 이어 붙이는 능력을 저 이종족도 가지고 있다면 저런 쇠우리 정도야 문제도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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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22.12.21 1,666 75 13쪽
64 64화 22.12.20 1,701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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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22.12.18 1,788 69 11쪽
61 61화 22.12.17 1,787 58 11쪽
60 60화 22.12.16 1,820 62 12쪽
59 59화 22.12.15 1,785 60 12쪽
58 58화 22.12.14 1,803 64 11쪽
57 57화 22.12.13 1,816 70 12쪽
56 56화 22.12.12 1,836 71 12쪽
55 55화 22.12.11 1,924 7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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