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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먼치킨의 힐링 어드벤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탁목조
작품등록일 :
2022.10.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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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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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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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프롤 + 1화

DUMMY

프롤로그.




바다.

애초에 내가 분수에도 맞지 않은 여행을 떠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분에 넘치는 짓을 하니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이지.

후훗.


나는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읽혀질 거라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 아는가?

내가 이곳에 있는 것처럼 누군가 이곳에 오게 될지.

어처구니없는 상상이지만, 내가 이 낯선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야 못하겠지.

아무튼 누군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에게 그의 불행을 먼저 겪은 선험자가 있었음을 알려주고 싶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말이야.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내가 이곳에 도착하고도 벌써 며칠이 지난 후이다.

솔직히 그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니까.


원래 나는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있었어.

여러 경로를 거친 후에, 미국으로 향하는 중이었지.

망망대해(茫茫大海).

그런 거야. 태평양이 괜히 태평양이 아니지.

그 먼 거리를 가는 동안 배에서는 연일 이벤트가 벌어지고, 연회가 베풀어지고 했어.

승객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한 거였지.

나?

유람선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선실에 박혀 있는 것이 전부였지.

배에 한국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조차도 나와는 격이 다른 사람들이더군.

뭐 자격지심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족속들이라고 해야 할까?

워낙 소시민으로 살아온 나란 놈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열등감 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유람선의 여러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나로선 참 지루할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었지.

참 한심한 상태였다고 할까?

선실에만 박혀 있다가, 그나마 밤이 깊으면 바람이라도 맞으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으니 말이야.


아무튼 그 날도 그랬어.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지.

사람들도 밤 세워 놀다가 지쳐가는 시간.

나는 선실 밖으로 나와서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 갑판으로 나왔어.

아니 갑판으로 가려고 걷고 있었지.

배 옆으로 나 있는 통로를 따라서 말이야.

통로 중간 중간에 갑판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들이 또 있거든.

새벽이라 약간 안개도 끼어 있었고, 아주 조용했지.

뭔가 몽롱한 느낌이 드는 그런 시간이었어.

어쩌면 그 때 난, 안개에 취한 건지도 몰라.

계단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 뿌옇게 흐려진 조명등들을 보았지.

천정을 따라서 길게 뻗어 있는 조명들 말이야.

난 어느 순간부터 갑판으로 오르는 계다을 포기하고 그 조명들을 따라서 걷고 있었어.

배가 워낙 크다 보니 배 옆구리에 붙어 있는 통로가 무척 길었지. 물론 중간 중간 격벽 때문에 만들어진 문이 있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언제나 열려서 고정되어 있었고, 그 날도 그랬지.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난 배의 가장 후미에 도착해 있더군.

물론 갑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거기에도 있었어.

그래서 처음 계획대로 갑판으로 올라가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어.

그런데 말이야.

재수가 없으려니 그런 경우도 있더군.

그 늦은 시간, 그 후미진 계단에 사람이 있었던 거야.

그것도 노랑머리 아가씨와 조각 같은 얼굴의 백인 청년이.

크큿.

근데 문제는 그 년놈이 거기에서 웃기지도 않은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벌거벗고 물고 뜯고 빨고 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Shit!!”


뭐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어.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나 때문에 놀란 건지 뭔지.

여하튼 놈이 나를 밀었지.

순식간이었어.

놀란 듯한 파란 눈동자가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야.

이후에 차가운 충격이 온 몸에 전해졌지.

바다에 빠진 거야.


내가 얼마 만에 깨어난 건지는 나도 알 수가 없어.

난 시계 같은 것은 차고 다니지도 않고, 그 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다이어리밖엔 없었거든.

아무튼 깨어나니 바닷가에 떠밀려 와 있더군.

정말 등을 찌르는 햇볕 때문에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눈을 떴던 거야.

한참을 멍하게 있었지.

그리고 상황을 되짚어 보았어.

결론은 내가 배에서 떨어져서 바닷물에 둥둥 떠다니다가 여기까지 밀려 왔으리란 거였지.

죽지 않은 것만도 다행한 일이라고 할까?

태평양 바다 어딘가에 있는 섬.

그래서 흔히 책으로도 나오고, 영화로도 나온 것처럼 일단 살아날 궁리부터 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어.

해가 한창이었지만, 일단은 배가 고팠으니 뭔가 먹을거리부터 찾아야 했지. 물론 물이 가장 급했고.

그런데 그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개울을 발견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 밤에 벌어졌지.


밤하늘.

이미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 많은 숫자의 위성들.

뭐 나는 그것들을 달이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보던 달과 비슷한 크기도 하나 있고, 그 반도 안 되는 크기도 있고, 그보다 더 작은 크기도 있지?

거기다가 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 그래 너무 가까워 보이는 것들이 정확하게 여섯 개가 더 있지.

그래서 앞의 세 개까지 더해서 도합 아홉 개나 되는데, 사실 내 생각에는 더 있을 것 같아.

아직 정확하진 않아.

지금까지 내가 확인한 것이 그 정도라는 말이니까 말이야.

그래, 그걸 보니 무슨 생각이 들어?

달이 세 개든 아홉 개든.

그건 이곳이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확실한 증표 같은 거지.

그러니 내가 어떻게 되었겠어?

패닉, 공황상태라고 하지?

당신은 어쨌는지 모르지만, 난 그랬어.

그래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시간동안, 아마도 며칠은 지났을 거야.

그 시간 동안 넋이 나가 있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그 결론이 이거야.

지금 이 시간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이 시간부터 정신을 차리기로 했어.

사실 이 기록이 얼마나 이어지게 될지는 몰라.

이 다이어리에 여백이 없어지거나, 혹은 이 펜이 수명을 다하거나, 또는 내가 더 이상 이 글을 쓰지 못하게 되거나······

아무튼 지금부터 살아보려고.


1.






다이어리에 첫 기록을 남겼으니 가장 먼저 뭐부터 해야 하나?

물과 과일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장 급한 것이 불이 있어야 하는데 불 피우는 일이 쉽게 될까?

책이나 영화에선 어떻게든 하더라만.

일단 활을 만드는 것이 먼저지.

그렇다고 사냥할 활을 만든다는 것은 아니고, 활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그래서 그 줄을 이용해서 불을 피우는 거지.

음, 미련하게 손으로 나뭇가지를 비벼서 불을 만들 생각은 없거든. 무슨 영화에서 보니까 그러다가 아주 손바닥이 훌렁 벗겨질 정도가 되던데, 그런 미련한 짓이 어디 있담.

활줄에 나뭇가지를 한 번 꼬아서 매단 다음 활을 앞뒤로 당기면, 자연스럽게 그 나뭇가지는 회전을 하게 되지.

그건 예전 원시인들도 알고 있던 방법인데, 그 미련한 백인 배우는 손바닥만 혹사시켰지.

그러다가 겨우 생각한 방법이 막대기를 앞뒤로 밀어 비비는 방법이라니.

내가 그 영화 보면서 참, 한심하다 했었던 부분이었지.

우선 활은 대나무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어.

이곳에 대나무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지.

대나무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나무니까 말이야.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모양이다.

맨 손으로 대나무를 꺾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딱딱하기도 하지만, 물기가 있는 대나무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뭐 그래도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약간의 수고와 손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고통 끝에 손가락 굵기의 대나무 세 개를 꺾을 수 있었다.

이젠 이것을 휘어서 묶을 끈이 필요한데.


덩굴 식물의 줄기를 꺾는 것이 대나무를 꺾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또 새롭게 알게 되는군.

거기다가 도구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하긴 이렇게 질긴 녀석이니 활줄로 만들어도 쉽게 끊어지진 않겠지 무슨 식물인진 모르지만.

그마나 돌을 깨서 썰어주지 않았으면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벌써 해가 제법 높이 떴다.

겨우 대나무 몇 개 자르고, 넝쿨줄기 하나 자르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 것이다.

우선은 해안으로 나가면서 마른 나뭇가지를 몇 개 구하고, 나뭇잎들도 한 아름 안아 들었다.

개울을 따라 산 쪽으로 이어진 곳 말고는 정말 밀림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마치 장벽처럼 서 있다.

저 안에 뭐가 있을지 겁이 나서 깊게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엉거주춤 대나무와 덩굴,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들까지 들고서 백사장으로 나선다.

그리고 한참동안 적당한 돌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회전하는 나뭇가지를 위에서 눌러줄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걸 손으로 누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휴우, 이젠 준비가 된 듯하니 시작을 해 볼까?


주어온 나뭇가지들 중에서 활줄로 돌릴 미끈한 녀석을 찾았다.

그리고 밑에는 조금 굵은 가지를 놓고 마른 나뭇잎을 손으로 바스러트려 푸짐하게 깔고 어렵게 구한 돌로 활줄에 걸린 나뭇가지를 고정시켜 누르고는 활을 앞뒤로 움직였다.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인 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음, 받침으로 쓸 돌도 이런 것을 얻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조금 더 큰 홈이 있으면 거기에 보푸라기 들을 넣고 이렇게 나뭇가지를 회전시켜 열을 가하면 더 쉬울 것 같다.

지금처럼 이렇게 회전하는 나뭇가지가 옆으로 삐져 나가는 경우도 없을 테고 말이야.

위이잉 위이잉.

확실히 활줄에 걸린 나뭇가지는 맹렬한 속도로 회전을 한다.

하지만 곧잘 바닥에 고정시킨 부분이 옆으로 틀어져서 쉽게 불씨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어느 순간 마찰 때문인지 위에서 누르는 힘 때문인지 바닥에 깔았던 나무에 홈이 생기고 거기에 들어간 나무가 더 이상 엇나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회전을 한다.

조심스럽게 활줄을 움직이다보니 주변이 검게 변하면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놀고 있는 손이 없어, 발을 살짝 움직여 옆으로 밀려난 나뭇잎 조각들을 슬슬 밀어 넣었다.

점점 더 많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나는 계속해서 입으로 바람을 조금씩 불어 넣는다.

화르륵!!

그리고 어느 순간 그렇게도 원하던 불꽃이 왈칵 피어난다.

활과 나뭇가지를 옆으로 던지고 준비했던 나뭇잎들을 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 위로 작은 나뭇가지를 넣어 불을 살렸다.

으하하하핫. 드디어 성공이다.

불!

불을 얻었다.

양 손을 내밀어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를 만끽했다.


다음은 편안한 거처가 필요하다.

계속해서 모래구덩이 속에서 잠을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사실 모래 구덩이에서 자는 것은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밤이 되면 모래가 식어서 몸이 떨릴 정도로 춥다.

거기다가 작은 벌레들도 기어 나온다.

차라리 그냥 밖에서 자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그 동안 정신이 없는 중에도 나는 잠자리를 만든답시고 마른 나뭇잎들을 긁어모아다가 모래 구덩이 한 곳에 쌓아 두었다.

하지만 이왕 살기로 마음먹은 것.

조금 나은 집, 그래 집을 지어야겠다.


음, 그래도 그 전에 뭔가 화식(火食)을 해 보고 싶다.

불을 피웠으니 익혀 먹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이다.

우선은 바다로 향한다.

그동안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라는 충격 때문에 주변을 조사할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래도 눈을 감고 지낸 것은 아니라서 좌우로 펼쳐진 백사장 한 쪽(그러니까 바다를 본 상태에서 오른 쪽)에는 암석지대가 펼쳐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 바다로 흘러드는 작은 개울은 백사장 중앙에서 조금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나는 아직 그 곳을 넘어가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돌아다닌 곳이라고 해 봐야 이백 미터 정도 될까하는 백사장 절반 정도와, 개울, 그리고 뒤쪽에 있는 숲의 초입이 전부인 것이다.

그래도 숲에서 발견한 나무 열매들이 있었으니 굶어 죽지 않은 것이지.

사실 그것도 내가 아는 열매들은 아니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겁 없이 먹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앞뒤도 가리지 않고 본능적으로 허기를 감추기 위해서 먹었던 그것들이 당분간은 내 주식이 될 것 같다.

사실 정신이 든 후, 지난 며칠 동안 내가 했던 짓이 얼마나 멍청하고 생각 없이 위험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목이 마르면 개울에서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아무거나 나무에서 따 먹었다.

후훗, 그 중에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혹시라도 숲에서 이상한 거라도 만났으면?

사실 나는 지금 무척 겁이 난다.

이렇게 바다 속 모래를 헤집으며 조개를 주우면서도 뭔가 와락 달려들어 내 종아리를 물지나 않을까 겁이 나고, 모래 속에 들어간 내 손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난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겁.난.다.


흐흐, 크하하하.

나는 지금 조개 네 개를 들고 모닥불 옆에 않아서 오돌오돌 떨고 있다.

무릎에도 닿지 않을 정도의 바다에서 모래를 뒤집으며 조개를 줍던 중에 갑자기 닥친 공포 때문에 나는 허겁지겁 모닥불 옆으로 돌아왔다.

바다도 백사장도, 나무와 풀들도 모두 무서웠다.

되는대로 모닥불을 크게 살려 놓는다.

아무거나 손에 닿는 것은 모두 불 속으로 던져 넣는다.

그렇게 주변에 있던 땔감들이 금방 동이 난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또 겁이 난다.

땔감을 줍기 위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겁난다.

뭐가 나올지 모른다.

왱~

흐악!

날벌레가 귓가를 스치는 소리조차 공포다.

벌레들 중에는 독이 있는 것들도 있다던데, 이곳에 사는 것들은 어떨까?

혹시라도 숲에서 그런 것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밤이 되면 그것들이 불빛을 보고 달려들지 않을까?

불을 끌까?

하지만 맹수라도 있으면 어떻게 하나?


짝!

양 손바닥으로 뺨을 친다.

정신 차려!!

최백창, 넌 괜찮아.

이러다간 정말 죽을지도 몰라.

정작 위험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야.

용기를 내야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해!

맞서는 거야.

까짓 그래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어?

안 그러냐?

그래 죽기 밖에 더 하겠어?

죽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시름시름 힘이 빠져 죽고 싶지는 않잖아.

자자, 힘내자. 힘내자.


그나저나 저 조개는 먹을 수 있을까?

모래 위에서 굴러다니는 조개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단 불 위에 던져 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입을 벌리기는 하는데 시원찮다.

으음.

그다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내 부지깽이로 뒤집어 버린다.

하지만 곧이어 고기가 타는 냄새가 난다.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다.

뭔가 먹을 것이 익는 냄새.

이내 후회를 한다.

버리지 말고 먹을 걸.


숲으로 조금 들어가 땔감들을 마련해 모닥불에 던져두고 다시 한 번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 동안 멋도 모르고 먹었던 나무 열매와 과일들이 숲에 지천으로 널렸으니 당분간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계획대로 뭔가 불에 구워 먹고 싶다.

불을 피운 기념을 해야 하는 것이다.

발길을 백사장 오른쪽에 있는 암석지대로 옮긴다.

그런데 막상 돌덩이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는 백사장과 숲만을 오가느라 맨발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딱딱한 돌을 밟는 순간 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젠장.

내가 깨어났을 때, 난 반바지에 티를 하나 걸친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다이어리가 남아 있던 것은 반바지 옆에 달린 주머니에 단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팬티 한 장과, 면으로 만들어진 반바지 하나, 그리고 야자수가 그려진 면 티, 다이어리 하나와 네 가지 색이 나오는 볼펜 하나.

저 세상에서 내가 가지고 온 것은 이것이 전부다.

훗 한심하군.


바닷물과 바위가 만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뭔가 먹을 것이 없을까 살피고 다녔다.

내가 기대한 것은 사실 게였다.

그게 그나마 가장 기대치가 큰 것이다.

뭐 바위에 붙어 있는 작은 조개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손으로 떼어 내는 것도 어려웠고, 워낙 작아서 관심도 가지 않았다.

혹시 조금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 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그런 모험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거기다가 불편한 발바닥 때문에 쉽게 걸음을 옮기지도 못하겠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것일까?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게 한 마리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그것도 그리 크지 않은 바위 밑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이 내 눈에 걸렸다.

그래 넌 딱 걸렸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 녀석이 숨어 들어간 바위로 다가간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녀석이 숨어 있는 곳을 들여다보았다.

안심하고 있는 것일까?

얌전하게 커다란 집게발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꼼짝도 않고 있다.

바위를 살짝 건드려 본다.

움찔.

반응이 있다.

고개를 들고 바위를 들어내기로 한다.

하지만 작아도 바위가 만만한 무게는 아니다.

그르륵!

바위가 조금 긁히면서 뒤집어 진다.

아뿔싸!

밑에 있던 게는 집게발 하나가 떨어지고, 몸통이 약간 눌려버렸다.

그래도 몸통이 손바닥 보다 조금 작은 정도다.

이 정도면 크다.

아직 살아 있는지 다리를 움직이긴 하지만, 어차피 구워 먹을 녀석이다.

나는 곧장 발걸음을 돌린다.

이 놈을 따로 담을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 바구니라도 만들어야 하나.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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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22.11.27 3,119 94 12쪽
36 36화 22.11.26 3,232 94 11쪽
35 35화 22.11.26 3,353 89 12쪽
34 34화 22.11.25 3,436 88 12쪽
33 33화 22.11.25 3,557 100 12쪽
32 32화 22.11.24 3,602 101 13쪽
31 31화 22.11.24 3,935 104 13쪽
30 30화 22.11.23 4,101 98 12쪽
29 29화 22.11.23 4,082 103 12쪽
28 28화 22.11.22 4,120 112 14쪽
27 27화 22.11.22 4,193 118 12쪽
26 26화 22.11.21 4,211 107 11쪽
25 25화 22.11.21 4,387 114 13쪽
24 24화 22.11.20 4,523 126 12쪽
23 23화 22.11.20 4,820 129 12쪽
22 22화 22.11.19 4,964 131 12쪽
21 21화 22.11.18 5,198 136 12쪽
20 20화 22.11.17 5,403 146 12쪽
19 19화 22.11.16 5,306 139 12쪽
18 18화 22.11.15 5,379 137 11쪽
17 17화 22.11.14 5,533 140 11쪽
16 16화 22.11.13 5,760 144 12쪽
15 15화 22.11.12 5,994 148 11쪽
14 14화 22.11.11 6,209 163 12쪽
13 13화 22.11.10 6,664 160 12쪽
12 12화 22.11.09 7,049 167 12쪽
11 11화 22.11.08 7,081 163 12쪽
10 10화 22.11.07 7,274 160 12쪽
9 9화 22.11.06 7,411 162 12쪽
8 8화 22.11.05 7,642 171 12쪽
7 7화 22.11.04 8,062 174 14쪽
6 6화 22.11.03 8,501 164 12쪽
5 5화 22.11.02 8,895 174 13쪽
4 4화 22.11.01 9,596 164 12쪽
3 3화 22.11.01 10,714 182 11쪽
2 2화 22.11.01 12,221 202 11쪽
» 프롤 + 1화 22.11.01 20,496 25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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