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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먼치킨의 힐링 어드벤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탁목조
작품등록일 :
2022.10.29 09:09
최근연재일 :
2023.07.04 16:39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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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359
추천수 :
7,982
글자수 :
450,452

작성
22.11.12 20:05
조회
5,985
추천
148
글자
11쪽

15화

DUMMY

15.







조용하고 평화롭다.

물길 따라서 뗏목은 흐르고, 물고기는 가끔 수면 위로 뛰어 올라 물장구를 친다.

해가 질 무렵이라 온통 붉은 노을이 강물을 물들여서 포도주 위에서 뱃놀이를 하는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까 술을 먹고 싶다.

섬에 있을 때에는 과일을 삭혀서 만든 술을 한 번 먹었었는데 실력이 별로 없어선지 그닥 먹을만 하지는 않았었다.

괜히 생각을 했나?

술 고프네.


“페커님. 해가 지는데 뗏목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그렇게 해. 삿대질은 너도 할 수 있잖아. 우드.”

“네네, 알았습니다. 그럼 저 쪽으로 가겠습니다.”


우드는 자갈과 모래가 섞여 있는 강변을 가리킨다.

갑자기 물이 불어나도 어차피 뗏목 위에 있을 생각이니까 문제없다.

장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다.

어둠 속에서 흘러가는 것이 좀 불안해서 쉬었다 가려는 것 뿐이니까.


“아넬림은 안에서 뭐하고 있어?”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들어간 지 꽤 되는 것 같은데 아직 안 나오는 것을 보니 자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가? 하긴 며칠 무리하긴 했지.”

“그렇겠죠. 그 동안 만들어 낸 물건이 얼마나 많습니까. 거기에 이 뗏목까지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튼튼하게 만드는 그 힘도 많이 썼으니까요.”

“그래. 이종족이라고 해도 확실히 어떤지 모르니까 인간과 다르다는 생각 보다는 그냥 보이는 대로 가녀린 여자로 봐 주자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여자지만 말이야.”

“네네. 알았습니다.”


이게 어째 대답이 늘어지는 것이 거슬리네?


“으라차차차. 이걸 어떻게 쉬지도 않고 밀고 오셨답니까? 몇 번 하는데도 힘이 드는데 말입니다.”


저게 내 표정 바뀌는 것을 봤나?

곧장 말꼬리를 돌리네?

그래.

이번엔 넘어가자.

니가 어디까지 기어오르는지 두고 보겠어.

한꺼번에 갚아 줘야지.


강이 왜 안전하다고 생각을 했을까?

며칠 조용해서 안심하고 있다가 아주 개고생을 했다.

어디서 이 많은 것들이 몰려나오는지 초저녁에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깨어선 해가 뜨는 지금까지 싸움을 벌였다.

물갈퀴가 있는 손과 발, 귀에서부터 목을 거쳐서 앞가슴까지 이어지는 두 갈래의 아가미, 머리 정수리에서 척추를 따라서 허리 조금 위까지 이어지는 지느러미는 이것들의 공통된 종족 특징인 모양이지만 나머지는 정말 각양각색이다.

얼굴이 인간에 가까운 것에서부터 물고기나 개, 고양이, 새 등의 대가리와 비슷한 것도 있다.

키는 작은 것은 허리춤에도 오지 않고, 큰 것은 3미터도 넘는다.

손톱이나 이빨을 무기로 쓰는 놈이 있는가 하면, 창이나 칼에 방패를 들고 갑옷을 입은 놈도 있다.

아무튼 이런 놈들이 죽어라 달려드는 거다.

비린내를 폴폴 풍기면서 말이다.

아넬림은 애초에 싸움에 끼지도 않았고, 우드는 초반에 옆에서 싸우다가 결국 자잘한 상처를 입고 탈진해서는 아넬림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뗏목 위에 만들어 놓은 생활공간 말이다.

뭐 난 그 앞을 지키면서 죽어라 몸을 놀리는 거다.

솔직히 처음에는 좀 위험하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건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귀찮은 거다.

일단 내 몸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놈이 별로 없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위험하다 싶은 건 나도 맞받아 치거나 피하니까 그리 큰 상처는 입지 않는다.

그런데 상처는 또 쉽게 아물어 버린다.

그러면서 내 몸의 두 번째 막의 효능을 알게 되었다.

상처를 입거나 지치면 그 두 번째 막의 힘이 나를 회복시키는 거다.

시험을 해 볼 수는 없지만 배가 갈라져도 회복이 될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피부 아래로 흡수 된 막은 내게 무지막지한 힘과 단단한 육체를 주었고, 두 번째 막은 회복력을 주는 것 같다.

아직 정확하게 확인은 하지 못해서 다른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회복력은 확실하다.

거기에 지금까지 지치지 않는 것은 힘 때문인지 회복력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구력도 끝장이다.

워워워, 나는 지치지 않는 백만스물하나다.


시체의 산을 쌓아 놓고서야 몹쓸 것들이 더 이상 몰려 오지 않는다.

해가 떠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끝났어요?”

“아아, 이젠 안 오네?”

“그렇군요. 자자, 그럼 일하기로 해요. 이것들을 헛되게 버릴 수는 없잖아요.”

“이것들도 도축을 해야 하나?”

“도축까지는 아니지만 얻을 것들이 있어요.”

“역시 손톱이나 발톱 같은 그런 거?”

“그렇죠. 아 특별히 아가미 부분은 잘 떼어 내야 해요. 그건 고급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지정하는 것들은 몸에 구슬이 있어요. 그걸 꺼내야죠.”

“구슬? 이전에 잡은 것들 중에서도 몇 마리 그런 것이 있었잖아. 같은 건가?”

“완전히 같지는 않죠. 등급이 다르니까요. 뭐 그래도 종류로는 거의 같아요. ******가 응집된 거죠.”


저 ******는 내가 해석을 보류해 두고 있던 단언데, 아무래도 기氣정도 되는 단어인 것 같다.

뭐 다른 단어로는 판타지 소설에서 말하는 마나 정도 되려나?

대자연의, 아니 세상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 혹은 기운.

뭐 이렇게 설명이 되는 것이니까 그걸 기氣라고 부르던지 마나라고 부르던지 하면 되겠지

그리고 그게 뭉쳐 있으니까 저건 기주, 즉 기의 구슬이나 마나볼 정도로 해석하면 되나?

어쨌거나 비싸다고 했다.


“몰라, 안에서 쉬고 있는 우드에게 시켜. 밤을 꼴딱 세웠는데 또 뭘 시키려고. 잡아 놓은 녀석들 처리는 우드 책임이야.”

“네네. 나왔습니다. 페커님의 충실한 종복 우드가 여기 대령했습니다. 그러니 들어가서 쉬십시오. 이것들은 제가 다 처리를 하겠습니다.”

“상하기 전에 빨리 처리를 해라. 그리고 처리한 것들은 모두 강물에 처 넣고.”

“네네. 물고기들이 오늘 포식을 하겠네요. 이미 흘러간 것들도 적잖을 텐데 말이죠.”

“페커님은 실제론 안 그런데 굉장히 게으른 척을 하려는 것 같아요.”


그래 맞다.

내가 이전에 억압받는 삶을 살아서 그런지 내가 하기 싫은 걸 누가 시키는 건 정말 싫거든.

거기다가 왠지 청개구리 심보도 좀 있어서 하라고 하면 또 하기 싫어하는 그런 성질도 있지.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좀 쉬고 싶어.

내 정신은 몸만큼 질기지 않아.

내 손에 끊긴 생목숨이 몇인지 알아?

뭐든 죽이는 건 피곤하다고.

특히 그것이 펄떡이는 생명임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죽이는 경우엔 더 그래.

그러니까 난 잠시 쉴 거야.


* * *


역쉬, 내 생각이 맞았어.

이런 강가에 인간들이 마을을 세우는 건 당연하지.

원래 문명은 강가에서 태동하는 법이라고.

그나저나 한 눈에 딱 봐도 이 세상이 참 험악한 세상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마을이네.

강가에 세워진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삥 둘러가며 방책을 세워 놓았다.

그것도 밑단에는 1미터가 넘게 돌과 흙으로 쌓아서 토대를 세우고, 그 위에 나무로 벽을 세운 모양이다.

여기선 잘 안 보이지만 저 벽 위에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걸로 봐서는 벽도 그냥 벽이 아니라 이중으로 두껍게 만들고 거기에 흙을 채웠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라면 사람들이 올라설 발판을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거나 그렇겠지만, 겉으로 딱 봐도 견고한 저 간이 성벽은 절대 나무 방책 한 겹으로 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근데 아까부터 사람들이 꼬물꼬물 모이는 것을 보니 이쪽을 발견한 모양이다.

일단 선착장 쪽으로 뗏목을 움직였다.

사람들은 방책 안에 들어가 있지만 저들이 사용하는 몇 척의 작은 배들은 선착장에 놓여 있다.

제일 큰 배는 돛대가 하나 있는 거고, 나머진 노를 저어서 움직이게 만든 것들이다.

배라기보다는 보트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카누?

하긴 뭐가 되었건 지금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일까.

폭이 좁기는 하지만 나무를 박고 그 위에 판자를 올려서 배에 쉽게 오르내리게 만든 선착장은 어느 한적한 예전에 TV로 봤던 옛 시대의 풍경을 연상하게 했다.

읏차, 이거 무겁네.

나는 뗏목을 땅위까지 끌고 올라왔다.

괜히 물가에 놨다가 누가 끌고 가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다시 만들려면 얼마나 귀찮은데.

그렇게 뗏목을 올리고는 다시 상자들을 모두 끼워 맞춰서는 등에 짊어 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걸 모두 들고 갈 생각이에요?”

“그럼 여기 두가 가? 그러다가 누가 가지고 가면 어쩌라고. 사람이 아니라도 전에 봤던 그 괴상한 녀석들도 도구를 사용하던데 뗏목이거나 상자거나 들고 가면 어떻게 찾겠어? 그러니 상자라도 들고 다녀야지.”

“뭐, 그렇게 생각하시면 하는 수 없죠. 알았어요.”


아넬림은 조금은 한심하단 표정으로 날 봤지만 뭐 어떠랴 싶다.

남는 것이 힘인데 이 정도 좀 들고 다닌다고 무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내 것은 내가 간수를 잘 해야 하는 거다.

아무렴.


“어디서 오는 자들인가?”


서로 얼굴을 알아 볼 거리가 되자, 대뜸 소리부터 지른다.

마을 입구의 문은 아무래도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형태인 모양이다.

입구에 구덩이를 파서 문을 직접 공략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방책을 빙 둘러 해자를 파지는 못하고 그나마 취약한 부분인 문을 지키기 위해서 이쪽만 깊게 판 모양새다.

그 구덩이 위, 그러니까 방책의 문이 있는 위쪽으로 사람들이 올라서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거다.

백인 계열이다.

흑인은 안 보이고, 황인종도 별반 없는 것 같다.

다만 피부색이 갈색이거나 황토색이거나 녹색이거나 검은 색이거나 하는 기미가 약간씩 보이는 이들이 있다.

스쳐보면 백인인데, 자세히 보면 피부색들이 조금씩 다르다는 말이다.

뭐 머리카락 색도 다양하긴 마찬가지지만 핑크나 형광같은 원색은 안 보이고, 금발이나 은발이 보이고 빨간색이나 짙은 녹색, 갈색도 보인다.

꽤나 다양한 색이다.


“보지 않았나, 우린 저 강을 따라서 내려왔다. 원래는 더 먼 곳 해안에 닿았는데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찾아 움직이다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나는 등에 짐을 진 상태로 대답했다.


“그것은 무엇인가? 등에 지고 있는 그 커다란 것은?”

“상자를 엮은 거다. 여러 상자를 겹쳐 놓은 것이고, 그 안에서 그 동안 사냥한 것들의 산물이 들어 있다. 빈손으로 몸만 대륙에 닿아서 먹고 살자고 사냥을 했을 뿐이다.”

“그 상자는···.”

“그대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죠? 이 마을을 대표하는 이들의 안목이 그것밖에 되지 않나요?”


아넬림이 이야기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금까지 내 옆에 조용히 있었는데 말이 길어지니 나선다.

뭔가 수가 있는 모양이지 싶어서 그냥 두고 보았다.

아넬림이 나서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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