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방인

청춘극장-꽃-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에리카8
작품등록일 :
2019.04.01 14:41
최근연재일 :
2019.06.13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741
추천수 :
103
글자수 :
332,222

작성
19.04.25 07:00
조회
68
추천
2
글자
18쪽

인동초(금은화)5




DUMMY

김포공항 국제선


미국행 비행기의 출발 세 시간 전


진 호영은 자신의 자식들과 부인인 이민영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미국에 에이전시와 다 통화가 되었으니 비행장에 사람이 마중 나와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가서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어. 내가 곧 따라 갈 테니..

현지법인의 대표자는 당신으로 등록을 해놓았지만 어차피 당신이 신경 쓸 건 없고. 내가 갈 동안 대신 운영해 줄 친구도 바로 따라 갈거요.

아이들 학교 잘 보내고 영어교육에 신경 쓰면서 당신도 영어공부도 좀 하고,,“

“경철이 아빠, 되도록 빨리 당신도 미국으로 오세요. 제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당신 없이 잘 할 자신이 없어요.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을께요.”


진 호영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직항이 없어 17시간을 날아서 마이애미까지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곧 부도를 낼 회사에서 자금을 현금화해 미국현지 법인을 차리는 곳으로 한창 발전하고 있는 마이애미만한 곳이 없다는 정보에 10만불을 투자해 투자 이민을 결정하였다.


아버지 봉식에게 자금을 건네받아 바지사장을 들여 건설 회사를 차린 호영은 땅만 사놓고 철근만 세운 체 모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전시관을 차려 아파트 분양을 했던 것으로 개도 살기를 포기했다는 개포동에 농사짓는 땅을 싼값에 취득하여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자, 시기를 잘 만난 건지 개포주공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여 이제는 개도 포니를 타는 개포동이 된 것이다.

전시관만 보고도 계약을 하는 수많은 서민들과 회사원들 덕에 그는 계약금을 받았으나, 아파트 완공까지 들어갈 자금이 부족해 곤란한 상황이다.

종기네 집문서까지 맡기고, 아버지 봉식의 작은 집과 산까지 맡겼으나 주공아파트의 건축으로 건축 자재비가 계속 올라 생각보다 자금이 많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참에 한몫을 단단히 쥐기로 한 호영은 을지로 입구 외환은행 본점 근처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사채업자를 만나고 있다.

사채업자 ‘방씨’는 이 업계에서도 큰손4인방 중 일인이나 쉽게 만날 수 없고 그의 대리인 격인 ‘소부장’을 만나 회사채를 건네며, 달러로 환전해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얼마나 수수료를 떼고 주실 수 있나요?”

“자네가 원하는 금액만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다른 곳 보다는 많이 쳐주겠네. 혹시 부도를 낼 생각이라면 우리에게 회사를 넘겨도 좋을 것 같군. 그러면 50만불 까지는 해줄 수 있네. 내가 알아보니 자네가 아파트를 계속 올리기에는 자금력이 형편없다는 소문이 돌고 있던데, 이거라도 챙기는 것이 어떻겠나?”

소부장의 말을 듣던 호영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아는 것에 깜짝 놀라며,

“언제까지 가능합니까?”

“원하는 시기를 말해보게.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현금 없이 어떻게 장사를 하겠나.”

“3개월 내로 회사 주주변경하고 대표이사는 알아서 하십시오. 어차피 돈 몇 푼에 앉혀놓은 노숙자이니까요.”

호영은 회사를 넘겨주기로 한 3개월 동안 10만달러를 미국에 투자하여 집안 식구들을 안전 한 곳으로 이주 시키고 부대비용과 당장 쓸 돈으로 10만 달러를 추가로 썼다. 본인은 현금으로 바꾼 나머지 달러를 가지고 일본으로 밀항 했다가 다시 멕시코 쪽으로 재 밀항을 하여 그곳에서 미국으로 들어갈 생각인 것이다. 횡령과 배임죄가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업무상 배임이기에 재수 없으면 10년간 콩밥을 먹을 수도 있는 것이니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10년이면 공소시효가 끝나니 그사이 외국에서 편안하게 돈을 쓰면서 지내면 되는 것이고, 사기당하고 눈물 흘릴 사람들이야 멍청해서 사기 당했으니 그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지라고 호영은 생각한다.


호영이 자신의 살 궁리를 야무지게 살피는 동안, 종기는 나름 가장으로서의 생활을 잘 해나갈려고 노력을 하였으나 부인 말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집착을 하며, 자신만 보면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계속 따지고 하룻밤 외박이라도 하면 친구들 집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찾으니 진저리가 난다.

호적에 올리기 전에는 아이들과 생활을 잘하고 여자와 딴 살림을 해도 관심이 없기에 평생을 그럴 줄 알고 맘 편히 호적에 올렸더니만, 말자라는 사람이 변하였다.

홍콩구경 몇 번을 시켜 주었더니 자신이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꼴도 못 보겠고, 잠자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며, 아이들은 뒷전이고 자신의 뒤만 쫓는 것이다.


“이 여시 같은 기집이 뭐라는 겨~~. 니가 내 서방이랑 붙어 먹으니께 니가 마누란줄 아는겨~내가 이사람 조강지처 이말자여.”

미영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던 종기는 갑자기 들이닥친 말자의 모습에 너무 놀라 턱이 벌어져 ‘어버버’ 하고 있었는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말자는 옷을 벗은 미영을 보자 눈이 돌아가 길고 까만 미영의 긴 머리를 잡아채 쥐어뜯으며, 미영의 벗은 몸 위에 올라타 육중한 몸으로 숨을 못 쉬게 가슴을 누르고, 얼굴을 할퀴며 몸싸움을 한다.

너무나 살벌한 풍경에 종기는 일단 자신의 바지를 챙겨 입고 윗도리는 손에 들고 몸을 피한다.

‘아니 저 마누라가 어떻게 여기를 알고.’

몸을 피하고 보니 갈 곳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학도네나 가자’

그 사이 학도는 정혜정과 몇 년의 연애 후 올 초에 결혼을 하였던 것으로 낙성대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신혼부부 집에 가는 것이 미안하기는 했지만, 이럴 때 마다 학도와 혜정은 종기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는데, 말자가 다른 사람 말은 듣지 않아도 혜정의 말에는 고분고분 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도 가서 학도와 혜정에게 북촌 본가에 같이 가달라고 사정을 해야겠다.


종기가 회사를 차린지 일년 쯤 되는 어느날의 신림동 진 봉식의 집.


“아버지, 오늘 애들 엄마와 아이들은 미국으로 갔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인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은행이자만 20%에 연체이자와 사채이자까지 하면 휴~... 이제 은행에서 추심이 들어 올 텐데...저는 내일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 갈 건데, 아버지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자식 키워서 몸을 바쳐 희생 했지만, 지 자식과 마누라는 챙겨도 부모는 챙기지 않는 것이 자식인 것인지,, 아버지와 함께 밀항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호영을 보며, 봉식은 자손들이 잘 되기만 하면 되었지,,하며 씁쓸한 마음을 추스린다.

“난 되었다. 어차피 이집도 은행에 같이 담보 잡혔으니 넘어갈 것이고, 네 어미는 이혼해주고 위자료 조로 강남에 아파트와 현금을 주었으니 죽을 때까지는 살 것이고, 나야 나라에서 밥 주고 재워 줄 것인데 무슨 걱정이냐. 내 몫으로 현금을 은행 대여금고에 어느정도 넣어두었으니 나와서도 걱정 없다. 너나 타국에서 잘 지내 거라. 이것으로 우리 집안의 한국에서의 더러운 역사는 끝이다. 외국에서 새로운 성과 이름으로 새롭게 살아라. ”

하고 아들을 냉정히 내치는 것이다.



회기동 작은 단독주택.


방3칸에 수돗가가 있는 작은 마당, 마당 한쪽에는 변소가 있는 구조의 단독주택은 원래는 어쩌다 관리하는 사람이 오거나 이 집 주인인 젊은 신사가 아가씨와 와서 살 던 조용한 곳 이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아 온종일 시끄러운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


일 년 전 부터 말자의 친정 식구들이 정착을 하여 처음으로 각자의 방을 가지고 살던 행복한 보금자리가 이제는 시어머니 진씨 부인과 말자와 아이들, 친정식구가 함께 사는 곳이 되었다.

진씨 부인은 집주인이기도 하고 몸이 좋지 않아 안방에서 지희와 같이 지내었고, 말자와 지숙.지섭이가 한방을 쓰고 ,나머지 문칸 방은 어머니 을순과 귀옥이 장훈이 사용하게 되었다.

어머니 을순은 말자가 서울에 와서 첫아이를 낳을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따라서 죽으려고 목을 매는 것을 마침 말자가 전신환으로 돈을 부쳐 온 것 을 알려 주러온 우체부 에게 발견되어 살게 된 것이다.

그 뒤로 선교사가 말자와의 인연으로 말자의 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종종 을순을 돌봐주었는데, 삶의 의미를 잃었던 을순은 몇 년을 한결 같이 자신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를 따라 약식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으로써 마을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걸 자신이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소명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쪽 지었던 머리는 짧게 잘라 파마를 하고 검정치마에 하얀 저고리도 벗어버리고, 나이롱 윗도리와 몸빼 바지를 입거나, 긴 치마를 입고 사는 것으로 , 말자 덕에 서울까지 와서 시골에서 살던 집보다 좋은 집에 살며 아들을 고등학교 까지 보내게 되자 말자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잘 살던 김서방 네가 망해서 이 집으로 들어와서 같이 살게 되니 을순은 같이 살기가 미안해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희 어멈아,,이 엄니가 아무래도 나가야 할 것 같은디. 귀옥이도 이제 취직을 혀서 우리는 먹고 살수있어야. 느그 시 엄니한테 볼 낯이 없구먼. 일주일만 여그서 살고 나갈 거니께 사돈 어른헌티 말 좀 전해 주어야."

"엄니가 여그서 나가면 어디로 갈려구유. 그냥 같이 살아유. 그 인간이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줄 누가 알았슈...지가 박복 혀서 이런 사달이 났다고 시 엄니가 저보고 소리지르다가 쓰러져서 저러고 누워 있는디 그래도 엄니가 있어야 지가 나가서 돈 벌때 집안을 봐줄거 아니유...이 인간은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일을 벌려놓고 이렇게 사라지면 어쩌자는 겨...정말 속상혀서 죽것슈..엄니. 흑흑."


그러면서 지난 시간을 생각 하는 것이다.

3개월 전 갑자기 집행관들이 들이닥쳐 집안에 집기 비품 이며, 값비싼 장롱이며 서화들과 은수저 하나까지 회수해 가는 것을 보며, 말자는 집안이 망 한게 네 탓이라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던 시어머니를 건사하고 놀란 아이들을 달래느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제 집에서 나가달라는 집달리가 찾아왔고, 언년 네 가족은 눈치를 보더니 월급 달라는 소리와 퇴직금 달라는 소리로 말자를 더 힘들게 하였던 것이다.

일을 벌 인 남편은 사라지고 아직은 한참 어린아이들에 쓰러진 시어머니와 친정식구들 까지 있으니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어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편했던 세월보다 힘들었던 세월이 길어서 였을까?

일단 자신이 손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주며, 언년네 식구에게 미안하다며 이것밖에 남지가 않았다고 하고 남은 물건 중 쓸 수 있는 것은 다 가지고 가라고 하고는 언년이 시집 갈 때 주려고 만들어 두었던 이불과 한복을 주며 잘살라고 하고 내보냈던 것이다.


텅 빈 방안을 보며 당장 나가야 하는데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해보니, 회기동 단독주택이 생각나는 것으로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어머니가 친정 식구들이 서울에 왔을 때 집 명의를 친정어머니인 을순의 명의로 해주어 집달리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 생각 난 것이다.

일단, 작은 용달차를 불러 화물칸에 솥단지와 옷가지 몇 개를 싣고 몸도 움직이기 불편하고 정신을 놓고 헛소리를 하게 된 진씨부인은 운전자 보조석에 앉히고 그런 시어머니를 붙잡고 있으라고 지희와 지숙이를 같이 태우고 운전기사에게 출발하자고 하며 용달 화물칸에 앉아서 지는 석양을 바라본다.

지섭이를 업고있는 어깨가 무겁고 힘들었지만 마음이 더 무거운 것으로 지희 아빠가 도망가고 집안이 망했는데,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 할 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 석양이 지는 어두운 길을 달려 용달차 기사와 실랑이 끝에 몇푼 이사비용을 아낀 후 회기동에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말자가 살림을 살며 아껴두었던 비상금으로 어떻게 살았지만, 먹고 살길이 막막하고, 자식들을 자신 같이 무식한 사람으로 키우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자신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밥하고 빨래하고, 농사짓고, 시다 조금 한 것 밖에 없는지라 아이들을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이 마뜩하지가 않다.



낙성대 학도네 신혼집.


“혜정언니...이 인간이 사고치고 내뺐슈.먹고 살길이 없는디 어쩌면 좋아유...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간다는디 울집은 다 걷어갔슈..애 아범이 감방살이 안하는 것도 다행이래유.”

학도가 말을 받는다.

“이 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있을 곳을 수소문해도 찾을 수가 없네요. 일단 아이들이 어리니 말자씨가 어디 취직을 하기도 어렵고,,어떻게 해야할지.”

“말자야. 시다를 다시 해볼래.”

“싫어유. 지 나이에 무슨 시다유. 저는 장사 할려구유...혹시 이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유?”

“돈은 모아 둔게 있다만 우리도 그렇게 여유는 없어..이제 곧 아기가 태어날 거라 집을 사서 옮기려고 해.”

“이만원만 빌려주면 이자도 쳐서 드릴께유. 시장아줌니들하고 말을 해보니께 엿장사가 돈이 된다구해유. 날도 추워지니께 따뜻 할 때까지 엿 장사하고 군고구마 장시를 해볼까해유.. 밤에만 나와서 해도 되니께 지가 해볼 맘이 있슈.”

“말씀은 알겠습니다만, 점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노상에서 장사를 하려면, 그것도 추운 겨울에 장사를 하셔야 하는데, 제가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괜찮아유..돈은 꼭 갚을께유.”


말자는 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엿을 떼어다가 엿 장사와 군고구마 장사를 시작하였다.

춥기는 해도 다른 사람들 보다 장사가 잘 되었는데, 콧물이 말라 붙은 지섭이를 업고 추위에 얼굴이 터서 볼이 발갛게 변한 지숙이를 엿 파는 곳에 세워두고 장사를 하면 사람들이 지나가다 가도 다시 와서 물건을 팔아 주는 것이다.

자신의 엿이 잘 팔리자 자릿세 내놓으라고 오는 양아치들을 상대로 소리를 질러대며 돈 못준다고 하다가 파출소도 몇 번 들락거리기는 했지만 아이들과 먹고 살려면 강해지지 않을수 없다.


지희는 쓰러진 할머니 간병을 해야 해서 같이 나올 수가 없었고 워낙 몸이 약한 아이인데다 돈을 아끼느냐 음식을 밥과 김치만 먹고 살았더니 아이 다리가 휘고 잘 못 걸어 이모인 귀옥이 병원을 데리고 가서 알아보니 구루병이라며 비타민D를 섭취하고 햇빛을 쬐라는데 그것이 어려운 것으로,

지희가 아니면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진씨 부인의 똥오줌을 지희가 받아야 하는데다 지희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진씨 부인 때문에 꼼짝을 못해 햇빛 쬐고 다닐 시간이 없다.


말자는 군고구마를 봉지에 넣어 손님에게 주면서 침을 뭍혀 천원짜리를 세며, 지희가 내년 삼월에 학교를 가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 다리가 휘어서 걷기가 불편한 아이가 학교를 다녔다가 놀림을 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국민학교 입학식


넓은 운동장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가슴에 큰손수건을 달고 가장 예쁜 옷을 입고 큰가방과 신발주머니를 들고, 부모의 손을 잡고 오거나 엄마의 손을 잡고 교문을 들어서고 있다.

사진사는 목에 거는 꽃목걸이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으라고 큰소리로 외치고,솜사탕을 파는 아저씨는 자전거 뒤에 쇠로 된 통을 만들어 설탕을 집어넣고 나무막대에 휘휘 돌려 분홍, 하양색의 솜사탕을 만들며 달콤한 냄새로 아이들을 유혹한다.

학교 앞 문방구에는 여러 가지 국적불명의 불량식품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달고나를 찍어내는 아줌마의 손길은 분주하다.


말자는 첫아이의 입학식에 늦지 않기위해 아침일찍부터 분주했다.

아이를 씻기고 머리를 파란 방울이 달린 고무줄로 하나로 올려 묶고 잘 살던 시절에 사서 입혔던 하얀 원피스를 입히고 가디건을 입힌다..원피스가 좀 끼기는 하지만 아직은 입을 수 있다. 가방과 학용품은 귀옥이 이모가 첫 월급을 타서 선물을 하였다.

친정엄마에게 시어머니를 잠시 맡기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데, 진씨 부인은 인사를 하러 온 지희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충격을 받고 쓰러진 진씨 부인은 뇌출혈로 왼쪽부분 전체를 쓸 수가 없었는데, 말도 잘 하지를 못해서 어눌하게 말을 하게 되었다.

평생을 깔끔하고 좋은 옷에 좋은 곳에 살던 사람이 자신의 치부를 남에게 보여 줄려니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으나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죽지도 못한다.


식구 중에 제일 편한 지희가 옆에 있으면 그나마 좀 편한데, 무신경하고 무뚝뚝한 말자는,

“엄니..지가 뭐랬슈,,평소에 맘 곱게 쓰라고 했쥬.. 맘을 안좋게 쓰니께 그렇게 된거유. 아들이 잘못 했는디 왜 지 탓을 해유. 예전에 지가 식모 살이 할때 엄니가 저 한티 걸레도 던졌잖유..”

하며 자신에게 맺힌 한을 풀기도 하고, 나가서 돈 벌며 힘든 날에는 폭언도 스스럼없이 지금 처럼 하는 것으로,

“빨리 죽어유...그렇게 살아서 손녀딸 고생 시켜서 손녀딸이 병 생기고 좋아유. 좋냐구유. 지희가 엄니 땜시 병이 안낳잖유.” 한다.

"걱정말어...내 곧 죽어주마." 하고 진씨 부인은 어눌하게 말을 한다.

"그러든지 말들지 지희 학교 입학식에 다녀 올께유"

지희는 엄마의 옆에 서서 엄마의 손을 끌며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없이 엄마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할머니 제가 오늘 학교 갔다가 빨리 올께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한다.

진씨 부인은 첫 손녀딸이 오늘 입학식인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가서 축하도 못해주니 눈물이 차올라 떨어진다.

지희 어멈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죽고 싶은 자신인 것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에게 밥을 가지고 와서 물에 말아 먹여주고 자신이 배변을 하면 물걸레를 들고 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서 닦아주려 애쓰는 지희를 볼 때마다 면목이 없다.

물도 밥도 끊으면 아무리 늦어도 보름안에 죽겠지. 결심을 하는 진씨 부인이다.

이런 치욕을 겪느니 죽는 것이 낫다.




1


작가의말

금요일 연재를 못해서 길게 썼어요.

토요일은 제가  일처리 되는 것을 보고 조금이라도 쓸 수 있으면 올리겠습니다.

오늘 글을 쓰면서 어깨와 머리가 아프네요.

그냥  글을 썼는데,,왜 제가 마음이 아파야 하나요?

제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어서 이렇게 아프게 써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이렇게  쓰지 않아도 되는데,,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소개글에 애증 이라는 단어를 빼야 할까봐요.

다음화는 지희가 커서 소녀가 되겠군요.

이제는 정말 지희의 삶이 나오길 저도 바랍니다.

말자는 너무 싫어요. 맘이 아프니까요.

제글로 여러분이 맘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미안합니다.

주말은 즐겁게 보내시고 가급적 토요일날 뵈어요.

토요일에는 조금 밝은 내용으로 찾아오고 싶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25 상쾌하게
    작성일
    19.04.25 16:05
    No. 1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저도 부모님이 사기를 당하셔서 남일 같지 않네요ㅋㅋ 집도 절도 없이 쫓겨났는데 가족이 함께 노력하니 채무도 벌써 끝이 보이네요ㅋㅋ 친구애들 초등학교 보낼 쯤에나 저는 결혼하게 되겠지만 교훈도 많이 얻고 느낀점도 있네요. 우리 부모님이 참 심지가 강하시구나하는ㅎㅎ 말자도 여장부같은 면모가 있으니 잘 이겨내면 좋겠네요. 그리고 종기 망할놈..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에리카8
    작성일
    19.04.25 16:58
    No. 2

    진심 고마워요..
    저희집도 한 번 망한 적이 있어서..
    저는 종기도 이해해요.
    예전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만, 종기 나이가 서른밖에 안되었거든요.
    사실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가지기에는 많이 어리고 나약한 사람이었을 뿐인건데,,
    아마 예전에 저라면 단호박이었을꺼에요.
    나쁜넘.
    이러고요.
    하지만, 이제는 이해를 할려고 해요. 제가 지금은 용서라는 걸 배웠거든요.
    훌륭하신 집안입니다.
    같이 이겨내셨다니 장하십니다.
    세상에 늦고 빠른건 없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원해서 결혼을 할때 그때가 결혼적령기인거고요. 결혼안하고 동거하겠다...그것도 그 나름의 존중을 받아야하고요.
    비혼도 마찬가지고요.
    인생에 정답이 어디있을까요?
    그래도 언제 이렇게 하겠다 하지 마시고, 인연이 오면 용기를 내보세요.
    오늘 지루한 내용과 괴로운 내용에 싫어 하실거라 생각하고 글 올렸는데,,답글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즐거운 주말 되시고 토요일날 뵈어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7 i소금i
    작성일
    19.04.25 20:27
    No. 3

    오늘도 잘 읽었어요. 진씨부인도 짠하고 지희도 짠하네요ㅠㅠ
    지희! 소녀소녀 지희! 매우 궁금합니다ㅋㅋ 다음 편에서 뵈어요!!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에리카8
    작성일
    19.04.26 05:40
    No. 4

    이제야 겨우 의자에 앉아서 답글 달아보아요..^^
    저도 소녀 지희가 궁금합니다.
    지희가 맘이 고우니까 예쁘게 크겠죠..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소금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
    토요일날 뵈어요.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청춘극장-꽃-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인동초(금은화)11 +2 19.05.02 58 2 17쪽
26 인동초(금은화)10 +4 19.05.01 60 2 15쪽
25 인동초(금은화)9 +4 19.04.30 59 3 17쪽
24 인동초(금은화)8 19.04.29 39 2 15쪽
23 인동초(금은화)7 +4 19.04.28 77 3 17쪽
22 인동초(금은화)6 +6 19.04.27 69 2 15쪽
» 인동초(금은화)5 +4 19.04.25 69 2 18쪽
20 인동초(금은화)4 +2 19.04.24 88 2 12쪽
19 인동초(금은화)3 +4 19.04.23 59 2 12쪽
18 인동초(금은화)2 +2 19.04.22 61 2 13쪽
17 인동초(금은화)1 +4 19.04.20 81 2 13쪽
16 튤립12 +2 19.04.19 54 2 16쪽
15 튤립11 +2 19.04.18 94 2 15쪽
14 튤립 10 +2 19.04.17 64 2 13쪽
13 튤립9 +4 19.04.16 83 3 15쪽
12 튤립 8 19.04.15 86 2 15쪽
11 튤립7 +2 19.04.13 57 2 13쪽
10 튤립6 +2 19.04.12 76 2 12쪽
9 튤립5 19.04.11 76 2 15쪽
8 튤립4 +4 19.04.10 129 2 13쪽
7 튤립3 19.04.09 56 2 12쪽
6 튤립2 +2 19.04.08 86 2 12쪽
5 튤립1 19.04.04 128 2 12쪽
4 매발톱 꽃 4 19.04.03 118 4 15쪽
3 매발톱 꽃 3 +2 19.04.02 112 5 11쪽
2 매발톱 꽃 2 +2 19.04.02 146 5 11쪽
1 매발톱 꽃1 +10 19.04.01 301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