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방인

청춘극장-꽃-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에리카8
작품등록일 :
2019.04.01 14:41
최근연재일 :
2019.06.13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738
추천수 :
103
글자수 :
332,222

작성
19.04.02 08:00
조회
111
추천
5
글자
11쪽

매발톱 꽃 3




DUMMY

모든 집안 사용인이 잠을 안자고 그를 기다리며 대문 밖에 서성이고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 일까?

평소 늦게 들어오거나 외박을 밥 먹듯 하는 본인을 위해 이렇듯 불을 환히 밝히고 자신을 기다리며 사용인들이 서성이지는 안을 것인데, 종기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늦가을의 싸늘한 바람에 잠시 몸서리를 쳤다.


“도련님,,어서 듭쇼, 마님이 기달리고 계시어라.”

언년어멈의 말에 종기는 힐끗 그녀를 보고,

'무슨 일인가? '

하고 물어보려다 아랫것들에게 윗전의 일을 이야기는 하는 것은 쌍놈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평소 어머님의 가르침에 따라 어머니가 계시는 사랑채로 발걸음을 하였다.


“어머니, 저 종기입니다. 일이 있어 밤이 늦었습니다, 잠시 들어도 될까요?”


“오냐, 들 어 오거라.”


방 안에 들어가자 종기는 어머니가 혼자가 아닌 웬 여공 차림의 왜소한 여인과 찻상을 마주보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여인의 뒷 태를 보니 전혀 모르는 여인인 것 같은데,,늦은 밤에 남의 집에 있는 것도 이상하고 본디 어머니가 안면 없는 사람을 들이지 않는 것 을 아는 까닭에 잠시 머리를 갸웃 거리다가 얌전히 어머니의 옆자리 이면서, 너무 가깝지 않게 앉아서 여인이 고개를 들기를 기다렸다.


얼굴을 숙이고 있던 여인이 얼굴을 살짝 들어 종기를 보는데, 그 얼굴을 본 종기는 기절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때 그 촌 무지렁이 시골 촌것이 자신의 집 안채에 있다니?


그는 잽싸게 어머니 진씨 부인을 보았다.

“네가 아는 여인이냐?”

어머니의 잔뜩 역정이 난 목소리에 그는 기죽어 변명을 시작하였다.

“딱 한 번 본 거리에 여인입니다. 행실이 반듯하지 못하여 남자들이 무상으로 출입하며 술먹고 노는 곳에서 만난 여인으로 호스테스 인줄로 알고 하룻밤 만나서 놀았던 적은 있으나 맹세코 저 여인과 아무런 약조도 없었고, 이름도 잘 모르는 여인입니다. 또한 해웃값 으로 천원을 주었으니 제 성의는 그때 다 표시하였던 것이고, 이렇게 저를 찾은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의 답을 들은 어머니 진씨 부인은 가뜩이나 차가운 얼굴을 딱딱하게 굳은 채로, 여공을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본디 배운 데가 없어 남에 집을 밤늦게 찾아 온 것도 내 그대의 심정을 헤아려 들였으나, 여기 우리 아드님의 말씀을 들었겠지요? 그대가 생각하는 그런 시정잡배가 아닌 내 아드님은 곧 처가가 법조계에 위명이 있는 집안의 고명딸을 아내로 맞을 것 인데, 어떤 목적으로 이런 시기에 우리 집에 발을 들였는가요?”


여공인 말자는 가뜩이나 으리으리하고 넓은 집과 세간에, 또 진씨 부인의 꼿꼿한 자세와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쪽진 머리와 곱게 입은 한복차림에서 이미 주눅이 들을데로 들었지마는 평소의 당돌하고 똘똘하다는 소리를 듣는 저가 아닌가?

이렇게 쫓겨나면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직감에 말자는 힘을 내기로 하였다.

지금 자신의 평생이 결정이 나는 것이다.


“지가유, 본디 배운거 없는 것도 맞구유, 본인 사정이 급한 것도 맞구유, 하룻밤 같이 잔 것도 맞아유, 허지만유 몸파는 여자 아니유, 그때 종기씨 에게 받았던 천원은 지가 고이 간직하고 있슈, 지는 저기 계신 종기씨에게 제 처녀를 주었구유, 그때 일로 지가 애도 섰었어유, 다른 곳에 혼처가 있든 없든 지는 모르 것 구유, 지가 없는 돈에 병원 가서 알아봤는디유 이자 6개월 이라는디 아가 뱃속에서 이미 다 커서 지울 수도 없슈,,

어머님, 손주가 지 배속에 있는 디 지를 내치실려구유, 지 공장 에서도 쫓겨 났구유 갈 곳도 없구유, 평생 이 집 귀신으로 살거니께 알아서 하셔유. 지를 여기서 내보 낼 려면 지를 죽이셔야 할거유.”


종기는 그 무지렁이촌것이 말을 잘 하는 것에도 놀랐지만, 아이가 생겼다는 말에 죽을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하룻밤을 잤다고 아이가 생긴단 말인가?

그와 수없이 많은 밤을 보낸 기화는? 선생님인 성화는? 왜 아이가 안 생겼는데 너만 생긴단 말인가?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아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니....

아직 스물하나, 이제 결혼 하면 스물둘이나 셋에 첫아이를 볼 거라 생각은 했지마는 이런 촌것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생판 남 같은 여인에게 자신의 자손이 가당키나 한가?

종기는 속으로,

‘저것이 어디서 거짓말을 하는 것 이다. 사기를 치는 것이다.’

하고 생각하며, 그의 어머니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머니, 이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셔요. 절대 그 아이는 제 아이일 수 없어요. 절대요. 누구인지도 모르는 씨를 가지고, 제 아이라 우기고 있는 것 입니다,,

암요, 저 여인을 보세요. 어른에게 꼬박꼬박 댓 거리 하는 모양새를 보세요.”


어머니 진씨 부인은 먹던 찻물이 목에 메여 기침이 나오는데도 평소의 교양과는 담쌓은 모습으로 찻물을 찻상 앞에 튀며 소리를 내질렀다.


“아니 이보시게, 어디 언감생심 생떼 같은 우리 아드님을 모함을 하는 것 인가? 누구의 사주로 이런 짓을 벌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지서에 갈수도 있는 게야, 돈이 목적 인겐가? 우리 아드님이 잘나서 여인들이 어려서 부터 많이도 괴롭혔지마는,,우리 아드님은 자네 같은 여인과 혼사를 할 길거리의 아무나가 아닐세,,,보게,,,자네와 우리 아드님이 어울리기나 한가?

하룻밤 자고 우리 아드님의 아이라고 이리 밤늦게 찾아 온 자네가 온전한 여인 이란 말인가 이 말 일세?”


“아녀유, 진짜로 이 아는 종기씨 아가 맞아유,,지가 어데가서 다른 남잘 만났것슈,,,돈 필요없슈, 지는 아기를 지울 맴도, 지울 수도 없구유, 이집을 나갈 맴도 없슈.”

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 하였다.


“동네사람들 지가 이 집 아들의 애를 가졌슈, 제가 이 집 아들 애를 가졌슈”



종기와 그의 모친은 평생을 가도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지라 조용한 동네에 말자의 고함소리에 동네에 소문이 날까 두려워 일단은 그녀를 작은 방에 보내어 밤을 새게 하였던 것이다.


환하게  새벽이 동 터 올 때 까지 이 집안의 모자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대체 저 물건은 무엇이기에 집안에 평지풍파를 일으킨단 말인가?

저 뱃속에 아이가 진정 우리집안의 혈손이란 말인가?

아니면 어느 놈의 씨란 말인가?  누구의 씨가 되었든 집안에 들일 수 없는 여인인 것만은 분명했다.   벌써 말하는 모양새가 교육이라고는 받은 적이 없는 일자무식에 하고 온 차림도 그렇고 자신의 집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했다.

일가친척은 물론 주변사람에게 보일 수 없는 집안에 식모로도 안 쓸 물건을 어떻게 며느리로 맞는단 말인가?

진씨 부인은 자기 인생에 찾아 온 큰 재앙덩어리를 마주 대하며, 애써 저 물건을 어떻게 치울 것인지 고민으로 머리에 하얀 띠를 싸매고 자리보전을 하였다.


‘그래, 내가 영감과 자식 둘을 먼저 북망산에 보내고 팔자 사나운 년 소리를 들으면서도 여태껏 이 집안을 지켜왔고, 하나 남은 자식도 지켰다.  그런데, 저 보잘 것 없는 본데없는 계집하나 어쩌지 못하면 내 성은 진씨가 아닌 전씨로 바꾸리라.   내 모질어져서라도 내 아드님을 지킬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못하리.’

라고 마음 속 으로 진씨 부인은 굳게 다짐을 하는 것 이다.


어머니 진씨가 어떤 결심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종기는 자기 방에서  천장을 보며 이제 곧 자기의 신부가 될 지숙을 생각했다.  

처음 보면 수수하니 호스테스인 기화 보다 예쁜 줄 모르겠으나 보면 볼수록 예쁜 것이  첫사랑 오복에게서도 못 느꼈던 단아하고 맑고 깨끗한 청순미를 느꼈던 것이다.

다소곳한 표정으로 고개를 외로 꼬고 하얀 손을 차 뚜껑위에 올려 누르며, 찻물을 찻잔에 소리 없이 따르던 모습이며,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곱게 미소 짓던 얼굴이며, 그 미소 끝에 자신의 쓸데없는 이야기에도 정성껏 답변을 하며 진지하던 얼굴도 모두 그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었고 지숙과 함께라면 이제는 요정도 ,고고장도, 기화도 모두 끊고 그 여인만을 사랑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곱고 학식 있는 단아한 여인을 두고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 뼈 다귀 같은 이름조차 말자인 그 잡것을  아내로 삼아야 한다면 자신의 인생은 시궁쥐보다 못 할 것이 분명했다.

종기는 속으로 계속해서 궁리를 했다.

‘여태도 여자 문제를 잘 처리해 왔던 나 종기가 아니던가,, 저 막 돼 먹은 계집도 어떻게 하면 내보낼 수 있을 것인지 생각을 하자...좋은 생각을 떠올려야 한다.’


그 막 돼 먹은 계집의 몸속에 자기의 아기가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안는 종기였다.

그 아기는 아기가 아닌 원수였고, 보이지 않는 실체 였으며, 뱃속에 애가 있다는 말도 거짓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뱃속에 애가 없는데 애가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 일거야. 그렇게 쉽게 아이가 생기다니 단 하룻밤 아니었나? 그리고, 그날 내가 아무리 술 취 했어도 내 씨앗 간수를 잘 하였던 것인데, 어떻게 아이가 생긴단 말인가? 게다가 처녀가 아니었을 수도 있어,,저렇게 뻔뻔하게 와서 어깃장을 부리는 걸 보면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야, 그래 맞어,,저 물건은 분명 돈을 뜯을 목적으로 나에게 순진 한 척 다가와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기를 가졌다고 사기를 치고 있는 것 일게야 .’

고고장에서 자기가 먼저 접근했던 생각은 어느틈엔가 잊어버리고 제 좋을 생각만 하는 종기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바로 종기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고 말자가 있는 행랑채로 갔던 것이다.


종기와 어머니 진씨의 고민과 해결책을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안았던 말자는 자기가 자던 공장 기숙사보다  행랑채가 편하였기에 긴장과 추위로 언 몸이 녹자 바로 잠에 곯아 떨어졌던 것이다.


한참 단잠을 자던 말자는 갑자기 섬찟한 기분에 감고 있던 눈을 떳다,,

잊을 수 없던 말끔하고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그럼 그렇지,,암만 지 새끼 가진 여자를 보니 마음이 짠 할 것이것지,  뱃속에 아가 걱정돼서 왔는가비네,  그래도 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건 아니였던가벼,,,하긴 그러니께 뱃속에 아도 내랑 맹글었던거여,,’

라고 속편한 생각을 하며 말자는 종기에게 말을 건네며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종기씨 아녀유, 이 새벽에 여기 뭔 일 이래유, 지가 그리웠던 거쥬,,어머님 앞이라 쑥스러워 지를 모른 척 하고 구박한 거쥬. 지가 종기씨 맴 다 알아유. 이 배를 보라구유,,,여기 종기씨 아가 움직이고 있다니께유.”


라며 이불을 걷고 앉아서 작게 부푼 배를 그에게 자랑스럽게 보이는 것이었다.




1


작가의말

이제 3편인데,,,모아 두었던 내 비축분은 한개 남았나보다,,

슬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청춘극장-꽃-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인동초(금은화)11 +2 19.05.02 58 2 17쪽
26 인동초(금은화)10 +4 19.05.01 60 2 15쪽
25 인동초(금은화)9 +4 19.04.30 59 3 17쪽
24 인동초(금은화)8 19.04.29 39 2 15쪽
23 인동초(금은화)7 +4 19.04.28 77 3 17쪽
22 인동초(금은화)6 +6 19.04.27 69 2 15쪽
21 인동초(금은화)5 +4 19.04.25 68 2 18쪽
20 인동초(금은화)4 +2 19.04.24 87 2 12쪽
19 인동초(금은화)3 +4 19.04.23 58 2 12쪽
18 인동초(금은화)2 +2 19.04.22 61 2 13쪽
17 인동초(금은화)1 +4 19.04.20 81 2 13쪽
16 튤립12 +2 19.04.19 54 2 16쪽
15 튤립11 +2 19.04.18 94 2 15쪽
14 튤립 10 +2 19.04.17 64 2 13쪽
13 튤립9 +4 19.04.16 83 3 15쪽
12 튤립 8 19.04.15 86 2 15쪽
11 튤립7 +2 19.04.13 57 2 13쪽
10 튤립6 +2 19.04.12 76 2 12쪽
9 튤립5 19.04.11 76 2 15쪽
8 튤립4 +4 19.04.10 129 2 13쪽
7 튤립3 19.04.09 56 2 12쪽
6 튤립2 +2 19.04.08 86 2 12쪽
5 튤립1 19.04.04 128 2 12쪽
4 매발톱 꽃 4 19.04.03 118 4 15쪽
» 매발톱 꽃 3 +2 19.04.02 112 5 11쪽
2 매발톱 꽃 2 +2 19.04.02 146 5 11쪽
1 매발톱 꽃1 +10 19.04.01 301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