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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청춘극장-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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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8
작품등록일 :
2019.04.01 14:41
최근연재일 :
2019.06.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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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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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222

작성
19.04.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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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튤립3




DUMMY

분홍튤립3


어머니인 을순과 말자가 일을 하며 고생하고 있는 시간에 이집 넷째 딸인 길남은 집에서 그나마 깨끗한 옷을 차려 입고 약속 장소로 급하게 가고 있었다.

집에서 읍내까지 걸어서 2시간 거리라 약속 시간에 맞춰 가려면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더럽고 비좁은 집구석에서 냄새나는 아비를 병간호 하는 것도, 일곱 살이나 되어서도 아무데나 오줌을 싸며 먹을 것만 찾는 막내 동생 장훈이 돌보는 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하고 질려 버린 것으로, 자기 밑으로 태어났던 동생 둘이 죽고 나서 다섯째로 태어난 아홉 살 귀옥에게 막내 장훈이를 업혀주고 도망 나 온 길이다.


어머니와 언니의 새참도 가져다주어야 했지만, 어차피 감자 밖에 없으니 먹으나 안 먹으나 같을 것이다. 이 지겨운 집구석을 벗어나려면 오늘 만나는 그 사람이 자신을 도와줘야 한다.


다른 자매들은 모르지만 자신은 아버지가 몇 해 전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고스란히 다 보았던 것이다.

엄니가 가져올 맛있는 전이며 부침개를 한 개라도 더 빨리 먹을 욕심에 아버지 뒤를 따라 나왔다가 그 처참한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리고 달달 떨다가 동네에 소란스런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나와서 아버지를 들쳐 없고 집으로 들어갈 때 까지 , 움직이지도 못하고 멍하게 있었던 것이다.

그때 이후로 결심한 것이다,,권총이 권력이고 돈이 힘이다. 그럴려면 인맥이 있어야 하고, 공부를 해야한다.

맹추 같은 셋째 말자는 엄니와 같이 나가서 죽도록 일이나 하면 그만이지만 자신은 그래도 집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한 똑똑한 딸인 것이다. 국민학교 다닐 때 짝지 였던 인숙의 오빠인 태호가 오늘 좋은 일자리를 소개 시켜 주겠다고 읍내에서 보자고 한 것이다.


이제 몇 달 후면 열여섯이지만 태호오빠가 조금만 도와줘서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면, 늦은 나이라도 등록금을 마련해 중학교에 입학 할 수 있을지 모른다...중학교를 나오면 서울 가서 경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모아서 대학도 다닐 수 있을지 모른다.

난 촌무지렁이로 살고 싶지 않다. 언젠가 이장 댁에서 본 흑백 티비 속 아줌마들처럼 화장도 하고 옷도 차려 입고 탤런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인생을 살고 싶다.

길남은 읍내에 있는 학교를 걸어 다니느냐 눈에 익은 길을 속도를 내어 빨리 걸어가며 생각한다.

내 인생은 이런 질척거리며 더러운 시골 땅에 있는 것이 아니고 서울의 아스팔트 위에 있는 것이다. 잘못 태어났다면 내 팔자를 고치면 되는 것이다.

제발 오늘 태호오빠가 소개시켜 주는 아저씨가 좋은 일자리를 주면 좋겠다,,편하고 돈을 많이주는 일자리라고 했는디,,,그 자리를 놓칠까 서둘러 가는 길남이다,,길남은 속으로 편하게 살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지,,,나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말자와 을순은 늦은 밤 까지 동네 남정네들과 같이 일을 하며, 그 남정네들 보다 일을 못한다고 지청구를 들을까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일을 한 까닭에 뱃속에서 회가 요동을 치며 눈이 쑥 들어가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다.

힘은 들지만 망태기 가득 든 보리쌀과 옥수수며 고구마가 마음을 든든하게 해준다.

오늘 품일을 한 김 생원 네는 넉넉한 인심을 가진 이로 그나마 두 모녀를 양심적으로 대우해주는 지주이다. 남자 한사람 몫을 둘이 받기로 하고 갔는데, 한사람 몫에 조금 더 얹어준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가 없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겨우 집에 돌아오니 , 길남이와 귀옥이는 보이지도 않고 막내 장훈이만 누런 코를 얼굴에 가득 바르고 눈가는 시꺼먼 눈물 자국이 나서는 아랫도리를 벗은 채 고추를 내놓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 입을 크게 벌리고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엄니,,누야,,내 무서워,,힝,,왜 이제 오는겨.."

하며 장훈이가 더 서럽게 운다.

을순은 집안이 이상하다 느꼈는지 망태기를 던지 듯 마당에 내려놓고 남편인 만덕이 누워있는 작은 방으로 달려간다. 말자는 울고 있는 장훈이는 보지도 않고 아비에게 달려가는 엄니를 보며, 장훈이 얼굴의 코를 자신의 소매로 닦아주고 있는데, 귀옥이가 아직 어린 몸에 물지게를 지고 저만치서 나타나는 것이다.

“귀옥아~니 뭐하는겨 시방..왜 막둥이가 왜 혼자 있는 겨,,,길남인 어디간겨”

하고 따지 듯 묻자,

“언냐 왔어~길남 언냐가 아침 일찍부터 나 헌티 장훈이랑 아배를 맡겨놓고 나가버렸어~그랴서 내 혼자 장훈이랑 아배를 하루 온 종일 돌봤지 뭐여,,”

라고 하면서 고자질을 한다.

“길남이가 집을 나갔다는 겨.”

“응, 엄니가 잔칫날 입는 옷을 입고 나갔다니께.”

“아니 ,,이년이 집서 동생도 보지 않고 아배 간병도 하지 않고,,나갔다는 겨 시방,,”

“길남 언냐가 언제는 일하는 거 봤남~물도 똑 떨어져서 내가 늦은 밤에 무서운디 우물까지 가서 물 길러 오는 길이구먼~~” 하고 귀옥이 시끄럽게 오늘 일을 이야기 한다.


한편 만덕이 있는 작은방에 들어온 을순은 남편의 가래 끓는 소리에 아직 숨어 붙어 있는 것을 알고 안심을 한다.

만덕이 죽으면 자신은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아직 어린 장훈이와 귀옥이가 눈에 밟히지만 자신 때문에 죽어가는 만덕을 바라 볼 때마다 죄책감에 지금이라도 죽고 싶은 것이고, 나이 사십이 되기도 전에 과부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숨만 쉬고 누워 있더라도 서방이 있는 년과 없는 년이 같을까?

‘귀녀아배요,, 평생 누워 있어도 좋고, 내가 몸이 가루가 되어 당신을 봉양해도 좋으니께 그냥 살아만 있으오.’

을순은 만덕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남편의 이마를 만져보고, 열이 절절 끓는 것을 느끼며 머리 참에 있는 물에 면포를 적셔 얼굴을 닦아주고는 세숫대야를 들고 방 밖으로 나온다.


대야를 들은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몸은 지치고, 허리가 휠 것 같은 하루였지만 아직 쉴 수 없다. 챙겨야 할 자식이 있는 것이다.


가지고 온 보리쌀로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해먹고 길어온 물로 장훈이와 귀옥이를 씻기고 작은방에서 남편 옆에 누우니 어느덧 둥그런 달이 뜬 늦은 밤이 되었다.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길남 때문에 을순은 피곤한데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옆에 누워 있는 남편의 시꺼먼 얼굴을 보자 잠시 안타까운 맘이 들다가 들어오지 않는 딸 생각에 온갖 잡념이 들어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남편이 멀쩡했을 때 자식들이 속을 썩였나 생각해보니 한명도 부모 말을 어기거나 대거리 한 적이 없다는 기억이 난 것이다.

그런데, 아비가 몸져누워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외박을 하는 어린 딸을 생각하니 힘없는 어미라고 무시 하는 것 같아 서러운 생각이 들었다가 나쁜 놈 꼬심에 넘어가 야반도주라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혹시 먹을 거라도 찾으려고 나다니다가 다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몸이 천근인데도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자식이 있으면 뭐 할 것인가?

이리도 속을 썩이고 애간장을 녹이는 것을 ,,

내일은 지서라도 가서 실종신고를 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니 어떻게 하나 하는 현실적인 걱정을 하는 을순인 것이다.


하루하루가 모여서 어느덧 길남이 집을 나간지 두달여가 지났고, 말자는 친구 갑분과 갑분의 삼촌을 만나고 있었다,

지금 시골은 농한기로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집안에서 화투를 치거나 막걸리를 대낮부터 마시고 주정을 부리는 사람들이 싸움 하는 소리가 간혹 들릴 뿐 추위에 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겨울인 것이다.


간혹 부지런한 사람들은 새마을운동 지도 연수원을 다녀 온 농촌새마을 지도자 에게 농약 치는 방법을 전수 받거나 닭이나 토끼를 부업삼아 기르는 법을 배우기도 했지만, 닭을 사거나 토끼를 사는 것도 모두 돈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읍내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일을 하라는 새마을 운동가가 불리어지고 있는가 보지만, 아직 말자네 시골 에서는 노름하고 노는 사람이 태반이다.


갑분네 집,,,,


“안녕하셨슈,,”하고 말자는 꾸벅 갑분의 삼촌을 보고 인사를 한다.

면접이라는 걸 잘 봐야 공장에 취직을 하는 것이니 아무리 동무의 삼촌이래도 버릇없이 굴 수는 없다.


“오냐,,네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니 아버지는 아직 그러고 누워 있고,,”

서울에서 살다보니 갑분의 삼촌은 서울말씨를 쓴다.

‘나도 서울가면 서울말씨 써야 하는가배’

하고 말자는 속으로 생각을 하며 ,


“야,, 누워계셔유,,지가 그래서 공장 취직하고 싶은거쥬,,아버지 병원비 모아서 의사 승생님께 보이고 싶어서유”

“그려,,내가 갑분이가 특별히 부탁을 하니께 이번에 공장에서 일할 사람 중에 너도 포함을 시켜 줄 건디 너는 아직 나이가 열여덟이 안되었고 혹시 공장에 취직 할려믄 공장 관리자님 한테 한달 월급을 미리 주어야 하는 건 알고 있는겨.”


하고 생각도 못한 이야기를 한다.

말자는 옆에 같이 앉아 있는 갑분을 흘끗 바라보았다.

갑분은 당황해서,

“삼촌~~~~야는 지랑 진짜로 특별한 친구인디 돈 받지 않고 해주면 안되유. 나이도 이자 한 달 있으면 열여덟 인디,,상관없잖유.”


“그래도 이게 관례여,,국민학교도 못 나온 말자를 받아주는 곳이 어디 있는 줄 알어,,그러고 니들 서울까지 데리고 가는 내 수고비는 어떻게 할거여,,차비도 들어가는 디,,내가 그래도 갑분이 니 얼굴 봐서 이렇게라도 편의 봐주는 거여. 그람 이러자. 말자는 한 달 이라도 공장 관리자님 집에서 식모를 하고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것냐?”

말자는 한 달 월급을 선불로 받을 줄 알았다가 한 달간 식모로 일하라는 소리에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생각하니 그럴 수 없었다.


“알았슈...서울은 언제 가남유.”


“모레 출발 할테니께 ~~~그리알고 준비혀~”

"야,,그럼 모레 아침에 동네 어귀에서 뵐께유."

갑분의 삼촌은 다른 여자아이들도 만나봐야 한다며 서둘러서 자리를 뜨고, 말자는 갑분에게

"갑분아,,니는 서울가면 어디서 사는 감"

"내는 삼촌집에서 지낼 것 같은디,,말자 니는 기숙사에서 지내야 할 것 같혀,, 삼촌한테 니도 같이 살면 안되냐고 했다가 혼구멍만 났어~서울 물가가 좀 비싸야지."

"그려,,내도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구먼. 그래도 갑분이 니가 아니면 내가 언제 서울구경하고 일자리를 얻었것냐. 고맙다." 하고 말자가 말하자,


"아녀 ,,,미안혀,,"하면서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는 갑분이다.


말자는 이틀간 할 일이 많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을순과 마주 앉은 말자는 갑분의 삼촌을 따라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고 어머니에게 설명을 하면서, 잠자리도 좋은 곳에 갑분이 삼촌이 얻어주고 한달에 아주 큰 돈을 월급으로 받는다고 말하며 어머니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어머니 을순은 이미 시집 보낸 두 딸과 가출한 딸에 이어 말자까지 돈벌러 집을 떠난다고 하자 눈이 짓무를 정도로 서럽게 우는 것이다.

자신도 어머니 곁을 떠나는게 실감이 나지 않다가 엄니가 울자 같이 우는 말자였다.


이제 나는 서울가서 여공이 되는 것이다.


늦은 밤 ..

훤한 달이 빛 추는 시골풍경은 평화로웠으나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속내는 복잡한 것이다.




1


작가의말

제가 글을 쓰면서 느낀점인데요,,

가장 힘든건 조회수나 추천수보다 제 맘에 안드는 글을 올려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제 성격에 이정도의 글을 올려서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건 자존심이 상합니다,,

계속 잘못된 부분이나 어색한 부분은 부분 수정 하겠지만,,제가 좀 힘드네요,,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요,,

아름답지 못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노력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늘도 여공의 삶에 대해서 사진도 보다가 글도 읽다가 눈물도 흘리다가,,,글은 안쓰고 시대상만 보고 돌아다녔네요,,

그래도 글을 쓰며 좋은 점은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니,,마음이 괴롭기도 해요,,세상엔 불쌍한 사람이 너무 많네요,,

어제 댓글이 달리니 조금 힘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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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인동초(금은화)3 +4 19.04.23 59 2 12쪽
18 인동초(금은화)2 +2 19.04.22 6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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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튤립3 19.04.09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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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발톱 꽃 3 +2 19.04.02 113 5 11쪽
2 매발톱 꽃 2 +2 19.04.02 14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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