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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청춘극장-꽃-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에리카8
작품등록일 :
2019.04.01 14:41
최근연재일 :
2019.06.13 07:0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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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6
추천수 :
103
글자수 :
332,222

작성
19.04.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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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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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튤립1




DUMMY

프롤로그


양수가 터지고 산기가 있어 방에서 혼자 몸을 틀며 용을 쓴지 만 하루가 지났다.

이제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내가 죽겠구나.

댓돌위에 놓인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너무 지친 나머지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추운 방에 누워 이불 하나 깔고 덮은 몸에 피와 땀으로 흠뻑 젖었으나 ,간혹 이 집안에서 식모로 일하는 언년이가 와서 자신이 죽었나 살았나 보러 올 뿐 집안에서 자신과 아이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흐르는 눈물은 아픔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낳는 데도 친정엄마가 올 수도 없었고, 옆에서 같이 있어 줄 남편도 없이 혼자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이 서러워서 더 아픈 것이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 아들을 꼭 낳아야 한다.

그래야 이 집안에 며느리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난 아직 죽을 수 없다.

살고 싶다.




튤립-분홍튤립-1



고향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지를 못했다.


헐벗은 사람들이 나무껍질을 벗기거나 나물이라도 캐려고 나와서 온통 헤집어 놓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꽃은 피기도 전에 밟혔고, 동네에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지도 꽤 되었던 것으로 그녀의 고향은 항상 굶주린 사람들로 먹는 것과 금전 앞에서는 조금의 양보도 없는 곳이었다.

물론, 부자들은 예전에도 지금도 잘 살았지만, 그녀의 집은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먹고 죽을려고 해도 죽을 돈이 없었던 것 이다.

원래 그녀의 집안은 화목 하였는데,

아버지 만덕이 자식을 여섯이나 낳을 정도로 어머니 을순과 금슬이 좋았고, 가난하지만 자신이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늦은 나이에 간신히 얻은 마누라 을순을 더없이 사랑하고 아끼었다.


자신보다 열다섯살이 어린 그의 마누라는 어디를 보아도 쪼만한게 이쁘고 달덩이같이 둥실한게 자신의 복에 이런 마누라를 얻은 것을 천행으로 알았고 , 사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자식보다 마누라를 더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의 이 작은 행복이 깨진 것은 금석이라는 순경이 동리에 하나 밖에 없는 지서에 발령 받아 오면서 부터이다.


평소 마누라 을순만 보면 입맛을 다시는 노총각 금석은 본디 이 지방 사람으로 부모가 면천을 하였다지만 백정의 자식 놈으로서 성질이 지랄 맞아 마을에서 색시를 얻을 수 없어 나이 사십이 한참 넘도록 장가를 못간 시절 이였다.



예전 일제시대에는 동네 아이들도 쇠돌아~쇠돌아~하고 집안 종놈 부르듯 부르며 놀리던 놈인데, 백정 일을 하던 부모가 죽고 어린나이 부터 오갈 데가 없자 먹고 살기 위해 일본 사업가의 머슴으로 들어가 일본 놈의 발바닥을 핥으며 비위를 맞추더니, 어느날 부터 순사라는 완장을 차고 이름도 ‘아라이 카네이시’라고 개명하고 나타나서 자신을 학대했던 동네 사람들에게 한풀이를 하며 온갖 트집을 잡아 동네사람 괴롭히는 재미로 사는 인간인 것이다.


그런 그가 일제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가 6.25전쟁 이후에 또다시 나타나서 어떻게 된건지 ‘쇠돌이’, ‘아라이 카네이시’에서 또 '박 금석'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순경 제복을 입고 권총을 찬 채, 본인이 빨갱이를 잡는 순경이라며 동네를 돌아다니며 빨갱이를 찾겠다며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행패를 다시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만덕은 느낌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자신은 남들이 쇠돌을 놀릴 때 말리기도 하고 가끔 막걸리라도 한주전자 사주던 기억이 있으니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만덕의 너무나 낙천적인 생각으로 아이 여섯을 낳고도 아직도 처녀처럼 고운 젊은 마누라를 두고 할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다.


봄에 파종을 앞 둔 어느 날 만덕은 바쁘게 이일저일 품을 팔고, 나가서 토끼라도 잡아 볼까 ,,민둥산에 칡뿌리라도 캐볼까 하여 새벽부터 밤까지 바빴던 날이다.


그때 아내인 을순은 밑에 어린 아이들을 큰딸에게 맡기고 남의 잔치 집에서 품을 팔고 있었다.


그녀는 본디 전라북도 군산에서도 약초상 으로 유명한 집안의 막내딸로 귀염을 받고 유복하게 컸으나, 어려서 장독에 떨어져 이마에 상처가 나고 말았다.


얼굴에 상처가 난 여아는 재취자리로 시집을 가야 무탈하게 산다는 미신에 먼 충청도 서산으로 방물장수의 말만 듣고 혼례를 치르러 왔던 것 이다.

을순의 부모는 총각의 나이는 스물셋으로 을순과 나이차가 좀 있어도 성실하고 몇 마지기 되지 않지만 소작이 아니라는 말에 또 어려서 장가를 갔으나 아이도 없는 상태에서 첫 부인이 죽어 사별하였고, 시부모도 전쟁 통에 잘못되어 형제만 남았다는 말에 시집살이는 안하겠다는 생각으로 귀여운 막내딸을 먼 곳 이지마는 시집 보 낼 큰 마음을 먹고, 세간도 을순이 태어났을 때 심었던 오동나무로 정성껏 장롱이며 찬장 등을 마련하여 이고지고 먼 거리를 왔던 것 이다.


허나, 정작 신랑 집 이라고 찾아오니 다 쓰러져 가는 초가삼간에 마당이랄 것도 없는 궁색한 텃밭이 담도 없이 보인다.

꼴을 보아하니 소작이 아닌 지주라는 말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아니 이런 집구석에 사는 총각이 논 마지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이런것도 모두 다 이해 할 수 있었다. 6.25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니 그럴 수 있으려니 했지마는 신랑은 어디로 가고 신랑 아비가 나와서 마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죽었다는 시부모가 살아있는 것인가?


을순의 아버지는 방물장수를 노려보며, 냉큼 신부 왔음을 알리라 하고 신랑은 어데 갔느냐 물으라 하였더니, 안절부절 어찌 할 바를 모르던 방물장수는 멀찍이서 아뢰는 것이다.


“지금 시방 서있는 사람이 신랑 인디요.”


을순의 아버지는 너무 놀라 당장 딸아이와 세간을 들고 돌아서려는데, 다 삭아빠진 신랑이라는 중 늙은이가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장인어른,,지가 고생을 많이 혀서 얼굴이 삭았슈,,근디,,실제 나이는 이제 스물셋이 맞지유,,-사실 그의 진짜 나이는 서른셋이었다-”


찬찬히 보니 얼굴은 늙었지마는 심성은 착해 보인다,

‘그려,,,아무렴 동리에 계속 올 방물장수가 나이를 속이지는 않았을 꺼여,’


먼 길에 피곤하기도 하고 이미 동네에서는 을순이 시집간 것으로 되어서 돌아가기도 애매 해진데다,,을순에게

“아비 따라 다시 고향으로 갈래,,”라고 하자 고개를 내 저으며 “시집왔으니 이곳에서 살 것” 이라는 말을 한다.

을순의 아버지는 이것도 을순의 팔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열여덞 밖에 안 된 어린 딸을 두고 가기에는 마음이 메어지지마는 인간사 언제나 이별은 항상 곁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딸아이의 무사 혼례를 보고 돌아서 가는 을순의 아비는 그저 딸이 잘 살기만을 바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 후 만덕과 을순은 지금까지 십오년을 해로 하고 살았는데, 처음에는 늙은 신랑이 어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였으나 ,밤마다 자신을 보면 다리를 주물러주고 머리도 풀어주며 이 때문에 가려운 머리를 참빗으로 빗질도 해주는 다정한 남편에게 마음이 가고 정이 가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이 없던 것이다.


아이도 이년마다 태어나고 또 죽기도 했지마는 여섯이나 있었고, 첫딸을 낳자 만덕은 너무나 귀하게 얻은 딸이라 귀녀라고 이름을 짓고 부인인 을순이 힘들까봐 자신이 매일 딸을 업고 일을 하였다.


가난하여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만덕이 어떻게든 집안 가장 노릇을 하려 노력하는 것을 아는 을순은 친정에서 배운 길쌈 솜씨로 베를 틀기도 하고 비단으로 한복을 곱게 만들 줄도 알아 제법 솔솔한 부업을 하였던 것인데, 음식 솜씨도 좋아서 동네잔치가 있으면 꼭 불려 가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잔치 집에서 일을 하고 아이들 줄 음식을 보자기에 싸서 가지고 나오며 사단이 난 것이다. 항상 자신을 보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면서 '임자'라는 남의 색시에게 해서는 않되는 말을 하는 쇠돌과 마주 친 것이다.


잔치 집에서 쇠돌은 술이 얼근하게 취하여 밤 늦은 시간에 뒷 정리를 마친 을순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치근덕대기 시작하였다.


“다 늙은 아비 같은 중늙이 보다 한살이라도 어린 내가 어떤가? 게다가 임자 지금 서방은 돈도 없지 않은가,,,자네만 좋다면 이런 일 안하고 살 수 있도록 내 한 살림을 차릴 수있는디..순경월급도 다 임자 줄 거고 따로 꼼쳐 둔 전도 내는 많구먼,, 군산 댁만 내 좋아해주면 좋겠는디.”


“지가 아이들이 기둘리고 있어서 가봐야 하구 먼이라,,비켜라, 서방이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디 시방 뭐라는 겨,,

울 서방이 알면 요절 날 일이니께 저리 갔쇼.”


을순은 쇠돌을 뿌리치고 종종걸음으로 뛰듯이 달려 집으로 향하였다.


술이 원수인 것이다.

술이 원수야..


간신히 뿌리치고 집이 보이는 골목어귀에 들어서는데, 저만치 귀녀아비가 보였다.

“귀녀아배 아닌게라,,”

“임자가 안와서 나와 봤구먼~”

하고 을순의 손에서 음식이 들어 있는 보자기를 받아 들며 머리를 쓰다듬는 그때,

쇠돌이 갑자기 어두운 곳에서 튀어나오며,

“만덕이 자네가 과거 서산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에게 음식을 대주었다는 고발이 들어 왔구먼. 거기 움직이지 말고 손을 들어~내랑 같이 서에 가야 쓰것는디.”

하지만, 만덕은 이 상황이 무엇인지 모르는 까닭에 쇠돌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쇠돌이,,,아니 금석이 자네 뭔 소린감,,지금 빨치산이 뭐라는 거여..내는 본 적도 없는디.”

하고 쇠돌에게 다가서려고 하자 ,

적막하고 조용한 밤에 벼락 같은 소리가 울렸다.

“타앙,탕”소리가 나며, 만덕의 몸이 흔들리더니 한쪽 다리를 부여잡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만덕이 가까이 다가서려 하자 쇠돌이 그만 놀라 총을 쏘고 말았던 것이다. 항상 사람을 괴롭혀 온 쇠돌은 언제 자신을 해칠 사람이 있을지 몰라 권총을 품에 넣고 다니다 술김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 이다.


‘그려 저 놈만 죽으면 군산댁은 내 것이 될거여.

이왕 이렇게 된 거 군산댁을 어떻게든 내게 기대게 만들어야 혀.'

라고 쇠돌은 생각하며 진술서를 어떻게 쓸지 술 취한 중에도 궁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총은 만덕의 엉덩이와 다리에 맞았고, 만덕은 평생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죽지는 않았던 것으로 다만, 제때 치료를 못 받아 누워서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총기사건이 났어도 지서에 있는 대공분실 조사실에서 순경인 쇠돌이 진술서에,


'만덕이 과거에 서산 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에게 협조하여 식량을 대었다는 고발로 경찰서에 동행하자고 하였다. 하지만, 만덕이 순경에게 반항하고 도주하려 하여서 총을 쏘았다.'

라고 써서 제출하자

그대로 처리가 되어 만덕의 가족은 어떠한 피해보상도 억울함을 호소할 길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졸지에 가장이 몸져누운 집이 되었고, 동리에 소문이 빨갱이 가족이라고 나면서 아무도 그들의 집에 얼씬도 하지 않게 되었고, 품을 팔아 먹고 살거리도 막막해 진 것 이다.




1


작가의말

이번주는 여기까지 입니다,

즐 주말 보내시고, 다음주 월요일날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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