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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뇨니의 서재입니다.

자아도 : 칼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카레만듀
작품등록일 :
2020.05.11 22:54
최근연재일 :
2020.06.19 07: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0,499
추천수 :
997
글자수 :
203,320

작성
20.06.15 07:30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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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9쪽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7

처음이라 두려운 맘이 더크고, 부족한 부분이 크게 와닿습니다. 7부까지 기획된 '칼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시놉시스가 완성되어 있었지만 글로 옮긴것은 처음입니다. 무협이라 하기에도 애매하고, 또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새로움을 갖고 탄생한 작품입니다. 모쪼록 많은 응원과 애정어린 질타를 함께 부탁드립니다.




DUMMY

큰스님이 계신 법당으로 홍진이 찾아가 불공을 드리는 스님의 뒤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잠시 후 불공이 끝나신 듯 큰스님이 돌아보며 인자하게 웃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마음을 정하였느냐?”


“...네.”


“그렇구나. 어제오신 시주님을 따라가기로 했으니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겠지. 언제고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다. 너는 천성이 착하고 올바르니 어디를 가더라도 잘 지낼 수 있을게다.”


홍진은 몇 년 동안 오갈 데 없는 자신을 돌봐주신 큰스님 곁을 떠나려 하니 막상 겁도 나고 서운하기도 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어차피 때가 되면 어미 곁을 떠나 홀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법. 서운타 생각 말고 장군을 따라서 큰 세상도 한번 구경하고 오려무나.”


“큰스님.. 흑흑.”


홍진은 큰스님에게 앉기며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나저나.. 이제 너의 칼춤을 못 보는 것이 아쉽구나.”


“...”


******


아직은 봄이 오기 이른 시기였지만 두꺼운 옷도 없기에 채비랄 것도 없었다. 옷가지 두벌과 짚으로 된 신 두개.


탁준경장군은 말을 끌고 와 큰스님과 현에게 합장을 했다.


“덕분에 하룻밤 잘 머무르다 갑니다. 부디 다음에 뵐 때까지 몸 건강히 계시고 돌아오는 길에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함께 하실 터이니 편안한 여정이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시주께서는 이곳 걱정은 마시고 우리 홍진이도 잘 부탁드립니다.”


“...”


홍진은 큰스님의 ‘우리’라는 말에 다시 울컥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큰스님. 꼭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별고(別故:특별한사고)없이 계셔야 합니다.”


“홍진아. 부처님께서는 늘 지켜봐 주실 것이니 마음 편히 다녀 오도록 해라. 내 너를 위해 항상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합장을 하는 큰스님을 다시 한 번 앉으며 홍진이 떠나기 힘들어하자 현이 나서서 이야기를 꺼냈다.


“ 장군님께서 먼 길 가야 하시는데 지체하지 말고 어서 가자꾸나.”


그렇게 큰스님과 작별을 고하고, 마을로 현과 홍진이 함께 걸어 나가자 마을 입구에서는 처음 왔던 것처럼 동네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알고?”


홍진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덩치가 큰 아이들의 대장이 나섰다.


“아까 내가 암자에 널 보러 갔다가 이야기를 하는걸 듣고 애들을 불렀어.”


“홍진아. 먼저 가서 기다려. 우리도 커서 꼭 네가 있는 곳으로 갈 테니 우리 그때 다시 만나자.”


귀화인들의 부락 아이들은 끝내 눈물을 보이며 배웅을 했고 홍진도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어 다시 눈물을 보였다.


“얘들아! 아프지 말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꼭 기다려. 우리가 열심히 무술을 배워서 네가 있는 곳으로 갈 테니 잊지 말고.”


어린 시절의 추억은 길지 않았지만,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이곳 부락을 떠나게 되자 서글픈 마음만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과도 헤어지고 얼마안가 마을을 나가는 초입이 나오자 탁준경 장군이 기다리고 있었고 현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는 이만 암자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속히 가셔야 할 길을 가시지요.”


“현각스님.. 흑흑..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흑흑..”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현도 이제 얼굴을 못 본다니 서운한 마음이 겹쳐 찌뿌리고 있던 얼굴에 결국 세번째 눈물이 터져 나왔다.


현은 다시 한 번 홍진을 따뜻이 안아주자 탁준경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곳까지 배웅 감사합니다. 곧 다시 뵈올 날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간 평안하십시오.”


탁준경 장군은 산적들의 소굴에서 구해온 나귀 한 마리를 홍진에게 건네어 주고 올라 탈수있게 도와주었다.


“착하기만 한 순진한 아이니 장군님께서 부디 잘 인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인사를 마지막으로 해맑게 웃으며 현도 합장을 하고는 그들이 멀리 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잘 가라! 자아도.’


‘잘 지내라. 현.’


현은 그렇게 전음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자아도와도 작별의 인사를 하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


탁준경과 홍진은 추위가 풀렸다고는 하나 아직 찬바람이 부는 북쪽을 향해 며칠이고 함께 동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희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홍영은 말이다. 외형은 너처럼 이방인이었지만 마음속은 끝까지 고려인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너를 낳고, 너와 너의 어미를 먹여 살리기 위해 전장으로 뛰어든 것 아니겠느냐?”


“저희 아버지도 무예가 뛰어났습니까?”


나귀와 발걸음을 맞추는 탁준경을 바라보며 홍진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홍진은 무예라고는 전혀 알지 못했지. 활 하나도 못 쐈으니깐 말이다.”


“근데 어찌 장군님과 호형호제를 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함께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버지라 부르는 게 어색할 듯 하여 호칭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전쟁에는 칼을 잘 쓰는 장수들과, 계략을 잘 쓰는 군사만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함께 했던 곳에서는 수만의 군사들이 하나가 되어 성을 빼앗고, 지키고를 반복하지.”


“...”


“그리고 네 친아비인 홍영은 그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어 빠른 길로 안내도 해주었고, 성의 약점도 알고 있었기에 내 목숨도 여러 번 구해주기도 했단다.”


처음 듣는 아비의 이야기에 홍진은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홍영은 그 누구보다 용맹하여 가장 먼저 앞장섰고 또 가장 늦게 빠져 나왔기에 우리 군에서도 신뢰받는 길잡이였단다. 그렇기에 나와도 호형호제를 하였던 것이고.. 비록 전사를 했지만..”


탁준경의 눈은 몇 해 전 있었던 전장을 바라보는 듯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홍영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몇 날을 계속해서 이동을 했다. 때로는 노숙도 하며 여진과의 처참했던 전쟁이야기, 자신의 활약과 그 사이 아버지의 죽음까지..


모든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정도로 몇 날 며칠을 걷다 홍진은 태어나서 처음 하늘에 닿을 듯 한 큰 산을 보게 되었다.


“여기가 바로 백두산(白頭山)이다.”


거대하고도 거대한 산이었다. 하얀 머리를 한 산.


홍진도 그동안 산중에서 살았지만 이만큼 크고 웅장한 산을 본적은 없었기에 입이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백두산은 우리 겨레의 혼이 담겨져 하나의 뿌리로 이어준..”


“장군님! 저희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미 국경도 지나왔는데 이곳 백두산까지..”


홍진은 그동안 며칠을 함께 보내면서 알아차린 것은 탁준경이 일장연설(一場演說)을 시작하면 좀처럼 끝이 나지 않아 다른 질문으로 말을 끊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야기 안했던가? 우리 여진족에게 가고 있었다.”


“여..여진족 말입니까?”


“그래. 생여진(生女眞). 그것도 강하기로 유명한 완안부(完顔部)로 가는 길이었지.”


“그게 뭡니까?”


“....”


지금껏 부락에서만 살아온 홍진은 여진족만 알았지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다.


“생여진. 절대 길들여지지 않고 귀화하지 않는 강인한 여진족의 용사들이며, 그중에서 백산부(白山部:부족이름)보다 더 강한 완안부(完顔部)의 수장 오아속(烏雅束)을 만나러 가는 것이지.”


“여진과는 전쟁까지 치룬 적군(敵軍)이 아니옵니까?”


“전쟁이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적군 타령이냐. 화친(和親:사이좋게 지냄)한지 오래되었다.”


그동안 홍진에게는 전장의 이야기만 해주었으니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자~ 이제부터는 송화강(松花江)이 나오면 동쪽으로 가야 되니 기대해도 좋다.”


탁준경은 이곳에 오랜만에 온 것이라 감회가 새로운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홍진에게 이야기했다.


“여진족, 백두산..”


엊그제 작은 암자에서 불때우고 밥이나 하던 행자가 이 큰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정신이 아득하기만 했다.


그렇게 반나절을 지나도록 아무리 걸어도 저 큰 산은 작아지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다랄까?


사라지지 않는 백두산을 왼편으로 끼고 다시 넓은 평야가 있는 지대로 이동하고 있었다.


몇 시각을 걸어 한참 평야를 지나자 갑자기 멀리서 수십 마리의 말을 탄 누군가가 큰소리를 외치며 일행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룰루루루루~”


마치 야만인 같은 그들의 모습에 홍진은 크게 겁을 먹었고, 탁준경은 긴장한 얼굴로 칼을 꺼내 들었다.


“스..습격입니다!”


“우룰루루루루루~”


“?”


홍진은 그들의 소리를 따라하는 탁준경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오히려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니 크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칼을 휘둘러 반가움을 표시하는 듯 했다.


마침내 그들이 당도하자 말에서 내려 서로의 팔목을 붙잡아 인사를 하며 포옹을하고 크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자..장군님.. 여진족 말을 할 줄 아십니까?”


잠시 옷을 잠고 묻는 홍진을 바라보자, 여진족도 함께 누구인지 궁금해 하며 바라 보았다.


“아니.”


“그럼 이들과 어찌 대화를 하시려는 겁니까?”


그러자 무섭게 생긴 여진족이 홍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고려 말 할 줄 아는데?”


“...?!”




매일 한편씩 업로드 예정입니다. 지속적인 관심은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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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도 : 칼의 이야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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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11 +44 20.06.19 143 28 12쪽
36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10 +42 20.06.18 99 26 9쪽
35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9 +42 20.06.17 85 25 10쪽
34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8 +45 20.06.16 109 28 9쪽
»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7 +41 20.06.15 114 28 9쪽
32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6 +44 20.06.13 134 34 10쪽
31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5 +42 20.06.12 149 31 9쪽
30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4 +42 20.06.11 176 34 9쪽
29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3 +36 20.06.10 177 29 10쪽
28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2 +38 20.06.09 203 35 10쪽
27 제2부 평화를 위한 칼 1 +40 20.06.08 216 29 15쪽
26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24 (1부 완결) +38 20.06.06 227 27 12쪽
25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23 +40 20.06.05 233 31 14쪽
24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22 +36 20.06.04 228 27 12쪽
23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21 +38 20.06.03 250 27 13쪽
22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20 +28 20.06.02 256 25 13쪽
21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19 +26 20.06.01 255 23 13쪽
20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18 +20 20.05.30 269 24 14쪽
19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17 +12 20.05.29 271 23 13쪽
18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16 +15 20.05.28 265 19 13쪽
17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15 +10 20.05.26 261 21 13쪽
16 제1부 복수를 위한 칼 14 +6 20.05.25 267 17 13쪽
15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13 +6 20.05.23 265 18 14쪽
14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12 +6 20.05.22 273 17 13쪽
13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11 +4 20.05.21 269 19 13쪽
12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10 +8 20.05.20 274 20 14쪽
11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9 +6 20.05.19 289 20 15쪽
10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8 +6 20.05.18 276 19 13쪽
9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7 +10 20.05.18 286 24 13쪽
8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6 +6 20.05.16 306 23 15쪽
7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5 +6 20.05.15 307 24 13쪽
6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4 +12 20.05.14 337 24 14쪽
5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3 +10 20.05.14 369 24 14쪽
4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2 +8 20.05.13 392 29 14쪽
3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1 +18 20.05.12 518 30 16쪽
2 제1화 복수를 위한 칼 0 (프롤로그) +30 20.05.11 873 40 15쪽
1 제0화 복수를 위한 칼 0-1 +34 20.05.11 1,057 7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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