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평화를 위한 칼 5
처음이라 두려운 맘이 더크고, 부족한 부분이 크게 와닿습니다. 7부까지 기획된 '칼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시놉시스가 완성되어 있었지만 글로 옮긴것은 처음입니다. 무협이라 하기에도 애매하고, 또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새로움을 갖고 탄생한 작품입니다. 모쪼록 많은 응원과 애정어린 질타를 함께 부탁드립니다.
“이 무뢰한 것들! 그만두지 못 할까!?”
목소리가 들린 것은 산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산적들과 부락민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놀라며 길목을 쳐다보자 어둠속에서 젊은 승려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현 이었다.
어두운 밤 달빛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의 표정은 평상시와 다르게 심각한 얼굴을 지으며 그들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Энэ юу вэ? Гаргүй юу?(뭐야 저 땡중은? 팔도 하나 없는데?)”
현은 오른쪽 팔이 없었기에 바람에 펄럭이며 그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버러지 같은 것들이 살생을 하려 하는 게냐? 경을 칠 것이다! 이놈들!”
분노한 현은 큰소리로 그들을 꾸짖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현을 모르는 산적 두목은 이 모습에 어이없어‘피식’웃으며 귀찮은 듯 치우란 식으로 손짓과 함께 말을 했다.
“Таны элэг завинаас гарсан байна. Эхлээд тэр зам руу минь явуул.(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저 땡중 먼저 저승길로 보내드려라.)”
그 말을 들은 산적은 촌장을 베려 했던 칼을 들고 웃으며 현에게 다가갔고 단숨에 현을 향해 칼을 내리쳤다.
현은 손쉽게 칼을 피하며 왼쪽다리를 오른쪽으로 높이 추켜올려 발 바깥쪽으로 그의 얼굴을 내리 치자 주먹으로 얻어맞은 듯 나뒹굴었다.
이 모습을 본 산적들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아무런 무기도 없이 다가온 현이 별 볼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반격에 잠시 놀랐지만, 서로 눈치를 보더니 다함께 소리를 지르며 현에게 달려들었다.
현 역시도 그들을 향해 소리치며 주먹을 굳게 쥐고 달려 나갔다.
“으아아악~!”
“덤벼라!”
******
일각(一刻:15분)이 조금 넘게 시간이 흐른 후, 얻어맞은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놈들. 비겁하게 장애를 가진 불자(佛子:스님)에게 몇 놈이 달려드는 게냐? 네놈들은 절도 없고 부처님도 모르는 것이냐?”
“Чи юу яриад байгаа юм бэ?(뭐라고 하는 것이냐?)”
“Яг ч тийм биш. Санаа бүү зов.(별말 아닙니다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혹시나 기대했던 촌장은 현의 모습을 보고 괜히 더 화를 부를까 모른 척 했다.
“이놈들! 내가 죽으면 항마군(降魔軍:승려군대)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질 놈들! 하늘의 벌이 무섭지도 않느냐?!”
시끄럽게 구는 현을 보고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두목은 제일먼저 목을 베라고 또 손짓을 했다.
“Уул Энэ нь юу ч биш юм. Эхлээд хүзүүг нь тайрч, үлгэр дууриал үзүүл.(입만 산 별거 아닌 놈이다. 먼저 목을 베어 본보기를 보여라.)”
“이노옴!!! 천벌을 받고 싶은 것이로구나! 내 젊을 적 호랑이와 맨손으로 싸웠던 나를, 그리 쉽게 죽일 수 있을 성 싶더냐? 부처님이 보고 계신다! 이노옴!!”
발로 얻어맞은 산적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다시 칼을 들고 현 앞에 섰다. 그리고 더 시끄럽게 하기 전에 목을 베리라 마음을 먹고 칼을 높이 들었다.
“Энэ царайг хөлөөрөө цохихыг зүрхлэх үү?(이 땡중 놈이 감히 발로 얼굴을 때려?)”
그때 갑자기 달에 비친 은빛섬광이 스쳐 지나가며 목소리가 들렸다.
“군계일보(鵘彐一步)”
군계일보(鵘彐一步)는 한 번의 걸음으로 적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뛰어나가 고슴도치가 바늘을 세우듯 여러 갈레로 찌르기를 하는 초식이다.
내가 가르쳐준 이 추풍도술의 초식이 칼을 든 산적의 손목을 분리시키며 홍진과 함께 자아도가 나왔다.
“크아앗!”
남아있던 산적들은 아직 어려 보이는 홍진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공격을 하자 더욱 분노하였다.
“Би үүнийг ямар ч өвдөлтгүйгээр илгээмээр байсан ч би чадахгүй. Бүгдийг ганц хутгаар ал!(고통 없이 보내주려 했더니 안 되겠다. 단칼에 모두 죽여 없애라.)”
잔뜩 화가 난 산적들은 현 때와는 다르게 칼을 꺼내들고 홍진에게 덤벼들었다.
“풍운난류(風運亂飅)”
추풍도술중 여럿을 상대할 수 있는 초식이 어지럽게 펼쳐지며 다가오는 산적들과 부딪혔다.
달밤에 비친 자아도는 마치 그날처럼 더욱 날카롭게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황산낙극(黃山落棘)”
산적들의 중앙으로 들어간 홍진, 아니 자아도는 오랜만이라 더욱 크게 춤을 추며 그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처음 홍진은 자아도에게 수련을 받으며 무예의 이름도, 추풍도술이란 것도 모른 채 그동안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오랜 시간 자아도와 함께 연마를 할 수 있었고, 아직 어린 탓에 힘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배움은 물 흡수하듯 채워나갔었다.
그렇게 출수(出手)한지 몇 수 되지 않아 이내 모든 산적들은 두목을 제외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시는 젓가락을 들지 못하게 손목이 잘려져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 모습을 본 현은 눈을 감고 그들을 위해 불경을 외워주고 있었다.
“헉..헉.. 이제 하나 남았다.”
산적 두목은 한순간에 패거리들이 쓰러지자 당황해 했다.
“Чи тэр жаахан хүүхдийг юу гэж хэлдэг вэ ..(어떻게 저 어린놈한테 전부..)”
잠시 칼을 꺼내려 하였지만, 이내 자신이 감당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뒷걸음치며 숲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스릉~”
두목이 도망간 길목으로 잠시 달빛에 빛줄기가 내비치더니 곧 누군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잘린 두목의 머리를 들고 말을 탄체 천천히 달을 등지고 오고 있었다.
“어린 녀석이 제법 칼을 쓰는구나.”
현은 그가 말에서 내리자 달빛에 드러난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년 전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았던 ‘탁준경 장군’이었다.
******
탁준경 장군은 홀로 이곳을 우연히 지나가던 중 산적들로 부터 간신히 도망간 아낙을 만나게 되었고 그간 사정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길로 산채로 바로 가서 남아있던 산적들을 모두 해치운 후, 이 부락으로 산적 두목을 처리하기 위해 오던 참이었다.
덕분에 끌려갔던 아낙들은 다시 부락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게 되었다.
“담이 엄마~”
“여보~”
끌려갔던 가족들은 서로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고, 남은 산적들은 부락민들의 손에 의해 포박 당한 채 관아로 사람을 부르기 위해 누군가 달려갔다.
그 모습을 뒤로 한 채 현과 탁준경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장군님의 은공 덕분에 이곳 부락민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입니다.”
현이 먼저 합장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하자 탁준경도 함께 합장을 하며 답례를 했다.
“그런데 저 아이의 무예가 예사롭지 않군요. 사찰에서 선무도를 가르치신 것입니까?”
“아닙니다. 저 아이 혼자 무예를 익혔기에 아직 많이 미숙하여 장군님의 수고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혼자 익혔다고요? 저 나이에 저 정도의 무예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 부처님의 보살핌 덕 이겠지요.”
현은 굳이 자아도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고 애써 피하며 말을 돌렸다.
“혹시 괜찮다면 이곳 사찰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수 있겠습니까?”
“이곳에 호안사라는 사찰이 있기는 하온데 거리가 가깝지 않으니, 협소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저희 암자에서 하룻밤 보내시는 게 어떻신지요?”
“아 그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탁준경은 다시 합장을 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사이 홍진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어디에 닦아야 할지 모른 채 얼떨떨해 하고 있었다.
실제로 처음 추풍도술을 운용한 것도 부족해, 사람의 피를 손에 묻혔으니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가슴만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때 자신과 동무가 된 친구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이들은 홍진이 바라보자 두려운 눈빛을 보이다 고개를 돌려 피했다.
‘홍진. 고개를 돌리지 마라. 너는 이곳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을 뿐이다.’
하지만 자아도의 전음에도 위로가 되지 않은 것 같았고, 다시 외톨이가 될까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탁준경은 어느새 홍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하셨습니까? 호..홍진이라 하옵니다. 몇 년 전 아버지의 단검을 주시어 얼굴을 뵈었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동자승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무슨 말인가 한참 생각을 했다.
“설마? 그 홍영의 아들이었단 말이냐?”
“... 예”
탁준경은 어찌 이런 인연이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항마군 降魔軍 :고려시대에 승려로 편성 조직된 특수한 군대.
매일 한편씩 업로드 예정입니다. 지속적인 관심은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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