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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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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06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1.08 16:32
조회
245
추천
8
글자
9쪽

24. 실어증 작전

DUMMY

친구들이 왁자하니 몰려오자, 금별이는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세상이 이제야 제대로 돌아 가는가봐.’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야, 정말이다. 너 정말 금별이랑 똑 같다야.”

“은별아, 넌 참 좋겠다. 금별이하고 쌍둥이라서 말이야.”

“이제, 우리하고 학교도 같이 다닐 거지? 그치?”

“은별 금별 한반이면 우린 날마다 헷갈려서 어떡해?”

“재밌지 뭘 그래?”

아이들이 제각각 떠들다 가고나자 이번에는 멋쟁이 운동모를 벗어들고 다급히 들이닥친 할아버지에 이어 립스틱도 눈썹도 못 그리신 맨얼굴로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면도를 며칠은 안한 것 같은 털북숭이 얼굴로 외삼촌도 오셨습니다.

제일 먼저 할머니가 말을 걸으셨습니다.

“정말이구나. 복사판이다 얘, 은별아···, 넌 처음 보겠지만 내가 화가할머니, 네 외할미란다.”

‘아니? 금별이한테는 별똥별이라고 그러시더니?··· 그럼 할머닌 우리가 쌍둥이인줄 미리 알고 계셨다는 말씀?··· 그렇지만 너무 섭섭해요 할머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 별똥별이를 몰라보시다니···’

금별이는 너무 슬퍼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데도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외삼촌도 할머니나 마찬가지이신지, 그것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야, 금은별, 나는 금난새라고, 네 외삼촌이야. 너, 내 별명 아니?”

‘앗! 이거다. 은별인 설마 외삼촌 별명까진 몰랐을 거야.··· 히히, 삼촌 별명을 내가 지었는데 내가 그것도 모를까봐? 겁난 새! 겁난새지 뭐야!’

울음이 쑥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얼른 말문을 열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 참고 있는데, 참을성 없는 외삼촌이 금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기 별명을 금방 가르쳐줍니다.

“겁난새야. 금별이가 지었지. 그러니 너도 나를 겁난새 씨라고 부르는 걸 허용해주께.”

‘에고오, 은별이한테도 자기가 가르쳐주었겠지.’

실망, 대 실망입니다.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할아버지 차례입니다. 할아버지는 “겁난새, 이리 나와 봐.”하시더니 외삼촌을 턱 젖히고 손녀딸 앞에 바싹 당겨 앉으셨습니다.

“별똥별, 이 할애비가 수수께끼 하나 낼 테니까 맞춰 볼 거야?”

‘오홋! 멋쟁이 우리 할아버지···’

금별이가 눈을 깜박깜박하는 것을 신호로, 할아버지가 수수께끼를 내셨습니다.

“설악산 휴게소에서 할아버지가 뭘 먹었지?”

“어? 치악 휴게소잖아요?”

할머니가 할아버지 말씀을 정정해주셨습니다.

“다 같은 악산인데 뭐, 설악이고 치악이고, 통과!”

금별이는 손으로 입을 가렸습니다. 웃음이 나와서이기도 했지만, 하마터면 “감자칼국수!”라고 대답할 뻔 했으니까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감자칼국수’가 정답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자장면을 감자칼국수인줄 알고 드셨으니까요. 순간 금별이의 머리가 뒤죽박죽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쯤에서 ‘할아버지는 자장면이 감자칼국수인 줄 아시고 드셨습니다.’하고 진실을 밝혔다가는 더욱 더 뒤죽박죽 헝클어질 것만 같고, 까딱하다간 영영 병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입원해 있을지도 모르겠고···

‘언제고 진짜 은별이가 나타나겠지. 그때까지 실어증 작전을 하는 거야.’

그때 마침 엄마 금보라 씨가 나타났습니다.

“별인 실어증에 걸렸다니까요? 자자, 그만 괴롭히고 좀 나가주세요.”

그러자 외삼촌은 “그래 쉬어라.”하고 자리를 빠져나가셨고, 할아버지는 금별이에게 “별똥별 파이팅!” 하시고는 자못 흥겨운 걸음걸이로 병실을 나가셨습니다.


엄마와 마주보면서도, 너무 할 말이 많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진정제 선생님이 병문안 오셨습니다. 금별이는 선생님을 흘끗 보고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선생님을 의심했던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지요.

‘가짜로 아길 갖다니, 상상임신이라니, 두랑이나 언니나, 똑 같았던 거야?’

금별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금보라 씨가 진정제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애가 실어증에 걸렸는가 봐요. 아무 말도 안 해요.”

금별이는 눈을 꼭 감은 채로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엄마도 선생님도 과연 금별이를 윤은별로 아시는가, 그것이 궁금하기도 했으니까요.

“어때? 금별하고 똑 같지?”

선생님의 말씀에 가슴이 철렁 합니다.

‘진짜로, 선생님이 나를 구한 게 아니라 은별이를 구한 거였어? 완전히 바뀐 거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금별이는 갑자기 열이 올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꼭 감은 두 눈에선 눈물이 줄줄이 흘러내립니다.

금보라 씨와 선생님 둘 다 놀라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금별이는 계속 소리 없이 울고 있습니다.

“별아, 별아, 왜 그래, 별아! 어디 아프니?”

엄마가 금별이를 흔들어대며 이름을 부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금별이는 헷갈리기만 합니다. 엄마가 부르는 별이 이 별인지 저 별인지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금 금 별!”

‘아아니, 뭐라고라고 라아?’

선생님의 목소리였던 것입니다. 이 세상에 딱 하나 뿐인 이름 금초롱초롱별이에게 출석 부르시듯이 “금 초롱 별!” 하고 부르신 거죠.

금별이는 눈을 반짝 떴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번쩍 올리고 소리쳤습니다.

“와아, 살았다. 그래요, 맞아요. 내가 바로 금 금 별이에요!”

“실어증이라더니?”

선생님과 엄마가 똑 같이 그렇게 말하고는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얼굴표정이 너무 재미있어 금별이는 생글생글 웃었는데, 웃다가 웃음을 딱 멈췄습니다.

“웬 거울?”

금별이의 눈앞을 가린 것은 거울이 아니었습니다. 거울속의 금별이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은별이었던 거죠. 은별이가 금별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거고, 선생님은 바로 은별에게 ‘금 금 별’이라 불렀던 것 같습니다. 화들짝 놀라, 놀라서 금별이는 벌떡 몸을 일으켰습니다.


금별이는 은별이의 얼굴과 머리칼을 두루 만지며 수선을 피웠어요.

“재미있다. 너랑 나랑 진짜로 똑 같다야, 금별이면 어떻고 은별이면 어때? 우리가 며칠간 바뀌었으면 어때? 또 바꾸면 되는 걸··· 참 재미있는 일이야. 안 그래? 윤 은별!”

그러자 선생님이 놀라며 “쉬잇!” 하고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는 “아직은 네가 윤은별이야.” 라고 하십니다.

곧 이어 엄마가 금별이를 끌어안고 “별아, 조금만 참아, 이건 작전이니까···.”라고 귓속말을 하십니다. 선생님이 눈을 깜박, 윙크를 하시고, 은별이도 금별이의 손을 꼭 잡고서 “부탁이야, 우리언니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 라고 말합니다.

의사선생님이랑 아이들은 금별이를 은별인 줄로 알고 깜박 속은 모양이지만, 엄마만은 자기 딸을 못 알아볼 리 없지요. 아무튼 금별이는 엄마와 선생님과 은별이까지도 별이가 진짜 금별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든든하였습니다.

사실은 외삼촌도 금별이가 진짜 금별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금별이한테 안심하라고 자기 별명 겁난새 이야기를 했던 겁니다. 할아버지도 그래요. 할아버지가 감자칼국수 수수께끼를 낸 것도 바로 금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던 거죠. 문제는, 은별이가 말한 대로 윤은비 때문이었지요.


은별은 바로 그날 4월 9일 토요일 밤에 자기가 은별이란 사실을 밝혔던 거죠. 그래서 외삼촌과 선생님이 며칠 내내 윤은비의 행적을 조사하다가 결국 경찰의 힘까지 빌려서 금별이를 구출하게 된 거랍니다. 그리고 윤은비의 그 죄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느라고 그냥, 텔레비전 뉴스대로 자기 동생을 감금했다는 식으로, 정신 이상인 걸로 하자고 정했거든요. 꼭 두랑이처럼, 상상임신을 했었다는 사실이 너무 가엾은 나머지 온 가족이랑 선생님이랑 그리고 은별이까지도 마음을 합하여 그리 연극을 하기로 했던 겁니다. 안 그러면 윤은비의 병이 더욱 깊어져서 구제불능 상태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금별이는 골치가 지끈거렸지만 은별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나, 금은별이야, 윤은별이 아니고.······ 앞으로 우리 재미있게 지내자.”

“응, 나는 금금별이야. 잘 부탁해, 금별아.”

엄마와 선생님이 둘 다 이마를 짚었습니다.

“저럴까봐 쌍둥이들을 떼어놓는 거라고, 아이쿠, 장난꾸러기들!”

지완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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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실어증 작전 15.11.08 246 8 9쪽
25 23. 뉴스에서 15.11.08 134 7 2쪽
24 22. 꿈같은 현실 15.11.08 172 7 3쪽
23 21. 꿈에 15.11.08 207 7 1쪽
22 20. 별똥별인가, 외계인인가 15.11.03 267 5 4쪽
21 19. 걱정과 군것질 15.11.01 327 5 5쪽
20 18. 은별이 15.10.30 241 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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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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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1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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