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누군가의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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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라면 몰라도
아직 유치원은 안 갔을 또래들.
저 오줌싸개들이 삥 둘러선
분수대 꼭대기를 좀 보세요.
저기서 보얗게 피어나는 물안개,
어머머, 물안개가 아니라 무지개라고요?
물안개든 무지개든
물안개와 무지개가 서로서로
숨바꼭질하고 있든,
아무튼 촉촉한 투명장막 저 너머를 꼼꼼히 보아주세요.
알른알른 얼비치는 저건 아마도 철쭉꽃인가 본데요,
방긋 웃는 아가얼굴색깔도 있고 도라지색깔도 있고
또 함박눈이 군데군데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색깔도 있고요.
저 여러 가지 꽃들이
이상하게 생긴 바위들 틈에서
아장아장
걸어 나오다가 팔을,
아니 가지를 바위에 기대기도 했네요.
하아 참, 어떤 꽃은요, 바위에다 턱을 고였고요.
어머나, 걸상같이 생긴 바위도 있네요.
저기 보이시죠?
그 옆에 혼자만 앉을 수 있는 걸상바위.
그 옆에 옆엔 딱 둘이 앉을 수 있는 걸상바위.
여러 명 둘러앉을 수 있는 평상바위도 있고요.
걸상바위를 몇 개 지나서 잔디밭 가운데.
그래요. 가운데에요.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저기 앉으면 누구누구 할 것 없이 꽃이 되고 말거야,
하는 느낌 말예요.
그렇죠? 그런 느낌 드시죠?
어때요? 무슨 꽃이 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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