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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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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21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0.07 15:18
조회
172
추천
6
글자
4쪽

13. 소풍

DUMMY

지난 4월1일 금요일, 능금초등학교 3학년 전체는 ‘무지개만화동산’으로 소풍을 가게 되었어요. ‘무지개만화동산’엔 별의별 꽃이 다 있답니다. 특히 천지사방에 깔린 튤립은 마치 꽃의 나라 네덜란드에 가있는 느낌이 들게 했지요. 그 나라에 가봤냐 그 말씀 하시려고 그러죠? 참내, 꼭 가봐야만 아나요. 중요한 건 그날 생긴 일이죠.

진정제, 진정제 선생님이 안경을 바꾸신 그 사건 말이에요.


금별이는 그날, 선생님이 안경 바꾸시는 모습을 두 눈에 새길 듯이 또렷하게 보았거든요.

바이킹을 탈 때였어요. 갑자기 웬 여자가 한들한들 선생님께로 다가가지 뭐겠어요. 바로 윤은비였습니다.

진달래빛깔 저고리와 비둘기빛깔 치마를 날아갈듯이 차려입은 윤은비는 머리를 한 갈래로 땋아내려 모란꽃색깔 댕기까지 차랑하게 드리우고 나타났습니다. 금별이는 바이킹에 쑤악 쑤아악 흔들려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순간순간에 꺄악, 꺄아악! 간이 오그라들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저 언니 참 모델 같네. 멋져! 너무 멋져!’


그런데 윤은비가 어깨 아래 대롱거리던 자기 핸드백에서 안경집 하나를 끄집어내는 거였습니다. 그리고는 진정제 씨의 뿔테안경을 자기 손으로 샥! 벗겼습니다. 뿔테안경의 반절 밖에 안 되는, 테두리가 아예 없는 안경이 윤은비의 손끝에서 햇빛에 반사되며 짱알거렸습니다. 직사각의 멋들어지던 진 밤색 뿔테가 아주 작은 무테안경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지요. 하긴, 선생님의 인상이 아주 깔끔해져서 좋긴 하겠지만요. 하지만 그 언니가 문제, 이만저만 큰 문제가 아닌 거예요.

‘저 언니 정체가 뭐야? 아이참, 요놈의 해적선아 빨리 닻을 내려라.’

하지만 금별이는 그만 문제의 그 언닐 놓치고 말았어요. 아이들이 바이킹에서 내리자마자 선생님께 우르르 달려갔지만, 그 언닌 이미 바람과 같이 사라져버린 뒤였거든요.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눈치 못 챈 아이들은 단지 선생님의 안경이 바뀐 것에만 흥분하여 마구 떠들어댔지요.

“다시 써! 다시 쓰자 안경! 뿔테, 뿔테안경 더 좋아, 좋아!”


참 단순하고 순진한 친구들이지 뭐예요.

아이들의 데모는 선생님이 뿔테안경으로 다시 바꿈으로 무사히 진압되었지만 금별이의 마음은 물음표로 가득 차서 마구 출렁이다가, 끝내 구토를 일으켰습니다. 온 속이 뒤집히는 것 같이 아팠어요. 덕분에, 금금별이가 계속 선생님의 등에 업혀 다닌 거 있죠. 황홀 만점!


그러나 금별이는 그 멋진 언니의 정체 때문에 내내 우울했어요.

선생님께 질문을 할 엄두도 안 날 만큼 말이지요. 혹시 그 언니가 선생님의 애인이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 때문에 금별이는 온몸을 오들오들 떨었지요. 그러자 선생님은 금별이가 추워 떤다면서 점퍼를 척 벗으시더니 그것을 덮어 씌워주셨죠. 남의 속도 모르시고 말이에요.


소풍 다음날인 4월 2일은 토요일. 금별이는 하루 종일 누워서만 빈둥거린 덕인지 밤중에는 오히려 잠이 안 왔는데, 엄마 금보라 씨는 다른 날과 변함없이 습관처럼 밤 아홉 시에 집 현관을 빠져나가는 거였습니다. 마땅히, 물오징어를 군데군데 썰어 넣은 파전 한 접시를 들고 나가셨죠.


금별이는 그저 문소리만 듣고 속으로만 중얼거렸어요.

‘진정제 씨 만나러 슈퍼에 가시우?’

근데 1분도 채 안 되어, 아니지, 5분은 지났나? 금보라 씨가 금방 돌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허겁지겁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불을 푹 뒤집어쓰곤 꼼짝달싹 안 하다니! 심상찮은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하다 싶었지요. 하지만 금별이는 왜 그러시냐고 물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끽소리도 없이 자고 있는 걸로 되어있는데 어떻게 아는 척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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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8. 은별이 15.10.30 242 5 5쪽
19 17. 언니의 아기 15.10.30 188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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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5. 혼자 있을 때 15.10.16 182 6 8쪽
16 14. 결혼 축하합니다! +6 15.10.13 308 6 6쪽
» 13. 소풍 15.10.07 173 6 4쪽
14 12. 엄마의 외출 +2 15.10.06 218 6 4쪽
13 11. 별똥별 이야기 +2 15.10.05 324 5 8쪽
12 10. 불쌍한 가짜 15.10.04 179 5 7쪽
11 9. 꽃집 하나봐 +2 15.10.02 200 8 5쪽
10 8. 비밀 이야기 +4 15.09.30 325 8 8쪽
9 7. 꿈같은 방 +2 15.09.25 268 9 9쪽
8 6. 생각하는 갈대 +8 15.09.23 315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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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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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2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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