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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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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16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0.06 09:16
조회
217
추천
6
글자
4쪽

12. 엄마의 외출

DUMMY

금별이는 정말참말 학교에 다니는 게 좋았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했지요. 선생님께 잘 보여야 선생님이 아빠가 되어주실 거란 희망이 금별이 마음을 날마다 두둥실 풍선처럼 부풀렸으니까요. 금별이는 으레 선생님보다 먼저 등교했는데, 하루는 그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선생님과 함께 등교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엄마 금보라 씨가 따라 나오셔서는 선생님께 도시락을 드리지 뭐겠어요. 갑자기 삘리리~ 하고 금별이 몸이 떨렸어요. 금보라 씨는 사실 선생님의 도시락을 맡아 놓고 챙겨주었거든요. 어디 그뿐이겠어요? 금보라 씨는 밤 아홉 시만 되면 꼭꼭 외출을 했는데, 금별이가 상상하기에는 엄마가 그때마다 선생님을 만나는 게 틀림없었지요. 왜냐고요? 그 시간쯤이면 금별이는 늘 자는 척하고 있다가 현관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거든요. 그러면 어김없이 1006호에서 또르르 똘똘, 하는 십자매 지저귀는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조금 더 기다려보면 그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닫히는 소리도 들린답니다. 그렇게 갈 때마다 금보라 씨 손은 빈손이 아니에요. 웬 음식을 가지고 나가기도 하고 하다못해 필기도구를 챙겨 가기도 하지요. 마치 공부하러 가는 학생처럼 말이에요.

‘컴퓨터, 뭐 그런 거 배우러 가시남? 그럼 그렇다고 딸에게 말함 뭐 창피하단 거야 뭐야.’


어느 날 밤엔 금별이가 장난을 좀 쳤는데요. 엄마가 나가고 나서 조금 있다가 선생님께 전화를 걸은 거랍니다.

“선생님, 우리 엄마 혹시 거기 계신가요?”

짐작했던 대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막 떠듬거리는 것 같았어요.

“음, 아 아니······ 왜, 엄마 안 계셔?”

‘하하 호홋! 웬 거짓말? 웬 내숭?’

“아, 글쎄 엄마가 말이에요, 온다간다 말도 없이 어딜 가셨지 뭐예요.”

금별이는 한밤중이거나 말거나 룰루랄라 춤을 추었어요.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제기차기춤’에다 브라운 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을 추다가 급기야는 손담비의 ‘미쳤어’를 미친 듯이 추다가, 외삼촌 금난새 씨한테 버림받았지만 아직은 촉촉하여 완전한 쓰레기통 신세만은 면한 백합꽃 향기를 킁킁 맡다가, 엄마 방에 있던 도자기 주전자가 변한 꽃병을 외삼촌 방에 옮겨봤다가, 등공예 수족관의 뚜껑을 열고 금붕어들을 놀라게 하다가, 별의별 요란을 다 떨고 다녔지요.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치고 있는데 어느 순간 현관으로 막 들어서는 엄마와 눈이 딱 마주쳤지요. 빤하죠, 딸의 전화가 자꾸 신경 쓰여 금방 돌아온 금보라 씨죠. 금보라 씨 앞을 가로막으며 금별이가 왕 내숭을 떨었어요.

“밤중에 어딜 갔다 와?”

엄마도 시치미를 뚝 뗐어요.

“응, 슈퍼에······”

‘웃기는 짜장이셔. 왕 짜장이셔. 아니, 슈퍼에 갔다 오셨음 손에 과자라도 들고 오셔야지, 웬 빈손? 슈퍼에서 진정제 씨 만났쪄? 부끄러워 반찬도 못 사고 그냥 도망 오셨쪄?’

그러면서 외할머니 흉내를 냈습니다.

“밤길 다니다가 납치당함 어쩔라고 그러노? 쯧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느릿느릿 자기 방으로 발길 돌리는, 능청스런 금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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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2. 꿈같은 현실 15.11.08 173 7 3쪽
23 21. 꿈에 15.11.08 208 7 1쪽
22 20. 별똥별인가, 외계인인가 15.11.03 267 5 4쪽
21 19. 걱정과 군것질 15.11.01 328 5 5쪽
20 18. 은별이 15.10.30 242 5 5쪽
19 17. 언니의 아기 15.10.30 188 4 2쪽
18 16. 민들레 아파트에서 15.10.20 266 4 5쪽
17 15. 혼자 있을 때 15.10.16 182 6 8쪽
16 14. 결혼 축하합니다! +6 15.10.13 307 6 6쪽
15 13. 소풍 15.10.07 172 6 4쪽
» 12. 엄마의 외출 +2 15.10.06 218 6 4쪽
13 11. 별똥별 이야기 +2 15.10.05 324 5 8쪽
12 10. 불쌍한 가짜 15.10.04 178 5 7쪽
11 9. 꽃집 하나봐 +2 15.10.02 199 8 5쪽
10 8. 비밀 이야기 +4 15.09.30 325 8 8쪽
9 7. 꿈같은 방 +2 15.09.25 268 9 9쪽
8 6. 생각하는 갈대 +8 15.09.23 314 12 8쪽
7 5. 세랑이는 새침데기 +3 15.09.17 268 8 5쪽
6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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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2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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