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웹소설 > 작가연재 > 아동소설·동화

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09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09.11 11:19
조회
241
추천
9
글자
10쪽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DUMMY

금별이의 외할아버지는 성격이 너무 급하셔서 종종 손해를 보신답니다.


금별이 일곱 살 되던 해 2월 어느 날. 그날도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요. 할머니가 아침밥상을 차리시는 동안 할아버지는 어느새 승용차 시동을 걸어놓고 안을 향해 소리치셨습니다.

“별똥별~ 빨리 아침밥 먹어. 차 막히겠다.”

이제 막 고양이세수를 끝낸 금별이는 수건으로 얼굴을 덮은 채 한쪽 눈만 살짝 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번갈아보았습니다. 할머니가 눈짓하시자, 금별이는 할머니의 신호를 단박에 알아채고 할아버지에게 알려드립니다.

“할아버지는?”

“할애비는 괜찮아. 너나 빨리 먹고 나와.”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오늘의 여행계획을 말씀드릴 것 같으면, 고속도로를 타고 풍기 사과농장에 들러 저장사과를 좀 둘러보고 소백산 온천장에 가는 거였죠.

“그래도 아침밥만은 꼭꼭 챙겨먹어야 오래 산다던데···”

할머니가 아무리 권하셔도 소용없지요. 할아버지 마음은 이미 바람 가득 찬 풍선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때 같으면 아침 7시만 되면 꼭꼭 아침식사를 하시는 할아버지여서 불안하신 모양인지,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떼를 쓰셨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래요, 보라아빠.”

금별이는 할머니 뒤로 돌아가서 할머니 엉덩이를 툭 쳤습니다.

“아이고 보라엄마, 보라아빠가 차 시동 걸어놓으셨단 말이에요.”

그러나 소용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할머니는 보통 때에 금별이가 가끔 듣던 혼잣말을 한 마디도 다르지 않게 하십니다.

“아이고 별똥별이야, 할아버지는 배가 고프면 눈앞에 아무것도 안보이셔.”

뽀미도 걱정되는지 할머니 뒤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공공거립니다.

“운전하는 도중에 배고파지면 어떡하니? 앞차를 들이받을지도 모르잖아? 가로수나 들이받으면 다행이겠지만.”

독재자 할아버지는요, 할머니 운전면허가 장롱면허 되도록 온 힘을 쏟으셨던 할아버지는요, 여기저기 쿡 쿡 박아놓는 바람에 상처투성이가 된 자동차를 언제나 무슨 탱크 몰듯이 운전하시면서요, 그러면서도 큰 사고 한번 안쳤다는 걸 자랑삼으신답니다. 한마디로 ‘못 말리는 청춘’이시죠.

“아이고 시간 늦었다. 빨리 빨리··· 별똥별, 할머닌 두고 우리끼리 가자!”

드디어, 자동차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마음에도 시동이 걸렸습니다. 할아버지가 어디 가자고 나서기만 하면 모두 비상이 걸리는 판이라,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볼 양으로 내숭을 떱니다.

“아니 보라아빠, 누구랑 시간 약속 하셨수?”

“그게 아니라, 차가 막힌다고.”

빨리 가자는 이유가 늘, 언제나 아주 간단합니다. 여간 급한 성미가 아닌 할아버지. 꼬박꼬박 챙겨 드시던 아침식사를 빼먹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는 걸 다른 식구들은 다 아는데 정작 할아버지로서는 아무 상관없다는 투입니다. 지금은 배가 하나도 안 고프다는 건데, 정말 그렇습니다. 배고플 순간과 딱 맞닥뜨려야만 배고프다고 아우성치시는 할아버지십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손녀딸과 여행 가시는 것만이 마냥 즐거운 나머지 아침밥도 굶은 채로 막 서두르셨던 거지요.

“아무리 목욕 갈 거지만 그릴 건 좀 그려야 되는데···”

할머니는 결국 립스틱은 주머니에 넣고 눈썹연필은 손에 든 채로 차에 오르십니다.


오랜만에 바깥에 나오니 바람이 차긴 해도 참 좋았습니다. 엄청 멋쟁이 할아버지, 오늘은 검은색 운동모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운전을 하십니다.

할머니는 조수석 거울을 이용하여 눈썹도 그릴 겸, 할아버지 옆에 앉던 길로 안전벨트를 매셨습니다. 금별이는 뽀미랑 뒷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맸습니다. 그런데요, 할아버지가 계속, 쉬지 않고 달립니다. 도대체, 할머니에게 눈썹 그릴 시간을 안 주십니다. 할아버지는 휴게소마다 그냥 지나치시며 냅다 차를 모셨으니까요. 한 시간쯤 후에, 할머니는 눈썹연필를 주머니에 넣어버렸습니다. 차가 국도를 달릴 때에는 간혹 신호에 걸리거나 차가 정체되거나 할 때에 눈썹을 그리곤 했는데, 고속도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셨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이제, 할아버지가 아침을 굶으신 것만이 불안하십니다. 예상했던 대로 눈앞이 안 보이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 떠나서, 여행할 땐 휴게소가 보이면 더러 쉬었다 가는 게 기본상식인 것 같은데, 할아버지는 도대체 그런 걸 모르시나 봅니다. 아니, 다른 목적이 있으신 건지도 모릅니다.


산에는 나무들이 새 움을 틔울락 말락 하고, 응달진 곳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눈꽃이 피어있는 것만 같습니다. 을씨년스럽지만 그런대로 아름다운 산과 들입니다. 하지만 경치야 좋거나 말거나 할아버지는 무턱대고 달리면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별똥별, 우리 아예 설악산 휴게소까지 가자꾸나.”

할머니가 놀라서 묻습니다.

“설악산 휴게소요? 그게 어디 있지?”

할머니가 금별이를 돌아보시다말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아침식사를 거르시더니 드디어 없는 휴게소를 들먹이신다고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입니다.

“아니 거기 몰라? 전에 설악산 거기서 감자칼국수라는 거 봤잖아. 생각 안 나? 오늘은 그걸 먹어봐야겠어.”

“하여간 못 말리는 청춘이셔··· 그래서 아침을 안 드셨군요?”

“그래, 아침을 먹으면 감자칼국수의 진 맛을 모르게 될 테니까.”

휴게소들을 몇 번 그냥 스치고 한참 가다가 보니 차창 밖으로 ‘치악휴게소’라는 큰 간판이 서 있습니다.

할머니가 조심스레 말합니다.

“보라아빠, 저기 치악휴게소에 들어감 안 될까?”

“원래 저기 들어가기로 했잖아.”

“어? 아깐 설악산 휴게소라더니?”

“어? 그랬나?”

할머니 눈에 짙은 그늘이 스며듭니다. 할아버지가 너무 배가 고파 ‘치악휴게소’를 ‘설악산 휴게소’라고 했던 게 틀림없으니까요. 그러나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걱정엔 아랑곳없습니다.

“다 같은 악산인데 뭐, 설악이고 치악이고, 통과!”


자동차가 국도를 달릴 때는요, 세상 구경 하느라 머리를 밖으로 내어놓고 코를 벌름벌름 하면서 쉭 쉭 지나가는 바람에다 곱슬머리를 휘날리던 뽀미가요. 고속도로에선 어김없이 잠을 자다가, 그러다 휴게소가 가까워지면요.

‘휴게소구나. 화장실 가야지.’

하고 머리를 반짝 들고서 코를 연신 발름거리는데요. 휴게소, 맞나 봅니다. 뽀미가 눈을 반짝 뜨며 코를 발름거려대니까요. 뿐만 아니라 이미 휴게소 마당으로 차를 운전해가시면서 할아버지는 아주 여유만만하다는 표시로 노래까지 부르십니다.

“보오리이 밭~ 사아잇 길로오~ 거얼어 가아면~ 뉘이~~~”

하지만 언제나 빨리빨리 하라고 몰아세우시는 할아버지시기 때문에 식구들도 언제나 행동을 허겁지겁하게 빨리빨리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 할아버지가 아무리 여유 있는척하셔도 속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휴게소인데도 불구하고 할머니나 금별이나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습니다. 모두 볼일 보는 딱 알맞은 찬스를 이용하려고 차가 멈추기 무섭게 눈썹연필과 립스틱을 꺼내들고 조수석 거울을 내리시는 할머니를 보면 알만 하지 않겠어요? 훈련을 철저히 받은 듯이, 차가 딱 멈추기 무섭게 부랴부랴 화장지 하나 뽑아들고는 뽀미를 안고 달리는 금별이를 보면 알조 아니겠어요?


할머니는 집에서는 뽀미를 위해 언제나 화장실 문을 열어놓으시지만, 깜박 잊고 닫아놓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 탈은 없지요. 그럴 때 뽀미는 ‘아이고, 쉬 하고 싶은데 화장실 문이 닫혔구나.’ 하고 속으로만 짐작하고는 문 앞에 붙어 선 채로 할머니와 눈 맞추기를 할 따름이죠. 그래요. 눈으로만 말하는, 눈동자에 말을 담는 마술사 뽀미랍니다.

“아이고 우리 뽀미가 오줌이 마려운데 문이 닫혔어?”

뽀미의 뜻을 알아차린 할머니가 얼른 문을 열어주시고, 오줌을 참고 참았던 뽀미는 화장실로 냉큼 들어가서는 수챗구멍 주위를 뱅글뱅글 돌아다닙니다. 아무리 급해도 아무데나 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그렇게 저렇게 뱅글뱅글 돌던 끝에 이윽고 자리가 정해지면 그제야 네 개 다리 중 한 개의 다리만 살짝 들고는 조심스럽게 쉬를 하는데요, 오줌이 발에 묻을까봐 그러나 봐요. 아무튼 볼일 끝난 뽀미가 재빨리 뛰어나와 꼬리 잘린 엉덩이를 막 까불거리면, 그 때마다 할머니가 닦자! 하시고, 그제야 엉덩이 치켜든 채로 얌전해지는 뽀미랍니다.


휴게소에 도착하면 뽀미는 화장실을 찾아 쌩하니 달려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이상하게도 휴게소 화장실 바닥에선 볼일을 못 보는 뽀미.

“오줌 눠!”

할머니가 가리키시는 화장실 바닥은 언제나 반질반질 깨끗하기만 하였습니다. 사실, 뽀미가 보기엔 화장실이 아니라 거실로 여겨질 판이었거든요.

뽀미는 골똘한 생각에 휩싸여 머리를 갸웃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품에서 내리자마자 이리 쪼르르 저리 쪼르르 귀를 팔랑이며 내닫다가 끝내 화장실 바로 문 앞에 타일이 끝나고 모래가 적당히 버무려진 시멘트 바닥에다 실례를 하고 말지요.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늘 그러셨습니다.

“노상 방뇨의 기준이 어디만큼인지 모르겠어, 정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금별이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지만 할머니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연신 중얼거리셨습니다.

“엄연한 화장실을 마다하고 노상 방뇨를 해버려?”

노상방뇨란 길거리에다 쉬를 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요, 뽀미는요, 화장실 아니면 절대로 쉬를 하지 않는 게 버릇처럼 되어있는데요, 그런 뽀미에게는 여행 중의 화장실 볼일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답니다. 가정집 화장실은 분명 사람 변기가 따로 있는 그 주변에 수챗구멍이 있고, 뽀미는 바로 그 수챗구멍 옆에다 볼일을 봅니다. 그런데 휴게실 화장실은 그게 아니거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23 tulip642..
    작성일
    16.02.20 19:21
    No. 1

    아메리카에 산 지 4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곳의 집에는 화장실에 수채구멍이 없어요. 이곳의 개들은 모두 노상방뇨를 하거나 집에서도 잔디에 방뇨를 하죠. 아주 작은 개들한테는 개집에 기저귀를 깔아주기도 한답니다. 개들이 큰 거를 거리에 하고 나서 치우지 않는 개주인 때문에 길거리 다니다가 가끔 눈쌀을 찌프릴 때가 있어요. 그리고 개를 묶지 않고 다니는 주인들 때문에 가끔 가다가 엄청나게 놀란 적도 있고요. 전 그래서 큰 개들은 싫어합니다. 심지어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진도개가 이웃을 물어서 소송을 당하기도 했지요. 개판인 세상이니 개나 사람이나 정신 차려야 하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2.22 15:11
    No. 2

    아니, 화장실에 수챗구멍이 없다니....... 설마요? ....아, 화장실에선 그저 볼일만 보게 만들어 둔 모양입니다. 아무튼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득시글하는 세상입죠^^ 홍 선생님 정성 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6.06.04 06:49
    No. 3

    잘 읽고 갑니다~~^^
    천천히 소화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6.04 08:09
    No. 4

    앗! 갓바치님,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복 받으시기를.......*^^*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걱정꾸러기의 걱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새아미의 혼잣말(음식전쟁/저주받은 사진관/ 또 다른 세계) +4 15.11.15 212 0 -
27 25. 혼잣말을 마치며 +2 15.11.08 225 10 3쪽
26 24. 실어증 작전 15.11.08 246 8 9쪽
25 23. 뉴스에서 15.11.08 134 7 2쪽
24 22. 꿈같은 현실 15.11.08 173 7 3쪽
23 21. 꿈에 15.11.08 208 7 1쪽
22 20. 별똥별인가, 외계인인가 15.11.03 267 5 4쪽
21 19. 걱정과 군것질 15.11.01 327 5 5쪽
20 18. 은별이 15.10.30 241 5 5쪽
19 17. 언니의 아기 15.10.30 188 4 2쪽
18 16. 민들레 아파트에서 15.10.20 266 4 5쪽
17 15. 혼자 있을 때 15.10.16 181 6 8쪽
16 14. 결혼 축하합니다! +6 15.10.13 307 6 6쪽
15 13. 소풍 15.10.07 172 6 4쪽
14 12. 엄마의 외출 +2 15.10.06 217 6 4쪽
13 11. 별똥별 이야기 +2 15.10.05 324 5 8쪽
12 10. 불쌍한 가짜 15.10.04 178 5 7쪽
11 9. 꽃집 하나봐 +2 15.10.02 199 8 5쪽
10 8. 비밀 이야기 +4 15.09.30 324 8 8쪽
9 7. 꿈같은 방 +2 15.09.25 267 9 9쪽
8 6. 생각하는 갈대 +8 15.09.23 314 12 8쪽
7 5. 세랑이는 새침데기 +3 15.09.17 267 8 5쪽
6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5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2) +10 15.09.15 426 10 11쪽
»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2 9 10쪽
3 2. 뚱뚱보 푸들아가씨 뽀미 +2 15.09.09 310 11 7쪽
2 1. 걱정꾸러기 +5 15.09.08 306 13 8쪽
1 0. 누군가의 혼잣말 +8 15.09.08 543 2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