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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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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096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09.09 10:45
조회
309
추천
11
글자
7쪽

2. 뚱뚱보 푸들아가씨 뽀미

DUMMY

봄이면 진주반지색깔 찔레꽃 울타리에 싸여 있어서 집인지 꽃동산인지 알아보기 힘든 외딴집. 여름에는 산호빛깔 산딸기 울타리가 되곤 하는 외딴집. 여섯 살짜리 금별이가 이 외딴집에 살았습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함박눈색깔 푸들 뽀미랑 함께 말이지요. 아차차, 마당 한 모퉁이엔 진돗개 두산이와 발발이 뽀동이도 살았고요. 집 안팎 비어있는 자리마다 돌아다니면서 온통 그림을 그려대는 할머니··· 하이고 그래요. 금별이의 외할머닌 바로 화가이시고요. 할아버지는 그냥 농사지으시고요. 근데요, 할아버지는 틈만 나시면 식구들을 태우고 여행하는 게 취미시랍니다. 아무튼 할아버지와의 여행 이야기는 다음 장으로 미루고, 일단은 뽀미 이야기부터 먼저 하지요.


뽀미는 사람 이불 속에서 자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할머니가 애견센터에서 사 오셨던 딸기무늬의 예쁜 집은요, 그 바람에 툭하면 왕따를 당한답니다. 뿐만이 아니었어요. 뽀미는 할머니의 베개까지 슬쩍 차지하고서 넉살좋게 코를 골기도 했습니다.


“아이고오 뽀미야, 딸기무늬 예쁜 집은 어쩌고 또 외박이냐?”


할머니가 뽀미의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하십니다.


“아이구우, 뽀미가 내 베개로구나.”


그러면서 할머니가 뽀미의 등을 지그시 베고 누워도, 뽀미는 자는 척 눈을 꼭 감은 채로 콜콜 코까지 골아대며 꿈나라로 내빼지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베개를 꺼내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애완견 다이어트 법’을 아시긴 하지만 뽀미한테는 실패했지요. 뽀미는 사람의 식사시간 때마다 입맛을 다셨는데, 할머니가 즐기시는 커피에까지도 환장하고 덤벼들었습니다. 하지만, “안 돼, 안 된단 말이야,” 하시면서도 뽀미가 달라는 족족 요것조것 챙겨 먹인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는 그렇다 치고요, 아무리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뽀동이가 별의별 애교로 꼬셔도 마당에는 숫제 나가지 않는 뽀미. 금별이가 “뚱순아, 노올자.” 하고 막 놀려대도 못들은 척 귀를 닫아버리는, 드디어 운동부족까지 겹쳐 누가 봐도 ‘뚱뚱보 푸들아가씨’가 되어버린 뽀미. 그 뽀미가 애완견 센터에서 첫 결혼을 했는데요, 결혼 후 할머니는 가끔씩 뽀미의 배를 쓰다듬으며 머리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애당초 뚱순이라 그런지 표도 안 난다.”


할머니는 이불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살기는 하시지만, 가끔씩 가구들의 위치를 요리조리 바꾸는 변덕을 부렸습니다. 변덕쟁이 할머니냐고요? 그런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덕분에 원래는 아래가 반닫이 옷장이고 위가 이불장이었던 이층장이 말이죠, 어느 날 갑자기 옆으로 나란히 방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어느덧 바깥에서는 속살속살 새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겨우내 방바닥에다 이불을 펼쳐놓은 채로 살던 할머니는 모처럼만에 방 정리를 시작했는데요. 천방지축 이불 위를 뒹구는 뽀미를 밀치며 할머니가 “이불장에 넣어야지.” 하고는 이불을 개키기 시작한 거죠. 그러자 뽀미가 재빨리 이불장에 들어가더니 떡 버티고 앉아버리지 뭡니까. 할머니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뽀미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지요.


“할머니, 뽀미가 이불장을 자기 집 할라고 그래.”


금별이가 뽀미의 말을 전했습니다.


“문이 닫혔다간 숨이 막히겠네······”


할머니는 이불을 도로 펼치고는 이불장 문 사이에 종이를 끼워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뽀미의 눈치를 살폈지요.


“너를 넣는다는 게 아니었어. 이불을 넣는다는 거였지.”


그러다가 할머니는 아차, 하고 놀라며 금별이를 보았습니다.


“별똥별, 뽀미가 조기서 아길 낳을라나 보다.”


“아기? 아이 좋아.”


금별이가 짝짝 손뼉 쳤습니다.


“그런데, 이불장에다 낳는 건 너무하잖니?”


그래서 결국 이불장이 뽀미의 ‘아기 낳는 방’으로 둔갑하게 되었는데요.

할머니는 “운명이로구나.” 하시고는 뽀미의 자리를 봐 주려고 이불장에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요, 할머니는 금세 악! 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흰자위만 가득 보이도록 눈동자를 싸악 숨기며 쌕쌕거린다싶던 뽀미가 갑자기 할머니 손가락을 깨물어버린 거였습니다.

아 물론, 할머니의 손가락에선 대번에 피가 주루룩 흘렀고요.


“요년! 어디 두고 보자!”


할머니도 이를 물고 뽀미를 노려보셨지만, 하지만 뽀미는 할머니의 말이 진심이 아니란 걸 빤히 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뽀미는 깜장구슬 눈망울로, 다만 할머니의 상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만 있었으니까요.


금별이가 뽀미의 마음을 할머니에게 전달했습니다.


“요기서 아기 낳을 거니까, 아무도 오지 마세요. 다쳐!”


“알았다, 알았어.”


할머니는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뽀미가 새끼 낳으려나 봐요. 모두 나가라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금별이를 차에 태우고 이마트에 간 사이 뽀미는 혼자서 다섯 마리나 되는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아니 이럴 수가! 다섯 중에 네 마리는 영락없는 뽀동이라니.


“언제 바람을 피웠구나?”


할머니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혀를 끌끌 찼지요. 그러는 한편 뽀동이에게 막 야단쳤습니다.


“요놈의 바람둥이!”


그 며칠 후에 할머니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절대로, 방안에까지 개판 만들 수는 없어.”


그리고 결심에 결심을 다졌습니다.


“발발이를 방에서 키우다니, 안 돼, 안 돼, 절대로 안 될 말이야.”


금별이가 머리를 갸웃거렸습니다.


“발발이? 방안까지 개판? 할머니, 방안··· 개판이 뭐야?”


“응, 별똥별아, 방안은 사람이 사는 판이고, 마당은 개가 사는 판이거든.”


“뽀미는 그럼 사람이야? 뽀미 아가들은 개고?”


“아이고 별똥별! 뽀미도 개는 개란다. ···그러니까 뽀미도 같이 마당으로 이사 보내는 거야.”


“참말? 할머니, 진짜로 뽀미가 개야?”


“자기가 사람인 줄로 아는, 그래그래, 자기가 갠 줄 모르는 개란다.”


할머니는 결국, 뽀미가 화장실 간 틈에 아가들을 한꺼번에 싸안았고, 그리고 마당 한 구석 자그마한 집으로 데려갔어요. 그럴 때 뽀미는 할머니가 자기 아가들을 어쩔까봐 허겁지겁 따라왔습니다. 널따란, 멋진 울타리를 친, 단독주택으로 말이지요.


그 뒤, 할머니는 가슴이 쓰리다고 하시면서 뽀미의 까만 눈동자를 슬금슬금 피해 다녔습니다. 날마다 뽀미네 단독주택을 들여다보며 금별이도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뽀미는 오직 아가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비바람도 천둥소리도, 번갯불도, 모두 견뎌냈지요. 끽소리 없이 젖을 먹이고 아가들의 똥오줌을 핥아먹고, 아가들의 몸 구석구석을 혓바닥으로 닦아주며 외로움을 달랬지요. 그러다가 뽀미는요, 아가들이 태어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갈 때에야 비로소 슬픈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툭하면 자기 단독주택 울타리를 부여잡고 낑낑거리면서 사람 사는 집으로 들여 달라고 애원하게 되었던 거죠.


그 후 발발이들을 이집 저집에 보내버리고 다시 혼자 된 뽀미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별이 언니랑 여행도 참 많이 다녔습니다.

꾸미기_가을_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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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8. 은별이 15.10.30 241 5 5쪽
19 17. 언니의 아기 15.10.30 187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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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3. 소풍 15.10.07 172 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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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0. 불쌍한 가짜 15.10.04 178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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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8. 비밀 이야기 +4 15.09.30 324 8 8쪽
9 7. 꿈같은 방 +2 15.09.25 267 9 9쪽
8 6. 생각하는 갈대 +8 15.09.23 314 12 8쪽
7 5. 세랑이는 새침데기 +3 15.09.17 267 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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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1 9 10쪽
» 2. 뚱뚱보 푸들아가씨 뽀미 +2 15.09.09 310 11 7쪽
2 1. 걱정꾸러기 +5 15.09.08 305 13 8쪽
1 0. 누군가의 혼잣말 +8 15.09.08 541 2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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