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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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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15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0.16 23:13
조회
181
추천
6
글자
8쪽

15. 혼자 있을 때

DUMMY

“별아, 백화점 사람들이 생일파티를 열어준다네···. 우리 금별 덕분에 내 생일이 소문 다 났지 뭐야.”

아무리 늦다하여도 여덟 시엔 꼭꼭 퇴근하곤 하던 금보라 씨가 집으로 들어와야 할 시간에 달랑 전화만 하는 거였습니다.

‘백화점 사람들이 아니라 진정제 선생님이시겠징.’

“미리 전화하시지, 왜 이제야 해? 놀러 가지도 못 했잖아요?”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온 걸 모르고 내내 찾다가 까먹었어.”

“뭘 까먹었다고요?”

“핸드폰, 아니, 우리 별이한테 전화하는 거.”

‘에구구, 앞뒤가 착착 들어맞는 변명?’

“그럼, 지금은 뭘루 전화 하시는데요?”

“한복집 아줌마 전화로 하는 거야.”

‘우리 선생님 전환 아니고?’

그런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보지도 않고 함부로 의심하는 건 나쁜 버릇이니까요.

“어쩔 수, 어쩔 수 없지 뭐. 엄마, 내 걱정 말고 신나게 생일파티 하고 오세요.”


‘히힛! 우리 새침데기 금보라 여사님, 척하면 착이라고, 다 안다고용. 그래용, 별이는 그냥저냥 ’몽땅 내 사랑‘이나 보다가 꿈나라로 가겠습니다용. 하나 밖에 없는 딸일랑은 쏙 빼놓고 끝까지 별이 언니 흉내 내시면서 멋진 생일 파티 하시와용. 하필이면 외삼촌도 미팅인지 소개팅인지 가고 없는 토요일 밤에······.’

시트콤을 보다가 그도 시들해져서 텔레비전을 꺼버린 금별이는 손담비 ‘토요일 밤에’를 흥얼거렸습니다.

“토요일 밤에, 바로 그 날에, 토요일 밤에 떠나간 그대, 이 슬픈 노래가 날 울려, 울려, 널 생각하면서 난 불러, 불러,······사랑한단 말은 필요 없잖아 너에 곁에 내가 살아 숨 쉬는데, 매정하게 나를 떠나간 너를 그리움에 지쳐 다시 목이 메어와······”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잠자리에 들 시간을 넘긴 금별이는 하품을 늘어지게 했습니다. 외롭지 않은 척 애쓰고 있는 언니가 너무 안쓰러운지, 세랑이도 아가들한테 젖을 물린 채 자는 척했습니다.


“또르륵, 똘또르르륵~”

밤 아홉 시 조금 넘어 있는 시각에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외삼촌인가 엄마신가, 그냥 번호 누르고 들어오시지, 새삼스레 벨은 왜? 아무튼 잘됐다, 이제 자야징.’

금별이는 하품을 하다말고 문을 땄습니다. 근데, 웬 여자가 불쑥 들어서는 거지 뭐예요.

‘이 밤중에?’

금별이는 기절 한 발 앞에 딱 마주쳐서 얼떨떨해졌습니다. 세랑이도 등공예수족관 밑에서 팔짝 뛰어나오더니 아르릉거립니다. 아가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세랑이는 자기 집 앞에서만 잔뜩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누, 누구세요?”

낯모를 그 여자는 아무 대답도 없이 이 방 저 방 펄쩍, 펄쩍, 베란다에도 기웃거렸다가 욕실문도 열어보았다가, 맨 마지막에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머리를 벅벅 헝클어대는 거였지요. 눈동자만 오락가락하고 있던 세랑이도 다시 아가들한테 들어가 앉았습니다. 하지만 금별이는 아무데도 앉을 수가 없습니다.

‘어디서 봤더라?’

“어딜 갔니?”

“누가요?”

여기저기 이 구석 저 구석 뒤져도 찾던 걸 못 찾았는지, 여자가 갑자기 머리를 발딱 쳐들고 배시시 웃었어요. 그 모양이 어찌나 무섭고 끔찍한지, 금별이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요.

‘뺑 돌았나봐. 문을 괜히 따줬어.’

하지만 무서운 기분은 잠깐이었습니다. 여자가 아주 상냥하게 다가들며 그랬거든요.

“나, 1007호에 살어. 네 담임선생님이 우리 정제 씨지, 그치? 넌 이름이 뭐, 유치하게 금별이라고 했던가?”

순간 금별이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사이버공간의 사이버인간처럼 딱딱한 얼굴로 고개만 까닥였어요. 언젠가 벽에 머리를 부딪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랄까요.

‘무지개만화동산··· 바로 그 언니···?’

금별이는 드디어 알아챘어요. 진정제 선생님께 무테안경을 선물한 그 언니. 그러고 보니 아주 모르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우리 정제 씨는 널 금별이라고 그러더라. 왜 하필 이름 끝에다가 별을 다는가 싶었더니 말이야, 네가 우리 은별이랑 닮았기 때문이란 걸 알겠어. 그렇다고 촌스럽게. 아무 이름에나 별을 다냐?”

금별이는 ‘이 언니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아니에요, 나, 별이 맞아요.”

“요게?”

윤은비가 이를 드러내는성싶더니 눈도 부릅떴습니다. 금방 한 대 칠 기색입니다.

“너까지 사람을 놀리니?”

“아 아뇨···.”

그러자 윤은비는 금방 또 슬픈 표정이 됩니다.

“지금 우리 정제 씨, 아니, 너희 선생님···. 병원에 있거든. 근데 자꾸 보라 씨를 찾지 뭐니? 물보라던가, 금보라던가··· 야, 엄마 어디 가셨니?”

금별이의 가슴에서 또 철렁 소리가 납니다.

“어디요? 어느 병원인데요?”

금별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오는 대로 말했어요.

“우리 엄만 오늘 야근이에요. 병원엔 제가 대신 감 안 될까요?”

막 그러면서 윤은비에게 매달렸어요. 그러자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은비가 금별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야근은 무슨···, 얘, 괜찮겠니?”

“그럼요, 그럼요, 괜찮고말고요.”

“괜찮거나 말거나 난 바빠!”

“그럼 나랑 빨리 가면 되잖아요? 어서요 언니!”

“얘, 암만 그래도 밤이 너무 늦었잖니? 엄마가 오시면 놀라실 거 아니니?”

“에그~ 그야 뭐 쪽지를 남겨놓으면 되지 않을까요?”

금별이는 마구 졸랐습니다.

“시간 없어!”

윤은비, 찬바람을 일으키며 저 혼자 씽하니 나갑니다.

그 통에 금별이는 엄마에게 쪽지를 남길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따라 나갑니다. ‘가지 마!’ 하고 세랑이가 큰소리로 짖었지만 세랑이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금별이는 나가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병원부터 갔다가 엄마한테 전활 거는 거야.’


노란 택시를 세운 윤은비는 택시에 오르면서 운전기사에게 말했습니다.

“안성까지 가요, 아저씨.”

금별이도 덩달아 말했습니다.

“빨리 가주세요, 아저씨!”

‘선생님이 안성엔 왜 가셨지? 하필 우리 외갓집 동네에서 교통사고가 날 게 뭐람.··· 엄마랑 생일파티 하고 계실거란 내 짐작이 빗나간 거야, 참내···.’

별의별 복잡한 생각에 금별이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한 시간 쯤 지나자 안성에 거의 다 온 것 같았습니다.

금별이의 오마조마한 마음을 눈치 챘는지 윤은비가 핸드폰을 끄집어냈습니다. 핸드폰을 톡톡 치면서 자기 귀를 금별이의 뺨에 바짝 갖다 댔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이지요.

“왜, 엄마 오셨을까봐? 아참, 아직 안 오셨어도 전화 할 수 있는 걸 깜박했네. 엄마 핸드폰 번호 불러봐. 내가 걸어줄게.”

“아이참, 엄마 핸드폰은 집에 있는 걸요?”

“그럼 그냥 집 전화 불러봐.”

“그러죠 뭐. 이육이에 일칠···.”

“그럼 지역번호 공삼일을 넣고···.”

윤은비는 금별이가 불러주는 대로 번호를 다 누르고는

“됐다. 입력 끝이야.”

하더니 아까보다 더 크게 입을 벌리며 활짝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가벼운 손가락 장단으로 단축 저장을 한 뒤에야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가 한참 갔는데도 저쪽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아직 안 들어오셨을 걸? 근데, 참말로 백화점 친구들이랑 생일파티?’

그 순간, 윤은비가 갑자기 험악한 표정이 되다가말고 억지로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슬며시 웃었어요.

“벌써 들어오셨을 리가 없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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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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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2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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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걱정꾸러기 +5 15.09.08 306 13 8쪽
1 0. 누군가의 혼잣말 +8 15.09.08 543 2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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