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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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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00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0.20 07:11
조회
265
추천
4
글자
5쪽

16. 민들레 아파트에서

DUMMY

윤은비는 민들레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민들레고 장미고 간에, 근처에 있어야 할 병원이 없습니다.

‘병원 어디 갔지?’

금별이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병원이 어디에요?”

윤은비가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응, 친구 아파트야. 잠깐 볼일이 있어서···.”

“그렇담, 저는 밖에 있을께요. 얼른 다녀오세요.”

“얘 좀 봐.”

윤은비 얼굴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납치당함 어쩔라고? 화장실도 가야잖니?”

그 얼굴에 어린애를 걱정하는 빛이 뚜렷하였습니다. 순간, 어떤 생각이 금별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설마, 납치범이 납치 걱정 할라고?’

오줌이 마려운 참이기도 해서, 금별이는 윤은비를 따라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경비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작은 아파트.

3층 계단을 올라 아파트 문을 연 윤은비는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중얼거렸습니다.

“혼자 사는 아파트라 요렇게 초라해.”

혼자 산다 해도 친구 아파트라고 했었지 싶어, 금별이는 아파트 안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런데 아무 기척이 없었지요.

“친구는요?”

그 순간 윤은비가 금별이를 화장실로 밀어붙였습니다.

“얼른 갔다 와.”

어쩐지 으스스한 기운, 얼음 알갱이가 몸에 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윤은비가 화장실 문을 딸깍 잠가버리는 거였습니다.

그렇지만 금별이는 별 걱정은 안 했습니다.

화장실 문을 잠그는 매너야 뭐 오히려 숙녀의 얌전한 행실에 속하니까요.


금별이는 화장실 안에서 밖을 향해 똑똑, 노크했습니다.

윤은비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에구머니나, 윤은비 언니가 갑자기 악마로 둔갑한 모양입니다.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묶어서는 뱅뱅 틀어 올리고, 양쪽 다 빨간 뿔토끼 머리핀을 꽂은 윤은비, 머리에 빨간 뿔이 달린 도깨비가 진짜 악마처럼 송곳니를 드러내며 히히히, 웃습니다. 금별이의 머릿속으로 별의별 사진이 휭휭 스쳤습니다. 삼촌이랑 몰래 본 영화에 나타났던 뱀파이어가 종잇장처럼 하얀 얼굴로 덤벼드는 그림, 우둘툴툴 가시가 돋은 방망이를 들고 “금을 주랴? 은을 주랴?”하고 하나도 받고 싶지 않은 선심을 쓰던 도깨비들이 핑핑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악마도 귀신도 아닌 사람이라니,

사람이 무섭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머리에 빨간 뿔 달린 괴물이, 아니 윤은비가, 손바닥을 펼치더니 금별이의 입을 턱 막았습니다. 그리고는 침대머리로 끌고 갔습니다. 금별이의 손을 뒤로 하여 꽁꽁 묶은 다음에 발은 한쪽만 묶어서는 끈을 길게 하여 침대 다리에 동여맸습니다. 침대의 뭉툭한 다리에는 처음부터 긴 띠가 묶여져 있었던 거죠.


끈의 재료는 이러합니다. 티셔츠, 트레이닝바지, 몇 가닥으로 찢은 이불 껍데기, 하다못해 스타킹까지··· 뱀파이어, 아니 도깨비, 아니 악마, 아니 괴물, 아니 윤은비는 그것들을 일일이 찢고 자르고 꿰매어 끈으로 만들어두었던 모양입니다. 혹 장난인가 하였었는데,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치밀합니다. 한밤중에 금별이네 초인종을 누를 때부터 생긴 일이 모두가 계획표대로였던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자, 금별이는 소름이 쪽 돋았습니다. 너무나 무서운 바람에 기절할 것만 같습니다.


괴물은 금별이를 단단히 묶어놓고는 또 뱅글뱅글 웃습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마스크로 금별이의 입을 틀어막습니다. 마스크가 입에 꼭 맞는 것이 기가 찰 노릇인데, 마스크 바깥쪽엔 녹색 테이프까지 빈틈없이 붙여 있습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새나가지 않게끔 꼼꼼하게 신경썼나봅니다.


윤은비는 계속 웃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만화영화에 나오는 악마의 웃음 같습니다.

“우리 정제 씨가 그렇게 시시한 사람인 줄 알았니? 교통사고? 어림없어. 사실은 말이야, 지금 네 엄마하고 술 마시고 있는 거야. 내가 모를 줄 알구, 두고 봐. 확 찢어 놓을 테니··· 두고 보라굿!”

소름이 쪽 돋았습니다.


‘내가 만일 이 언니한테서 탈출하게 된다면 다시는 ‘찢어진다’는 그 낱말을 쓰지 않을 거야.’

흔히 이별이라는 걸 ‘찢어진다’라고들 하던데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찢어진다는 그 말은 무슨 종이를 찢을 때만 사용하는 게 아니던가요? 사람을 두고 찢어진다는 표현을 쓰다니, 금별이는 마치 사람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는 거 같아서 소름이 쪽 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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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8. 은별이 15.10.30 241 5 5쪽
19 17. 언니의 아기 15.10.30 187 4 2쪽
» 16. 민들레 아파트에서 15.10.20 266 4 5쪽
17 15. 혼자 있을 때 15.10.16 181 6 8쪽
16 14. 결혼 축하합니다! +6 15.10.13 307 6 6쪽
15 13. 소풍 15.10.07 172 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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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1. 별똥별 이야기 +2 15.10.05 323 5 8쪽
12 10. 불쌍한 가짜 15.10.04 178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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