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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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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17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0.02 06:32
조회
199
추천
8
글자
5쪽

9. 꽃집 하나봐

DUMMY

9. 꽃집 하나봐


근데, 운명의 장난이란 게 있긴 있나 봐요 글쎄.

진정제 아저씨가 바로 금별이네 옆집인 능금마을아파트 109동 1007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는 거예요 글쎄. 그뿐이면 말이나 하나요? 봄방학 끝나고 3학년이 되어 금별이는 또 한 번 놀랐거든요. 세상에나, 얄궂어라. 보통사람 슈퍼맨 진정제 아저씨가요, 3학년 7반, 바로 금별이네 담임선생님으로 오신 겁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별이의 가슴에서는 쿵쾅쿵쾅 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립니다. 금별이는 눈을 꼭 감은 채로 마치 외할머니처럼 ‘하느님이 점지하신 운명이야, 그렇고말고.’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아마도, 엄청 화려할거예요. 내 작전을 구경해보시라고요.’


금별이는 제 1단계 작전으로 꽃다발을 생각해냈습니다.

엄마 금보라 씨가 집에 꽃다발을 자주자주 가져오시니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 거죠. 백화점 일층에 문구류 코너의 다음다음 칸에 꽃마차 아저씨가요, 팔다 남은 꽃을 자주 금보라 씨에게 주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금별이는 전에 그 아저씨가 혹시 아빠감이 아닐까 싶어 알아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부인도 있고 아기도 있는데다가 엄마의 이상형도 아니었지요. 딸이 엄마 이상형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고 물어보시는 거여요? 다 아는 수가 있답니다. 아무튼 꽃마차 아저씨는 아니죠. 그런데도 꽃마차 아저씨는요. 툭하면 금보라 씨한테 꽃을 선물하고, 금보라 씨는 꽃을 넙죽넙죽 받아와서는 거실이랑 자기 화장대랑 심지어는 딸 방의 피아노 위에까지 꽃을 꽂아요. 어떤 날은 자기 동생 금난새 씨의 방에도 꽃을 갖다놓는데, 금난새 씨가 질색하는 거 있죠. 그럼 금보라 씨가 핀잔을 주지요.


“총각 냄새 없애려고 그런다.”


그럼 금난새 씨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하죠.


“과부 냄새나 없애라!”


이날따라 금난새 씨의 방에는 꽃이 없습니다.

만약에 꽃이 있더라도 외삼촌 냄새가 스며든 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금별입니다. 지독한 총각냄새가 온 교실에 돌아다니면 골치 아프기도 하고요. 금별이는 거실과 자기 방에 있는 꽃 중에서 싱싱한 것들만 쏙쏙 뽑아 모아 예쁜 포장지로 둘둘 말았습니다. 엄마가 깨끗이 닦아서 모아둔 빈 커피 병이 꽃병으로는 안성맞춤인데요. 금별이는 가운데가 잘록한 병을 하나 골라 가방에 넣었어요. 그렇게 꽃병이 마련되었고, 이제 학교에 가져가는 일만 남은 셈이죠.


일찌감치 학교에 도착한 금별이는 교탁에다 꽃을 장식하였고, 드디어 선생님의 반응이 시작되었어요.


“와, 이거, 꽃창포 아냐? 요건 노란 장미··· 향기가 끝내줘요··· 누구 마음일까?”


금별이가 손을 살짝 들었다 놓고는 방긋이 웃음 지었어요. 안개꽃도 덩달아 흐드러지게 웃습니다. 안개꽃에다 분필가루를 닦아내는 것 같던 선생님이 그 손가락을 꼬부려서 커다란 뿔테안경을 밀어 올렸고, 꽃에다 코를 가져다 대는 성싶더니 한참동안 눈을 감고 계셨어요. 한참 뒤 선생님이 몇 발짝 다가오셨습니다.


“금별! 봄 냄새가 교실에 가득 차서 참 좋다. 그렇지만 별아, 꽃값이 비쌀걸? 용돈을 다 털었겠구나.”


금금별은 속으로만 혀를 내두르곤 별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했어요.


“아니에요. 엄마가 선생님 갖다 드리라고 하셨어요.”

‘이런 거짓말은 뭐, 나쁘지 않을 거야··· 나중에 엄마한테 말하면 돼.’ 하고 생각하는 동안에 아이들의 눈길들이 금별의 등에 어깨에 대굴대굴 굴러다녔어요.

“엄마가 그랬어요. 3학년 내내 꽃을 책임지시겠다고요.”

“별이네 꽃집 하나봐. 참 좋겠다. 그치?”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소곤거렸어요. 선생님도 똑같은 질문을 하시네요.


“금별이네는 꽃집을 하나보다.”


금별이는 머리를 끄덕이지도, 그렇다고 옆으로 젓지도 않았어요. 더 이상 거짓말을 하는 건 아무래도 겁났던 거죠. 그리고 선생님도 친구들의 질투심을 걱정하셔서 일부러 시치미를 떼시는 게 눈에 빤히 보였거든요. 혹시 금별이가 유행병에 걸릴까봐 걱정이 되어서인지도 모르고요. 아참, 유행병이 뭐냐고요? 에고, 왕따 말이에요. 어림없어요. 금별이가 성격이 얼마나 사교적인데 왕따를 당해요? 오히려 금보라 씨가 ‘우리 별이는 지나치게 사교적’이라고 걱정하는 판이거든요. 꼬임에 빠져 납치될 징조가 보인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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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1. 별똥별 이야기 +2 15.10.05 324 5 8쪽
12 10. 불쌍한 가짜 15.10.04 178 5 7쪽
» 9. 꽃집 하나봐 +2 15.10.02 200 8 5쪽
10 8. 비밀 이야기 +4 15.09.30 325 8 8쪽
9 7. 꿈같은 방 +2 15.09.25 268 9 9쪽
8 6. 생각하는 갈대 +8 15.09.23 314 12 8쪽
7 5. 세랑이는 새침데기 +3 15.09.17 268 8 5쪽
6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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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2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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