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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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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12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09.30 20:24
조회
324
추천
8
글자
8쪽

8. 비밀 이야기

DUMMY

“내가 뭐, 큰 죄인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방에 갇힌 금별이가 막 투덜거렸습니다.


“내가 뭐, 신종플루 독감 환자라는 거야 뭐야?”


위의 이 두 줄 따옴표 안은 금별이가 억지를 부리는 소리일 뿐입니다. 하기야, 요만한 일에 감정이 상하거나 할 금별은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금별이의 또 다른 별명 하나는 앞에서 잠깐 들먹였다시피 ‘생각하는 갈대’입니다. 그렇습니다. 금별이는 자기 머리를 두드리면 통통 소리가 날 것 같이 맑은 시냇물색깔로 변신시켰습니다. 금난새 씨의 겁난 얼굴빛과 자기가 갇혀있는 방안의 난장판을 골똘히 비교하고 연구하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드디어 결론을 얻었습니다.


“문 열어! 무서!”


삼촌의 인격을 한층 높여드리느라 ‘더러워!’를 ‘무서!’로 바꿔서 소리친 건데요. 그런데요, 삼촌께서는 조카의 속도 모르고 문을 밖에서 딸가닥 잠가버렸지 뭐겠습니까.


“아무나 아빠라고 그래? 너는 그 병을 좀 고쳐야 한다. 반성하고 있어!”

‘우리아빠가 아님 왜 나하고 필이 팍 통한 거야? 좋아, 좋다고, 우리 아빠가 아니라고 쳐. 그러면, 우리 아빠는 아니라고 쳐도, 적어도 우리 엄마하고는 아주 잘 아는 사이일 거란, 이 느낌은 어쩌고? 얼마나 가까운 사이면 반말을 하시겠는가 이 말씀. 도대체, 이 생생한 느낌만은 지울 수가 없다고.’


거실에서는 진정제 씨가 금난새 씨에게 조용히 질문합니다.


“나는 별이 아빠가 되고 싶은데 말이야. 이왕이면 금별 은별을 다 가진··· 쌍둥이 아빠가 되어야겠다, 하는 결심이 서거든··· 근데 왜, 자네는 내가 별이 아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나?”


금난새 아니 겁난새 씨가 갑자기 손가락을 자기 입술에 갖다 대는 시늉을 하며 수선스럽습니다.


“쟤 아빤, 이 세상에 없는 걸로 되어있어요. 아니지··· 대기 중에 떠다니고 있지··· 우리 누나의 못 말릴 주장에 의하면 말입니다.”

“아이에게 혼동을 주는구나···.”

“오히려 그 편이 나을지도 몰라요. 좋게 말해서 아이에게 아버지에 대한 환상심리를 심어주는 셈이죠.”

“환상이라니··· 환상으로 치자면 별똥별 쪽이 더 환상인걸.”


진정제 씨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습니다.


“사람의 혼이 대기 중에 떠다닐 거란 이야기는 환상 축에 끼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군. 하지만 사실, 나는 보통의 별똥별 이야기 말고 이쪽의 별똥별 이야기가 더 궁금해. 어떻게 된 비밀인데?”

“몰라요. 우리 어머니도 모르고, 누나의 친구들도 모르고, 이건 정말이지, 며느리도 몰라··· 별똥별이 연못가에 떨어진 꿈을 꾸고 나서 저 아일 얻었다나 뭐라나···.”

“정말 환상적인 태몽이군.”

“흐흐흐, 태몽? 미혼모들은 주로 그런 태몽을 꾸는가봐?”

“아니, 누나가 어째 미혼모야? 결혼했었지 않았나?”

“했기야 했었죠.”

“그럼, 유복녀인가?”


금난새 씨는 머리를 절절 흔들었습니다.


“별똥별이라니깐요? 그러니까 이름이 금금별이잖수?”

“밤하늘, 밤하늘에 금빛별이라··· 초롱초롱 빛나는 금금별··· 후배, 나 점점 더 별이 아빠가 되고 싶은걸.”

“선배님도 참 내··· 농담 그만하세요. 싱글 신세 면하려면 결혼을 하셔야지, 어떻게 애 아빠 될 작정부터 한단 말이에요?”

“그 말이 내 말이지··· 자네하고 처남매부지간이 되고 싶다 그 말씀이야 나 원 참. 이렇게 말귀가 어두워서야.”

“선배님 애인은 어떡하고요?”

“어인 헛소문?”

“하 참,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납니까요? 캠퍼스에 좍 퍼져 있는데··· 게다가, 윤은비, 그녀는 저하고 같은 07학번입니다요.”

“윤은비가 이 진정제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

“그녀가 휴학계까지 내고 그러고 있다는 사실은 알 사람은 다 알아요. 근데 정작 선배님은 모르신다? 모른다는 그걸 절더러 믿으라고요?”

“하여간, 난 결백하다고.”

“웬 결백씩이나? 아이고 선배님, 윤은비가 뭐라고 떠들고 다니는지 알아요?”

“왜? 내 아이라도 가졌다던가?”

“호오,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군? 이미 오 개월이란 소문이던데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군. 거 뭐지? 어느 드라마에서 모자란 여자가 철석같이 믿었던 대목 말이야. 남녀가 두 손 꼭 잡고 한 침대에 누워있으면 아기가 생긴다는··· 근데, 윤은비하고 한 침대는커녕 한 방에조차 가본 적이 없는 나더러 뭐라고? 어린애들이 뽀뽀만 해도 애가 생기는 거라고 착각하는 거나 같군··· 하늘에 대고 맹세하건대, 나는 한 번도 그녀하고 잔 적이 없다고. 알겠는가?”

“그렇담, 윤은비 그녀도 별똥별 태몽을 꾼 건가?”


금별이는 문 열쇠구멍에 귀를 바싹 가져다 댔습니다. 외삼촌과 보통사람일 때의 슈퍼맨 복사판 아저씨가 하는 말이 들리다가 안 들리다가 하여서 통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별똥별 이야기가 맞는 것 같은데, 그게 또 이상합니다. 금별이가 그러고 있는 줄도 모르고 금난새 씨는 계속 알 수 없는 질문만 합니다.


“아참, 아까 그 말씀은 뭐죠? 우리 별이하고 닮은 애가 선배님 근처에 사는 모양이던데.”


조금쯤 진정된 얼굴로 진정제 씨가 머리를 끄덕입니다.


“지금 하숙집에 있는 걸··· 내가 빠져나오려는 그 하숙집 말야.”


생각과 말을 덩달아 하느라고 떠듬떠듬하는 진정제 씨의 목소리.


“그 집에 저 별이하고 똑 닮은 애가 있어. 머리모양만 다르지··· 그 애는 머리가 길거든··· 게다가 이름도 별이야. 금별이 아니라 은별··· 그러고 보니 윤은비하고 저 애하고··· 아니지, 그 애하고 뭔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윤은비, 바로 윤은비라고요? 와아, 놀라운 정보인데요?”

“그 애··· 은별이라는 그 애 말이지··· 그 애 할머니가 바로 하숙집 아주머니야.”


진정제 씨가 말을 하다말고 머리를 갸웃거립니다.


“아참, 아니지···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부르는 것 같았어. 윤은비만 아주머니 딸인 줄 알았더니···”

“윤은별, 그리고 윤은비? 자매가 틀림없는 것 같은데요?”


금난새 씨가 자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하, 그래서 선배님하고 윤은비가··· 이거, 그럴듯한데요? 은별이가 윤은비의··· 그리고 어쩌면 선배님의?”

“천만에!”


진정제 씨의 얼굴이 술 취한 얼굴로 변하더니 마치 술주정 하듯이 손을 휘휘 젓습니다.


“윤은비는 사이코야. 사이코라고··· 게다가 은별이하고 은비하고의 관계는 아주 단순할 뿐인데··· 아이고, 나도 몰라.”


금보라 씨가 커피를 날라 왔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 앉습니다.


“윤은비? 이름 예쁘네. 은별이는 누구고, 은비는 또 누구란 거야?”


두 사람 다 같이 입을 다물고, 금보라 씨도 눈을 흘깁니다.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한 거야? 내 흉 봤어?”


두 사람 똑 같이 머리를 끄덕입니다.


“둘 다 철딱서니가 없어!”


그러면서 거실을 두리번거리던 금보라 씨가 벌떡 몸을 일으킵니다.


“앨 어디다 가뒀어?”


금보라 씨가 안방 문을 열어보고 딸의 방문을 열어보고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두랑이와 세랑이가 쪼르르 달려갑니다. 끔찍한, 끔찍하기 짝이 없는 외삼촌 방 앞에서 왈왈 짖어댑니다. 둘이 똑 같이 방문을 긁으며, 똑 같이 엄마를 돌아다봅니다.


“미쳤어!”


문이 잠겼다는 걸 안 금보라 씨가 크게 외칩니다.


“문 안 따?”

‘휴우, 이제 됐어!’


금별이는 방안에서 혀를 날름하고는 다시 숨을 죽이고, 방밖에서는 별의별 괴상한 소리들이 온 거실을 춤추듯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별이가 무슨 중죄인이라고 쓰레기통에 가둬?”

“아하, 거기가 이름 하여 쓰레기통이라?”

“고차원적인 음악실이다 뭐!”

“음악실 기절하겠다.”

“진정한 음악실이란 바로 그렇게 적나라하다고.”

“잔소리 말고 열쇠나 이리 줘. 방안에 있지? 드라이버 꺼내야겠네.”

“엇 참어 누나.”

“저것 봐, 아무소리 없잖아? 참을 게 따로 있지. 돼지우리에서 숨 막혀 죽을 일 있니?”

img58F_tmp.jp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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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3 tulip642..
    작성일
    16.03.03 09:46
    No. 1

    점점 추리소설이 되는 듯하네요.
    제가 추리소설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3.03 12:15
    No. 2

    아, 저도 추리소설을 참 좋아한답니다.
    소설은 원래 추리적이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도 하답니다.
    홍선생님, 요즘 그곳 날씨는 어떤가요?
    한국은 이제 드디어 봄이 왔나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tulip642..
    작성일
    16.03.05 11:47
    No. 3

    올해 이곳에는 눈같은 눈은 딱 한 번 왔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계절보다 3, 4주 앞서갑니다. 난방비가 줄어 들어 좋기는 한데 망가진 기후로 엄청난 재해가 올 것을 생각하니 정말 걱정이 됩니다. 지금 미국은 대통령 후보 선거 열기로 시끌시끌합니다. 미국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될지... 자라나는 세대와 젊은 세대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칠 정치를 생각하면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어요. 이 나라의 african american 들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치를 잘 모르는 문외한으로서 걱정만 앞서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3.05 15:41
    No. 4

    아, 그렇군요. 선생님의 이 댓글을 읽으니 미국이 바로 옆에 있는 것만 같이 훤해지는군요^^ 감사합니다. 앗! 오늘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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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비밀 이야기 +4 15.09.30 325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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