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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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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10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09.25 14:12
조회
267
추천
9
글자
9쪽

7. 꿈같은 방

DUMMY

봄방학이 끝나려면 사흘은 남았을 때였습니다.

외삼촌 금난새 씨가 웬 키다리 뿔테안경 아저씨를 데려왔습니다. 슈퍼맨이 보통사람으로 둔갑했을 때의 모습과 아주 많이 닮은 그 아저씨 이름은 진정제. 외삼촌의 대학 선배님이시랍니다. 그런데 진정제 씨는 금별이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뜸 그랬습니다.


“너, 여긴 언제 왔니?”


진정제 씨의 그 말에 어리둥절해진 금별이는 엄마를 돌아보았습니다.


“여기 내내 있었잖아?”


어리둥절하기는 금보라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별이를 어디 다른 데서 보았던 모양이지?”


무언가를 한참이나 생각하던 진정제 씨가 자기 머리를 슥, 스윽 긁었습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손뼉을 딱 소리 나게 쳤습니다.


“으아, 네가 바로 그 유명한 별똥별이구나?”


진정제 씨는 금별이의 눈과 자기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살짝 구부렸습니다.


“무슨 유명씩이나?”


금보라 씨가 토라지는 얼굴표정을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뿔테안경 보통사람 슈퍼맨아저씨와 금별이 사이에 찬바람을 불어넣었던 거죠. 그렇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금별이는 그만 진정제 아저씨에게 폭 빠지고 말았습니다. 직사각 커다란 뿔테안경의 보통사람 슈퍼맨 아저씨가 ‘별똥별’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자마자 금별의 마음에 마술이 걸린 거죠. 금별은 속으로만 외쳤습니다. ‘우와, 우리 아빠다’ 하고요. 금별이는 생각이란 구슬을 요리조리 꿰어 맞추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빠가 아니라면 어떻게 별똥별 이야기를 알 수 있나 이 말씀. 할머니 할아버지만 즐겨 쓰시는 그 별명이 어떻게 금방 터져 나오는가 그 말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금별이의 가슴에서 종소리가 나더니 ‘나는 참말 쌍둥이 별똥별인 모양이네. 나랑 똑 같이 생긴 아이가 진짜 있는 모양이네.’ 하고 궁금증이 모락모락 일었습니다. 금별은 아저씨에게 조르듯 물었습니다.


“다른 별똥별은 어디서 보셨어요? 나랑 똑 같이 생겼어요?”


두랑이가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며칠 전부터 같이 살게 된 세랑이도 바른대로 말하라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하하, 너는 네가 별똥별이란 걸 신기하게도 알고 있구나. 그 애는 도통 그런 걸 모르는데···”


그 말에 금별이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입니다. 이 아저씨가 그저 별똥별이란 걸 좋아하는지, 그 애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눈앞의 이 애를 좋아하는지 분간이 안 되었습니다.


‘그럼 이 보통사람 슈퍼맨 아저씨는 우리 아빠는 아니란 말이지? 그럼 나는 도대체 누구야?’

“쌍둥이처럼 닮았어요? 나하고 같이 떨어졌어요?”


금별이의 머릿속이 매 맞은 팽이처럼 돌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시던 것이 모두 참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별똥별이라니, 그게 어떻게 사람일 수가 있는가 싶어 설마 하였는데, 보통사람 슈퍼맨 아저씨의 말을 듣다가 보니 불쑥 이야기의 앞뒤 질서가 잡히지 뭡니까.


‘만약에, 저 머나먼 외계에서 우주선을 타고 왔다면, 그 우주선에서 쌍둥이가 캡슐인가 뭔가 하는 물건을 타고 이 지구를 향해 던져졌다면, 그렇다면 진짜 있을 수도 있는 일이야.’


갑자기 금보라 씨가 딸의 그런 공상을 깨어버립니다.


“아이한테 쓸데없는 소릴!”

‘그렇다면?’


금별은 엄마를 홱 돌아봅니다. 찬바람을 쌩쌩 일으키던 금보라 씨가 딸의 눈을 얼른 피합니다. 금별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덜컥합니다. 뭔가 어둡고 무서운 것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쌍둥이 형제 말고는 아무도 내 동족이 없단 말이지?’


아빠가 없어서 고민하던 참에, 엄마까지 친엄마가 아니라면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그런 일을 밝힌다는 일이 너무 무섭기도 합니다. 금별은 머리를 세차게 흔듭니다.


“아니죠? 난 별똥별이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날 낳았다고요.”

“하하! 미안하다. 넌 네 엄마 딸인 걸 내가 착각했구나.”


진정제 씨가 부랴부랴 사과하고 진정제 씨의 그 말에 금보라 씨도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타러 주방으로 갔습니다. 두랑이도 세랑이도 각각 외삼촌하고 금별이 앞에 얌전히 엎드렸습니다.

그런데요, 보통사람 슈퍼맨 복사판 진정제 씨는, 보기만 하여도 깨물고 싶도록 사랑스러운 자기 딸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금별이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퍼붓고 있더니, 기어이 금별이를 덥석 안아 올렸습니다. 그걸 보고 두랑이 세랑이가 한꺼번에 왈왈 짖었습니다. 진정제 씨 바지 가랑이를 물고 당기고 야단법석을 쳤습니다. 진정제 씨가 자기들 언니를 때릴 거라고 오해했던 거죠.


진정제 씨는 두랑이 세랑이가 덤벼들거나 말거나 뿔테안경 저 편의 부리부리한 눈으로 금별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금별이는 어느새 별똥별 이야기를 싹 잊어버렸습니다. 대신에 눈 딱 감고 어떤 느낌을 스냅사진으로 팍 찍어 자기 머릿속 앨범에다 붙여버립니다. ‘우리 언니 살려라,’ ‘우리 언니 살려내라’ 하는 두랑이와 세랑이의 아우성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말이죠.


참말이지, 금별이는 자기 머리가 그렇게 마우스도 없이 척척 돌아가 제멋대로 아빠의 증명사진을 입력할 줄은 자기도 미처 생각 못한 일이었어요. 어디 그뿐이겠어요? 금별이의 머리는 한 장의 사진으로 아로새긴 그 느낌이 어디로 달아날세라 얼른 진정제 씨의 귀에다가 불어넣도록 재촉까지 한 것이지 뭡니까?


“별이 아빠죠?”


이크, 목소리가 너무 컸나? 하고 뉘우쳤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습니다. 겁난새, 아니 금난새 씨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금별이를 탁 낚아챘거든요.


“꿈꾸고 있냐?”

‘꿈이라고요? 꿈을 꾸고 있었다니요?’


하지만 꿈이 아니었습니다. 막무가내 독재자 겁난새 씨가요.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조카 금금별이를 부랴부랴 방에다 몰아넣었는데요, 하필이면 별이 방이 아니고 자기 방으로 몰아넣었는데요, 분명 꿈은 아니었습니다.

꿈이면 딱 좋겠다는 느낌이 드는 방이었지요.

지독하게 심심해서 미칠 것만 같은, 뭔가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그런 현실이었던 거죠.

해리가 마법학교에 입학하여 자기 적성도 아닌 반에 편성되어 황당한 일을 당하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1편 상권을 보는 것 같았어요.

빗자루를 타고 씽씽 날아다니는 요정도 아니고 요술쟁이들도 아니고, 아무리 눈을 닦고 보아도 그저 보통아이들 같은 마법학교 입학생인 덜떨어진 후보 마법사들이, 마법을 배우기도 전에 온 방구석을 별의별 악보들로 어질러놓고는 한 장이라도 만졌다가는 큰일이 나는, 못 말릴, 도저히 못 말릴 방에 금별이가 갇혀버린 거죠.

언젠가, 엄마가 삼촌의 악보들을 정리해놓았다가 난리벼락을 맞은 적이 있는데요.

아휴, 그 생각만 하면 금별이는 지금도 머리가 지끈지끈 쑤신답니다.

금난새 씨는 자기 누나가 차곡차곡 챙겨놓은 악보들을 다시 뒤죽박죽 흩어 픽픽 날려서, 책더미 위에 한 장, 컴퓨터 위에 두 장, 의자 밑에 대여섯 장, 대강대강 한 뭉치를 챙겨서는 서랍에 쑤셔 넣는 게 일이었지요. 그게 제대로 챙기는 거라니 참내··· 그런데 그런저런 일을 치는 동안에, 금난새 씨의 얼굴이 애꾸눈 부엉이가 되다가, 입안에 항상 바람 같은 걸 넣고 다녀서 입하고 배하고 분간을 할 수가 없는 복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뿔 하나짜리 도깨비가 혹 하나짜리 착한 혹부리 할아버지의 혹을 금돈 은돈 한 자루 가득 챙겨주기까지 하며 떼어줬던 이야기 아시죠? 그때 도깨비는 그 혹이 노래를 못하는 벙어리 혹이라는 걸 알고는 붉으락푸르락해지던 끝에 저도 모르게 쌍뿔 도깨비로 변했고요. 그것도 모르고 혹 떼어가고 재물 가득 달라고 찾아온 욕심쟁이 혹부리 할아버지를, 그 혹부리가 이 혹부리 아닌 것도 모르고 ‘옛다, 도로 가져가거라.’ 하고는 벼락같이 혹을 더 붙여줘서, 욕심은 많아도 그나마 외혹부리던 할아버지를 단번에 쌍혹부리 할아버지로 만들어버린 그 도깨비얼굴로 변해서는, 겁난새, 아니 금난새 씨가 왜가리소리를 왝, 왝, 질러대었지요.


그 뒤로 금별이 삼촌, 못 말리는 금난새 씨의 방은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었는데요.··· 그렇습니다. 금난새 씨는 자기 하나 밖에 없는 조카를 자기 누나 금보라 씨의 말대로 ‘세상에 둘도 없을 신경질을 빽빽 내는 바람에 언제나 쓰레기통이 되어있는’ 그 끔찍한 방에 밀어 넣었다는 말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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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5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2) +10 15.09.15 42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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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걱정꾸러기 +5 15.09.08 306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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