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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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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099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09.16 20:06
조회
254
추천
9
글자
4쪽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DUMMY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사건이 있고 몇 달 뒤 가을에, 뽀미는 또 출산을 했습니다. ‘뚱뚱보 푸들아가씨’ 뽀미는요, 이번에도 뚱순이라 새끼를 못 낳을 거라고 주장하던 애견센터 전문가의 예언을 뒤엎고요, 다행히 모두 곱슬머리 하얀 푸들 순종만 낳았습니다. 암놈만 네 마리, 그러니까 일랑이, 두랑이, 세랑이, 사랑이를 세상에 내놓은 거죠.


뼈아픈 경험을 한 산모라서 그런지, 뽀미는 새끼를 적당히 숨겨 놓고 할머니에게 목욕시켜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깨끗이 해야 바깥의 단독주택으로 쫓겨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바깥으로 쫓겨났던 일이 상처로 남은 모양이구나. 미안해, 저번엔 정말 미안했어. 하지만 걱정 마. 이번엔 마당에 안 나가도 돼.”

할머니는 뽀미를 살살 달랬습니다.

“아기 낳고 삼칠일(3×7=21일) 안에 목욕하면 뼈에 바람이 들어간단다.”

할머니가 암만 그러셔도 뽀미는 막무가내로 목욕대야 안에 들어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눈으로 말했지요.

‘엄마, 깨끗하게 씻겨주세요.’

할머니는 결국 뽀미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하기야, 서양개니까 괜찮겠지? 서양에선 출산 후에 금방 샤워도 한다니깐.”


뽀미는 목욕을 출산 일주일 만에 한 번, 또 일주일 만에 한 번 더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생각하면 너무 슬픈 일인데요, 뽀미는 두 번째 목욕을 한 다음날에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함박눈송이를 얹어놓은 것같이 예쁜 곱슬머리 사이로 흑진주 눈망울을 굴려 아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핥아주고 하더니, 잠깐 새 숨을 놓아 버렸죠. 가만히 꼽아보면요 출산한지 보름 만이었어요.


할아버지는 뽀미를 대추나무 밑에 묻으면서 말했습니다.

“뽀미야, 다음 세상에선 사람으로 태어나려무나.”

금별이는 뽀미 무덤 앞에 퍼질고 앉은 채 울음을 그치질 못했습니다. 할머니도 줄줄이 눈물을 흘리시면서 자꾸만 중얼거렸습니다.

“삼칠일 안에 목욕을 시켜서일까··· 다산을 해서일까··· 비대하면 빨리 죽는다더니 그래서일까··· 간염이었을까··· 당뇨였을까··· 제 죽을 날을 미리 알고 그리도 몸을 깨끗이 했을까? 천사처럼 깨끗하게 단장하고 죽다니···, 뽀미야··· 죽을 준비는 그렇게 하는 거냐?”


할머니는 별안간 뽀미 딸들의 유모가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분유와 젖병을 구입하여 뽀미 새끼들을 밤낮으로 보살폈는데요. 그래서인지 일랑이, 두랑이. 세랑이, 그리고 사랑이는 모두 건강하게 자라났습니다.

“세랑이가 제일 닮았네. 얼굴 생김새랑, 얌전떠는 거랑, 싫고 좋은 걸 분명히 표시하는 거랑 또 영리함이랑······ 쏙 빼닮았네.”

그렇지만 세랑이는 어미와 정 반대인 점이 딱 한 가지 있었습니다. 넷 중에 몸집이 제일 작다는 거였죠. 할머니는 가엾을 만큼 작은 세랑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하늘나라로 간 뽀미에게 말했습니다.

“뚱순이란 별명이 그토록 싫었니?”

금별이가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는 뽀미의 소망을 할머니에게 전달했습니다.

“우리 세랑이 예쁘게 키워주세요. 절대로 뚱순이는 만들지 말고요.”


그 뒤 초겨울에 금별이가 두랑이를 데리고 능금마을아파트 엄마에게로 갈 즈음, 일랑이와 사랑이도 다른 집에 보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넷 중 제일 몸집이 작은 세랑이만 데리고 살게 되었는데요, 세랑이는 얼굴이 제 어미를 쏙 빼 닮았기는 했지만 몸매는 언제까지나 날씬하고 작았답니다.

2005_05_01+016.jpg

뽀미2_~1.JPG

뽀미1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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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5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2) +10 15.09.15 426 10 11쪽
4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1 9 10쪽
3 2. 뚱뚱보 푸들아가씨 뽀미 +2 15.09.09 310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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