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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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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20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0.13 22:26
조회
307
추천
6
글자
6쪽

14. 결혼 축하합니다!

DUMMY

그 뒤 한 일주일간, 이상하게도 금보라 씨의 밤 외출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4월 9일 토요일.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생겼습니다.

“금 금 별!”

토요일이고 해서 친구들이나 만나볼까 하여 밖에 나가는 참이었던 금별이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진정제 선생님이셨죠.

“오늘이 엄마 생일이시지?”

“옙?”

금별이는 더욱 놀라서 그만 토끼눈이 되었어요.

‘아 아니, 선생님이 어떻게 나도 까먹은 엄마 생일을?’

“오늘을 넘기면 안 돼. 알겠니?”

선생님의 눈이 뿔테안경 너머에서 벙싯벙싯 웃고 있었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금별이는 달렸어요. 한달음에 달려 ‘늘푸른언덕백화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답니다. 선생님이 엄마에게 카드를 보냈다는 빅뉴스를 어서 빨리 보도해야 했으니까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엄마 생일을 축하해드려야 했으니까요.


금별이는 버스 안에서 카드 봉투를 보고 또 보고,

앞을 보고 뒤를 보고, 창밖 햇살에다 비춰보고, 별별 수선을 다 피우다가 끝내 호기심을 꿀꺽 삼켰습니다. 사실 편지란 형식에 지나지 않는 방법입니다. 이메일로 보내든가 마주치는 시간을 이용해서 눈짓으로, 아니면 텔레파시, 또는 이심전심으로··· 이메일, 텔레파시, 이심전심 등등이 어려운 말인가요?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도 전에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 보내는 아이들도 있는 요즘세상이니 뭐 이런 표현은 그다지 무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금별이는 카드 봉투에 흠집 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습니다. 그것이 예의니까요.


“아저씨, 장미꽃 서른 네 송이만 주세요. 꽃값은 월요일에 드릴게요.”

금별이가 ‘늘푸른언덕백화점’ 앞 꽃마차 아저씨께 꾸벅 절하고 그리 말한 거였어요.

“괜찮아. 천천히 줘도 상관없어. 근데 별아, 이 꽃다발 누구 갖다 줄라고? 혹시 별이 언니 생일이야?”

아저씨가 자꾸자꾸 말을 씹히자, 금별이는 얼렁뚱땅 대답했습니다.

“예에 예, 그럼, 그럼요, 울 언니 생일 맞아요.”


금별이는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2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보다 먼저 꼭대기에 도달. 3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팔짝팔짝. 4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숨을 고르느라고 오히려 얌전하게 서서, 드디어 4층 토털패션에 도착했습니다.


금보라 씨는 마침 웬 오빠한테 선물용 스카프를 골라주고 있던 참이었죠.

“요즘 미쓰들은 오히려 이런 잿빛을 좋아한답니다. 여기 이런 추상적인 무늬, 아니면 아예 무늬가 없는 걸 선호하는 편이죠.”

“줄무늬는 어떤가요?”

“아, 줄무늬, 그럼 이거 어때요?”

금보라 씨가 황금빛 줄무늬 스카프가 진열된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그 오빠와 금보라 씨 사이에 착 비집고 들어가 장미꽃다발을 높이 치켜든 금별. 금금별 마치 실로폰 울리듯 고운 목소리를 냈습니다.

“결혼, 축하합니다!”

‘아차차, 말이 헛방이야?’

그러나 자기 실수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옆사람, 옆옆사람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 뒤였습니다. 아기 옷 전문점 언니는 “고객 생겼다.”하며 웃었고, 한복가게 아주머니는 “요즘은 전통혼례가 유행이야.” 하면서 잠자리 날개 같은 한복 웨딩드레스를 펼쳐 팔랑거렸어요. 하얀 백로들이 자잘하게 수놓인 한복 웨딩드레스는 갑자기 날개를 화르르, 화르르, 펄럭이며 천장을 뚫고 날아갈 것만 같이 눈부셨죠.


덩달아 한복 웨딩드레스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 오빠는 그런데 깜박 잊고 있었다는 듯이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허~참”을 연발했습니다.

기다란 다리를 쩍 벌리고, 손을 허리에다 척 갖다 붙인 다음, 금별이를 째려보며 식식거렸습니다.

“야 임마, 남의 혼삿길 망칠라고? 근데 너 어디서 나타난 외계인이야?”

금보라 씨가 나섰습니다.

“아이구, 미안해서 어쩌나,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이러는 모양인데요, 애가 말이 잘못 나왔나 봅니다. 이해하세요. 자아, 대신에 이 스카프를 그냥 드릴게요. 정말 미안해요.”

금보라 씨가 절절 매며 그 오빠에게 양해를 구했어요. 그러자 “허헛!” 하고서 그 오빠는 “진짜로 사건 만들라고 그러십니까?” 하더니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핑하니 도망쳤다는 말씀.


아무튼, 금별이는 선생님의 생일축하 카드를 더 이상의 사건은 없이 엄마에게 전했는데요, 그런데요, 카드를 조심스레 열어본 금보라 씨 얼굴이 그 뭐랄까, 잘 익은 사과색깔로 변했지 뭡니까? 그 카드 내용이 뭐냐고요? 별 거 아닙니다.


금보라 씨 생일을 추카, 추카해. 그리고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메시지 줘. 가능하다면 이 카드를 받은 지 30분 안에···.


카드 내용이야 뭐 어쨌거나, 금보라 씨는 딸의 머리에 보슬보슬 보슬비 같은 목소리를 살살 뿌렸습니다.

“금 금 별! 이런 거 받아오면 어떡하니? 앞으론 절대로 이런 심부름 하지 마, 알겠니?”

보슬비는 점점 찬비로 변해갔어요.

“피아노 학원은 안 가니? 땡땡이치는 거야?”

금별는 속으로만 혀를 날름 했습니다.

‘아이참 금여사님두? 오늘은 토요일이라우. 토요일에 학원가는 애도 있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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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 汝江
    작성일
    15.10.17 15:45
    No. 1

    후후 그거 아시나요 요새 애들은 토요일도 학원 가야 ㅜㅜ 한다더라구요 흑흑... 금보라씨 연애사업 잘 됬으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5.10.17 18:31
    No. 2

    불쌍한 요즘 아이들...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tulip642..
    작성일
    16.03.24 05:09
    No. 3

    버스간이 맞는 건지 버스칸이 맞는 건지 외국에 오래 살아서 잘 모르겠네요.

    칸01
    「명사」
    「1」건물, 기차 안, 책장 따위에서 일정한 규격으로 둘러막아 생긴 공간.
    「2」사방을 둘러막은 그 선의 안. ≒박스「3」.
    「3」((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집의 칸살의 수효를 세는 단위.

    위에서 1번에 해당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접사」
    「1」((기간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동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이틀간/한 달간/삼십 일간.
    「2」((몇몇 명사 뒤에 붙어))‘장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대장간/외양간.
    또는 '간'의 2번에 해당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 헷갈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3.24 07:34
    No. 4

    와우! 홍 선생님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실수한 겁니다. 버스 안에서 라고 해야 했는데 ....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tulip642..
    작성일
    16.03.24 05:11
    No. 5

    연참에 참가하신다고요.
    파이팅 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3.24 08:59
    No. 6

    연참이라니요? ㅎㅎㅎㅎㅎ~ 뜬금없습니다.
    연참이 아니라, 공모전에 참여했답니다. 무협 [영웅스케치].... 메뉴 젤 위에 보이시죠?
    아직 모르셨나 봅니다. 왠지 선생님 흔적이 안 보인다 했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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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3. 소풍 15.10.07 172 6 4쪽
14 12. 엄마의 외출 +2 15.10.06 218 6 4쪽
13 11. 별똥별 이야기 +2 15.10.05 324 5 8쪽
12 10. 불쌍한 가짜 15.10.04 179 5 7쪽
11 9. 꽃집 하나봐 +2 15.10.02 200 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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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5. 세랑이는 새침데기 +3 15.09.17 268 8 5쪽
6 4. 떠날 시간을 미리 안다는 것 +5 15.09.16 255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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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할아버지와 감자칼국수 (1) +4 15.09.11 242 9 10쪽
3 2. 뚱뚱보 푸들아가씨 뽀미 +2 15.09.09 310 11 7쪽
2 1. 걱정꾸러기 +5 15.09.08 306 13 8쪽
1 0. 누군가의 혼잣말 +8 15.09.08 543 2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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