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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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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11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09.17 06:37
조회
267
추천
8
글자
5쪽

5. 세랑이는 새침데기

DUMMY

‘큰일 났다.’


세랑이는 밤톨보다 조금 큰 계란빵을 입에 물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그래요?’


‘깨물다가 이빨 다치면 어떡해요?’


‘냄새는 아주 좋은데··· 아유, 군침만 넘어가네, 이걸 어떡해?’


작은 몸매의 세랑이는 입도 작아요. 그래서 과자나 빵이나 과일을 밤톨만큼 떼어주면 ‘나, 입이 작은데?’ 하고 몸을 배배 튼답니다. 콩만큼 작게 쪼개 주어야 ‘아이 맛있어!’ 하고 아삭아삭 깨문답니다. 뽀미는 안 그랬는데 말이죠. 세랑이 엄마 뽀미는요, 수박도 잘 먹었는데요. 사람들이 하모니카 불던 수박 조각의 붉은 부분을 조금 남겨서 주면요, 뽀미는 앞발 두 개로 수박 양 귀퉁이를 딱 눌러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얌전히 붉디붉은 속만을 사각사각 갉아먹었답니다.


세랑이가 엄마보다 영리하지 못하다고요? 아니죠. 세랑이가 얼마나 똑똑한데요? 다만, 세랑이가 응석이 심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뽀미는 자기 엄마하고 같이 살지 않았으니까 자기 스스로 수박 먹는 법을 개발했던 거고요. 세랑인 금별이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틀림없는 자기 엄마 아빠로만 알았기 때문에 일어난 차이일 뿐이었죠. 그래서 먹을거리만 생기면 ‘엄마 잘라줘, 엄마 먹여줘.’ 하고 어리광을 피우는 거랍니다. 그런데요, 세랑이가 얼마나 똑똑한가 보실래요? 전화가 울리면요. 세랑이는 깨금발을 뛰며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리고는 엄마한테 갈까, 아빠에게 갈까, 엄마 전환가, 아빠 전환가 점을 치면서 갈팡질팡하지요. 그러고 있다가 좀 늦으면 전화기 가까운 곳에 계시던 아빠가 전화를 받습니다.


“아 예, 조금만 기다리세요! 세랑아, 엄마 전화 받으라고 해.”


그러면 세랑이는 거 보란 듯이 수선스레 짖으며 엄마를 전화기 있는 곳으로 몰아댑니다. 그러면 엄마는


“알았다 알았어!”


하면서 부랴부랴 전화를 받습니다. 그 재미를 붙인 세랑이는 이제, 전화만 오면 아예 엄마를 불러대고 난리를 피우지요. 재빨리 전화 왔다고 알려주는 재미로 사는 세랑이.


“머릴 좀 써 봐 어디.”


세랑이가 드디어 계란빵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부드러운 계란빵이 세랑이의 침에 못 이겨 흐물흐물 부서집니다.


‘아하! 알았다 알았어. 요렇게 먹는 거였어.’


세랑이는 계란빵에 자꾸만 침을 묻혔습니다. 계란빵은 세랑이에게 조금씩, 조금씩, 먹히다가 끝내 콩알만 해졌습니다.


‘난 요렇게 입이 작거든요!’


세랑이는 마지막 남은 계란빵을 꼴딱 삼키고는 금별이 할머니, 아니 엄마를 쳐다보았습니다.


“앞발은 어따 쓸려고 쩍 벌리고 있니? 네 어미 같았으면 처음부터 그 앞발로 빵을 떡 붙잡고 먹었을 거구만.”


하지만 뽀미가 아무리 잘했어도 어미는 어미고 새끼는 새끼죠. 세랑이에게 ‘네 엄만 요런조런 방법으로 먹었단다’하고 가르쳐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금별이 할머니는 또 한 번 계란빵을 던졌습니다.


‘아유, 나더러 어쩌라고요? 이젠 배가 불러 못 먹겠어요. 나는 입이 작지만 배도 작아요, 호호호···’


세랑이는 계란빵을 부서지지 않도록 살짝 깨물고 이 구석 저 구석 궁리를 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어디에 숨겼다가 나중에 먹으려는가 봐요. 어머나, 세랑이가 드디어 계란빵을 숨겼네요. 저 봐요, 커다란 도자기, 세랑이를 안고 있는 세랑이 엄마, 아니 금별이 할머니가 그려진 항아리 뒤에 계란빵을 숨겼네요.


‘앞발로 붙잡고 먹는 방법을 천천히 연구하고 나서 나중에 먹을래요. 그동안 아무도 내 빵을 건드리면 안 돼, 아셔요?’


금별이 할머니, 아니 엄마가 히히히 웃으면서 그랬습니다.


“그으래, 하필이면 내 자화상 뒤에 있는 거, 못 봤다, 못 봤어.”

도자기~1.JPG

그러던 어느 날, 금별이 할머니, 아니 엄마가 무슨 전시회 일로 너무 바빠지셨고요. 그 바람에 세랑이도 이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엔 좀처럼 만나기 힘들던 금별이 언니가 엄마 금보라 씨와 외삼촌 금난새 씨, 그리고 두랑이랑 같이 사는 ‘능금마을아파트 109동 1006호’에 합치게 되었으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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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세랑이는 새침데기 +3 15.09.17 268 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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