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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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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18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0.04 03:55
조회
178
추천
5
글자
7쪽

10. 불쌍한 가짜

DUMMY

금별이는 초록색깔을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2학년 한때는 엄마한테 조른 적도 있는데요.

“초록별, 초록별, 그게 좋아. 엄마, 내 이름을 금 초록별이라고 바꿔줘. 금금별, 그거보다는 훨씬 더 예쁘잖아?”

금보라 씨는 귀하디귀한 딸의 머리를 콕 쥐어박았습니다.

“아이고 이 바보야.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금색하고 초록색하고 섞어봐. 얼마나 칙칙한 색깔이 나오는데? 도대체 그런 색깔이 뭐가 좋다는 거니?”


참말 그럴듯했습니다. 그 뒤로 금별이는 다시는 자기 이름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어쩌고저쩌고하지 않았습니다. 금색에 금색을 입혀 더더욱 빛나는 별이 뭐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던 건 아니니까요. 요즘 참, 금값이 비싸다던가? 귀하다던가? 아무튼 금이 좋기는 하거든요. 금보라 씨는 백화점이 직장인데요, 백화점에서는 ‘미쓰 금’으로 통한답니다. 아무리 봐도 아가씨니까요. 가끔가다 금별이가 백화점에 들르면, 금별이는 갑자기 엄마의 조카도 되었다가 동생도 되었다가 그래요. 아무도 엄마와 딸 사이라는 걸 눈치 채지 못하는 거 같아요.



능금마을아파트 109동 1006호에는 금금별이랑, 엄마 금보라 씨랑, 그리고, 외삼촌 금난새 씨. 이렇게 셋이서만 방을 하나씩······ 아참, 빠뜨릴 뻔했네. 시골 외할머니랑 살던 두랑이하고 세랑이 말이에요. 은행알 눈을 가진 두랑이와, 유리구슬 눈을 가진 세랑이는요, 하얀 곱슬머리 푸들 자매는요. 거실이 자기네 세상이랍니다. 등공예 수족관 밑이 걔네들 집이니까요. 하지만 걔네들은 꼭 자기네 집에서 자는 것만은 아니에요. 두랑이는 곧잘 금별이의 이불 속에서 자고, 세랑이는 외삼촌 금난새 씨 이불을 좋아한답니다. 아무튼, 새침데기 세랑이랑 왈순아지매 두랑이는요, 둘 다 같은 날에 ‘미미 애견센터’에서 결혼식을 했답니다. 그런데요, 지난 3월 12일 토요일에, 세랑이만 아가를 두 녀석 낳았지 뭐예요. 그 뒤로는 등공예 어항 밑이 세랑이네 독채 집이 되고 말았는데요. 어미가 된 세랑이는 자기 새끼들 돌보기만도 벅차서 그런지 금난새 외삼촌 침대는 아예 돌아보지도 않게 되었죠.


금금별이 엄마 금보라 씨는 세랑이에게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세랑이는 쌍둥이 엄마가 되더니 철드는구나?” 하고요.

그런데 두랑이에게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문 채로 눈을 부릅떴습니다.

“요요, 요, 말괄량이야, 넌 가짜였어?” 하고 말이죠. 그런데요, 세랑이야 자기네 쌍둥이를 돌보느라 자기네 집에서만 생활하는 게 당연했지만요. 아가도 없는 두랑이마저 금별이의 침대에 팔짝 뛰어오르던 일을 뚝 멈춰버렸습니다. 두랑이도 철이 들어 그런 거라고요? 글쎄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심심하면 중얼거리는 금보라 씨의 말을 빌려 두랑이를 흉보자면 말이죠. ‘가짜도 골 때리는 가짜’인 걸요.

“두랑이 너, 자꾸 그럴래?”

금보라 씨는 두랑이 때문에 목이 다 쉬어버릴 지경이었어요. 세랑이네 집을 자꾸 넘보는 두랑이를 보며 그렇게 목쉰 소리를 했거든요.

“엄마가 엄마 마음을 알아. 두랑이 네 마음을 내가 안다고.”

금별이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두랑이는 새끼를 안 낳았으니 엄마가 아니잖아요? 그런데요. 어떻게 엄마가 엄마 마음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딸이 아리송하게 생각하는 것도 눈치 못 챈 금보라 씨는요. 두랑이만 보면 자꾸만 “아이고 가슴 쓰려!” 그랬어요. 온 거실을 오락가락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쩔쩔 맸던 거죠.

“아이고 저 노릇을 어째, 저 불쌍한 가짜를 어떡해···.”

두랑이 문제는 가짜 임신뿐만이 아니었거든요. 세랑이가 낳은 아가들까지 자기 아가로 착각해버린 거거든요. 그래서 금별이도 두랑이를 쥐어박곤 했지요.

“아유, 골 때리는 가짜!”

만약 아가가 한 녀석이라면 두랑이가 그런 혼동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하필 두 녀석이거든요.

‘두 녀석이란 말이지···’

아무리 헤아려보아도 한 어미한테 한꺼번에 아가가 둘이라는 걸 알아먹을 수 없었던 두랑이. 두랑이는 아가들을 보고 또 보고, 앞에서 보고, 뒤에서 보고, 보다가 눈이 시리면 0.1초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반짝 떠서 보고,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화장실 가다가 보고,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다 말고 또 돌아보고, 자기 밥에는 입도 안댄 채,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아무래도 자기가 낳은 것 같은 아가들 때문에 끙끙 앓기까지 하였습니다.

‘내꺼야, 둘 중에 하나는 내가 낳은 거 맞아···’


그랬습니다. 두랑이는 밤새 눈 한번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언니의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가 코를 골며 잘 시간인데도 등공예 수족관 밑 세랑이네 집이 잘 보이는 소파에 오도카니 앉은 채로, 눈이 빠져라하고 세랑이네만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고 자리를 뜨겠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고···’

금방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은행알 닮은 두랑이의 두 눈엔, 그 눈동자에는, 아가들의 꼬물거리는 모습만이 가득 고여 물결쳤습니다. 그러다가, 세랑이가 잠깐 화장실에 간 틈이었어요. 두랑이가 아가들한테 재빨리 뛰어들었습니다. 젖꼭지, 자기 젖꼭지를 척하니···아가들한테 디밀었습니다. 젖이 안 나온다고 자꾸만 칭얼거리는 아가들. 그 아가들의 등을 연신 핥아주는 두랑이. 화장실 갔다가 와서는 두랑이가 자기 집에 쳐들어온 것을 보고 너무 놀라서 왔다갔다 어쩔 줄,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세랑이. 저러다 세랑이가 미쳐버릴 것만 같습니다. 오락가락 정신 못 차리는 세랑이 때문에 더더욱 정신없어 우왕좌왕하는 금별이와 엄마 금보라 씨.

그렇지만 그런 어질어질한 지경이 잠깐 지나자, 세랑이가 얇은 입술을 올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코르릉, 코르릉, 난리벼락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등공예 수족관 주위를 빙빙 돌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였습니다. 함부로 뛰어들었다간 아가들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랑이는 계속 으름장만 놓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두랑이가 물러나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부터 일이 더욱 난처해졌습니다.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게 된 세랑이는 아무리 오줌이 마려워도 화장실엘 갈 수가 없습니다. 오줌보가 터질 지경입니다. 아기가 안아보고 싶어 안달이 난 두랑이도 행여나 세랑이가 자리를 비우지 않나 싶어 기다리느라고 병이 깊을 대로 깊어졌습니다.

“아이고, 마냥 이러다간 둘 다 큰일 나겠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금보라 씨는 두랑이와 세랑이를 떼어놓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거기 가면 두랑이가 병이 나을 거야.”


외삼촌 금난새 씨가 두랑이를 차에 태우고 안성으로 달립니다. 외갓집으로 가는 길이지요. 외갓집은 세랑이 두랑이 뿐만 아니라, 금별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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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불쌍한 가짜 15.10.04 179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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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8. 비밀 이야기 +4 15.09.30 325 8 8쪽
9 7. 꿈같은 방 +2 15.09.25 268 9 9쪽
8 6. 생각하는 갈대 +8 15.09.23 314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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