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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걱정꾸러기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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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정(蘭亭)
작품등록일 :
2015.09.08 04:05
최근연재일 :
2015.11.08 16:3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114
추천수 :
214
글자수 :
64,591

작성
15.11.01 13:25
조회
327
추천
5
글자
5쪽

19. 걱정과 군것질

DUMMY

금별이는 일요일 지나 월요일이 되었는데도 마냥 묶여있습니다.

‘엄마가 막 찾을 텐데······, 꽃마차 아저씨한테 꽃값을 갖다드려야 할 텐데······, 엄마, 삼촌, 나 여기 있어··· 나 안 찾고 뭐해?’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는 낼 수가 없었습니다. 진정제 선생님을 아빠로 삼고 싶다던 소망은 와르르 무너진 거나 다름없어서 가슴을 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손이 뒤로 꽁꽁 묶여진 형편이거든요. 소리도 칠 수 없고, 물론 가슴도 칠 수가 없습니다. 눈만 똥그랗게 뜨고는 윤은비 언니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켜 볼 뿐입니다. 잠시라도 주의를 게을리 했다간 언니가 갑자기 정신이 어떻게 되어 칼을 들고 덤빌 것만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 했거든요. 간이 오그라드는 것 같기도 했고, 오줌이 자주 마렵기도 했어요. 뒤의 윤은비 설명에 따르면 금별이의 발을 묶은 끈을 길게 한 건 화장실에 가기 편하게 해주느라고 그랬답니다. 그래서 금별이는 묶인 채로 별의별 넝마로 된 끈을 질질 끌며 화장실에 가곤 했는데요. 밥 먹는 일만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죠. 손이 뒤로 묶여 있었으니까요.


윤은비는 요리박사였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서 금별이에게 떠먹이는 거였습니다. 먹일 땐 물론 마스크를 풀어주고요. 그렇지만 금별이는, 입이 자유로워도 살려달라는 소리를 칠 수가 없었습니다. 뱅싯이 웃음 머금고, 윤은비가 꼭 한 마디씩 던졌거든요.

“네 이름이 뭔지 기억나니? 너는 은별이야. 윤은별···, 울 엄마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꿈을 꾸고 나서 얻은 아이야. 알겠니? 그러니까 넌 내 동생이라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말을 주절거리다가 어떤 날엔 멀쩡한 정신으로 그랬습니다.

“야, 윤은별, 다음엔 무슨 요리가 먹고 싶니?”

‘이 언니가 그럼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새엄마? 마귀할멈? 애들을 살찌워서 잡아먹는 그런 마귀할멈?’

윤은비, 아랑곳없습니다. 금별이가 우들우들 떨거나 말거나

“너는 네 엄마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를 모를 거야. 네 엄만 자기 자식을 버렸어. 그 증거? 알고 싶니? 은별이, 아니 금별, 네가 바로 그 증거야. 네 엄마가 은별이를 버렸던 거지. 지금은 내가 데려다 줬지만, ······, 흐흐흐, 은별인 지금 금별이가 되었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참말이냐고? 히히히, 느네 둘은 쌍둥이 별똥별이란 말이다.”

때마다 횡설수설하는 윤은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금금별이는 불쑥 불쑥 걱정되었습니다.


사실, 은별이나 금별이나 별은 다 같은 별입니다. 금보라 씨는 언제나 딸 이름을 “별아!” 하고 부릅니다. 그런데 금별이는 바로 그 점이 걱정되었습니다.

‘이 언니 말대로 나랑 똑 같이 생겼다는 은별이가 우리 집에 갔다면 그 애가 엄마, 나 왔어. 했다면, 엄만 오 그래? 별이 왔니? 그랬을 거 아냐? 그 애도 우리엄마가 자기 이름을 잘 아는 줄 알고 예! 하고 대답했을 거고.’

금별이는 속이 부들부들 떨려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배가 더 고픈 거 있죠. 정말 그랬어요. 보통 납치범들은 몸값을 요구하느라고 인질의 집에다가 전화를 걸잖아요? 인질의 목소리를 전화에다 들려주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윤은비는 안 그랬어요. 금별이를 굶기지도 않았고 때리지도 않았고 집에다 협박전화를 걸지도 않았어요. 그저 텔레비전으로 별 흥미도 없는 영화를 부득부득 같이 시청하자거나 그 영화에 대한 비평을 혼자서 해대거나, 그것뿐이었지요. 그런데 그게 더 무섭고 불안한 금별이었습니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찾아 헤맬까, 나는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걸까, 나중엔 살이 너무 쪄서 엄마가 날 찾더라도 별이 아니라고 고개를 갸웃거리지나 않을까······.’

별의별 걱정을 다하면서 하루하루 보내는 동안, 윤은비는 날마다 맛있는 걸 잔뜩 들여와서는 요리를 해 가지고 금별이를 정성스레 먹였어요. 자기도 뒹굴뒹굴하면서 잘도 먹어댔지요. 근데 밥만 먹었던 게 아니어요. 빵, 우유, 피자, 비스킷, 콜라, 사탕, 과일, 아무튼 군것질이라고 이름이 붙은 건 다 먹은 셈이지요. 금별이는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태어나서 날마다 그런 식으로 배가 터져라 하고 먹은 적은 아마 한 번도 없었을 걸요. 그래서 금별이는 결심에 결심을 다졌습니다.

‘앞으로 군것질이라면 절대로 안할 거야.’

지완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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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1. 꿈에 15.11.08 208 7 1쪽
22 20. 별똥별인가, 외계인인가 15.11.03 267 5 4쪽
» 19. 걱정과 군것질 15.11.01 328 5 5쪽
20 18. 은별이 15.10.30 242 5 5쪽
19 17. 언니의 아기 15.10.30 188 4 2쪽
18 16. 민들레 아파트에서 15.10.20 266 4 5쪽
17 15. 혼자 있을 때 15.10.16 181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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