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꿈같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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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이 늘어났다나 뭐라나. 정신치료를 받아야 된다나 뭐라나······’
“이름이 뭐니?”
의사선생님이 금별이의 이름을 물은 거지요.
“금, 금, 별이요!”
고개를 갸우뚱 하신 의사선생님이 또 다시 묻습니다.
“네 이름이 뭐냐 그 말이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금별이는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런 다음 진정제 선생님이 출석 부르는 식으로 이름을 말했습니다.
“금 금 별!”
갸우뚱, 갸우뚱하면서 의사선생님은 또다시 물었습니다.
“그 이름 말고, 네 진짜 이름을 말해보렴. 너는 누구지?”
금별이는 약이 올라 아무렇게나 말했습니다.
“아이참, 누군 누구예요? 별똥별이지.”
의사선생님은 전혀 웃지 않는 표정으로 소리만 웃으십니다.
“허허허, 의사선생님을 놀리는구나. 자아 다시 하자. 너는 누구며, 사는 곳은 어디지? 차근차근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렴.”
“아이고, 돌아버리겠네. 내 이름은 별이라니깐요? 집은 능금마을, 아니, 별나라고요. 그래서 금빛으로 초롱초롱 빛나는 별!”
그러자 의사선생님은 더욱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심각 하군··· 그러면 얘야, 마지막으로 묻겠는데, 너 혹시 은별이라고 아니?”
금별이는 그제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 애와 내가 바뀌었지 참!’
윤은비에게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은별이라는 이름.
이제는 의사선생님이 더 무섭게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의사선생님의 머리꼭지를 바라보니 다행히 뿔은 없습니다.
금별이는 아이고, 모르겠다. 하고서 눈 딱 감은 채로 말해버렸습니다.
“예, 제가 은별이에요.”
그러자 정말참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의사선생님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시더니 청진기를 거두신 거죠.
“이제야 기억이 제대로 돌아온 모양이다, 윤은별.”
그리고는 다정하게 다음 말을 이으셨습니다.
“자기 이름쯤 알아냈다고 기억을 다 찾았다고는 볼 수 없지. 한 두어 달 치료 받아야겠다. 그 기간이면 깨끗이 나을 거야.”
‘멀쩡한 사람을 기억상실증 환자로 보십니까요?’
하지만 금별이는 속으로만 혀를 날름 했습니다. 이제는 입을 막지 않았는데도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할 말은 해야겠지 싶어서 떨어지지 않는 입을 뗐습니다.
“학교는 안 다니고 병원만 다니나요?”
“허허허, 학교는 다녀야지. 학교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오너라.”
금별이는 슬며시 장난기가 일어났습니다.
“병원에는 금별이가 오면 되는 거죠? 아참, 우리 집은 어디에요?”
“아니다. 은별이가 와야 한다. 그리고 집이 어딘지 모르니? 거봐, 다 나은 건 아니라니까.”
“아, 그럼 금별이가 은별이를 데리고 오면 되겠다. 그쵸?”
정답은 아닌 모양입니다. 의사선생님이 또 머리를 흔드셨거든요.
금별이는 방금 목욕 끝낸 푸들 강아지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는 연신 앙알거렸습니다.
“이래도 아니다, 저래도 틀렸다, 그럼 정답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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