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별똥별인가, 외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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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날, 아니, 바로 어제였지요. 오늘이 4월 16일 토요일이니까 말이에요. 어제는 세랑이가 새끼를 낳은 지 34일째이고 금별이가 납치된 지는 6일째인 4월 15일 금요일이었습니다.
“얘, 어려운 말 좀 해줘? 인조인간 말야······ 너, 그거 아니?”
윤은비는 대단한 비밀 이야기라도 된다는 것처럼 말하는 거예요.
금별이는 그게 또 얼마나 무서운 말일까 싶어 미리 떨었습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디엔에이로 복제인간을 만든다는 거. 한 침대서 자지도 않았는데 공장에서 통조림 만들듯이 아이를 만든다는 거 말이야. 네가 바로 그런 애라면, 그러면 믿겠니? 못 믿겠지? 내가 아직 이핼 못하는데 넌들 알 수 있겠냐? 근데 이미 그런 세상이란다. 너나 나나, 사실은 외계인일지도 모르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는 옛말도 있어. 너 혹시, 너 자신이 외계인이란 생각 안 해봤니? 야아 야, 네 이름이 금별이라며? 이름을 왜 그렇게 길게 지었다고 생각하니? 왤까? 별똥별이니 뭐니 하는 시시한 태몽 얘기는 말고 현실적인 생각 좀 해 보라고.”
다시금 긴장되는 순간,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그럼 우리 할머니 말씀처럼 진짜로 별똥별이란 말일까? 그렇담 인조인간 하고 별나라 아이 하고 어느 쪽이 더 나을까?’
금별이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윤은비는 이를 악물었다가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습니다.
“어림도 없어. 사랑도 없이 아기를 만들다니! 공장 물건이라니! 스필버그 감독의 그 영화 에이아이, 그게 현실화 되고 있다는 말 아니니? 차라리 별똥별이 낫지, 그게 뭐냐고.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이 엄청나게 삭막해진다고! 알겠니?”
‘공장물건? 나도 그럼 공장 물건이야?’
“그치, 그치? 아빠 없는 애가 인조인간일 가능성이 많겠다. 그치?”
윤은비, 금별이를 흔들어대며 대답을 요구하는 바로 그 때, 누가 초인종을 눌렀어요.
“누구세요?”
“비디오테이프 찾으러 왔습니다.”
윤은비는 사뭇 신경질적인 어조로 “누가 떼어 먹는댔나··· 찾으러 오기는?”하고 툴툴거리면서 현관문을 땄습니다.
웬 남자들이 세 사람쯤 우루루 들어왔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윤은비의 뺨을 후려쳤는데, 윤은비는 이를 꾹 다문 채 그를 노려보았습니다. 바로 진정제 선생님이었어요. 선생님을 보자 얼떨떨하기는 해도 오랜만에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아, 살았다···’
금별이를 6일이나 묶어놓았던 끈이 풀렸습니다.
끈이 풀리자마자 한 아저씨에게 업혀나가면서, 윤은비가 수갑을 차고서 다른 경찰차에 실리는 걸 바라보았습니다.
‘웬 숨바꼭질?’ 하는 생각까지 드는 걸 보니 정말 살아나긴 했는가보다고, 금별이는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삐요, 삐요~ 삐요~”
경찰차가 달릴 동안 내내 ‘내가 수갑을 차게 되면 말 좀 잘해줘.’ 하던 언니의 당부가 떠올랐어요. ‘인공수정인지 인조인간인지 외계인인지···’라고 계속 중얼거리던, 도무지 어려운 그 말도 자꾸자꾸만 떠올라 경찰차 안에 둥둥 떠돌아다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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