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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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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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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9,751

작성
16.12.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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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DUMMY

“인간은 인간이고 편지는 편지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황제 때부터 실행해왔던 엘프 섬멸과 관련이 있지. 생각해봐라. 어째서 어치리트가 건국됐을 때부터 주신교국이 성장하게 되었고 전쟁이 일어났는지. 또 그 무수한 교리가 생겨난 원인은 무엇일지 생각해본 적 없나? 제국 전쟁이 종결되고 주신교국은 멸망했어. 늦게나마 조사한 교리본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잔뜩 새겨져 있었지. 한참을 고민해보고 나온 결론. 그건 천사는 인간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거야. 않았어. 그러나 엘프 종족과 인간이 처음으로 만난 그때, 비록 시체였지만 요정과 함께인 장면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겠지.”


“그런거군. 인간은 이미 죽었지만 천사는 그걸 몰랐던 거야. 거기다 기록을 보면 인간을 먼저 찾아온 건 엘프. 자신들의 시체 매장법과 동일한지 모르니 전해주러 온 거였지. 거기서 신의 존재를 누군가가 들었을 거고 주신교국이 세워진 명분도 같다. 기도를 시작한 인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려왔지만 애초부터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던 천사들은 주신교국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켰다. 이건가? 에드나쉴 전 황제.”


에드나쉴과 오스카 사무엘의 대화는 너무나도 묵직하고 쉽게 꺼낼 수 없었던,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나누지 못할 대화를 서로 나누고 있어 궁금한 게 많지만 선뜻 질문을 하기가 미묘한 분위기였다. 엘리나는 얌전히 앉아서 듣기만 했으나, 대장 엘프는 무언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죄를 얻은 악인처럼 말이다.


엘프 종족은 그저 인간의 시체가 자기들 영토에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이질적인 물질이라 보지 않고 고귀한 생명으로 보고 떠나간 육체를 평안케 하고자 큰 결심을 한 채 인간의 문화권에 들어섰다. 정갈하고 우아하게 세워진 엘프 도시와는 전혀 달랐던 인간의 도시는 난잡하고 무서우며 길이란 길은 길게 이어지고 눈을 돌려도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았다. 엘프들의 일행은 호위병사 3명과 시체를 고급스런 천으로 둘러싸고 두꺼운 재질의 천으로 묶어 등에 맨 엘프 한명과 고위 대신 한명 이였다. 하나 같이 길도 모르고 관련 지식도 몰랐으며 다른 종족이란 건 니시오들만 보고 자란 엘프들에겐 당연한 겁이다. 그것은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돌려도 전부 한 가족, 한 이웃, 친구들과 어제 본 사람들이다. 그런데 눈앞에 생김새가 다른 꺼림칙하고 본 적도 없는 기묘한 생물들이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찾아왔다는 입장을 가지고 먼저 인사를 건넨 엘프 덕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반가움을 받아준 한 사람은 인간 문명을 방문한 엘프들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족이 다르니 태생적으로 배워온 언어도 다르다. 다를지언정 고위 엘프와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든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대화 수단을 모색했다. 자기 짐꾸러미 속에 있던 그림을 꺼낸 후 작은 칼로 돌바닥에 긁어 비슷하게 표현한 뒤, 칼을 건네 따라 해보라고 손짓한다. 두 세 번의 교차 끝에 사람은 아무 그림도 그리지 않고 칼을 건네고 허공에다가 맨 손으로 칼질을 하여 말을 하라고 전했고 높은 지능의 엘프는 바로 이해하고 여태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숲을 그리고 텅 빈 한 가운데에 누운 인간을 그린다. 소수의 엘프들을 간략하게 그리고 칼로 길게 줄을 그으면서 이동한다는 걸 알려준다. 그렇게 가다가 높게 자란 풀을 걷어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발견했다는 걸 필사적으로 칼을 동그랗게 자국 내면서 알린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 이해할까봐 고위 엘프는 소신껏 노력했다. 이후 황제를 만나고 대화는 할 수 없었지만 그때 만난 사람의 도움으로 전해야할 시체는 전할 수 있었다.


고위 엘프는 인간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잊지 못할 선물을 주려고 한다. 그것은 어떤 보석. 파란색 보석을 손의 압력만으로 가루로 만든 뒤 내장되어있던 고농축 성력을 뽑아내 그에게 건넨다. 당시 성력이란 힘의 존재조차 몰랐던 그는 그냥 손으로 잡으려고 뻗자 자동으로 손을 통해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이것이 일화. 엘프와 인간의 첫 만남이자 천사가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


주눅들어 침묵하는 대장 엘프를 보며 오스카 사무엘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인간의 최후가 멸망이라면 신과 싸우면 그만이다. 하다못해 엘프 탓에 이리 된 거라 여기진 않는다. 나는 에드나쉴 전 황제가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때문이다.”


혼자만이 결심이 아닌지 제롤린도 고기를 뜯으며 동조했다.


“알고는 있었지. 무모하단 것과 혼자선 불가능하다는 걸. 어차피 치러야할 전쟁이라면 죽인다는 명분보다 교육시킨다는 명분이 좋을 거라 생각했었다. 결국 죽은 건 나지만, 너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 죽을 때 내가 뭐라 했지? 날 이겨도 백성들이 원하지 않을 꺼라했지.”


“그래서 엘프를 멸절시키면 천사도 인간을 무시 못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도 죽었을 때 깨달았지만 늦은 뒤지.”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나무들은 그을진 회색빛으로 변모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말없이 씹어 먹던 고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소녀 엘프가 언제 일어나 가져왔는지 커다란 잎에 깨끗한 시냇물을 담아왔다. 오스카가 양해를 구해, 아니 딱히 구할 필요는 없다. 인형들은 먹고 마시지 않아도 다른 방도- 인형 기존의 방식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니 오스카는 엘리나에게 먼저 마시라고 소녀 엘프 손에 들린 잎의 방향을 돌렸다.


“마셔둬라. 엘리나. 우린 다음날 오메룸 숲을 빠져나가 사령관과 합류한다. 앞으로의 일은 제롤린. 당신이 해줬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조금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제롤린과 에드나쉴에게 사연을 들었으면 하지 못할 부탁을 해달라고 말했다. 라는 건 거짓말이고 인형이란 존재로 다시 태어난 자들은 주인인 천사에게 감히 반항할 수 가 없는지라 부탁을 하고 부탁을 받아도 행동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제롤린은 오스카가 말하고자 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간파한 덕에 에드나쉴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좋다. 저들을 안전하게 모셔주지.

엘프라고 단정 지어 말하지 않고 ‘저들’ 이라고 얘기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연히 만나 강력한 괴물들을 베고 소녀 엘프를 집으로 보내주는 겸 숲을 통과하다 만난 엘프의 무리. 대장 엘프는 괜찮은 인상으로 맞이해주고 힘을 합쳐 습격하는 니시오들을 물리치고 괴물들과 싸워 이겼다. 오메룸의 난관 제 3의 숲 포이즌 포레스에선 죽을 위기도 찾아오고 얼떨결에 움브라의 진지를 습격해 박살낸 에드나쉴과 마주해 전투까지 치렀다. 누군가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도 있으나 누군가에겐 나쁜 기억으로 남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과 엘프의 짧지만 강렬했던 단합은 추억으로 남겠지.


“나도 돕겠어. 다른 방법을 찾았다면 한번쯤 해보는 거도 좋겠지. 그런데 현 사령관은 누구지? 제국 측으로 따지면 이런 일로 사령관이 올 일은 아닐 텐데.”


엘프나 도살하고 마을을 때려 부수는 놈이지만 이래 뵈도 전 통일제국 아슈나 대제국의 황제였던 몸으로서 정점에 달했었지만, 죽었다 부활하면서 사라카엘의 자비로 현대 정보와 지식이 몸속으로 스며들었지만 세세한 정보들까지는 전해 듣지 못한 듯하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변화에 대해 빠르다는 걸 이해했다. 혹은 황제로서의 면은 뼛속 깊이 새겨져 사라지지 않은 왕의 자질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거짓말을 불허하고 진실만을 적는다. 실책은 남지만 변화는 일어난다. 단지 그것이다.


“사령관은······ 한 때 당신의 친구였던 레로빌스 공국의 왕. 레로빌리안 안드레 록시안.”


“그런가. 결국 아비의 말을 따랐군. 왕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했는데 되지 못했지. 배신자 측에 끼다니 아쉽구나.”


전혀 슬퍼하는 기색이 손짓부터 표정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짙은 성력이 어깨서부터 올라와 분노를 표현하는 게 훤히 보인다. 대꾸는 안 해도 친구의 배신은 큰 타격이니라. 살을 찌르는 살기가 요동치며 오스카와 엘리나를 덮쳤다.


“부탁을 들어줄 테니 네놈들도 내 부탁을 들어라. 이건 명령이다.”


“부탁은 명령이 아니다. 에드나쉴. 좀 더 부드럽게 말해.”


“그래. 정정하지. 내 부탁을 들어라. 오스카 사무엘이여.”


앉아서 밥 먹고 그 다음에 나올 대화와 행동은 아니지만 그 분노는 오스카도 잘 아는 배신감의 현현. 잘난 듯 웃으며 인사를 고한다.


“내 목적을 달성한다면 자연히 이루어진다. 전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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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5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90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5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8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4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10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4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20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95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6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9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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