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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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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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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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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정처없는 영혼[1]

DUMMY

다인 성이 완벽히 잿더미가 되어 하늘에 파편으로 날렸을 때 벌서부터 그 남자의 계획은 진척이 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믿음직하지 못한 부하를 대신해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겸 황궁으로 간 오스카 사무엘은 데카르안에게 귀찮은 임무를 받았다. 동태를 살피라는 다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오스카 같은 황궁 삼기사 등급에 머무르는 기사가 하기엔 보상도, 하는 일 자체도 인력 낭비였다.


그런 하급 임무는 신입 기사나 이제 막 기사단에 가입해 명예를 쌓아가야 하는 기사들이 선호하는 일을 제국 최고 권력자는 오스카 사무엘에게 맡겼다. 엘프의 영지도 아니고 바로 근처, 협정을 맺어 중립지역이 된 성스러운 숲은 신입 기사가 가도 살생당하지 않는다.


만약 당한다면 이 행위에 대한 정당성이 부여되고 인정이 되는 거겠지만 상황은 다르다. 반대로 적으로서 당당하게 인간 진영에 들어와 성을 점령하고, 심지어 페르타 제국을 삼키려는 쓸데없는 야망을 보였으니 처리 행위조차 정당하다.


어디까지 꿰뚫어봤을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예상을 한 것인가. 남의 속내를 엿볼 순 없지만 의심은 가고 마음은 정감이 가지 않는다. 최고 권력자가 되면, 혹은 강한 권력을 쥐면 그렇게 되는 것인가.


나는 기사다. 무참한 살생을 저지른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기사다.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가져다줄지 올바른 상상이 안 된다.


“표정이 어두우십니다. 오스카님.”


온갖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친근하고 걱정 섞인 말을 건 것은 오메룸 숲으로 가기 위해 잠시 들른 다인 성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아스틴이였다. 자신은 황궁 기사이며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 했는데 황궁 기사를 거절한 나는 어떤 인원들이 소속이 되어 활동 중인지 정보가 없다.


당초 벨리나를 정치하는데 만 해도 피곤하며 행정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중이다. 지금은 잠시 동안 부하에게 맡기고 임무를 떠낫지만 차즘 벨리나의 상황이 걱정이 된다.


“아무 일도 아니야. 조금 피곤해서 그렇다.”


피곤한 이유는 장시간 이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열로 긴 무리를 짓고 더운 숲 속을 거닐고 있다. 갑주를 장착해도 부드러운 말의 갈기는 틈새를 삐져나와 바람을 탔다. 적어도 원활한 순환은 되는 듯하다.


불평은 딱히 좋은 게 아니다. 질리도록 맡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인 도심의 냄새는 탐지가 안 되기에. 광장이나 일반 거주지역은 꽃들이 무성하게 피어있어 오히려 행복해하는 벨리나 거주민들이 많지만 특정 성들에 분포된 ‘연금술사들의 모임’ 이나 제국의 발전을 위해 갖가지 기술을 연구하고 발명하는 ‘과학 마을’. 시대가 변해 활동은 줄었지만 여전히 시끄러운 ‘대장장이들의 기술 마을’ 등 공기를 탁하게 하는 편도 있어 전체적으로 오염이 심해지는 편이다.


그러한 연유로.


“해로운 것들을 몸에 닿지 않게 하니 마음이 놓여서 그런 거다. 아스틴.”


아스틴은 그제야 걱정을 푼 듯싶었다. 마치 오래된 사이의 친구가 말을 건 느낌이 들었다.


친구란 단어가 떠오른 건 성에 있는, 악조건들이 발생하는 근원지에서 행정을 맡고 있는 그가 생각나서 이다. 다행히 이곳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주위는 모두 초록색, 나무와 풀과 작은 꽃들이 아우르는 자연의 세계에 배경엔 어울리지 않는 우리들이 초췌하게 느껴져 있기가 싫다.


은은히 풍기는 향기는 일전까지 피냄새나 성이 무너지며 피어오른 흙먼지만을 맡으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면 자연의 일부를 후각으로 받아들임으로서 한층 정신의 맑음이 단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했다. 말 그대로 정신적인 면이다.


그러나 성스러운 숲에.


“모두 얌전히 말을 몰아 숲을 통과해라. 오메룸 숲은 신성시한 숲이다.”


록시안이 이끄는 레로빌리안 기사단이 임무 완수에 필요한 오메룸 숲의 동태 살피기를 오스카, 나를 배려해 같이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실례가 되진 않는다. 전력이라는 하나의 도구로서 레로빌리안 안드레 록시안이라는 인간의 검에 불과하니까.


우리는 숲을 나아가지만 타인을 넘어 다른 개념의 상선에 있는 다른 종족이 땅을 놀러온다라는 표현은 맞지 않겠지. 하지만 인간과 엘프는 협정을 맺고 서로의 공격 중지 및 문화교류란 연을 맺은 사이다.


따라서 동맹종족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과거 역사에 지금 세대가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있지만 그러한 역사 덕에 미래는 평화롭다. 가장 평화로운 곳은 인간도 엘프도 아닌 천사의 땅이라 불리는 오메룸 숲이다.


양측에서 금기를 매긴 숲. 나는 일을 크게 벌려 더 이상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빠르게 살피고 돌아가기를 록시안에게 권장했다. 그가 하려는 일을 듣지 않은 건 아니지만 무모했고 전력의 차도 심각하여 말리는 겸에서다.


처음엔 기사단의 동행을 거절했지만 혹시 모를 전투가 일어나는 건 사양이라 무력이라는 기사단의 장치를 배경으로 삼았다. 여전히 심기가 불편하지만 하나뿐인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레로빌리안 기사는 역사를 유지중인 유일한 기사단이다. 믿음직한 면모를 갖추지 못한 신세대 기사들과는 다르지. 엘프와 동등한 전력을 소지하고 있으니 안심해라. 뭐 이 말조차 힘이 안 되겠지. 자네는 성 하나는 가뿐하게 점령 할 테니.”


“과도한 칭찬은 몸에 해롭습니다. 록시안님.”


나는 록시안의 강철 같은 목적을 품는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은 사탕발림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인원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또한 엘프들과 마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인 성 주변, 즉 오메룸 숲만 정찰하고 떠날 생각이니까요.”


바로 옆에서 신나서 기분이 들떠있는 엘리나가 말을 덧붙였다.


“오라버니랑 둘이 오붓하게 있을 시간도 없어서 불만이죠. 그쵸?”


멍청한 소리나 해대는 엘리나는 구제 불능에 무능한 여기사, 여동생이지만 일반 기사보단 뛰어나다. 비교 대상은 나 자신. 자연의 광경을 그림이 아니라 두 눈으로 직접 새기고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라고 여기기로 했다.


아무리 봐도 도저히 갑옷을 입고 갑주를 입어 멋이 풍기는 말을 타고 한 손엔 죽은 기사단원의 철장을 쥔 채 미소 짓는 그녀는 한 명의 어린 소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사가 아니었다. 갑옷을 입을게 아니라 어엿한 소녀로서 꽃단장을 하고 치맛자락을 흔들며 아름다움을 뽐내야 했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제국을 수호하는 기사, 무력의 상징 일부다. 과거 제국으로부터 처단 당해야 했을 소녀는 어느덧 제국을 수호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서. 물론 그것이 엘리나 본연의 본질이 아니란 건 안다.


싱긋 웃는 록시안이 발랄한 엘리나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오스카 자네를 만나고 그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나보군.”


나는 바보 같은 엘리나를 진정시키는 중저음의 높낮이로 대답 없는 순응을 보였다. 록시안도 이해하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진 않았다. 이 시대 영웅이라 불리는 기사는 한없이 다정하다. 한 면은 아슈나를 배신한 기사, 다른 한 면은 옵타이오를 건국한 기사.


과연 그를 누구로 받아들이며 봐야할 것인가.


데카르안이라면 아슈나를 배신한 기사로 볼 테니 아마도 나 또한 그럴 것이다. 아스틴 혹은 엘리나가 희생당할 날이 머지않아 올 수 도 있다. 하루 빨리 일을 마치고 복귀해야한다.


“참, 오스카 자네는 이 일이 끝나고 무얼 할 텐가. 나를 도와 이케안으로 가보는 게 어떤가.”


나는 단박에 거절했다.


“아뇨, 벨리나를 너무 오래 비워두었습니다. 가뜩이나 치안도 안 좋아서 군주가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실세 있는 변명, 진실이다. 그리고 나는 이미 깨달았다. 이케안으로 가자는 의미란 페르타 제국의 수도로 가는 의미다. 즉 황궁으로, 황궁 이케안으로 간다는 것은 지금부터 이유를 찾으러 가며 그 이유에 적합한 엘프들의 행동을 제압하기 위해서 말머리를 움직인다.


‘엘리나나 아스틴은 버티지 못한다. 그 참혹한 전쟁 속에서.’


나라고 구세대 기사만큼 실력은 월등해도 정신력의 한계가 뼈저리게 느껴진다. 나 오스카 사무엘은 삶의 목적을 잃은 지 오래다. 그저 처량하게 남을 위해 다리를 움직이는 중이다. 데카르안의 명령도 거절할 생각 이였다면 완벽히 거절했다.


엘리나만 없었다면 그랬을 터이다.


‘나는 모순되어 있다.’




옵타이오 제국 수도 랑궈르 황궁 안 -


집무실에서 유유하게 차를 마시며 펜촉을 사방으로 흔들던 손은 흰 종이에 끝에 점을 찍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얼마 전 황제에게 삼기사 해체를 주장하는 자의 의견이 적힌 탄원서를 제출하고 그에 따른 데카르안 자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여 적던 중이였고 마침 완성했다.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데카르안이 황제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받쳐준다면 황제는 아버지에게 결정권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옵타이오 제국을 건국한 장본인이자 제 1대 황제는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실례하겠소. 데카르안 최고 대공.”


“들어오시오.”


펜을 내려놓은 데카르안은 상대가 누군 진 몰라도 어떤 말을 하러 왔을 진 예상이 갔었다. 현재 제국에서 가장 큰 일을 주도하며 가장 큰 권력을 손에 쥔 남자를 견제하러 왔다고 보았다. 예상은 적중, 지난 번 회의 때 식은땀이나 흘리며 입을 다물었던 ‘레므하 바펠루스 루투’ 였다.


상급 가문 레므하의 장손이자 현 기둥이다.


“무얼 하러 날 보러 온 것인가. 바펠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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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4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89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4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8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4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0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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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95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5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9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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