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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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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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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9,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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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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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DUMMY

“누가 쉽게 죽을 거 같아?”


귀에 대고 속삭이듯 살결을 떨리게 만드는 음성.


악마의 속삭임으로 상상했다. 중심부터 망가진 갑옷을 일도양단하고자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에드나쉴의 가슴을 단 합에 베어버리고자 자세를 크게 잡는다.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때렸기에 검은 오른손에 잡혀있다. 검을 바깥으로 빼내어 제한거리를 늘리고 반월을 그렸다가 단번에 내리친다.


전투의 노하우가 쌓인 육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에드나쉴이나 제롤린은 사라카엘이 영혼과 계약하면서 그 혼을 담을 신체가 필요했기에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인체 연성으로 재조합은 이능의 몸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으로서의 기능이 정상으로 가동되는 몸이지만 그게 정녕 평범한 인간의 축에 끼는 평범함이 없다는 뜻이다. 에드나쉴이 고통을 받아 몸이 잠시 활동성을 잃고 조종하지 못한 건 단순히 영혼과 육체의 정신 연결에 방해를 받았을 뿐, 고도의 집중력으로 재차 가동시킨다면 겉으로 보기엔 빠른 회복력이라 부를 수 있는 스킬을 취할 수 있다.


반쯤 누운 중검이 직선의 궤도를 타고 심장을 직격하는 찰나에 갑옷과 살이 조금 먹혀들어갔지만 성력을 일으켜 힘을 증가시킨 왼 손으로 잡아 막으면서 공격을 저지시켰다. 분명 큰 동작이긴 했으나, 황궁 기사가 거울로 복사한 행동을 해도 쫒아가지 못할 속도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다른 인형의 능력이다.


“조금 파손이 나도 싸우는 덴 지장 없지. 본격적으로 간다. 제롤린.”


왼 손으로 잡은 중검의 날을 미끄러지듯 검촉 부분으로 이동하더니 꽉 잡고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미처 제어권을 잡는 걸 순서상으로 패배해 사실상 적의 공격을 허용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 공격이란 원심력을 얻기 위해 빙빙 돌려대며 오른 손으로 쥐고 오른 팔로 감싸 안 듯이 잡아 찌르는 힘을 증강시킨 자세로 ‘세계를 종말로부터 구원하는 창: 란드 루시오밀라’를 묵직하게 찔러 넣었다. 창촉의 일직선 상 앞에는 제롤린의 미처 다 가리지 못한 갑옷의 목부분이였다. 제작 디자인이 기사의 갑옷이라는 점에서 목 부위가 원활한 움직임을 가질 수 있도록 파내었다.


그 덕에 아래쪽도 확인하며 적을 더 수월하게 베는 것으로 페르타 제국이 유일하게 평야 전에서 아슈나의 기병 및 보병의 기습을 막아내고 역습을 가할 수 있었다. 다만, 지상에서 싸우게 될 경우 한낮 일반 창병에게도 적당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대부분 말 위에서 싸우는 기사의 특성상 그럴 일은 별로 없었다.


말의 공수가 불가능한 숲 속 어딘가에서 기마전 또한 무용지물인데 갑옷의 특별한 능력이 무슨 소용이 있을 건가. 없다. 전혀 없다. 그대로 창은 매끄러운 발판을 지나가는 것처럼 일직선상으로 제롤린의 목을 관통했다. 푸슉 하는 효과음은 나지 않는다. 너무나 날카로운 창날은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적의 급소를 찌르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다만 제롤린은 사라카엘에 의해 재성성된 인형이라는 점에서 죽음에 이르지는 못한다. 회복이 될 때까지 행동불능 상태가 될 뿐이다. 목을 관통당한 제롤린은 이 순간부터 일정 시간 동안 호흡의 기능이 정지 되고 산소가 통하지 않는 육체는 활력을 잃는다.


말도 못하고 언어도 구사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인형. 그러나 아직 마음에 들지 않은 건지 에드나쉴을 공중에서 창을 두 번 돌리고는 거꾸로 들어 심장을 향해 내리찍었다.


“확실하게 죽여주마. 네가 깨어났을 때 저 엘프들은 죽고, 엘프의 도시는 폐허가 되어 있겠······.”




‘내가 아직 미숙했던 건가. 한낮 불사의 몸을 얻었다 한들 전생에 이기지 못했던 적을 다시 싸운다 해도 이기지 못하는 건 필연이 아니었던가.’


창촉이 갑옷에 닿기 직전, 제롤린은 자신의 약함을 비난하고 그로 인해 죽을 오스카와 엘리나를 떠올린다. 목을 관통 당한 시점부터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예민했던 감각은 사라졌다. 성력도 발현을 멈추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부드러운 솜인형 마냥 바닥에 누워있어야 한다.


일어나는 게 거부당한다. 기사이기에. 당장 일어나서 적을 무찔러야 하는데 정신의 명령이 통하지 명백히 무시당한다.


‘이대로 나는 패배하는가.’


실제로 죽는 건 아니지만 정녕 죽음을 받아드릴 것인가. 청각은 가장 오래 감각 상실이 늦는 부위라고 한다. 제롤린의 청각도 그렇다. 인간인지라 늦게 실소된다. 어리광쟁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기에 망정이지 제롤린은 하마터면 의식을 잃을 뻔 했다.


깡!! 하고 금속과 금속이 부러트리기 위해 부딪힌 귀 아픈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란드 루시오밀라는 신의 창. 일반적인 공격이든 기습으로 일격을 가한 공격에도 흡집하나 날 생각이 없다. 반대로 엘리나의 하단 시전 상단 올려베기를 가한 기사단 검은 타격 부위가 금이 가면서 쪼개졌다.


“아직 아냐!”


부러진 검을 최대한 가까이 붙여 휘두른다. 당황한 에드나쉴이 무의식적으로 한 발을 뒤로 빼는 순간 격투술을 시전 했다. 갑옷의 무게를 왼 발에 치우치게 몸을 누르고 반바퀴 돌아 성력으로 감싼 다리로 복부를 걷어차 멀리까지 날려버렸다. 다리 순수의 힘에 성력을 부여해 무게를 버텨냈지만, 역시나 성력의 과도한 사용 탓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뭐냐 계집······. 기사 같은데 어디서 나온 거야?”


에드나쉴은 그 전보다 더 진지한 얼굴을 한 채 전투 자세를 잡았다.


“하아······ 아직······.”


에드나쉴이 본 엘리나는, 잔뜩 찡그린 얼굴은 괴롭다는 감정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는 모르지만 제롤린이 뛰쳐나가고 대장 엘프는 선뜻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아 곧장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6초간 고민했다. 근방에서 춤추는 잎들을 보고 니시오들이 나타났구나 하며 활을 손에 집었다. 그러다 해답을 발견했다.


해독제를 만들어 그녀와 기사에게 주입하자.


그러면 마을을 공격하는 괴물로부터 맞서 싸우는 인간을 도와 상처 없이 끝낼 수 있지 않을까한 마음에서 비롯된 계획이었다. 즉시 소녀 엘프와 동료들에게 뜻을 알리고 각자 근처에서 약초를 찾아오기로 하고 흩어졌다가 금세 모였다.


필요한 해독제 성분이 든 약초는 총 3개로 모두 빠른 시간 내에 모아왔다.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만들어낸 해독제는 본래의 역할보다 미약하다. 공기층 자체가 오염된 포이즌 포레스이며 엘프의 도시 속은 성력으로 가득하고 자연물 자체가 요정과의 화합으로 이뤄낸 궁극.


자연의 효력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곳은 애초에 약을 제작할만한 장소가 될 수가 없어서이다. 비틀거리는 엘리나는 부러진 검이라도 중단 자세를 잡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내가 기사의 삶을 살아가면서 본 여기사는 단 한명. 아루모 우렌이다. 과연 너는 그녀만큼의 강자일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리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론가 도약한 땅이 푹 꺼지고 파여진 흔적은 남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일격의 도약공격은 성력을 활용하는 기사들이나 암살자들이 주로 쓰는 기술인데 에드나쉴이 구사하는 기술은 정면에서 오는 기술이······ 맞았다.


비교할 기술이 아니다. 똑같지만 다른 곳을 들렸다 옴으로서 시선을 정면에서 떼어 내어 허공을 바라보게 했다. 그대로 높이 든 창을 두 팔로 상단 내려베기. 라고 해야 할까. 에드나쉴은 란드 루시오밀라와 견줄 수준의 내구성을 가진 갑옷의 단단함을 손의 저림으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기스는 낫지만 둘 다 파괴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다. 물론 격한 고통까지 갑옷이 튕겨낸 것은 아니었다.


오메룸 갑옷: 오메룸 숲에서 채광되는 특이한 광물로 만드는 옵타이오 제국만의 기술력. 물리력의 최대 저항을 가능케 한 현 연금술 및 기초 과학과 금속계 과학의 결정체를 이룬 산물이지만 과학과는 별개의 축에 속한 성력엔 너무나 나약하고 방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메룸 광물 그 자체 또한 성력이자 자연인지라 성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방향은 나란히, 앞으로 보내면 오메룸 광물을 거쳐 앞으로 나아간다. 에드나쉴이 란드 루시오밀라에 성력을 둘러 때렸으니 창의 성력 방향이 똑바로 나아가 갑옷을 관통해 엘리나의 몸에 부딪히고 말았다.


“단단하잖아······ 저것도 신의 장비인가.”


혼잣말을 하는 에드나쉴은 다시 한 번 공격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일격필살의 찌르기 공격으로.


오른 발을 뻗고 창을 늘어트려 안정적인 랜스 돌격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전신의 성력을 일으켜 몇 배의 공격력을 가졌다. 부들부들 떨며 무릎을 꿇은 엘리나 따위 안중에는 없었다. 그저 이번엔 뚫릴까 하는 호기심 어린 상상만이 가득, 아버지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면 필시 실망할 것이다.


흙을 날리며 달려가는 에드나쉴은 다가갈수록 초기의 웃음이 되살아나는 게 훤히 보였다. 이제는 싸움이 아니라 하나의 장난, 실험이라는 생각뿐이다. 제롤린은 행동불능으로 만든 시점에서 에드나쉴에겐 승리라 다름없는 일이라 사실로 인정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엘리나가 목숨을 걸고 덤빈다 한들 한 합도 버티지 못하고 죽는 건 운명이다. 운명론이다.


그럼 운명을 싫어하는 ‘기사’가 운명에 휩싸인 그녀를 구하면 살 수 있다.


“윽!!”


바닥에서부터 위화감을 감지하고 얼마 능가하지 않은 속력을 땅에 창을 박고 달리기를 멈추면서 3갈래로 솟아올라오는 하얀 사슬들을 간단히 피해버렸다. 속도를 늦추려고 박은 창을 금방 뽑아 거슬리는 사슬들을 백스텝을 치며 베어버린다.


시선은 먹이를 노리는 늑대답게 포이즌 포레스 숲 입구를 향했다.


“새로운 녀석인가. 잠자코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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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4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90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4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8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4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10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4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20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95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6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9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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