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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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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394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3.15 22:00
조회
4,112
추천
32
글자
8쪽

그때로 태어나다[1]

DUMMY

또, 바깥은 잘나신 태양님이 쨍쨍하게 내려쬐고 있고 나는 여전히 공사판에서 노가다를 하며 힘들게 일하고 있다. 비지땀이 흥건하게 내렸지만 이제야 좀 비 내리는 것이 멈추었다. 참으로 괴로운 나날들, 거기에 날씨까지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만 한다.


내 인생 25년 가정에서 독립하고 나 홀로 가파른 산을 넘어온 시간은 벌서 3년이 지났다.


12년 공부를 마치고 성인이 되기 위해 벽을 허물었던 그날, 그날을 생각하면 성공적인 미래와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현실을 경험하고 나니 아무리 긍정적인 강의나 이야기를 들어도 부정적인 성향이 짙게 새겨지기만 했었다.


그만큼 현실에 대한 압박감이 강했다는 뜻이다. 개인적인 양상일 수 도 있겠지만 내가 사는 인생에서 남이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시간이 지나도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상호작용, 혹은 어쩔 수 없이 함께 해야만 하는 직업에 도우미 정도지 일생을 함께 할 존재들은 아니다.



애초에 그들도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거리를 걷고 있을 것이다. 확신 없는 추측이지만 그렇다고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닐 텐데.


한 가지 드는 의문점.


무슨 이유로 나는 생명연장을 추구하는 걸까.


무슨 이유로 살고 싶어 하는 걸까.


본능이라는 이유로 심장이 뛰고 있음을 유지하고 싶은 걸까.


그렇다면 그 무한한 이유들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유지되는 게 아닐까.


“행복하지 않다면 뛸 이유도 없잖아.”


이것이 내 결론이다. 생활고가 내 의지를 짓눌러 간다. 학자금 대출 빛은 여전히 저축을 가로막고 있다. 취업은커녕 알바도 구하기 힘든 사회다. 그나마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주상 복합 단지 건설 현장의 노가다라도 뛰고 있다.


“벌서 힘들어 하면 어떡하나. 이제 4일차 인데.”


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는 사람. 지인이랑 5일차 노가다중인 내 친구다. 하루 차이로 선배 노릇 행세를 하고 있지만 일단은 나보다 하루 정도는 더 무거운걸 들고 걸은 시간이 더 많기에 인정해주었다.


“이번엔 이거야.”


녀석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손끝의 목적지와 내 눈알 이동 경로가 다른 건가 하던 찰나 그 빈 공간을 줄에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두꺼운 철근 20개 정도가 채워버렸다. 즉 크레인을 통해 25층 높이까지 올라온 저것을 인부들과 받아들고 우리는 해체작업을 하는 것이 일이다.


알바이기도 하고 딱히 정식 직원은 아닌지라 고난이도의 업무 수행은 가급적 시키지 않을뿐더러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잡일꾼에 해당된다. 고소 공포증도 없어서 덜 힘든 일을 받은 것에 기쁨을 느낀다.


“저거만 받고서 점심 먹자. 이제 정각 다 되가네.”


손목시계를 보니 친구 놈 말대로 시간은 11시 58분. 비로소 몸의 피로를 푸는 잠깐의 여유가 바짝 다가온 셈이다. 물론 저 마지막 작업을 끝내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좀 더 좀 더!!”


소리를 지르며 양 팔을 흔들어 제스처를 날린다.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기에 팔을 흔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뒤에 있던 다른 인부 아저씨는 무전기로 통신한다. 철근더미가 25층 지상에 내려앉았다. 나와 친구 병헌이는 다가가 밴드를 풀려고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쉬운 작업은 아니기에 그 고도에 올리기 위해서 강하게 묶었을 그 밴드를 우린 풀지 못했다.


“이거 참 난감하네.”


“학생들, 우리가 할게. 내려가서 밥이나 먹어.”


뒤쪽에서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줄 알았는데. 자비라기 보단 빨리 빨리 이루어져야 할 작업을 우리가 지체시키고 있는 거 같은지 아저씨들이 직접 나섰다. 그들은 손에 종이뭉치를 들고 있었는데 추측컨대 설계도라고 생각했다. 그야 다른 사람-노란 조끼-들은 없었는데 이 두 사람은 착용하고 있었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공사장 엘리베이터는 꽤나 섬뜩하다. 항상 탈 때마다 언젠간 사고가 날거 같은데 병헌이는 괜찮다고 한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하지만······ 이 엘리베이터는 이미 한번 사고를 당한 적 이 있다.


어······?


순간 짜릿한 기분이 머리를 강타하고 지나갔다. 나는 4일째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지만 사고를 당한 적이 없다. 또한 방금 같은 기현상은 처음 이다. 게다가 녀석한테 이미 들은 얘기지만 여태껏 사고가 나지 않았다······.


쿠르르갸갸가각!!


“으아 아아-앗!”


“뭐뭐뭐뭐뭐뭐야!”


갑자기 위에서 덜컹하는 꺼림칙한 소리와 함께 스팟하는 예감이 그대로 적중했음을 나는 깨달았다. 이 무슨 신의 능력인지, 예견 따윈 할 줄도 모르는데. 위를 보고 싶었지만, 보기가 두려워졌다. 엘리베이터가 고속으로 추락하는 상황에 그 원인을 찾기 보단······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을 나는 내심 기대하며 기다린다.


다만 문제는 엘리베이터 내부 손잡이를 꽉 잡고 있는 병헌이. 기억 속 엘리베이터는 이제 곧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잠깐 동안 속도가 줄어든다. 그때 내가 분명······.


“너라도 살아라 병헌아!”


주먹으로, 녀석의 가슴팍을 강하게 밀면서 덜컹거리는 문을 향해 밀었다. 그 순간 기적적으로 건물 벽과 충돌하며 내려가며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 충격으로 문이 강제적으로 열렸고 그 사이로 병헌이는 빠져나가져 몇 층인지도 모를 층수로 퇴장했다.


“그나마 다행.”


충격으로 문이 열렸지만 이와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줄은 끊어지고 건물에서 멀어져 가며 정면으로 추락해 간다.


“이제······ 기억이 안나네.”


더 이상 미래시가 보이지 않는다. 이걸로 확정사일까. 압박해오는 풍압이 거침없이 안면을 강타한다. 피부가 따끔 따끔거려서 눈을 감았다. 이제 곧······ 죽는다.


다른 사람들은 죽기 전 오만가지 잡념과 사념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닌다고 들었다. 죽을 상황에 그런 생각이 드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인생은 경험이라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다. 그리고 친구들, 그리고 없는 여자친구를 대신 한 여자사람친구, 마지막으로 전 여친과 아는 사람들. 사람과 사람은 언뜻 정이 없어 보여 연이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어느새 친한 우정이 싹튼다. 성공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런 우정들에 나름대로 행복을 느꼈다.


“벌서어? 거래에 응해주면 살려줄게.”


무슨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 몸은······


“서있다.”


눈을 떠보니 머리는 아래가 아니라 위에, 아니 우선은 살아있다. 철문을 칠 때 살짝 까졌던 상처가 아직 욱신거린다. 다만 이곳은······ 내가 지금껏 사진이라던가 몸소 다녀온 여행 중에도 이런 곳은 본 적이 없다.


그냥 검은 색 세계다. 땅에 닿은 발 근처에는 무언가 이글이글거리는 것이 연기 같기도 하고 불꽃이기도 한 게 아리송했다. 내가 불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건지 아니면 다 타버린 곳에 운 좋게 서있는 것인지.


혹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가 나를 이 공간으로 불러 구해줬다는 가설. 내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현실세계에선 존재하지도 않을 날개를 힘껏 짓하며 공중에 떠있는 미녀가 말이다.


“여긴······.”


“천사. 그것이 부르는 호칭. 편하게 대화하지. 죽고 싶지 않고 살고 싶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어처구니가 없는 질문이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 즉 지상으로 추락하는 정신적 고통과 육체가 부셔지는 짜릿한 고통을 겪어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사는 걸 택했다. 겁쟁이기에.


“대신 거래에 응해줘야겠어. 너는 목숨을 대가로 말이야. 내 놀음에 어울려주렴.”


천사가 팔을 한번 휘둘러 반원을 그리자 벌어진 틈에서 강렬한 백색빛이 뿜어져 나왔다. 양 팔로 얼굴을 가려도 그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체······ 뭔······.”


거기서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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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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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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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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