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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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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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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92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9.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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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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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구조 완료[5]

DUMMY

뒷말도 남기지 않고 확실히 전했다. 그 내용은······.


“다음 차례는 대공님이니까.”




테라와 살바토르는 두껍고 그칠줄 모르는 비에 의해 젖어버린 물렁한 땅 위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인 결과, 흙 투성이 몸이 되었다. 그 덕에 성 안에 잡입 당시 허름하긴 해도 살바토르 특유의 뽐새는 남아있었지만, 튀긴 흙에 물 머금은 가죽 신.


핏방울이 무수하게 튀어 달라붙은 상의는 거지꼴과 비슷하게 변해갔다.


그런 모습으로 늠름한 거신의 기사를 쓰러트리고 때마침 포착된 성벽 끝 후방에서 나오는 푸른 머리의 기사와 익숙한 오메룸 갑옷을 입고 있는 방금 전까지 감옥에 투옥당해 고생하던 애제자를 보자 비로소 끝났다고 생각했다.


“뭐······ 뭐라고······.”

비를 피해 나뭇잎 보호장막 아래로 들어온 살바토르에게 마찬가지로 비는 맞고 있지만 성벽에 몸을 기대어 최소한의 비를 맞아가며 휴식을 취하는 테라는 한 가지 절망적인 사실을 통보했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안 해봤나. 왜 적이 침입했는데 우리 병력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무슨 소리야. 내 동료를······.”


추적했지만 극히 소수였다. 지하로 들어간 뒤 바로 출발하지 않고 바깥 상황을 소리로 엿들은 바, 인원수의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았지만 그다지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긴 행동을 떠올렸다. 게다가 한 밤 중 기습이라곤 하나 어지간한 자가 아닌 이상은 침입의 목표가 무엇인지 바로 그 순간에 간파 당할 거라고 인디라는 충고했으나 실제로 지하에 등장한 적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인디라가 주의를 끌어 추격대를 유인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겨우 그 움직임만 실행했을 뿐, 현실적으로 방어망이 구축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레드포드의 정보가 중요한 축으로 끼어 알 수 있었지만 말 그대로 ‘이상하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런 상황.


“네 말대로라면 모종의 명령이 전달되었다 이건가. 과연.”


테라는 황궁 기사인 만큼 강자 중에 강자에 속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서 몇 백 명의 병사들을 쓸어버리고 첫 전투에서 기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호각을 보인데다가 두 번째 싸움 전엔 로칸의 간접 등장으로 인해 충돌이 이루어지진 않았으나 당시만 해도 테라 또한 물러서지 않으려고 했었다.


싸움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굳은 정신이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는 걸 감으로 느꼈을 것이고 살바토르도 알아챘었다. 아니, 그것과는 별개로 이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듣고 살바토르는 앞으로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깨달았다.


‘일부로야. 테라가 혼자 나온 건 선택이겠지만 힘을 다한 나를 포획하려는 병사들은 나오지 않고 있어.’


이상한 점을 발견, 했을 때는 이미 등줄기에 한기가 스쳐간 다음이었다.


“살바토르!!”


인디라가 성벽에서 당장 내려와 물이 고인 땅을 신경 쓰지 않고 첨벙첨벙 밟아대며 대각 직선으로 비를 피하는 살바토르에게 달려갔다. 그 뒤로 검에 성력을 불어넣어 호위를 도맡은 레드포드도 살을 애리는 성문 쪽을 바라보며 따라왔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성문은 살바토르가 구멍을 내고 감옥을 탈출해 바깥으로 나왔을 때 완전히 부셔버려 기능을 상실하다 못해 형체가 사라져버렸다. 따라서 문은 없는데······ 안으로 보이는 낡은 바닥이나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언가가, 무언가 지켜보고 있다는 서리감이 레드포드는 감으로 지점을 탐색했다.


“뭔가 위험한 게 있습니다. 스승님.”


살바토르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표현을 보이자 테라가 입을 열었다.


“애송이의 제자도 나름 쓸 만하군. 그럼 다음 시험이다. 힘의 측정!”


정! 이란 끝과 함께 본 성의 좌측에서 벽을 기대 이상의 헝클어진 정글처럼 뚫어버리고 튀어나온 하얀색 덩어리가 순식간에 칩입자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걸 재빠르게 레드포드가 성력을 둘러싼 검으로 막아서며 대응했다.


성력 덩어리와 닿는 찰라에 레드포드의 성력은 바닥에 떨어트려 깨진 얼음 마냥 전혀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2초, 살바토르에게 받은 기사단 검으로 물리적인 힘을 맞받아치려하니 역시 압력 면에서 압도적인 힘인 것인지 검이 서서히 찌그러지는 손상을 일으켰다. 두 손으로 바꿔 잡았지만 그래도 서서히 발이 밀려지는 것은 멈출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저건 오메룸 광물을 혼합해 만든 검이다.”


오메룸 갑옷을 만드는 방식과 같은 형식으로 태어난 기사단 전용, 다시 말하면 성력 사용자를 위한 검이다. 오메룸 광물의 특성상 내보내는 성력은 증폭시키되 받아들이는 성력 또한 100퍼센트 순도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성력엔 약하단 거다. 애송이. 네가 만든 폭성신화를 버틴 검이 어디 있었나?”


테라는 살바토트를 비웃으며 손을 들었다. 공중에 뜬 손은 다시 내려 성벽을 밀며 몸을 앞으로 당겼고 왼손으론 땅을 지탱해 어느 샌가 활동성을 되찾은 신체로 다리를 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애검 클레이모어를 집어 들려는 건지 시선이 그쪽으로 이동했다.


“저 녀석, 아직도!”


인디라가 저지하려 하자 테라가 흙을 발로 차 얼굴에 뿌리자 두 팔로 얼굴을 가드한 인디라는 전진을 가로막혔다. 그 사이 녹슨 자동차 엔진처럼 부자연스런 걸음걸이로 빠르게 나아가 검을 집은 직후, 성력을 불어넣어 레드포드가 막고 있는 성력 덩어리를 우측에서 쳐내었다.


모든 행동을 시간초로 계산하면 고작 5초다. 그때까지 기사단 검은 반절이 찌그러져 망가진 검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테라의 어시스트가 없었다면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튕겨내기 조차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너희를 구한 게 아니다. 이것이 대공님이 원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행동이라고? 대공이라니, 설마 로칸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레드포드의 안도가 다행스럽게 여겨졌지만 테라의 의의의 도움을 본다면 좋지 않다고 직감했다. 굳이 적을 구할 이유는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불필요한 행동. 인디라도 침을 꼴깍 삼키며 낙하는 비에 의해 사라지는 먼지 속 인영의 정체가 나오길 기다렸다. 내리는 비는 차갑다. 그리고 아프다.


전투 때만 해도 감각적으로 둔해지진 않았지만 느껴지지 않았던 그 두꺼운 타격감이 잊혀져 가는 기분이다. 그건 아마도 어느 여름날, 어디에나 있을법한 가로등에 한가로이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삶으로서의 운명을 즐기는 날벌레들의 발악을 구경하며 집으로 돌아갈 목적을 잃은 듯이.


기사로서 적이라는 커다란 존재를 두 눈으로 보기 싶기 때문에.


살바토르는 도망치지 않았다.


겨우 임무를 완수했음에도, 인디라가 눈빛으로 재촉을 하고 있음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동안의 침묵을 깨트린 건 레드포드였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양 팔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전 무서워하는 것을 눈앞에서 봐서 떠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패배해 떨고 있다면 다행이겠죠. 이 상태로 막아낸 것도 기적입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 만약 한 번 더 그게 날아오면 날벌레 같이 의미 없이 죽겠죠.”


“그 기상은 장하지만, 멍청한 거나 다름없단다. 어린 기사여.”


테라는 웃고 살바토르는 눈을 찡그리고 인디라는 동공이 커지고 레드포드는 뭣도 모르고 웃는다. 4명의 인간이 하나 같이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시선은 먼지 속 인영에 향했다. 몸체는 흔들리는 빛과 유동적인 먼지 때문에 확연하게 비춰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언뜻 봐도 몸집은 테라보다 크며 키 또한 4명 중 가장 큰 테라를 넘어섰다.


아주 조금이 아니라 티가 날만큼의 키다. 갑옷을 입은 테라는 생각한 것보다 몸집이 커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오메룸 갑옷이 각 개인 치수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전장에 나서는 ‘그’ 가 황궁 기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착용한 갑옷은 일반적인 갑옷으로 평균 사이즈에 해당하는 갑옷일 것이다.


기사고, 왼 손에든 무진장 큰 대검······이 맞을까 살짝 검날이 울퉁불퉁 한 것이 그냥 검은 아닌 거 같다. 그가 누구든 간에 아니, 이 성에 테라 다음으로 강한 인간이 누굴까.


‘로칸이겟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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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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