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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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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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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95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9.0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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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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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DUMMY

“알다시피 나는 로칸이다. 기회를 줄 테니 가거라.”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 살바토르는 다시금 일어섰다. 비틀거리는 다리와 전보다 미약해진 성력의 검을 양 손에 일으켜 전투 준비를 맞췄다. 그런데 먼지 속에서 들려온 말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길바닥에 무릎 꿇어 돈을 구걸하는 거지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정작 그 손은 따스한 잡기가 아닌 차가운 동전을 건네주는 행위였다는 것처럼 인정이 아닌 자비를 베푸는 행위에서 비롯된 말 이였다.


당연히 살바토르는 화가났다.


“뭐라고? 너는 지금 나를 우롱하고 있다. 나와라! 상대 해주마.”


하지만 거지의 입장에서 보는 시선이 그런 것이지 돈을 건네준 그 자는 결코 우롱이나 자비를 베푸는 행위가 아니었을 것이다. 구영웅 로칸은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자의 1인자.


“죽을 생각은 아니겠지. 황궁 삼기사. 그 몸 상태, 최고의 기분을 유지해도 모자랄 판에 그러한 선택은 어리석다 보는 군.”


기사의 다리가 밖으로 나왔다. 그 다음은 검을 든 팔. 인데······ 그것은 전혀 검처럼 생기지 않은 돌이였다. 물론 형태는 검이라 할 수 있었다. 황궁에도 있고 각 성마다 하나씩은 배치해 놓은 예술 작품 중 하나, 하라탄 공국 출신의 예술가가 황제의 명으로 제작한 석상의 기사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정의를 상징하는 대석정검大石正劍이다.


본디 날도 없고 모습만 검이지 사람을 벨 수 있는 검이 아니다. 그저 장식품이거늘 로칸은 마치 진짜 검처럼 들고선 등장했다. 갖가지 상처가 난무하는 뺨을 보고 인디라나 레드포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황궁 측 사람이라면 배반자의 대한 정보는 거짓된 것이 보통이다. 살바토르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저게 바로 구영웅 로칸이구나. 엄청난 살기다······.”


하얗고 거미줄처럼 얇지만 하나하나에 형태가 똑바로 잡혀있다. 성력의 뿌리는 인간의 감정이 대신한다. 태생적으로 존재하고 본인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힘을, 반대로 적을 죽여 지키는 이상에 반대되는 힘을 실현하기 위해 살기를 담는다.


게다가 무의식이다. 로칸은 입 밖으로 내뱉은 믿음의 자유란 뜻의 말과 다르게 어깨서부터 허리까지 가느다란 성력의 줄기가 뻗어 나왔다. 레드포드는 자신이 기사라는 자각을 잊은 채 벌벌 떨며 무릎을 떨어뜨렸다.


비슷한 증세가 인디라와 테라에게도 닿았다. 갑자기 잡히지도 않는 가슴팍을 건틀릿으로 박박 긁던 테라는 급기야 다량의 피를 토해버렸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표정을 지었고 생명의 본능이 몸을 지키려는 것인지 성력이 발현되어 전신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금 다르지만 인디라는 코피를 흘렸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가거라. 나의 적은 황제이지 너희가 아니다. 스칼렛 살바토르. 정녕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여행을 떠나라. 그리고 그 끝에 도달했을 때 진실을 받아들이고 선택해라. 내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했던 것······?”


로칸은 구영웅이다. 구영웅과 감옥에 갇힌 일은 별개다. 그는 황제의 은총 사건 이전에 아슈나 제국의 최후의 보루였다. 그리고 황제의 뜻에 따라 옥에 갇혔다. 허나 그 사이에 시간은 충분했다. 그때, 그는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인간의 운명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건 저주 받은 이 시대를 이끈 영웅이 남긴 마지막 유언이지. 너는 기사다. 이제 와서 살육은 불필요한 요소다.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건 나의 선택이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널 죽이지 않는 건. 가거라.”


로칸은 끝까지 공격을 하지 않았다. 상처투성이들의 적이 세 명이나 있으면서 단 한번이면 두 동강을 낼 텐데도 하지 않는다. 문뜩 살바토르는 로칸의 말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단 다소 상황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해보았다.


기사가 된 이후로 부에 놀고 만족한 생활을 탈피하고 싶단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 구영웅이 선택한 진정한 평화라는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향하고 있다는 걸 보자니 자신에게도 그러한 선택이 주어지는 계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피 흘리며 싸우고, 같은 종족인데도 겨우 욕심에 옆에 있는 자를 죽이고, 또다시 피를 흘리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로칸의 눈빛은 살바토르에게 그렇게 말했다.


“대공의 뜻을 따르거라. 애송아.”


다시, 테라는 일어섰다. 그게 무서웠다. 피까지 역류하며 토해낸 테라가 강인한 눈빛을 잃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건 단단한 충성심을 바칠 수 있는 버팀목이라는 이름의 주군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살바토르는······ 결심했다.


거신의 기사 세브리노 테라는 클레이모어를 집어 들곤 잠시동안 폭주하던 성력을 단숨에 검으로 모아 성벽을 향해 날렸다. 발리스타 대여섯대를 날려 부순 듯 파편 조각들이 저만치 날아갔다. 직후 비 내리는 소리만이 정적을 자아내고 격하게 달려오는 듯 한 엇박이 말발굽 소리가 살바토르에 귀를 간질였다. 비가 무수히 내리는데도 말을 타고 달리는 자는 급박한 상황에 처한 자거나 물건이 상하기 전에 피하려는 상인일거라고 평범하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의 심정도 모르고 굵은 빗방울들을 맞게 할 사람은 없다. 말 또한 상품, 상품이자 파트너로서 상하게 하진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일순간 폭풍 같은 천둥의 굉음과 함께 빈 성문을 지나 성벽을 엄청난 기세로 관통한 성력 응용 공격이 빗발쳤다.


로칸이 등장할 때 모두의 이목을 끈 것처럼 로칸을 포함해 5명의 시선이 구멍 난 성벽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또 누구야.”


승질난 인디라가 성벽 너머에 있을법한 범인에게 소리를 질러 분노를 표현했다. 나홀로 테라는 정체가 뭔지 깨닫기라도 한 듯 ‘이런 성력을 가졌다면 녀석밖에 없지.’ 라며 중얼거리며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빨리 보고 싶어 성문으로 걸었다.




“맨날 찌더니 갑자기 비가 내리네요. 하, 공사장 알바 같다가 비 맞고 오는 그때가 새록새록 하네······.”


오는 도중에 작은 마을에 들려 말을 농장 일을 잠시 도와주고는 황궁 기사라는 직업만으로 싼 값에 말을 구입하게 되어 곧장 쉬지 않고 랜 성을 향해 두 사람을 고삐를 흔들었다. 말에게 성력을 주어 근력을 강화시켜 한 번 달려 이동할 거리를 두 배 가량 늘려 소비한 시간만큼 촉구해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달리기를 말들은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두 방울씩 먹구름 사이에서 내리는 더러운 물방울을 맞고서야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보호하려다 멍청하게도 창을 놓쳐 우리엘에게 심한 잔소리를 들었다. 덕분에 말들은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티베리우스는 미래와 현재는 환경 차이가 몹시 심하다, 특히나 현재는 공기가 너무 맑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등 현대적인 습관과 가치관은 모쪼록 잊어버리거나 배치시키지 말란 소리가 대부분 이였다.


“하여간 그런 식으로 하던 일 망치면 그대로 죽음이에요. 뭘 하려고 해도 못하고 죽어요!”


죽는다, 죽어! 꺅! 같은 의성어를 남발하는 우리엘한테 동행하는 호위 기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90도 가량 숙여가며 사과를 하였다. 비도 맞고 잔소리도 들은 기사는 축 늘어진 어깨에 기죽은 말투로 자신이 탑승한 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미안해. 내가 멍청해서 그래.”

창을 떨어트리고 놀란 나머지 고삐를 급하게 꺾는 바람에 말이 넘어질 뻔 했었다. 언어가 달라 대화가 성립되지 않아 두 생명 간 관계는 나빠졌지만 티베리우스는 사과를 받아달란 듯이 정성들여 손을 움직였다.


마을에서 가져온 바구니에 담긴 빵을 집어 들던 우리엘은 무당이 귀신을 본 것처럼 번뜩하며 랜 성 근처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 끝은 정확히 로칸이 위치해있던 성 안, 폭성신화를 쓴 당시.

우리엘은 정확히 기척과 성력의 커다란 움직임을 확인했다.


“랜 성으로 속히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전투가 일어나는 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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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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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8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4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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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1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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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19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95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5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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