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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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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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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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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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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DUMMY

그로부터 대략 1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다. 반나절, 아니 그 이상에 속하는 하루라는 시간을 전부 소비해서라도 주군 오스카 사무엘을 깨우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노력 없이 주군은 단 1시간 만에 메이스에 쳐 맞아 날아가며, 나무가 부러질 정도로 충돌한 타격을 몸으로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던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라면 하루도 모자를 거 같다며 주군에 대해 감탄하였다.


이 경우 오스카가 남들보다 강한 이유일지도. 인간보다 강하다고 알려진 엘프는 잠에서 깨어나질 않고 있다. 오스카가 어깨를 붙잡고 거칠게 흔들어도 미동 하나 없는 인형을 건드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않아는 군. 충격이 상상 이상으로 강했지만 숲에 풀을 침대 삼아 누우니 평소보다 회복이 빠름을 체감했다.”


성인 엘프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살며시 바닥을 문지르며 건틀릿에 닿는 팍팍함을 ‘소리’ 감각으로 느껴본다. 역시 정신에 와 닿는 피부가 아니면 제대로 자연의 감상을 할 순 없겠다고 아쉬운 표정으로 말한다.


엘리나는 그래도 주군이 깨어났다는 기쁨에 실실 웃으며 다친 곳을 체크했고 등에 커다란 피멍 자국, 오른쪽 어깨의 피부도 큰 피멍과 격통이 조금씩 전해져오는 아픔을 확인했다. 못난 괴물이 메이스를 휘두를 때 타격 부위로 선점한 어깨 부위와 충돌 후 착지 당시의 외상이라도 오스카는 판단했다.


피멍 정도는 연금술사에게 부탁하면 약을 제조해주지만, 찌그러진 오메룸 갑옷을 벗기 위해선 갑옷을 잘라낼 필요가 단단히 있다. 따라서 뼈의 격통은 참아야 한다.


“엘리나. 다리 다친 새를 보는 눈은 그만둬라. 그렇게 많이 아픈 건 아니니까.”


“죄, 죄송합니다! 오라버니!”


제법 평소대로의 분위기가 낮선 숲에서 풍경을 세울 때, 엘리나 품에서 나와 근처를 둘러보다 돌아온 소녀 엘프가 누워있는 ‘엄마’에게 달려왔다.


“엄마는 괜찮아요?”


어린데도, 정신이 인간보다 덜 성장하는 시기임에도 냉정하고 올바른 질문과 산만한 울음보는 결코 흘리지 않았던 소녀다. 오스카는 대견하게 행동하는 소녀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색한 ‘접촉’에 뒷걸음질을 쳐 장소를 벗어나려다 다정하게 다가와 말을 걸어준 기사를 기억해내고 어색하게 받아들였다.


“오호? 꽤나 색다른 광경이군. 어쩌면 벌어져선 안 될 일이라는 거겠지. 다른 종족이라는 개념을 잊은 건 아닌 거 같긴 한데, 다르게 보면 잊어버린 건 아니지만 그런 애정 표현을 서로 나눠 친밀도를 확인해도 좋다는 것인가? 세대가 바뀌었듯이 세계도 바뀌어 지식과 관념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지? 나에겐 지식이 있다. 엘프와 인간이 ‘접촉’을 해도 안전할 테인가? 해를 가한다면 누구에게 가해야 한다. 누구일까. 아니, 해를 가하는 건 너희들이며 해를 당하는 건 그분이시며 나이다. 그러한 연고로 기사는 죄를 구원한다.”


풀숲에서 들려온 장언의 교향곡. 나뭇가지를 한 팔로 무심하게 올리며 시야를 튼 검사는 가지고 있던 검으로 우측에 있던 나무를 가뿐히 베어내면서 온전한 공간을 확보한다. 이 이상 앞으로 나아가 미지의 영역을 침범했다간 위협이 다가올 거란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오스카 사무엘에겐 겁쟁이의 조심성으로 밖에 안 보이지만.


“말이 많군. 그대는 누구지? 인간이며 기사이다. 그럼 소속을 밝혀라.”


“구원자라고 하지. 어차피 젊은 걸 봐서 날 모를 테니 넘어가도록 하지.”


“상당히 깔보는 젊은이인데, 기사이면서 소속을 밝히는 걸 거부하다니. 윗선에 선 기사라고 해도 기사끼리의 예절은 지킬 터. 나는 옵타이오 제국 기사로서 기사의 품위가 바르지 못한 걸 두고 보지 않는다.”


격통을 참아가며 부상당한 팔로 검을 뽑아든다. 기사단 문양이 찍힌 검등이에 문자로 기사의 명예라고 쓰인 검날엔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반사되었다. 의도하지 않은 빛 반사는 제롤린에게 닿기는커녕 조준경을 통해 적을 보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신경한 상태에서 예민한 제롤린이 반짝이는 날을 봐버리곤 눈을 찡그렸다.


‘이건······.’


반사를 이용한 시야 견제 시도라고 착각한 나머지 눈을 찡그렸고, 오스카는 의도치 않게 선공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하반신에 성력을 불어넣어 출력을 증가시키고 일절 쓸데없는 틈을 소모하지 않은 채 한 호흡만으로 제롤린의 왼쪽에 파고들었다.


검사는 이것을 보고 비웃는다.


시선은 전방을 바라보고 있는 채 검을 든 오른손만이 쾌속으로 공기를 가르고 검으로 검을 막는다. 방어도 그냥 방어가 아니었다. 타이밍 좋게 검을 밀어 넣는 식의 방어로 오스카의 내려치는 검 방향을 강제적으로 흩뜨려 놓고 실린 무게와 벡터를 그대로 허공에다 발산하게끔 유도했다.


“갓난 애기도 하는 ‘먹이를 탐하는 동물의 이동 루트’ 다.


혐오스런 벌레를 보는 듯 한 눈으로 제롤린 바로 앞 땅을 검으로 내려친 오스카는 이게 아니다 라고 머릿속으로 억박이 난 공격을 분석했다. 분석하는데 0.5초도 안 걸리고 오른 손목을 틀어 올려베기를 하려는 순간, 단전을 강타하는 무릎 차기에 날려짐을 당한다.


그러나 아까처럼 호되게 당해 상처를 늘려선 안 된다. 가장 먼저 바닥에 검을 박아 넣어 속도를 차감하고 안전하게 닿은 발로 마찰해 금세 멈출 수 있었다.


“뭐지? 그 멍청한 눈은. 네놈과 난 비슷한 인간인거 같은데 검의 실력으론 내가 한 수 위구나. 성격이나 말투, 크게 다르지 않는데 실력만큼은 다르다. 기사라고 운운했었지? 실력으로 진다면 알아서 물러나도록.”


강자가 살고 약자가 복종하는 시대. 전란의 시대를 넘은 제롤린 온 아바즈에게 오스카 사무엘은 아직 병아리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먼저 싸움을 걸고 치사한 방법으로 선공을 차지한 오스카에게 날카로운 회초리로 교육 시켰다고 생각했다.


“깔보지 마. 네가 너랑 비슷하다고? 확실히 말투나 성격은 그렇다 해도, 온전히 다르지 않는다면 비교 따위 시도조차마라. 역겨우니까.”


“항상 냉정한 나에 비하면 제법 화를 낼 줄 아는 친구인가 본데, 그래서야 검의 본질로 휘두를 수 있겠나?”


오스카는 다음 말을 무시하고 왼쪽으로 파고들려고 왼 발을 애벌래가 기어가는 것처럼 조금씩 앞발을 옮겼다. 자신 기준 오른쪽으로 파고든다면 적이 오른손에 든 검이 활발히 움직일거 라는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단순히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 오스카의 실책.


이 역시 오스카의 실책이다.


적과의 눈높이를 알아가야지만 비로소 감당할 수 없겠구나 하고.


“초식 동물마냥 도망쳐야지. 왼 쪽으로 왔다 해도 같은 방식으로 막혀 날아갈 뿐이다. 대체 큰소리로 자부하는 자신감에 깃든 실력은 어디 간 거지? 갑옷 상태를 보아하니 부상이군. 그럼 인정해주지. 그대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터무니없이 강해진 것이라고.”


검사가 검을 좌측 상단에 올려 비스듬히 각도를 튼다. 백색 아지랑이가 검을 둘러싸고 살기를 투영하자 희고 진하고, 끈적끈적한 기분이 드는 성력이 검을 감싼 모양이 신의 은총 같이 사방에 밝음을 전파한다.


마침 근처에 늪이 있어 갑옷을 관통하고 느껴지는 심리적인 구속감이 한층 더 강해진다.


“폭성신화인가······? 이 거리에 퇴로 없는 곳에서.”


퇴로가 없지는 않는다. 다만 기절한 성인 엘프를 데리고 빠져나갈 만큼의 여유를 적이 줄 이유는 없기에.


“그 표정. 제법 재미있군. 살고 싶어 하는 얼굴인데 기사는 죽음에 굴하지 않는다. 보기엔 젊은 나지만, 그 속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구세대다. 죽이진 않을 테니 살짝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지도······.”


검사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추가한다.


“조금은 아플 거다.”


직후 내려쳐진? 정정하면 반월을 베었다. 검에서 발산한 성력은 반듯하게 늘어나 오스카의 턱 밑까지만 베어내었다. 검의 좌우가 성력에 의해 공격 범위가 늘어낫고 그저 위협적인 공격임으로 직접 살을 베지 않고 바닥을 베어낸 자비를 베풀었다.


폭발하듯 솟아오른 흙덩어리들과 운이 좋게 꿈틀거리는 지렁이들. 제법 광역의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조금은 아플 거라는 건······ 패배한 정신을 위로하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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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4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89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7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4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8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8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8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7 3 10쪽
»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4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1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09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3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19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4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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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구조 완료[1] +1 16.08.20 23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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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6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8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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