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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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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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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글자수 :
479,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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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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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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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DUMMY

“대체 오메룸 숲은 어디까지가 길이고 어디까지가 끝이란 말이냐!!”


“조용 좀 해라. 오스카. 젊은 나도 이렇게 얌전하거늘······.”


비정상적인 대답에 오스카 사무엘은 냉담하게 답한다.


“나보다 한 살 더 적은 데다 30년 이상을 더 살았지. 아, 그렇지.”


최후의 일격을 보기 좋게 날린다.


“결국은 할아버지라는 거군. 생애에 일찍 죽었지만 말이지.”


“두 사람 갑자기 친해졌네요.”


뒤에서 엘프들과 나란히 걷던 엘리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오라버니와 잠깐 동안 조력자로서 동행하기로 구두 약속을 나눈 제롤린 온 아바즈를 어머니의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엘프에 대한 내용이 오고가지 않았다면 필시 양측의 전력이 떨어질 때 까지, 혹은 생명이 끊길 때 까지 싸웠을 기사들의 전투는 피 튀기는 혈투로 진척됨을 멈췄다.


졸지에 엘프들과 협력하는 상황까지 들어가 괴물들을 전원 처치하는데 종족 간의 다툼을 넘어 종족 협력에 앞장서 완수하였다. 엘리나로선 이대로 평화롭게 시간이 흘러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만, 제롤린이 어디까지 선한 인간성을 가지고 행동할지는 본인조차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을지는 꽃이 질 확률과 같아. 끝까지 의심해야 돼.’


그렇게 일행은 선두에 선 사냥꾼 집단의 대장 엘프의 안내에 따라 가뿐하게 3단계의 숲에 도달한다. 괴물은 전부 죽어서 존재하지 않아 자연 그 자체의 가로막음은 제롤린의 지혜로 평지를 걷듯이 지나가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엘프의 자연의 해법으로 늪 지역을 벗어나 어엿한 숲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부터는 별로 위험하지는 않지만······ 독으로 가득한 숲이야. 엘프에겐 독에 대한 내성이 있지만 인간은 아니지. 특히 기사. 조심하도록. 아까 갑옷을 떼어냈잖아.”


대장 엘프는 애꾸눈이였다. 그 탓에 날카로운 눈매가 더더욱 예리해지는 착시 효과가 가미되어 오스카를 걱정하는 어색한 태도로 보는 것뿐임에도 마치 동물을 잡겠다는 사냥꾼의 느낌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가 경계하는 건, 제 2단계 숲을 통과할 무렵에 안전을 전제로 제롤린과 대장 엘프가 오스카의 갑옷이 찌그러진 오른손부터 팔꿈치까지 아래 까지의 부품을 싹둑 잘라버렸다. 더 정확히는 최대한 팔을 몸 안쪽으로 끌어 당긴 뒤 대장 엘프가 불로 지져 인장력을 늘리고 저항성을 낮춘 후 제롤린이 성력을 쓰지 않은 채 순수한 완력만으로 직각으로 팔목을 베어내었다. 그것으로 갑옷에는 내부로 침입할 기회가 생기고 말았다. 오스카나 일행 입장에선 좋은 신호이기에 기쁨의 웃음을 지었다.


제롤린과 대장 엘프는 갑옷이 너무 단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옆에서 다른 엘프들과 엘리나는 오스카에 대해 이야기의 나무를 피는 중이다. 작업은 멈출 기미 없이 1시간 동안 진행되어 찌그러진 부분을 피는데 성공했다.


불로 달군 기다란 철 막대를 집어넣어 온도를 올리는 순간에 증폭한 근육을 조종해 밀어 올리는 다소 불가능하지만 이성 이상의 힘이 존재하는 세계에선 불가능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 탓에 취약한 손이 갑옷에 보호 없이 제 3단계의 숲을 지나려는데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인간을 싫어하는 대장 엘프가 말이다.


“기분이 미묘하군. 그렇지만 조심하겠다. 인간에겐 독을 치유하는 기술이 거의 없다시피 거든. 노출된 적이 전혀 없으니까······.”


비장한 각오를 홀로 다지고 대장 엘프의 끄덕임과 동시에 가시덩쿨을 옆에 두고 통과하자 숨이 턱 막히는 냄새가 이미 전신을 뒤덮은 거 같은 공간에 들어선 직후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여기부터 독의 숲. 포이즌 포레스야.”


바로 앞까진 일반 오메룸 숲이나 다름없었다. 깊고 깊은 검붉은 색의 늪이 시야 속에서 사라지고 당분간 흙을 밞으며 저 멀리 보이는 가시덩쿨을 지났을 뿐이다. 착각이라면 착각일 테지만 현실이지 환상이 아니다. 씩씩거리는 손가락 두께에 기사단 검 보다 긴 뱀이 생동감 넘치는 위협 연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리고 검을 휘둘러 머리를 베어내고 싶은 충동이 드는 순간은 절대 꿈속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시덩쿨뿐만이 아니다. 기묘한 기분이 드는, 잎 하나하나에 살기가 깃든 마냥 독기를 가득 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 표면에 거칠거칠한 솜털 같은 게 틈틈이 돋아나 있다. 멀쩡한 나무의 가지를 부러트려 접촉시켜 보면 부드러운 게 아니라 뻣뻣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다.


살이 쓸리면서 신경 속으로 독을 침투 시키는 육식 식물의 전략이다.


덜도 말고 포이즌 포레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절대적인 불가침 공간이 존재한다는 마법 같은 일이다. 이 생명체 하나 없는 독의 숲을 지나야 비로소 축복의 엘프 마을이 등장한다.


마치 각오가 되었냐는 듯 인간을 둘러보는 대장 엘프.







소녀 엘프가 엘리나에게 장난기 섞인 말투로 친절하게 말해준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식물 있지? 여기서는 채취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간혹 해독제를 만들려고 오긴 하지만, 사냥감 한정이야. 독에 중독된 사냥감은 맛이 없거든.”


즉 자기들에겐 독 따윈 내성이 있어서 해독제도 필요 없을 정도라고 소녀 엘프는 상세한 설명을 해준 거다. 거기에 해독제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지식과 기술력이 갖추어져있는데 순전히 ‘미각’을 위한 행위였다.


종족 간의 전쟁이 끝난 현재의 무렵엔 더 이상 살육의 기술이 발전될 가능성이 미미하다. 숲 속에 살아가며 그야말로 진정한 평화를 누리는 엘프의 세계에선 피를 흘릴 일이 일어날 수 가 없다. 인간은 욕심이 있고 욕망이 있어서 서로가 검을 들이밀고 싸우지만, 엘프는 조화롭다.


오스카를 걱정하는 대장 엘프의 태도가 바로 태생적으로 타고난 평화 주의적 본능이란 거다. 인간보다 강력했던 전투력이라 성력의 량은 단순히 자연을 적으로 삼고 버티기 위한 발판 이였을 뿐.


“괴물은 없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괴물은 없지만 생물은 있다. 내가 앞에서 볼 테니 옆이나 뒤를 경계해. 좀처럼 보기 힘든 생물이지만, 간혹 나와서 습격하거든.”


라면서 겁을 주었다.


‘성격 오락가락 하는 게 애늙은이 제롤린이랑 비슷한데 여간 귀찮군. 하지만 괴물이 아니라는 건 다행이다. 생물이라면 늑대나 곰 같은, 오메룸 숲에 사는 원주민 격의 동물이겠지.’


오스카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 대장 엘프는 무심하게 뒤돌아 걷기 시작한다. 숨이 막혀 풀어질 기미가 없는 포이즌 포레스는 바람이 불지도 않는다. 그래서 식물 잎이나 꽃봉오리에서 풀어져 나오는 독성이 약한 독가루들이 허공에 부유하는 진귀한 광경을 체감할 수 가 있다.


“엘리나 괜찮으냐.”


뒤편에서 힘겹게 걸어오고 있는 엘리나가 신경 쓰이는지 대장 엘프의 충고에도 우측 경계를 잠시 풀고 가까이 다가가 부축했다. 좌측을 담당하는 제롤린은 그저 자기 일만 몰두했다. 아직까지 큰 움직임이 보인 흔적은 없었다.


“숨 쉬기가 곤란해요······. 아무래도 독가루들이랑 같이 마시다 보니······.”


거친 호흡의 주기가 빨라지는 엘리나의 입을 맨 손으로 가려주어 최소한의 필터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미세한 입자부터 시각에 잡히는 크기까지 다양하다. 미세한 입자까지는 붙잡는 게 불가하다.


“독성은 약할 겁니다만, 한 번도 노출된 적 없는 인간이 마신다면 효과가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냥꾼 엘프들 중 하나가 오스카에게 정중한 말투로 말해주었다.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별로 없는 신세대 엘프였다.


“엘프에겐 내성이 있다 했지. 포이즌 포레스는 작지만 독의 세계. 저 엘프가 언급한 특정 생물을 제외하면 진입조차 못한다는 거였지. 그럼 여기만 지나면 마을인가?”


"그렇습니다."


두 생물만이 통과할 수 있는 이곳이라면 생각해보면 엘프 측은 별로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두 생물만이 통과할 수 있는 이곳이라면 생각해보면 엘프 측은 별로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제롤린은 죽은 인형에 불과하여 독에 대한 내성은커녕 흡수조차 되지 않음으로 오스카와 엘리나만이 위험한 상황.


오스카는 최대한 참으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기사의 머리엔 오직 엘리나의 걱정만이 가득했다.


구슬픈 숨소리를 내며 의사소통을 하는 ‘괴물 아닌 생물’의 기습 신호를 듣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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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5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90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5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9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5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10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4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20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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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구조 완료[1] +1 16.08.20 236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9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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