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407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11.22 22:46
조회
174
추천
2
글자
10쪽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DUMMY

전투가 끝나고 4명의 기사가 한 자리에 모여 풀 바닥에 주저앉아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대장 엘프나 사냥꾼 엘프들은 오스카에게 저 기사를 당장 없애버리자고 했으나 에드나쉴은 인간 진영 입장에선 좋은 일을 했단 것은 이치 상 맞다 며 거부했고, 제롤린과 오스카도 이전 일부 엘프들의 페르타 제국 암습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은근 엘프 진영에 생긴 문제점을 질문해보았다.


대장 엘프는 심하게 고민하는 듯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피하지 않고 당당히 대답해주었다. 얼마 전에 엘프 장로가 큰 병에 걸렸는데 한 달간 요정의 자연력과 성수 등 수많은 방법으로 치료를 해보았으나 실패하고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했다.


문제는 시작되었다. 엘프 역사적으로 여태껏 시도하지 않은 타 종족과의 협정문을 적은 유일한 엘프 장로이며 인간과의 전쟁은 이전부터 있었으나, 평화적인 결말로 전쟁을 마무리한 엘프로선 유일했던 엘프.


업적을 남긴 결과, 엘프 세계에서는 크나큰 영웅으로 사후 등극된 게 알맞은 대우다. 이로서 역사에 기록된 영웅은 총 3명. 인간 영웅까지 합산하면 칼반 대륙에는 총 7명의 영웅이 탄생했다.


“그런 영웅이 죽었다면 엘프 세계에선 당연히 큰 파장이 일어나겠지. 현 시점에서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몰라.”


“그렇다. 엘프는 세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졌다. 자네가 정리한 이곳이 그들의 또 다른 마을이 틀림없다. 시체에 움브라의 표식이 남아있어.”


오스카와 엘리나는 움브라란 이름을 듣고 어깨를 들썩였다. 직접 마주한 적이 있었던 오스카는 움브라 소속의 엘프와 일반 기사가 싸우면 손쉽게 지겠다고 생각할 만큼 그들을 높게 평가했다. 기척을 지우고 암살 실력도 수준급 이였겠지만, 다양한 전투 방식을 몸에 새긴 오스카 사무엘 앞에선 미숙한 암살일 뿐이었다. 그들은 감춘 기척을 느껴 소통하지만 오스카는 성력으로 완벽히 파악했다.


적을 암살할 때 적의 위치를 누가 먼저 파악하느냐에 따라 전장의 상황이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움브라가 패배한 일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일일이 따지고 보자면 움브라들이 한 세력으로서 나뉘어졌다한다면 엘프들의 총 세력이 엄청나게 깎여나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 엘프들은 움브라와 전 장로파, 그리고 자네인가?”


대장 엘프는 사냥꾼 엘프들과 니시오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무너진 집들의 잔해를 태워 불을 피우고 안 쪽 숲 연못에서 맑은 물도 담가와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도 대화에 답을 해주었다.


“그런 셈이지만 난 수장이 아닌 대장 직책일 뿐이다. 전 장로파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지만 별 다른 피해는 없고 움브라는 도시를 나간 후 연락 두절. 우리로선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다. 허나 전 장로파가 도시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조만간 반란을 준비할 것이라고 수장님이 말하셨지. 그 전까지 숲에서 나가줬으면 한다.”


“여기까지 안내해놓고?”


제롤린이 맑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걸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나는 쿡 하고 웃었는데 에드나쉴도 재미난 반응에 웃고 말았다.


“제롤린 이 녀석도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구나. 하긴 여기까지 들어온 거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음 분명 아니었겠지.”


“한 가지 질문해도 되나?”


오스카도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좋을대로.”


대장 엘프의 허락이 떨어지자 바로 말했다.


“여태껏 안내하면서 관련된 내용은 일절 말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태도가 바뀌는 건 무슨 경우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도 생긴 것인가 묻고 싶다.”


“별거 아니다.”


대장 엘프의 지시에 따라 사냥꾼 엘프들이 총 6마리의 니시오 고기 손질을 마치고 활을 부러트려 끝부분을 날카롭게 가다듬은 뒤 꼬챙이처럼 사용하려고 고기를 끼운 뒤 바닥에 꽂았다. 활활 타들어가는 나무 조각들이 부스러기들을 날려가며 서서히 익히기를 기다린다. 사냥꾼 엘프들은 대장 엘프에게 허락을 받고 한쪽 구석에 간이 용품들과 나무 조각들로 작은 집을 지어 소녀와 성인 엘프와 잠을 청했다.


남아있는 건 4명의 기사와 한 명의 엘프. 대화는 단절 되었고 고기가 익어 가기를 기다리며 어두워지지만 밝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웠다. 성 테라스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별들이 찬란히 빛나고 길게 늘어진 은하수의 밤길은 어째선지 숲 한 가운데 누워서 바라보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에드나쉴은 감흥이 없는지 무표정으로 누워있고 제롤린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일어나라. 식사 시간이다.”


한 손에 3개씩 무거운 고기를 들고 한 사람씩 나눠주었다. 유일하게 대장 엘프만 두덩이를 들고 신나게 한 입씩 뜯기 시작해서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고기를 뜯은 오스카 사무엘은 예상한 맛보다 뛰어난 육질과 질감에 감탄하며 허겁지겁 먹었다. 인형들은 그저 맛으로 고기를 먹으며 엘리나와 오스카가 먹는 모습을 부모 마음으로 지켜본다.


니시오 고기는 제법 보기에도 좋은 음식이다. 바삭바삭하게 익은 껍질과 연한 색상의 안쪽 고기는 의외로 연한고 육질 풍부한 소고기와 같은 맛을 낸다. 거기다 뼈 근처의 살은 특유의 풍미를 내고 질긴 맛을 내는데 에드나쉴은 뼈에 붙은 고기가 취향이라며 배는 채워지지 않아도 신나게 뜯어댔다.


조신하면서도 오스카와 생활한 덕인지 음식을 먹는데 엘리나는 주저함을 보이지 않았다. 야무지게 고기를 들고 아구아구 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운 여동생 같았다. 도저히 갑옷을 입고 싸우는 기사로는 안 보인다.


인간들을 구경하며 고기를 먹던 애꾸눈의 대장 엘프는 오스카와 눈을 마주치자 입에서 고기를 때고 일단 깊은 한숨을 한 번 쉬었다.


“이렇게 된 거 전부 말해주마. 엘프의 세계가 변한 이유를.”




‘어느 곳에서든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내가 인간의 삶에 지쳐 가족과 상의하고 여행을 떠나 온 이날 나와 내 동료는 어떤 숲에 도착하였고 넓은 공터에는 마음이 푹 놓이는 그런 곳이라는 설명밖에 할 수 없었다. 내 표현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게 맞을 것이다. 한낮 장사꾼인 나는 하나뿐인 친구와 어떤 거대한 숲 속에 대륙을 여행해보고자 들렸을 뿐이니까. 누구나 아는 예술가가 왔다면 미래까지 자화자찬 해줄 작품이 탄생했을 텐데······ 고작 나란 인간이기 때문에 부족한 설명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여행이 된다. 다만 죽을 때 까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 편지에도 남긴다. 비록 풍경과 그때의 기분은 잊어버리고 글로 남긴들 버려질 편지다만, 과연 작은 날개를 지닌 신을 봤다고 기록을 남겼다면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한낮 종이쪼가리라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들의 적은 노란 개구리다. 또한 기억해라. 이 세계는 그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알려준 사실을 잊지 말아라.’




“노래인줄 알았는데 편지였군. 엘프의 종족이 태어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제일 먼저 에드나쉴이 질문했다. 대장 엘프가 니시오 고기를 다 먹은 뒤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하고선 어떤 글을 읊었다. 제법 긴 글로 모두 들은 뒤에서야 사람이 쓴 편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세한 설명을 첨부하자면 대장 엘프가 본 편지는 붉은색으로 길게, 그리고 형식상에 맞게 쓰인 글은 아니라고 엘프 과학자들이 얘기한 걸 들었다고 했다. 순전히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쓰는 글이 아니라 특정한 행동을 취하기 위한 ‘남모를 행동’ 이라고 딱 잘라 결정했다고 한다.


오스카도 엘리나도 엘프 종족이 고대의 유산이라 보호하는 물건이라 하는 게 고작 인간이 쓴 편지라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지만, 대장 엘프도 딱히 상관없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엘리나는 무거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사라지진 않았다. 고대 유산이라 함은 종족이 세워지는데 시공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일 터.


정작 그것이 인간의 물건이라 한다면 반대의 입장으로 매우 난감할지도 모르겠다.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고 항상 하등 종족이라 여기며 인간을 무시한 채 살아온 엘프가 사실은 고대의 유산이란 게 그런 것이라니······. 엘프 종족이 갈라지지 않고 여태까지 버틴 건 사실을 숨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에드나쉴은 속으로 생각했다.


“과거를 들으니 새삼 내가 하려던 일은 별거 아닌 거라 느껴지네.”


“말이 그렇지 실제로 고대의 유산이라 칭하는 건 그 자가 죽으면서 남긴 물건의 내용이다. 그래서 큰 무리없이 엘프는 살아온 거다. 힘겹게 해석한 내용에는 신비한 내용. 발견 당시 편지로 감싸고 있던 무언가가 있었는데 무려······ 숲의 정령의 시체였지. 이미 훼손되어 있었는데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니시오들의 공격이라 본다. 중요한 건 정령이 인간과 함께 했다는 사실이지. 거기에 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신······.”


역시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에드나쉴이였다. 누구보다 엘프에게 집작하고 생전에는 멸절시키려고까지 했으며 현재도 사라카엘에 의해서 인형으로 부활했는데 그 거래 조건이 엘프를 멸절시키는 것이라니 말 다했다. 방금전엔 별거 아니였던거라며 말했지만 막상 민감한 단어가 나오니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제롤린은 이해하는 듯 한숨을 쉬며 거들었다.


“신이라는 건 참 가증스런 존재들이다. 우리가 생전에 싸울 운명이 어니였음에도 크나큰 전쟁을 치루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이유는 몰라도 운명이라는 단어 하나에 세계가 움직였어. 하등 종족인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거겠지. 내가 엘프를 죽이려 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신과 매우 인접한 관련을 지닌 게 엘프라고 생각했는데, 황제가 된 후 몇 가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메룸 숲으로 여행을 갔다가 사라진 남자의 이야기를 접했거든. 아마 그게 그거라고 본다.”


“즉 결론은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콘베르토-converto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콘베르토[1부] 디유티코[2부] 19.04.12 66 0 -
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5 2 9쪽
»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5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90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5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5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5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9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5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10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4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20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95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6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3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9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1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