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397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8.31 20:13
조회
319
추천
2
글자
8쪽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DUMMY

얼굴을 내밀면 점마저 비춰 보일 정도로 깨끗함만이 장점 이였던 작은 연못은 몇방울의 피가 떨어져도 금세 분해, 정화했지만 인디라의 극적인 검격에 살갗이 벌어지고 피를 쏟는 반란군 병사들에 의해 정화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8명의 반란군을 단신으로 처치한 인디라는 성벽에서 나타나 검을 던져 심장을 뚫은, 최후의 병사를 물리쳐준 레드포드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어설 힘은 있지만 차분해진 주위에 기대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연병장만큼은 아니 여도 축축한 땅은 무럭무럭 자라난 엄청난 수의 잔디가 뿌리로 얽매여 있어 덜했다. 풀썩 주저앉은 인디라는 얼굴과 옷자락에 뭍은 피를 닦아냈다. 가죽 옷에 튀긴 핏자국은 그대로 스며들어 지워지지 않아 포기했다.


날이 서먹해진 검은 더 이상 쓰지 못할 거 같았다. 상태를 보고 레드포드는 인디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푸른 머리라서 누군가 했더니 인디라 님이시군요. 설마······ 스승님 혼자서 오신 건 아닐 거라 봤지만 이건······.”


레드포드는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두 기사에게 면목이 없다고 생각한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했다. 스승과 제자란 친밀한 관계이지만 그건 표면적이지 않다. 내적이자 비공식적으로 정해진 둘 만의 룰 같은 것이다. 여타 타인이 아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이다.


인디라도 전장에 오기 전에 처음 그 관계를 알았다. 인디라가 호기심을 가졌고 살바토르가 조용한 곳에서 몰래 말해 줄만큼이라면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스승과 제자라는, 무려 기사의 최정점 황궁 삼기사가 제자를 가지고 있다가 아니라 감히 그의 제자. 일부 기사들은 레드포드를 시기할 거라고.


그렇기에 레드포드는 인디라와 살바토르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아무 상관없는 푸른 머리의 기사와 보는 눈이 많아 곧은 행동을 해야 하는 황궁 삼기사가 겨우 ‘나’ 같은 걸 위해서 이래도 되는 걸까 라고.


나는 구해져도 되는 건지······.


마음마저 작아진 기사에게 기사는 따스하게 다가왔다. 꽉진 주먹이 부들거리는 걸 보고 깨달은 것이다. 이 녀석은 너무 마음이 약하단 걸.


“살바토르는 나의 친구다. 너는 그의 제자. 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공기 빠지는 웃음을 지으며 레드포드를 격려했다. 살바토르를 따라 온 것도 자신의 선택, 이런 고생을 하고 목숨마저 위협받는 상황을 각오하고 받아들인 것 또한 선택 속 이야기. 인디라는 하나의 여행으로 간주했다.


“사람의 목숨은 진귀하다. 네가 나보다 낮은 직위라 한들 같은 사람이지 않느냐.”


인디라는 황궁 기사 예비이자 제국 기사단 2기 단장. 그리고 랜 성 토벌전 부사령관이다. 그에 비해 레드포드는 한낮 제국 기사. 턱 없이 높은 지위를 거머쥔 인디라는 하늘에 떠 있는 우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자가 하는 말은 곧 깊은 내면으로 새긴다. 그게 정답이고, 나아가야할 길이니라.


“스승님과 똑같은 말을 하시는군요. 직위는 상관하지마라. 너는 내 제자다. 그러니까 기죽지마라. 하지만······ 가슴에서 느껴지는 격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저의 한계, 전 그것을 오늘이야말로 치료해보겠습니다.”


레드포드는 죽어있는 병사의 몸에 박힌 검을 뽑아낸 뒤 더러워진 연못에 담갔다 뺐다. 틈틈이 발라진 피를 씻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검을 넣은 직후 은은히 빛나는 별처럼 광을 내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잠깐이지만, 찰라에 순간이지만 레드포드는 그 빛이 어떤 빛인 줄 알아챘다. 연기 같으면서도 아닌, 형태를 가지지 않았는데도 형태를 가진 것처럼 보이며 인간에겐 유일한 신 적 존재에 대항할 수단.


오메룸 광물이 섞인 검에 닿은 순간 빛났다 사라졌다. 똑똑하진 않다. 그래도 레드포드는 일순간 자신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인디라님.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스승님을 구해주십쇼.”


검에 물기를 털고 본 성 넘어 들려오는 전투 음을 음미해본다.




당황함이 역력한 손을 흔들거리며 넘어서지 못하는 벽을 억지로 넘으려하는 그 의지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있었다. 거신의 기사가 적을 죽이고자 혼신의 힘으로 휘둘렀지만 성력의 기사의 몸에 형태를 갖춘 성력의 갑옷에 막혀 허우적대고 있다.


“뭐냐. 그 갑옷은······.”


살바토르는 회심의 미소를 자랑스럽게 지었다. 그리고 선언했다.


‘난.’


“난 너를 이긴다.”


짐승은 강하지 않으면 죽고 약해면 태어난 순간부터 그 운명선의 끝은 먹잇감이다. 테라의 알 수 없었던 공격에 식은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는 때부터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덕에, 짐승은 비로소 먹잇감의 약점을 찾아냈다. 냉정해진 약자는 강자에게 덤빈다. 살기를 띤 눈빛을 가지고.


역시 살기가 섞여 실체가 생긴 성력을 오메룸 광물을 덧칠한 건틀릿으로 쳐 올리자 붙잡지 못하고 자연으로 방출되는 아주 미약한 성력이 반응하여 순간 역증폭 효과가 발생했다. 공중으로 높게 오른 검을 놔두고 살바토르는 재빠르게 갑옷을 풀고 사용했던 성력을 다리 근육에 몰아 근력과 신경을 강화, 널널한 가죽옷이 힘껏 공기를 투과시켜 날려 보내고 저항력은 약해졌다. 동물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거신의 기사 앞에 나타나······ 격한 감정을 주먹에 한 대 모아 얼굴 대신 갑주에 처박았다.


일반 갑옷보단 가볍다 한들 한낮 인간의 주먹으로 쓰러질 기사가 아니지만 테라는 몸의 균형이 뒤쪽으로 쏠리는 걸 체감했다. 그대로, 그대로 어떠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연병장에 누웠다.


“제길!!”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혼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거신의 기사. 이윽고 패배를 깨달은 듯 거칠게 들판을 달리는 황소처럼 흥분한 심장을 차분히 달랜다. 황궁 기사가 된 테라는 갑옷을 입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짧은 시간동안 한계치에 달하는 성력을 마구 써버린 탓에 체력은 급격히 고갈하고 말았다.


겨우 검에 새겨진 성력도 클레이모어를 두 손에서 놓치면서 풀려져 버렸다.


더 이상의 전투는 불가.

살바토르의 압승으로 기록하진 못해도 테라의 패배는 맞다.


살바토르는 기사다운 전투는 치루지 못했지만 적어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지옥 같은 랜 성을 탈출할 수 있겠군.”


아직까지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은 따뜻한 피를 차가운 물로 씻어 내려주었다. 그 대신 따가움을 선물 받았다. 살기를 내뿜는 적을 두고 헛튼 생각은 금물 이였고 집중력을 발휘해 오로지 적의 움직임만을 노려보았다.


그 때문인지 여태껏 방치했던 몸의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검에 의해서 벌어진 상처에 스며든 빗물은 극악의 고통을 선사했다. 것도 한 두 군데가 아닌지라 살바토르는 눈물을 머금어가며 다급히 나무 아래로 달려 피했다.


그러는 사이 테라도 정신을 차렸는지 성력을 사용해 일어서 이동한 뒤 성벽을 등에 대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전투에 패한들 명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황궁 기사답게 잠깐의 휴식으로 미약한 성력을 휘어잡아 쓴 것이다.


“이겨서 좋냐. 애송아.”


편히 앉고서야 시선을 왼쪽으로 돌려 비를 피하는 살바토르와 티베리우스나 로칸이 알고 있는 평범한 테라와 마주했다.


“뭐, 축하한다. 애송아."


작가의말

테라는 애송이를 싫어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콘베르토-converto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콘베르토[1부] 디유티코[2부] 19.04.12 65 0 -
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4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89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4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8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4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10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4 2 9쪽
»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20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95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6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9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0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