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콘베르토-converto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405
추천수 :
407
글자수 :
479,751

작성
16.08.16 13:20
조회
282
추천
2
글자
10쪽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DUMMY

“프락스 알베울리오가 정권에 없는 마당에 최고 권력이신 데카르안 최고 대공께선 여유롭게 글이나 쓰고 계시다니 놀라울 따름이군요.”


“황궁 삼기사 스칼렛 살바토르가 아카트 공국에 병력을 후퇴시켰다는 정보를 듣고 위로차 편지를 쓰고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라면서 정확한 정보를 발설하지 않고 바펠루스가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할 정보를 고의적으로 흘렸다. 물론 스칼렛이 제국군을 벨리나 성으로 후퇴시키긴 했지만 아카트 공국으로 빠진 게 아니고 일시적인 물림 이였다. 전략전인 선택이라 할 수 있는데 바펠루스는 벌서부터 침을 흘릴 정도로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해버렸다.


‘다 부질 없는 것이지만 말이지.’


그러나 데카르안은 바펠루스가, 옵타이오 제국 최고 권력자 중 한 사람이자 3인자인 레므하 바펠루스 루투가 어떠한 목적으로 이곳에 방문을 했는지 어림직잠하고 있었다. 스칼렛 살바토르가 제국군을 후퇴시킨 내용은 이미 아는 내용으로 이번엔 단순히 데카르안을 견제하기 위해 집무실을 방문했다.


“데카르안 최고 대공께 요즘 불미스런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 차 들렀습니다.”


“불미스런 소문? 오호 그거 흥미로운데 들려주길 바라오.”


권력의 차이가 압도적이진 않아도 분명 1과 3은 차이가 크다. 1과 2부터가 차이가 명백히 나는 마당에 겨우 3인자 주제니 말이다. 바펠루스는 책상 앞 고급진 가죽 소파에 앉아 입을 열었다.


“얼마 전 감옥에 가둬져있던 황궁 삼기사를 개인적으로 빼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구영웅 레오나드 안 로칸을 숙청하려는 것이 아닌 벨리나 성을 흡수할 명목으로 제국군을 파병했다고 병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합니다.”


바펠루스는 가늘게 찢어진 눈매로 데카르안을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빈틈만 보인다면 바로 발톱을 휘갈길 거 같은 하이에나처럼 자세를 풀지 않았다. 같은 인간을 대응하는데 능숙한 노이라스 노체스에 버금가는 노인장 데카르안을 앞에 두고서.


“벨리나 성이라면 오스카 사무엘 경의 성입니다. 그가 영주이고 그의 관할이죠. 하지만 오스카 후작은······ 엄연히 말하자면 공식 상 최고 대공인 ‘나’ 데카르안의 휘하. 벨리나 성을 노리는 거라면 후작의 잘못이 있기에 합당한 벌이겠죠. 그게 아니라면, 스칼렛 살바토르의 독자적인 행동이지만 그는 후작과 매우 친밀한 사이. 타당한 이유라······.”


‘네놈이 시켰거나.’


데카르안은 ‘나’ 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바펠루스가 멍청하다 는걸 알려주었다. 속마음으론 나머지 뒷말을 외쳤다. 스칼렛 살바토르와의 거래 관계는 여전히 유지중이고 설사 제국군이 후퇴했다는 건 자신도 예상한 일이기에 문제될 건 없었다. 심정변화만 없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대로 이야기가 한 톨도 틀림없이 진행된다.


권력에 눈이 먼 3인자 머저리 바펠루스를 적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데카르안의 위엄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바펠루스는 말문이 막혀서 반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부 타당한 말이고 객관성이며 개연성을 가지고 있기에 선뜻 주장을 내세우기가 어려워졌다.


거기다 최측근이란 정보는 듣도 보도 못한 것. 견제를 하려 했으나 되레 견제를 당한 꼴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되었다.


“스······ 스칼렛 살바토르는 아직 어린 기사입니다. 허튼 욕심 때문에 사리분별을 못하게 될 수도 있죠.”


“그랬다면 회의 때 절반 이상이 찬성을 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야 정상. 그게 아니니까 가능한 일.”


“이번에 오스카 사무엘 후작은 페르타 제국으로 임무를 떠났다고 들었는데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요.”


“시간이 꽤 흘렀지만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록시안 경과 함께 임무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를 악 문 바펠루스는 심장이 터질 정도로 화가 낫지만 무턱대고 표현을 했다간 꼬리가 잡힐거 같아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맑은 생각을 하고 심호흡을 조용히 했다. 데카르안은 모른 채 하며 홍차를 마시지만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잔으로 가려 소리 없는 행복을 홍차의 진한 향기와 함께 감미했다.


‘네녀석이 오스카를 싫어하는 건 진작 알았지. 단신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일부로 동료를 데려가게 해 몸을 지키게 한 게 정답이었군.’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군. 난 바쁜 몸이라.”


코웃음을 치며 경쟁전은 데카르안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바펠루스나 데카르안, 알베울리오는 다 같은 옵타이오 제국에 헌신하여 공과 명예를 얻어 높은 직위를 거머쥔 거물들이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무수한 희생과 전투, 내부와의 싸움을 통해 오르며 끝없는 욕심을 바탕으로각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제는 진정한 각자를 찾아 분주히 움직인다. 최고 대공이자 1인자 데카르안은 언제나 그렇듯 헌신적으로 제국을 위해, 2인자 프락스 알베울리오는 부조리한 세계-칼반 대륙을 본래 모습으로 되찾기 위한 움직임을, 3인자 바펠루스는 반란의 여지가 곰팡이 피어나듯 정신을 지배당한 멍청한 작자로서 위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데카르안은 정권을 놓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사방엔 동료라고는 하나 없고 있다 하더라도 거짓된 동료 거래로 인한 연금술의 구조다.


오로지 적. 제국을 구하기 위한 희생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 마음을······ 황제는 알 것인가.


옵타이오 제국 수도 랑궈르에 위치한 황궁 상층부에 어느 집무실. 그보다 위에 깊숙이 침대에 잠들어 있는 ‘누군가’가 길게 늘어진 나무늘보처럼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뻐근한 관절이 풀리며 딱딱 소리가 났다.


사방은 어둠이 내리깔아 있었다. 창문 하나 없는 기묘한 방 안은 먼지가 나불거렸고 먹다 남은 케이크는 쥐의 먹이가 된지 오래였다. 그 증거로 여러 군데에 쥐의 이빨 자국이 나있었기 때문. 하지만 누군가는 그저 쥐가 케이크를 먹는 걸 지켜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스르륵 중력에 의해 떨어진 이불을 제치고 등장한 그의 육체는 외골격 강화 슈트를 입은 것처럼 단단한 근육이 눈을 돌릴 때마다 있을 정도로 탄탄하게 구성되어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눌러버리자 예술적으로 디자인된 머리카락이 되었다. 물론 그의 상상이다.


왜냐, 세상은 이미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뭘 하든 아랫것들은 황제는 완벽하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헛튼 소리는······.


“허구언 날 잠만 자고 나라 꼴이 어지간한데 양심도 없나봐ㅡ?”


입에 담을 수 없는 건 아니다. 동급의 존재라면 이해해줄 수 가 있다. 예전엔 친구처럼 지낸, 정말로 친구였던 천상의 존재니까.


“날 왜 찾아온 거지······.”


두 쌍의 하얀 날개를 한 번 펄럭이자 내리깔렸던 어둠이 공간이동을 하듯 방 안에서 그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강렬한 빛에 의해 들어난 황제는 살짝 그림자로 보이던 육체는 보기보다 더 굉장했다. 갑작스런 빛의 분광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제멋대로 찾아온 그를 향해 화를 냈다.


그 가운데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가지고 찰랑이는 갈색의 장발과 크리스탈를 연상시키는 맑은 눈동자와 붉은 손톱, 세쌍의 날개를 핀 한때 황제의 친구는 반가움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정작 황제는 달갑지 않은지 무뚝뚝하게 반응했다.


“멋대로 들어오지 마. 난 잠을 잘 테니까.”


“어머머? 그러면 안 됀 다니까 황제님. 그래도 천상에 있을 땐 내가.”


그는 황제 바로 옆에 나타나 귓속에 대고 소곤거렸다.


“널 지배하는 쪽이었잖아. 기억 안나?”


상당히 매혹적인 몸매로 들러붙어 혀를 굴리고 입술을 상하좌우로 움직였지만 황제는 아까처럼 눈 한 번 감지 않았다.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황제는 기억을 회상했다. 악몽은 아니다. 그렇다고 희몽도 아니고 그저 그런 꿈이다. 차별 따윈 없으며 공정도 없다. 모든 것이 공허, 그러나 행복과 희망이 가득한 그곳.

잊은 지 오래다.


“여기선 내가 황제며 지배자다. 인간계는 간섭하지 않기로 한 게 아니였나?”


역정을 내며 팔을 거칠게 휘두른 황제는 어느새 사라진 친구의 위치를 파악하고 오른쪽이 아닌 왼쪽을 쳐다보았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날개를 펄럭거리는 그녀는 히죽하고 웃었다. 작은 빛의 세계에서 서로가 마주할 때 황제의 등에서 두 쌍의 날개가 솟아났다. 오른 팔은 이미 두터운 성력에 휩싸여 무기화가 진행됐다.


“욕정이라니······ 인간계에선 상급자라고 하던가? 히히히······. 하긴 여기서 꽤 오래 살았으니까. 기분은 어때? 나름 높은 계급 이였는데 신으로 추앙받고


그녀는 황제를 끌어않았다. 날개가 거추장스러웠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팔에 쓸려 피가 나도 멈추지 않았다.


지배하는 쾌락을 말이야. 나야 뭐 진작 타락해서 반의반을 유지하는 중이지만 언제 루시엘에서 루시퍼로 변할지 몰라. 루시퍼처럼은 되고 싶지 않은데······.”


“원하는 게 뭐야. 여기서도 지배자가 되고 싶나?”


“그런 거 없어. 지금의 난 욕심이 없거든. 아니? 천사에게 욕심이라니. 적어도 나 같은 타락한 천사라면 있겠지. 아마? 인간의 죄가 크니까 어쩔 수 없는 걸.”


황제는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히죽 웃으며 재밋다는 듯 품에서 빠져나와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으로 걸었다.


“히히······ 황제. 천사가 너만 있다고 상상하면 안 되지······. 내가······ 내가······ 만들어 주는데 한몫했으니까. 내 힘을 알잖아. 내 존재 이유를 알잖아······. 파멸을 주는 당신이라면, 구원을 주는 게 라파엘이라면······ 나는 꿈을 꾸게 해주자나······ 안 그래? 제루엘 황제님.”


광대처럼 입꼬리가 올라가 웃고 있는 그녀는 한동안 계속 웃다가 날개를 펄럭이자 사라졌다. 방 안은 다시 어둠, 황제는 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떴다. 모든 게 꿈에서 일어났고······.


“······.”


침대 시트에 응어리 진 피를 보며 꺼림칙한 현실이라는 걸 무시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콘베르토-converto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콘베르토[1부] 디유티코[2부] 19.04.12 66 0 -
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5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90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5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5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9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5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10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4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20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95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6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3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9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1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