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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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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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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글자수 :
479,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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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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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DUMMY

“스승님. 설마 싸우시겠단 겁니까?”


레드포드는 검을 뽑으려하는 살바토르의 행동을 보고 조바심이 낫다. 적의 본거지에서 들키지 않고 잠입한 게 용하며 다행이건만 임무 완수를 눈앞에 두고 싸운다 라는 스승의 선택을 달갑지 않아 했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이 자기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죄책감을 떠안고 있는 레드포드가 스승이 시간을 벌 테니 도망가라는 말을 해도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살바토르가 모를 리가 없었다. 아직 고민하고 있다. 벌벌 떨리는 손의 의미는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용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심하게 되어 심적인 생각이 현상으로 일어난 것이다.


검을 놓아야 하는가. 바깥 어딘가 탈출로에 세브리노 테라가 완전무장을 한 채로 있을 거라고 살바토르는 분명하게 예측했다. 굵은 빗방울을 처맞아가며 흰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거신의 기사답게 중검처럼 개조한 클레이모어를 한쪽 어깨에 올려둔 굳센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검을 놓은 다면 바위를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 검을 잡아야 하는가. 살바토르는 아직 적이 나타나지 않은 지하 1층에서 깊은 내면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생각 없고 제멋대로에 명예나 돈에만 눈이 먼 처량하기 그지없는, 볼품이라곤 3일 밤낮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이 있었다.


주변에는 푸른 머리의 소년과 키가 작은 갈색 머리의 소년이 나뭇가지로 대련을 하는 모습이 있다. 저 멀리 붉은 머리의 소년은 멀찍이 서서는 미소를 보이며 보고 있었고 이윽고 두 소년은 붉은 머리 소년에게 달려왔다. 피투성이 가된 붉은 머리의 소년. 그 굳건한 등 뒤에 쓰러진 두 소년.


그 시절에 살바토르도 두 가지는 결코 버리지 않았다. 그건 목숨, 그리고 우애. 어릴 적 놓친 따스한 손을 다신 놓고 싶지 않았기에. 친구 인디라를 구하고 제자 레드포드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건 앞을 막아서는 적들을 베어나가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검을 뽑는다. 스르릉 검집과의 마찰로 나는 소리가 지하에 고요하게 울렸다. 오른손에 든 검을 드나 싶더니 뒤돌아 레드포드에게 건성한 태도로 높게 던져 받게 했다.


“스승님······?”


검을 뽑았다는 의미와 또 뽑은 검을 주는 의미에 대해 해석되지가 않았다. 살바토르는 간단하게 답했다.


“그 검은 너 자신을 지킬 때 써라. 내가 뽑을 검은 이거야.”


재차 빈 오른손에 성력을 발산했다. 방어형 공격 장비의 일종 아체도 레굴라 사체르에서 길게 뻗은 성력 줄기가 하나로 뭉치자 성문을 부셨던 검이 형태를 갖추었다. 그때의 그 검······ 이라기엔 조금 다르다.


성력이란 자연 에너지이자 인간이 태생적으로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힘. 나를 지키고자 하는 신의 힘. 그렇다면 성력을 강하게 단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마음가짐이다.


건틀릿에서 뻗어 나온 검날은 은은히 빛나는 성력의 빛은 전보다 강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어두운 지하 1층의 복도는 갈라진 틈, 덥수룩한 이끼도 잘 보일 정도이자 살바토르의 각오가 깃든 성력이 발산된 순간이다.


“테라는 내가 상대할게. 인디라와 함께 합류해서 이곳으로 와. 뭐 그때쯤이면 다 끝났을 테지만.”


살바토르는 아까처럼 살짝 힘을 주어 다량의 성력을 짜낸 뒤 지하로 들어올 때 쓴 구멍 아래에 휘둘렀다. 작은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우수수 무너지는 벽돌들이 자연히 담을 쌓고 발판이 되었다.


구멍도 확장되어 가뿐하게 발판을 밟고 빠져나왔다. 1층 홀에는 거미는 물론 있어야할 시체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야말로 시간이 되돌아간 기묘한 상황. 부츠를 끼지 않아 가볍고도 무거운 발걸음을 성큼성큼 옮기며 커다란 성문 앞에 섰다.


낡아빠진 나무로 제작한 문은 살바토르가 몇 번 휘두른 검에 의해 조각조각이 나며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오래된 나무에서 생성된 먼지가 풍성하게 피어올랐다가 비바람에 홀 안쪽으로 강제로 빨려 들어갔다.


살바토르가 사납게 찡그린 눈매 속 수정엔 먼지로도 가릴 수 없는 위용과 살기를 비약적으로 뿜어내는 사자상 테라가 보였다.


“가라. 레드포드.”


“알겠습니다. 부디······ 승리하십쇼. 스승님.”


마지막 인사를 나눈 사제관계를 지닌 제자는 후방으로 넘어가기 위해 바로 옆 성벽 위로 가는 계단으로 이동했다. 계단을 오르고 성벽을 달려 사라질 때 까지 바위에 걸터앉아 먹잇감을 기다리는 거신과 거신을 물리칠 기사는 조용히 눈을 마주친 채 묵시했다.


“기다렸다. 젖비린내 풍기는 황궁 삼기사.”


“뭐 이럴 줄은 알았어. 어쩌다보니 난 구멍이 아니라는 걸 알아볼 사람은 너뿐이니까.”


어깨 위에 올린 검을 맥없이 빗물을 타고 흘러내리게 하여 질척함을 넘어 질퍽해진 바닥에 대충 지지대 삼아 대었다. 얼마 안 있어 늪의 속성이 새로이 나타난 땅이 검의 끝부터 조금씩 먹어버리기 시작했다.


테라의 시선은 검에 향해있다. 동시에 입술이 움직였다.


“탈출하기 위해선 여길 지나가야겠지. 부상자를 끌고 성벽 너머로 밀어서 갈 순 없으니까. 어디 한 번 해봐라. 진정한 평화를 망가트리려는 방해물아.”


한 발을 내려 땅에 대고 다른 한 쪽 발은 여전히 바위에 깃털처럼 대고 있을 때 거세게 발돋움을 하자 바위는 원래부터 약했던 건지 산산조각이 나버리며 테라의 훌륭한 발판의 업적을 완수한 채 사라졌다.


이미 전신에 성력을 둘러 힘을 강화, 증폭하여 선공을 가하려는 것이다. 살바토르는 혹여나 있을 잠복병을 걱정하려다 테라의 진심을 마주하자 하반신에 성력을 불어넣고 기동력을 올려 왼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곳엔 나무 책상과 몇 가지의 병장기가 기대어 놓인 곳. 테라의 베기 공격을 방해물로 저지할 셈이었다. 스스로 뛰어든 막다른 길에 다시 회피할 곳은 오른쪽인 원래 지점뿐, 3초도 안 걸린 테라는 검을 눕혀 찌르기를 시전했다.


테라만이 구사하는 연속 공격 기술을 기억해내고 첫 찌르기는 상체를 아예 피해서 충격파를 받지 않았다. 이어서 우측 상단 올려 베기는 처음과 다르게 완만한 움직임으로 아체도 레굴라 사체르에서 뻗어 나온 성력의 검을 이용해 하단부에서 미리 막아내어 출력을 저지시켰다. 기세를 잃은 클레이모어를 보고 테라는 당황함을 표현했다. 오른쪽으로 휘둘자니 책상이 막아서고 상단 베기를 다시 하려니 검을 회수했다 속도를 올리려다간 도리어 반격 당해 당한다는 이미지가 그려졌다.


살바토르가 왼손을 들이밀며 머리를 조준 찔렀으나 테라가 앞서 빠른 판단으로 몸을 뒤로 뺐다. 연공의 기회를 잡은 살바토르는 그대로 돌격하며 왼 손은 찌르듯이 견제를 하고 오른 손으로 허공을 베어가며 공간을 압축시켰다. 물방울 하나하나도 반듯이 베어버리는 살기를 동반한 성력의 검은 날카롭고 매서운 기세를 방출했다.


“어떤 기분인지 궁금한데?”


물에 젖은 흙이 사방으로 튀면서 부츠를 더럽혔다. 서서히 왼쪽으로 밀려나는 테라를 압박하며 오른 손을 심장 쪽으로 가져다 크게 반월을 베었다. 이번엔 반경이 큰 만큼 테라도 아까전보다 더 멀리 뒤로 점프했다. 그리고 그대로.


“역시 어리다.”


성벽을 발판삼아 공중으로 도약했다. 반월을 베는 즉시 왼손으로 찌르기로 공격했던 살바토르는 완전히 농락당했다고 생각했다. 보통이라면 뒤가 막히기 전에 어떤 공격이라도 해서 틈을 만들고 탈출하겠지 라고 전략을 세웠었지만 상대는 그러지 않았다.


당초 살바토르도 끝까지 몰고갈 계획은 아니였다. 그랬다간 무기의 특성상 클레이모어가 크다 해도 방향전환과 손잡이를 잡는 각도에 따라 공격을 가하는 범위가 극히 달라지는데 건틀릿형 무기 사체르는 한계가 있다.


한 발 빠지기 직전에, 그리고 퇴로가 막히기 전에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오히려 유도한 것이다.


등을 성벽에 댄 체 난처해진 살바토르는 앞에서 클레이모어를 한 손으로 위에서 내리치려는 테라를 보고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검을 막으려 하기보다 피해야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비슷한 방식으로 해볼까.’


성벽에 닿은 터라 티가 나겠지만 속도라면 입은 장비에서부터 차이가 극심하단 걸 알았다. 순간 성벽을 왼 발로 밀어 달려들어 안을 파고들었다. 예측이라도 한 듯이 테라도 백스텝을 하여 거리를 유지하고 휘둘렀다.


세 번의 베기 공격을 살바토르는 가뿐하게 피하고 허공의 궤도에서 회수하려던 클레이모어를 빠르게 붙잡아 회수를 지연시켰다.


“무슨!”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이번에야 말로 테라는 당황했다. 찔러 들어오는 성력의 검은 전신을 감싸 보호하는 오메룸 갑옷을 향했고 정확한 위치는 복부의 우측 이였다. 성력의 검이 닿았을 때 성력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메룸의 갑옷이 외부의 성력을 흡수했고 인위적인 에너지로 인식하여 분해, 극심한 고통이 테라의 복부를 강타했다. 물리적 타격은 백퍼센트 흡수하여 충격을 막아주지만 반대로 성력에 의한 공격은 방어 관통의 효과적인 타격을 준다.


입에서 피를 토해낸 테라는 무작정 검을 휘두르며 살바토르를 공격했다. 이성을 놓지 않은 공격은 구름처럼 바람을 타고 흐르듯 사각을 베며 살바토르를 심리적으로 압도했다. 결국 2번째 타격을 주지 못한 채 3보 물러난 붉은 머리기사는 아쉬운 한숨을 쉬었다.


한숨에 답하듯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다시 한 번 달려들어 오른 손은 휘두르며, 왼 손은 찌르기 공격을 하기 위해 잠시 대기. 테라가 자칫 잘못 선공을 날렸다간 현재 두 개의 무기를 쥔 살바토르에게 빈틈을 내주고 만다.


‘차라리 겸손하게 숨기지 말고 개방하자’


“아직이다. 내 전력은······.”


사나운 울부짖음과 함께 양손으로 클레이모어를 잡자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리며 제어가 안 되는 듯 한 순도 높은 성력이 검 전체를 둘러싸 작렬했다. 살기를 품은 무언의 위협에 급히 멈춘 살바토르는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물러나려고 뒷걸음질을 했다.


역전의 반격을.


“임마니스 앙젤룻······ - 거대한 천사는.”


하려 했지만 허망하게 깨진다. 주문을 외우듯 테라는 읊조렸다. 그럴수록 검에 쌓인 성력을 동조하듯 울부짖었다.


“임미세리코르스 파치오 - 무자비하다.”


가늘고 죽음을 머금은 눈은 살바토르를 죽일 듯이 보고 있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검을 보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직후 테라는 도약했다. 길고 낮은 도약은 한순간에 살바토르 앞으로 날아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기계가 도살된 고기를 써는 것처럼 차가운 이성의 테라는 두 손으로 강하게 쥔 클레이모어를 수평에 가까운 대각선으로 살바토르의 가슴을 베려했다. 굳이 머리를 노려 명예를 쟁취하는 태도가 아닌 회피를 허용치 않는 무자비한 일격.


노련하지 않지만 잔머리는 최강인 살바토르는 일부로 물러나면서 동그란 돌멩이를 밟아 머리부터 고꾸라지는 것으로 굉장한 소리를 내는 일격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공기를 베다 못해 갈가리 찢어버리는 거신의 참격은 사신의 목소리로 다가왔다.


“내가 이걸 꺼내든 이상, 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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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4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89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7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4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8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8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7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4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09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3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19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4 2 7쪽
»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5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6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8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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