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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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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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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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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숲[4] - 기사결의

DUMMY

어쩌면 치욕적이고 능욕적인 공격을 구사한 제롤린은 남에게 베푸는 자비란 게 애초부터 없을지도 모른다. 첫 만남서부터 오스카를 벌레 마냥 바라보았고 성력을 응용한 공격이나 기세전조차 간단히 묵살, 튕겨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오스카는 한 쪽 무릎을 꿇은 그 상태 그대로 선이 그어진 앞을 말없이 보며 움직이지 않는다. 엘리나는 위태로운 상황을 무마하고자 검을 뽑지 않은 채 오스카에게 다가가 지탱대 삼아 오스카를 일으켰다.


제롤린은 선공을 가하지 않는다.


“엄청난 성력인데······ 살바토르를 능가하는 성력이다. 순도도 월등하게 높다. 그런 기사가! 본 적이 없는 얼굴이 면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체를 간파하지 못했다. 설마, 내가 상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그대가 똑똑하다면, 그리고 성전에 대해 이해한다면 아마 맞을 것이다. 이 시대에 난 존재해선 안 되는 인물이니까. 나와 더 싸울 텐가?”


씨익 웃으며 전장의 난잡한 상황을 즐기는 기사처럼 검을 크게 상단으로 올리며 성력을 이끌어낸다. 검의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라곤 해도 손에서 뻗어 나오는 성력이 방출 되면서 지배에서 벗어나는 미약한 성력들이다. 이미 오스카 사무엘의 기사단류 검은 검등이에 박혀 있는 보석에 의해 쉼 없이 빨아들이고 위력을 증폭시킨다.


마치 사람 팔뚝 보다 굵은 검은 이제 몸통 절반 크기에 도달하였다.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적으로 인식된 자, 제롤린 온 아바즈란 페르타 제국 전 황제는 자신의 검에도 똑같이 성력을 부여해 맞받아칠만한 힘을 키웠다.


오스카의 하반신에도 부여된 성력엔 독한 살기가 깃들었다. 그 증거로 먼저 한 발자국 움직인 수직 방향에 존재하는 잔디와 이름 모를 꽃은 밟히자마자 분해되어 버렸다. 찌그러진 오른 팔 갑옷을 버티면서까지 검을 쥐고 휘두를 각오를 한 오스카의 검격을, 검사이자 기사는 피하지 않고 받아칠 일종의 재미를 위한 방법을 골랐다.


“저 정도의 성력. 까닥하면 검이 부러질지도 모르겠군.”


검이 없다면 갑옷이 있다 한들 느린 발걸음에 어딜 도망가겠는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기를 잃지 말아야 하는 게 기사다. 가장 완벽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적을 죽이고 모면하는 것이지만 상대가 상대 인만큼 신중을 가하는 게 이로운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부활했다곤 하나 육체는 재구성된 물질에 불과하며 부셔지면 다시 고칠 수 있는 몸이지만 검은 과거 속에서 따라온 물건이 아니다. 임시로 쓰라고 사라카엘이 건네준 엘프를 베기에 적합한 검인지라 내구성보단 성력 대응에 기능이 부각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제롤린은 ‘혹시나를 대비한’ 이라는 생각을 관둘 수 없는 실정이었다.


공백의 공간에서 창을 통해 구경하는 가브리엘과 제롤린이 멋대로 활동하는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라카엘도 시선을 끌게 만드는 두 사람의 성력의 합위세는 숲 저편에서 잠을 자던 괴물들마저 깨우는 수준이다. 가슴팍에 손을 언진 엘리나는 굉장한 압박감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목을 따주마. 죽을지 말지 의문이지만.”


두 번째 전투 역시 오스카가 선공을 가한다. 반대로 제롤린은 선공을 노리지 않고 스스로 오는 적을 막고 반격하려는 건지 중단 자세를 잡는다. 짧은 거리, 반으로 좁혀지자 제롤린이 자세를 풀고 한 손에 든 검을 우측 상단 자세로 바꾸어 내려친다.


내려친다? 그럴 터 였다.


공백의 공간은 찬란한 비명으로 가득 찼다. 비명이라기 보단 희열을 느끼는 여자의 신음 소리와 견주어도지지 않을 만큼의 흥분도가 가득한 소리다. 멀리서 제롤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은근히 기대하던 사라카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성력 응용은 정말 극 소수의 성력 사용자만이 쓸 수 있는, 다시 말해 재능 있는 자의 전용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천사라도 성력 응용의 기술을 전부 파악할 가능성은 아주 없다. 천사들에겐 보여진 적 없는 기술이거니와 대상이 인간이든 엘프이든 적당한 상대가 아닌 이상은 등장하지 않는 고품격 전용 기술.


세브리노 테라의 - 거대한 천사는 무자비하다.

스칼렛 살바토르의 - 전신 형태 증가 혹은 무장 증폭.

티베리우스 에스테반의 - 선을 가르는 선의 욕망.


그리고.


적을 구속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때에만 등장하는,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고 적을 이기기 위해 한껏 발산하는 기술을 칭하고자 오스카 사무엘은 말한다.


“너의 팔다리를 구속한 건 노르마 트라마 - 규격의 사슬이다.”


숲에 등장하자마자 괴물을 베고 오스카와 만나 전투를 속행하면서도 여유을 잃지 않고 압도하던 제롤린은 이제야 곤혹한 표정을 지은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이는 자존심의 패배, 제롤린의 거만한 성격을 짓밟아 버리는 1차 승리의 상징을 거머쥐었다.


끝맺을 지을 구간이 아니다. 검은 아직 피를 맛보지 않았다.


구속당해 어떠한 행동도 제어 당한 제롤린은 급히 성력을 불어넣은 근육을 극한으로 흔들어대며 사슬을 풀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반항할수록 더욱 조이는 생전의 고통을 육체가 받아들인다. 심지어 양측 다리와 검을 쥔 오른팔 갑옷이 찌그러질 만큼의 조이는 힘이 괴롭힌다. 검을 쥔 악력을 약하게 만들 정도로 힘은 증가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달려드는 오스카를 보며 대단하다고 속마음으로 칭찬한다.


‘적을 구속하고 수많은 빈틈을 베려는 그 전략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에게 없는 그런 기술을 커버하는 경험이 있지.’


“죽어라!”


적을 명백히 죽이려는 검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머리를 향해 떨어진다. 제롤린은 아까 자세를 풀고 구속당해 유지하던 상단 자세를 오스카가 진입하는 그 순간에 맞춰서······.


‘잘 봐라. 너는 아직 이성적이지 않다. 자만하고 무턱대고 돌격하는 건.’


후라이팬 뒤집듯 검을 반대로 돌려 잡았다. 느슨하게 검을 잡은 손가락과 손바닥이 격돌해온 오스카의 검을 맞고 심하게 휘청거린다. 타격에 의해 저항하는 힘이 없던 검은 심하게 휘청거림에도 제롤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게다가 끝에서 두 손으로 쥔 검을 비꼬듯 한 손으로 충분히 막아낸 제롤린은 왼 손에 전 성력을 부여해 규격의 사슬을 깨트리고 자유를 얻자마자 오스카의 팔을 잡아 몸의 방향을 돌렸다. 오스카 또한 기회를 노려 자연스럽게 회전했지만 곧장 선공을 가하는 제롤린의 검을 무작정 힘으로 막아내었다.


검을 눕혀 찌르기를 막았으나 여파는 상당했다. 떨리는 양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그대로 복부를 발차기 당해 날아가 버렸다.

“무슨······! 몸을 구속당했을 터인데······. 아니, 그 이전이다. 공격을 막다니, 그 상태로······.”


오스카는 어처구니가 없는 지경에 빠져 말문이 턱 막혔다. 최후의 일격이었을 그 공격이 가뿐하게 막혀버렸다. 차라리 힘겨루기를 해서 졌더라면 성력의 패배라고 변명의 여지라고 있었을 터지만 완벽한 패배를 경험한 오스카는 그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사슬 기술은 강한 성력으로 외력을 가하면 부셔진다. 그건 필수불가결 진실. 성력을 능가하는 성력을 방출해 형태를 무너트리면 구속구도 얼음 장난감에 불과해 진다. 제롤린이 전 성력을 일시적으로 쓴 만큼 효과는 대단했겠지만 깨져버린 후는 의미를 잃게 된다.


“제길. 그뿐만이 아니야. 흘려 베기라니, 황궁 기사도 쓰기 힘들어하는 기술을 사용하더군. 나의 패배를 인정하지.”


비로소 검을 검집에 넣으며 엘리나 쪽으로 가는 오스카를 팔로 막아서며 저지했다.


“물론, 승부는 낫지만 할 말이 있다. 나의 주인에게 들은 바로는 제국의 황제가 별난 자라더군. 그대의 입장을 듣고 싶다.”


“나의 입장? 황제가 별나다면 난 평범한 축이다. 신념에 걸맞게 사는 인생. 책임을 지는 군주가 되는 것이다. 사실 제국이 어떤 길을 걸으며 망하는 번창하는 상관할 이야기는 아니다. 나에겐. 평화 시대에 들어선 지금, 전쟁이나 싸움 같은 세계는 어울리지 않아. 민중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말이지.”


오스카는 털털하게 주장, 의견과는 다른 개념적으로 진심을 토로했다. 현재까지 살아온 오스카와 별반 다를 거 없는 길이다. 엘리나를 구한 건 순전히 신념에 따른 결과이며 벨리나를 소중히 하는 마음과 선망 있는 정치는 책임이라는 명목 하에 뼈와 살을 갈며 투자하는 시간과 같다.


“나쁘지 않군. 좋은 길이야. 생전에 제국만을 바라보며 허망하게 죽은 나보단 말이지. 페르타 제국에 대해서 알고 있나?”


“철벽 요새라고 자주 들었다. 5개 왕국이 각각 떨어진 거리가 같아서 붙여진 별명 이였지. 중앙에는 거대하고 찬란한 황궁 이케안. 역대 예술가들을 배출한 유능한 제국이란 거로 알고 있다. 허나 엘프들의 주요 거점이 되려고 하는 곳이기도 하는 단점이 있지.”


“엘프?! 마침 엘프를 만나야 하는데 괴물을 만나버렸지. 하하하. 나도 같이 가는 걸 허락할 수 있겠나?”


금세 친해진 두 사람을 엘리나는 엉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적이었던 존재가 어느새 친구처럼 얄궂은 심보가 눈에 비친다. 일행과 떨어져 버린 시점에서 동료가 생긴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마침 뒤돌아 엘리나의 의견을 묻는 눈빛을 이해하고 밝게 웃어보였다. 평소엔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이럴 땐 누구보다 자신을 버리고 남을 챙기려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내가 바로 오스카 사무엘이다. 벨리나 백성, 여러 기사들도 다 아는 진실을 엘리나는 누구보다 기뻐한다.


전 페르타 제국 1대 황제이자 황궁 이케안을 건국한 페르타의 아바즈 가문의 영웅 제롤린 온 아바즈와 옵타이오 제국 최강 기사 중 하나로 칭송 받는 전 로살리스 왕국 벨리나 성의 성주이자 일대 영주 오스카 사무엘의 기사 결의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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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4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4 2 10쪽
114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89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89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4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4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4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4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8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8 2 9쪽
»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4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09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3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19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4 2 7쪽
95 구조 완료[2] 테라와 마주하다 16.08.22 206 2 12쪽
94 구조 완료[1] +1 16.08.20 235 2 8쪽
93 정처없는 영혼[4] 16.08.20 179 2 8쪽
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6 2 8쪽
91 정처없는 영혼[2] - 황제 16.08.16 282 2 10쪽
90 정처없는 영혼[1] 16.08.12 248 2 10쪽
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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