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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베르토-conv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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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6.03.15 21:55
최근연재일 :
2016.12.18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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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9,751

작성
16.11.1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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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DUMMY

처참한 현장 이였던 곳은 하나의 숲 속 공터로 변모한지 오래였다. 그러나 망가질 대로 망가진 숲은 죽지 않으려고 최후의 숨소리를 내뱉는다. 숲이 생명을 품는다면 품겨진 생명은 온전히 모母를 잊고 살아갈 것인가. 숲이 위험하면 자신들도 위험해진다.


태초의 생명이 유전자에 새겨 놓은 하나의 명령.


어디지도 모를 곳들에서 괴상한 생물체들이 속속 나무 위에서 점프해 내려온다. 수는 초가 지날수록 늘어나고 니시니시 의무 분명한 언어를 내뱉으며 양 옆으로 줄 세워진 동료들에게 신호를 건넨다.


“뭐냐 니들은. 설마 사슬을 쓴 게 너희······.”


에드나쉴은 몸 주변에 성력 베리어를 쳤다. 그 타이밍에 사슬이 생성돼 날아오자 상처 받지 않고 피할 수 있었다. 표적을 놓친 하얀 사슬은 먼지처럼 부스러져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기술 시전 자가 근처에 있고 없앴다는 증거, 아슈나의 영웅은 영웅다운 눈썰미로 란드 루시오밀라에 고농도의 성력을 담는다.

“귀찮은 것······.”


“한눈 팔 지마!”


뒤에서 급습을 가하는 엘리나가 사정거리에 들어선 걸 깨닫고 일부로 소리 내며 기술 시전을 막고자 무작정 덤벼들었다. 니시오들도 주눅 들어 할 만큼 강력한 성력이 창날에 모이는 걸 막아야 한다. 혹여 폭성신화 급에 공격이 시작된다면 굳이 하나의 표적을 잡지 않고도 아무 방향에나 쏴도 대다수의 거저먹기를 성공시킬 수 있다. 엘리나는 직감적으로 단숨에 니시오들을 처리하려는 에드나쉴의 꼼수가 보였다.


인형이라 피곤함이 육체에 쌓이지 않는다. 인간의 생명활동을 하고 있지만 특수한 면이 강한 탓에 직접적인 타격계 상처가 아니라면 이외에 나머진 불필요하게 반응해 피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적을 한꺼번에.


그렇다면 숲을 파괴하는 놈을 저지할 뿐이다. 숲의 파괴로 인해 여태껏 받아오던 사랑이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슬픔과 고통이 반드시 자기들에게도 올 수 있다는 걸 감안해서. 이어서 반격의 기회를 잡을 어쩌면 마지막 기회이기에.


“너에겐 집중 같은 거 하면 굴욕적이거든.”


가만히 서서 노려보기만 하던 에드나쉴이 엘리나를 보고 발목을 살짝 틀어 근접한 뒤, 창을 바꿔 잡아 텅 빈 오른손으로 성력을 담은 주먹을 쥐고 아래에서 위로 포물선의 궤도를 따라 힘차게 날렸다. 왼손에 든 창을 날카롭게 눕혀 던지려는 시늉까지 하여 속임수를 넣는다.


사람이 물체를 볼 때 원근감 탓에 멀리 있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것 중 두 가지를 같은 선상에 두고 선명하게 바라볼 수가 없다. 위치 상 장거리에 있는 어떠한 물건을 보면 가까이 있는 직선 상 주변의 물체는 흐릿하게 보이거나 어렴풋이 형상이 덜 구체화되게 보인다. 빛의 굴절이 되도 수정이 바라보는 선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되 인식하는 걸 대충한다.


엘리나는 지금 창과 주먹의 거리를 착각한다. 벗겨져 나간 나무들의 지붕은 태양의 빛을 막아줄 수단을 잃어 번뜩! 하고 각의 일치가 어우러진 빛의 반사 때문에 한쪽 눈을 감고 왼 손으로 머리 위를 막아 빛을 차단한다.


남은 왼쪽 눈은 오른쪽 시야를 전부 확인할 수 가 없고 주먹보다 창이 무섭다는 건 이미 몸으로도 깨달은 상태다.


‘창이 먼저 온다.’


부러진 검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창이 찔러 들어오는 곳을 맞받아치기 위해 우측으로 자세를 잡는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 성력을 창날에 모으던 그 창으로 공격한다. 단순히 뒤돌아 엘리나를 죽이려는 에드나쉴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팔을 뻗으니 주먹이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한편으론 부러진 검으로 막으려는 생각 또한 죽음을 재촉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래나저래나 엘리나는 에드나쉴을 이길 수 가 없다. 그게 결론이며 운명이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렴. 어차피 약해빠진 인간이 나를!”


찌른다. 찌른다. 찌른다. 찌른다. 찌른다. 찌른다. 엘리나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단어. 그 속에서 유일하게 변화하는 단어.


벤다.


“운명은 자기가 만드는 거다. 이 멍청한 놈아.”


영롱한 궤적을 그리며 횡 긋기로 찌르는 창을 위로 튕겨 보낸다. 엘리나의 손에 들린 기사단 검의 손잡이와 문양이 같은 손잡이가 달린 한 자루의 검, 을 든 마지막 기사. 애초에 제롤린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마당에 제롤린에게 패배한 오스카 사무엘이 뭘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게다가 엘리나처럼 독의 영향으로 해독제를 마셨으나 빠르게 해독이 되는 게 아니다. 몸 내부 상태는 이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뒤엉킴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모습으로 승화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힘부터가 딸린다. 대각 횡긋기로 간단하게 공격을 저지했지만, 만약 힘을 시르는 부분이 창날과 직선상이 아니라 전체였다면 오히려 기사단 검이 부러져 깨어난 의미를 잃었을 것이다. 다행이 베기 공격을 견뎌낼 힘이 없어서 튕겨나갔다.

“넌 뭐냐. 사슬을 쓴 놈인가. 요즘 기사들은 예의가 없네. 한 때 황족 이였던 나를 상대로 말이야······.”


“여성을 괴롭히는 게 황족의 할 일인가. 하긴, 아슈나가 머저리였지. 한낮 젊은 놈에게 제국을 빼앗겼으니.”


“음······?”


화가 난 게 티가 팍팍 나던 에드나쉴이 급 말을 멈추고 무언가 생각중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눈동자가 바닥을 보고 정신을 진정시켜 생전에 기억 혹은 부활 후의 지식을 동원하는 중이다. 그 중에서 관련 지식은 없었다. 그렇지만 에드나쉴은 너무나 태연하게 대답한다.


“그렇군. 제국이 멸망했구나.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동생은 정치와 전혀 안 어울렸으니까. 밑에 것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도 그럴만한 일이 있는 거겠지. 나나 아버지 때 반란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황제는 에스파쉴이였다. 녀석의 인생이지.”


“형이라는 자가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은 건가. 하물며 황족이라 함은 제국의 주인이 아니던가. 기가 막혀서 화가 나는군.”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나도 노력은 해봤지만, 내 뜻을 거역하는 대신들이 많았거든. 아버지가 죽은 뒤로 이미 누가 누구의 명령을 듣는 시대는 지났다. 대륙 통일? 그런 건 없어. 카이산 아르텔은 그 시점에 이미 독립하여 왕국을 세운 거나 마찬가지다. 영원한 우정이 없듯 동맹 또한 없는 거다.”


그대로 도약, 오스카 사무엘과 싸우기 위해 창에 성력을 불어넣고 사슬을 대비해 전방의 틈을 마구잡이로 베어가면서 차단시킨다. 기나긴 싸움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는 에드나쉴은 엘리나전 때와는 다르게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렸다.


웃거나 기만하는 표정 변화를 하지 않고 수학적 계산을 하여 최적의 포즈와 적의 반격을 예상해본다.


“너만 죽이면 엘프는 세계에서 사라진다. 어디 잘 막아보시지!”


창으로 돌격하는 모습에 오스카는 일격의 찌르기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평생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해주마.”


‘호오오오오······.’


기를 모으고 호흡을 가다듬고, 강렬한 햇빛의 반사라 한들 집중하여 조준한다! 사슬 기술은 상대를 즉사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한동안 구속시키는 시간 연장 기술에 불과하다. 기술을 전수받은 사람은 총 3명으로 그 중 유일하게 오스카 사무엘만이 성력의 세기가 남보다 강하기 때문에 남이 가진 성력의 방어막을 꿰뚫고 급소를 관통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적을 죽이지 못한다 해도 몸을 통과해 땅에 구속시키면 그만, 목을 베거나 심장을 찌른다. 노르마 트라마라면 에드나쉴도 거뜬히 팔 다리 하나 정도는 자를 거라 본다. 하지만 그가 일반 기사가 아니기에 시도조차 못해보는 것이다.


“쓸데없이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와서 죽어라. 전 황제.”


‘다가와라.’


순간 오스카는 3개의 사슬을 위, 뒤, 옆에 발현시켜 시간차 공격을 행했다. 우측에서 찔러 들어오는 사슬을 건틀릿을 이용해 사선치기로 빗겨나가게 했다. 뒤에서 발현된 사슬은 소리만으로, 그럴 필요도 없이 직접 조종해야하는 입장에서 정 중앙으로 공격해온다.


에드나쉴도 그럴 거라 판단하고 아무렇게나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었다. 쉬이익 소리를 내며 빈 곳에 사슬이 통과하자 에드나쉴은 달리는 와중에도 웃었다.


“이게 네 실력이야? 이러니까······ 제 2대 황제 아슈나 제국이 무너진 거야. 너 같은 무능한 제국민 탓에······.”


이 이상 에드나쉴은 말을 잇지 못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의 머리에 정확히 사슬을 꽃아 넣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설령 오스카 사무엘이라 해도 상대가 상대인 만큼 화살도 예측에 예측을 더한 감각으로 피하는 에드나쉴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다만 한정된 방법은 있다.


“넘어트리면 된다.”


“누가 넘어져?”


고개 숙인 에드나쉴이 슬며시 올리며 균형을 좌측 대각선으로 넘어지다시피 숙였다. 두 번째 사슬이 빗나가면서 세 번째 사슬, 위에서 내려오는 사슬이 미세하게 땅에 박히면서 서로 충돌해 박살나기 보단 오히려 튕겨서 에드나쉴이 두 발자국 후 도착할 땅에 날아가도록 설계했다, 라고 작전을 짜봤지만 역시 변칙수의 싸움이 특기인 에드나쉴이였다.


부족한 공간을 손쉽게 만들어 창을 휘두르는 여유는 날아오는 사슬을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런데 넌 덤비지 않는군. 포이즌 포레스의 독에 내부가 만신창이가 된 건가. 솔직히 동족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죽은 이후론 사라졌어. 허나 원한다면, 계속 해주마.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엘프를 멸절시키는 것이지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게 아니니까.”


“확실히 눈썰미는 있군. 네 말대로 지금 거칠게 싸우다간 난 죽는다. 엘리나를 두고 먼저 죽을 순 없다. 그러니 난 최대한 버틴다······.”


“호오. 저기 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 년이 그렇게 소중하단 말이지.”


에드나쉴의 시선이 비틀거리는 오스카에서 한쪽 구석으로 이동해 나무에 기댄 채 떨고 있는 엘리나를 바라보았다. 초점도 흔들리는 게 독의 번짐이 해독제의 방어력을 뚫은 듯 생명력의 불씨가 사그라 드는 게 훤히 보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때 마침 제롤린도 회복이 다 되었는지 상체를 세워 앉아있었다.


“하여간······ 내 꿈은 그렇게 이뤄주기 어려운 것인가 신이여. 네 이름이 듣고 싶구나. 젊은 기사.”


에드나쉴은 란드 루시오밀라의 주변에 맴도는 성력을 전부 해제하고 공격성을 없애 전의를 내뿜는 걸 멈추었다. 사실상 전투는 종결된 것이다. 그런 여유와 매너에 오스카는 당당히 말한다.


“오스카, 전 아슈나 제국 사무엘 가문의 장남 오스카 사무엘 후작이다. 나의 어릴 적 전 황제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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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고대의 유산[3] - 절망의 추측 16.12.18 332 2 13쪽
116 고대의 유산[2] - 오메룸 숲과의 작별 16.12.10 165 2 9쪽
115 고대의 유산[1] - 편지와 시체[1] 16.11.22 175 2 10쪽
» 방황하는 일행[6] - 엘리나 패배, 오스카 참전 16.11.17 190 2 11쪽
113 방황하는 일행[5] - 과연 그는 그란데스 나이트의 핏줄이다[1] +1 16.11.09 190 2 10쪽
112 방황하는 일행[4] - 피바람 부는 마을 16.11.06 238 2 14쪽
111 방황하는 일행[3] - 오스카 사무엘의 평화란, 이루어질 수 있을가 16.10.30 325 2 12쪽
110 방황하는 일행[2] - 셈피텔날리스sempiternális 사체르săcer 트라마trāma 16.10.25 269 2 11쪽
109 방황하는 일행[1] - 제 3단계 16.10.16 195 2 9쪽
108 황녀 선택[3] - 1차전 끝. +2 16.10.10 255 2 7쪽
107 황녀 선택[2] - 여자는 무서운 법이다. 16.10.09 205 2 13쪽
106 황녀 선택[1] -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전투 16.10.03 249 2 7쪽
105 엘프의 숲[5] 16.09.26 189 2 9쪽
104 엘프의 숲[4] - 기사결의 +2 16.09.25 428 3 10쪽
103 엘프의 숲[3] - 제롤린vs오스카 +1 16.09.22 422 2 9쪽
102 엘프의 숲[2] - 전 황제. 16.09.15 241 2 9쪽
101 엘프의 숲[1] - 악몽의 늪 16.09.11 225 3 8쪽
100 구조 완료[7] - 16.09.07 292 2 8쪽
99 구조 완료[6] - 돌아온 이혼의 기사. 16.09.05 210 2 9쪽
98 구조 완료[5] 16.09.04 224 2 9쪽
97 구조 완료[4] - 기사의 승리 +2 16.08.31 320 2 8쪽
96 구조 완료[3] 16.08.27 215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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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구조 완료[1] +1 16.08.20 23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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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정처없는 영혼[3] 이종족의 소녀 16.08.17 21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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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랜 성 토벌전[5] 작전! 혼란을 틈타 기습하라! +2 16.08.10 34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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