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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님의 서재입니다.

cafe, 체리블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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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1,425
추천수 :
144
글자수 :
236,186

작성
13.02.0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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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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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1. 첫 번째 손님. 첫 만남. 그 이름은 에릭 윈체스터.

DUMMY




오후 티타임은 아직 개업을 한 걸 모르는 단골손님들 덕에 오전 시간 때와 마찬가지로 한산하고 고요했다. 아침 출근 시간대와는 달리 오후 티타임은 귀부인들이나 노부부, 학생들이 찾아 드는 시간대로 아직 광고판을 보지 못했는지 카페 안은 나무 장작이 타 들어가는 소리만이 채우고 있었다.


나는 슬슬 시간을 확인하며 공항에 다시 나갈 준비로 바빴다. 파이는 저녁 디너 시간대에 오실 손님들이 있을 지 몰라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아침에 입었던 케이프와 워머, 장갑들을 챙기며 도르발 공항까지 태워줄 마차도 불렀다.


마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벽난로의 후끈한 온기로 멍해지는 정신을 깨우기 위해 바(bar)에서 원두를 볶았다. 요 근래에 겨울 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더니 오늘은 제법 칼 바람이 매섭게 불어서 진한 커피를 준비했다. 유스 제국에서 건너온 S.H.B 안티구아로 연기가 타는 듯한 독특한 스모크 향과 산도와 단맛이 다양하고 풍부한 바디와 향을 가진 이 원두는 추운 오늘 같은 날에 마시면 한껏 움츠러진 몸을 다듬어주기에 제격이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식곤증의 잠 기운을 내쫓기에도 아주 진하고 좋지. 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카페인 최고!”


옆에서 늘어져 있는 파이에게도 새벽 공항에서 약속한 대로 생크림이 잔뜩 올라간 진한 코코아를 대령했다.


“아가씨, 저녁 편 비행선에서는 동생분을 만날 수 있겠죠?”


“설마 못 만나겠어?”


“그렇죠? 설마, 그 분도 국제미아가 되지 않겠죠?”


하지만 옛말에 그런 말이 있잖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걱정 한 바구니인 파이를 놀리는 내 말에 말이 씨가 될까 무섭네요. 아가씨가 말하면 뭐든 이뤄질 것 같아서 무섭거든요. 투덜대는 파이 옆에서 쿡쿡 웃었다. 남향 유리창에서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카페 안의 먼지들과 부딪혀 잔잔하게 부서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멀리 세인트로렌스 강이 흘러가는 배경은 풍경화처럼 정지된 화면으로 보였다. 저게 바로 공짜로 천만금의 그림을 산 격이지.


정적의 시간에 고요를 깨뜨리며 도어 벨이 달랑달랑 청아하게 울렸다. 마차가 도착했나?


“어서 오세요, 체리블로섬입니다.”


파이가 후다닥 일어서서 손님에게 향했다. 마차가 아니네. 나는 남은 찻잔의 커피를 호르륵 마시며 일어서다가 손님을 바라봤다.


[어! 신사분은,]


[또 봐도 반갑군요.]


아주 아주 낯익은 손님이었다. 시청에서 헤어진 매력적인 신사분이었으니까. 그도 내가 이곳에 있는 줄 몰랐는지 살짝 놀래며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겨울 외투를 정중히 가져가 옷걸이에 거는 파이를 신기한 눈빛으로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빠르게 그런 기색을 숨기며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었다. 호기심이 가득하고 경계심이 없는 편인가? 환수인 파이의 고양이 귀와 꼬리를 아주 잠깐이지만 만져보고 싶었는지 눈이 빛나고 손이 움찔거린 걸 포착한 나는 화답하듯이 그를 보며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아가씨, 아시는 분이세요? 파이가 자리를 안내하며 속삭였다. 눈짓으로 응, 대충. 이라 대답하고 나도 네, 반가워요. 하고 다시 한번 그에게 배시시 웃었다.


[손님, 저희 체리블로섬은 식사와 티 둘 다 가능합니다. 식사는 런치 메뉴와 디너 메뉴가 그 날의 메뉴로 정해져 있으며 티는 커피부터 홍차, 녹차, 음료수까지 다양하게 가능합니다. 식사를 준비할까요?]


파이는 눈치 빠르게도 우리가 제국공통어로 대화하자 빠르게 퀘백어에서 제국공통어로 질문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와 티 둘 다 주문했다. 파이는 손님이면 무조건 좋은지 신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런 파이를 바라보며 쿡쿡 웃으며 그의 분위기를 살폈다.


티는 몸을 녹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종류로 아무거나 부탁한다는 말에 방금 전 내린 원두로 우유를 섞어 만든 따뜻한 카페라떼를 주며 은근슬쩍 테이블에 앉았다.


[몸이 꽁꽁 어셨네요. 뜨거운 카페라떼랍니다. 몸이 좀 녹으실 거에요.]


[고맙습니다.]


머그컵을 받아 든 그는 보는 이들이 볼을 붉힐 듯한 화사한 미소와 추위에 살짝 갈라지긴 했지만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로 화답했다. 나는 우연적인 만남에 신기해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굉장한 우연이네요, 특히나 이 세 번째 만남은요.]


[아, 세 번째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소개가 늦었군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제 이름은 에릭 윈체스터라 합니다. 레이디 스완.]


[…? 어, 제가 제 성을 말씀 드렸던가요? 어, 이,이,이름이 에, 에릭 윈체스터라고요? 세상에! 당신이셨군요! 엘레나의 동생분이. 세상에나, 어떻게 여길 찾아오셨어요? 아, 엘레나가 가르쳐 줬군요! 다행이다. 저는 아침에 만나지 못해서 혹시나 저녁 편 비행선을 타고 오시는가 싶어 다시 나가려고 했거든요.]


나는 화들짝 놀라 흥분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다행입니다, 길이 엇갈리지 않아서. 대사관과 시청에 도움을 요청해 누님과 연락이 닿았는데 카페 이름과 위치, 그리고 레이디의 성함을 말해주더군요. 대기하고 있던 마부 덕택에 편하게 도착했습니다. 레이디 스완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서로 만나기로 한 곳에서 만나지 못했지만 만나야 할 곳에서는 만나게 됐으니까요.]


엘레나의 동생분이라서 그런가, 지금 와서 하나하나 훑어 보니 분위기도, 말하는 어투도 어딘가 엘레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왜 처음 만났을 때는 눈치 채지 못했을까? 이렇게 닮았는데. 만날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서로 얘기했었는데. 그래도 헤매지 않고 미아가 되지 않고 이렇게 만나게 된 인연에 감사의 인사를.


[정말, 엘레나를 많이 닮았어요! 못 알아챈 게 이상할 정도에요. 아, 퀘백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게 예의에요.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저보다 나이도 5살이나 많다고 엘레나한테 들었거든요.]


[그럼, 에클레어 양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에클레어 양도 그냥 에릭이라 부르십시오.]


커피를 마시며 하얗게 질린 손과 얼굴에 점차 온기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이 신사분이 정말 밖에 오래 서 있었구나 싶어서 살며시 운을 띄었다.


[그런데 몽레알에는 어떤 일로 오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제국 서부지역 트리뷴 신문사의 문화부 기자인데 축제의 도시로 유명한 몽레알에서 이제 곧 페테 데 네쥬(Fete des Neiges)가 열린다기에 기사를 쓰러 왔습니다.]


어머, 기자구나. 아까 클래식 카메라는 직업상 늘 가지고 다니시는 거라 항상 들고 다니는 거구나. 나는 손때가 잔뜩 묻었지만 세세하게 관리한 티가 나는 카메라 가방을 흘긋 쳐다보았다.


[사실 제국을 떠나본 것은 처음입니다. 유스 제국 국민들이 좀 무관심 하달 까요? 국민 대다수가 퀘백국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유일한 이웃나라인데도 두리뭉실한 그런 느낌이지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희 회사에서는 좀더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캠페인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저 또한 퀘백국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만큼 밖에 모르는 상태로 이곳에 와서 기사를 쓰기로 했지요. 그 탓에 유독 실수가 잦았지만요.]


아, 1년치 사고는 오늘 하루 다 친 것 같습니다. 에클레어 양을 만난 것 이외에는요. 말하며 웃는 에릭씨가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제국은 워낙 과학과 기계가 발달 돼있고 사람들 정서상 빠르고 편한 걸 추구하는 실용주의라서 기계 차를 이용하던 전 마차는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마치 비행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마차를 잡는데 어설프실 만했다.


[여기서 머무는 동안 힘드실지도 모르겠어요. 이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뭐든 직접 만들길 좋아하고, 낭만과 자연을 사랑하고, 불편하고 오래 걸리고 오래 된 전통을 소중히 한답니다. 아직도 여기는 마차를 이용하고, 편지를 부치고, 기계가 거의 없지요. 제국에서 관광오시는 분들은 그런걸 못 견뎌 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에클레어 양의 말씀대로 하나하나 몸으로 부딪혀가며 익혀나갈 생각입니다. 제가 여기에 오게 된 목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당분간은 각오를 다잡아야겠지요.]


[또 곤란한 일이 있으셨나 보네요? 아니시면, 첫날부터 그렇게 대사관이며 시청을 관광도 아닌 업무를 보러 가시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시다면,]


내가 장난스레 웃으며 물었다. 벌써 세 번째 되풀이 되는 질문이었다.


[신사분께서, 제 도움이 필요할까요?]


[네, 제가 레이디의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요?]


에릭이 눈꼬리가 깊어지며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여준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스쳐지나 가는, 혹은 간질거리는 기분이 드는 듯한 분위기를 전환하며 파이가 나타나 테이블에 감자샐러드, 토스트샌드위치, 크림수프를 내 왔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하고 자리에 일어섰다. 파이가 쫓아오며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추궁하는 눈빛을 보내온다. 내가 웃으며 만나기로 했던 친구의 동생분이라 하자 옆구리를 지나치게 찔러댔다. 윽, 이 녀석! 대충 어림짐작으로 국제미아 직전에서 홀로 이곳에 찾아왔다 생각했는지 나에게 체리블로섬의 명예가 떨어졌다는 둥 카페 마스터로써 하는 일이 없다는 둥 작게 소리친다. 나도 지지 않고 귀를 늘리며 반격했다. 온전히 내 잘못은 아니란 말이야! 공항을 헤매 비행선을 잘못 탄 건 에릭씨라구. 눈빛에도 모양이 있다면 우리의 눈빛은 칼날처럼 서로를 찔러댔을 것이다. 참다 못한 파이가 귀를 붙잡으며 “아야!” 단발마를 질렀고 뒤늦게 내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쉿쉿! 대었지만 이미 우리가 하는 걸 다 본 모양인지 테이블에서 웃음을 참는 듯 큭큭 거리는 에릭씨의 모습이 보였다.






작가의말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엘레나와 트와일라잇의 스완의 이름을 따온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익숙한 이름들로 구성되어 버렸;; 


이번 편은 세계관 설명하느라 내용이 질척거리네요. (설정도 없으면서-_-)


카.체는 기본적으로 여기 저기에 떨어져있는 상식들을 줏어다 이어붙여 씁니다.


본격 작가가 상식을 구걸하여 만든 소설, 카.체 많은 선.추.코 해주세요!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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