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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님의 서재입니다.

cafe, 체리블로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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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62
추천수 :
144
글자수 :
236,186

작성
13.06.0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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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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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4. 쉬어가는 편, 일상! 휴식을 즐기는 각자의 방법.

DUMMY

#4. 쉬어가는 편, 일상! 휴식을 즐기는 각자의 방법.




오늘은 목요일, 카페 체리블로섬의 휴일이다.


-파이.


파이는 곱슬거리는 바이올렛 머리카락들을 끈으로 질끈 묶었다. 머리 꼬랑지가 우스꽝스럽게 뒤로 말려들어갔지만 스타일은 과감히 포기했다. 요리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청결이니까! 단정하게 앞치마를 허리에 묶고 쉐프용 모자 안으로 꼬랑지를 집어 넣었다. 손도 꼼꼼히 두 번이나 씻으며 소독을 마친 뒤에야 파이는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인 도마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뭐해, 파이?”


정원을 돌아보고 오느라 가쁜 숨을 내쉬며, 바에서 모닝 커피를 내리고 있던 에클레어가 주방과 연결되는 작은 통로로 명랑하게 물었다.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건만 파이는 고개도 들지 않고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린 채로 답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줄 쿠키 시제품 만들어 보려고요, 아가씨.”


“부지런하기도 하지요, 우리 파이는. 정기휴일인데도 이렇게 카페를 생각하다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 흑흑.”


넉살 좋은 에클레어의 대답에 파이는 꾹 눌러 담아 놓고 있던 미간 주름을 발사하며 평소처럼 말대꾸를 다다닷 쏟아 부었다.


“아가씨가 어제 자기 직전에 제 방에 들어오셔서는 ‘아, 파이~ 깜박했네. 축제전야제에 쓰일 디저트용 쿠키 300개 내일까지 준비해 줘♡’ 라면서요!!!”


에클레어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코까지 막고서 앙♥까지 야물딱지게 흉내를 낸 파이가 버럭 화를 냈다.


“후후, 파이 혼자 벅차면 도와줄까?”


“됐어요. 혼자서 하는 게 더 빠르고 금방 끝날 걸요? 주방에 들어 오실 때마다 밀가루포대로 장난치시거나 칼로 도마를 난타하시는 분한테 주방은 절대 못 맡겨요. 그럴 바엔 차라리 쥐한테 치즈가게를 맡기겠습니다.”


단호박을 끓여 먹은 듯 단호한 목소리로 제지한다. 그리고 곧이어 자포자기한 듯 한숨을 폭폭 내쉬며, 제가 어찌 휴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가 있겠어요. 심지어 카페 이름으로 나가는 건데요. 카페의 명예가 떨어지는 일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투덜투덜 불만을 표했다. 에클레어야 코앞에서 파이가 불만을 토해내던 말던 무시했지만.


“무엇으로 할지 결정했어? 내가 아이디어 줄까?”


“에둘러 말 안 하셔도 되요. 그걸로 해달라는 거잖아요? 전 아이싱 쿠키 생각하고 있었지만요.”


“후후, 아이싱 쿠키 괜찮네. 주재료를 진저로 해. 달달한 버전이랑 고소한 버전 두 개로 가능하지?”


물론이죠. 이래봬도 아가씨 덕에 인간계에서 요리수행만 20년째거든요. 어찌나 입맛이 까다로운지. 주인님은 독이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 먹고 중독되신 적도 있는 극강 둔치이신데. 파이는 여유가 넘치는 태도로 에클레어와 수다를 떨면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금새 반죽을 끝내더니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른 작업을 시작한다.



흐으흥흥으음, 라운지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맞추어 콧노래를 부르며 휴지기를 끝낸 반죽들을 냉장고에서 꺼내 들었다.


어느새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는 손님이 한 명 더 늘어나 있었다. 파이가 강렬한 시선이 느껴져 반죽을 밀대로 밀다 말고 고개를 들었더니 에클레어 옆에 선 에릭이 잠이 덜 깬 얼굴로 파이의 요리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부스스한 새집머리와 반쯤 감긴 눈, 평소와는 달리 단정치 않은 옷 맵시 상태의 에릭이 손으로 턱을 받치며 구경하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다. 아가씨만큼이나 웃음이 참 헤프셔. 파이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주일 가까이 생활하면서 지켜본 에릭은 샤프한 외모와 달리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저의 장난꾸러기 아가씨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파이도 에릭에게는 생각보다 빠른 시일 만에 마음을 열게 돼 버린 것이었다.


에릭에게 브런치를 갖다 준 뒤에 예열된 오븐에 반죽 틀을 넣었다. 쿠키가 구워지는 동안 아이싱을 만들기 위해 재빠르게 재료들을 꺼내 가지런히 배열 해본다. 계란 흰자에 레몬즙과 슈가 파우더를 넣어 농도를 맞추고 천연색소를 넣어 다양한 색상들을 짤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카페 안에서 아까 흐르던 음악과는 다른 분위기의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진다. 손으로 저도 모르게 토도독 도마를 치며 박자를 맞추면서 파이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가씨께선 밖에 다시 나가셨으니까, 에릭씨가 음반을 바꿔 끼우신 건가? 아가씨가 매일 다른 곡을 선정하고 있었지만 이번 곡은 처음 듣는 것 같은데. 저번에 쇼핑하러 가셨을 때 새로 사오신 음반들 중 하나인가 보네.


유쾌한 가락이 흘러 넘쳐 주방까지 닿자 파이는 저도 모르게 음악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아직 멀었어? 나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이제 다 되갑니다~”


이 추운 겨울에 어디서 뭘 하셨는지 이마에 땀방울이 맺은 상태의 에클레어가 또 통로에서 기웃댄다. 파이는 에클레어의 재촉에도 신중한 태도로 오븐에서 꺼내 식힌 쿠키 위에 집중을 요해 색을 칠했다. 처음은 시제품으로 만들었는지 에클레어의 얼굴과 에릭의 얼굴, 파이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티타임에 맞추어 진저 쿠키를 그릇에 담고, 쿠키를 만드는 중 잠시 시간이 남는 사이에 가볍게 만든 우유푸딩과 함께 내어갔다.


[세상에, 너무 귀여워~ 역시 파이, 은둔형 외톨이에 시어머니 잔소리를 하지만 요리만은 섬세해.]


[아가씨, 칭찬을 하실 때는 제대로 해주세요.]


따박따박 대꾸했지만, 파이는 속으로 에클레어가 복스런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 걸 확인하며 뿌듯해했다. 에릭은 기대된다는 얼굴로 자기 인형 쿠키의 머리부분부터 깨물어 먹었다. 그 모습에 파이가 결국 한 소리를 내뱉는다.


[자기 얼굴인데 너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드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 저 에릭씨. 칭찬은 감사하지만 입 속에 쿠키를 우물거리시면서 까지 칭찬하시지 않으셔도 되요.]



파이는 쿠키 300개를 만드느라 폭탄 맞은 주방을 깨끗이 치우고 나와 벽난로 앞 카펫 위에서 한없이 뒹굴 뒹굴 굴러댔다. 아아, 행복한 게 뭐 있어? 이게 행복이지. 라는 생각이 얼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자 책을 읽던 에클레어가 한마디 한다.


“파이, 요리할 때랑 청소할 때만 부지런 한 거 아니야? 밖에서 산책도 좀 하고 책을 읽어도 좋으니 뒹굴 대지만 말아. 사람이 너무 없어 보이잖아.”


이럴 땐 카페 명예 안 챙겨? 에클레어가 눈빛을 반짝이며 묻자 아니, 산책하기엔 밖이 너무 추워요. 늦봄이 지날 때까지 전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전 환수이니까 없어 보여도 돼요. 고양이귀족이란 별칭도 이런 뒹굴 대는 대서 나온 심오한 별명이니까요. 라며 따박따박 대답한다.. 에클레어가 피식 웃으며 털 뭉치를 던져 준다.


파이는 잠시 이성의 끈을 놓고 본능을 따라 털실을 마구 흩트리고 굴리며 카펫 위를 굴러 다녔다.




-에릭 윈체스터.


에릭이 쏟아지는 아침잠을 어렵사리 물리치며 1층으로 내려왔을 때 에클레어와 파이가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전면 창으로 되어 있는 남쪽 창문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카페 안으로 깊숙이 침범하고 있었다.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은 해보지만 벌써 해가 떠 있는 모습을 보니 자신이 생각해도 영 글러먹었다며 기지개를 폈다. 주방에 있는지 파이는 가느다란 외침만 들리고, 주방과 통하는 작은 창구 앞에는 에클레어가 서 있었다. 적당한 키에 팔다리가 긴, 우아하고 늘씬한 체형의 에클레어는 어딘가 사슴을 떠오르게 한데 브라운색 승마복을 입고 있어 더욱 그랬다. 승마복은 길이 잘 들여있었는데 숙련자의 익숙한 태가 엿보였다. 에릭은 에클레어 옆에 다가가 서서 부스스한 정신을 챙기며 눈이 마주친 파이에게 눈웃음으로 인사를 전하고 에클레어에게 물었다.


[승마 하러 가십니까?]


[네, 우리 스코티아가 겨울이라고 너무 운동을 안 해가지고요. 저러다 뚱뚱보 말이 될 거에요. 아, 스코티아는 목장에서 한 번 보셨나요? 제가 주인이라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닌데, 검은색 말인데 엄청 예쁘고 달리기도 잘해요.]


아이를 칭찬하는 엄마의 표정으로 에클레어가 말하자 에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늘씬하고 멋있더라는 칭찬을 덧붙였다.


[그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타고 오십시오.]


에릭은 싱긋 웃으며 나가는 에클레어를 배웅해주고 파이가 가져다 주는 브런치를 받아 벽난로 옆 테이블로 향했다. 라운지에는 에클레어가 선정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대륙의 쟈르먼 왕국의 유명 음악가인 로베르트의 실내악곡 1악장이었다. 반짝거리는 멜로디 라인이 서정적이고 온화하게 흘러가는 게 포인트로 피아노가 나머지 현악기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며 군림하는 주인공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조용한 카페 안은 음악 소리로 작은 연주회장이 된 듯 아련하게 울려 퍼졌다. 에릭은 식사를 하며 좋은 노래를 듣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신선했다.


근 이주일 가까이 지켜봐 온 에클레어는 자신이 봤을 때 모든 교양 지식과 상식 면에서 높은 수준에 달했다. 퀘백국에서 말하는 상류층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리라 예상하는 에릭이었다. 평상시에 카페 인테리어나 음악 선곡도 제국에서 경제력이 높은 재벌가에서 여는 티파티 분위기와 흡사했다.


카페 정기휴일이라 손님이 없는 라운지 안은 조용했다. 에릭은 식사를 다한 빈 그릇을 치운 뒤, 라운지를 둘러보다가 구석에 놓인 피아노가 눈에 들어왔다.


‘무얼 할까? 손이 녹슬지 않게 오랜만에 피아노 연주나 해볼까?’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음을 확인했다. 역시나 카페 안은 어디를 둘러봐도 세심하게 관리가 되어있음을 느끼듯 피아노 건반은 완벽하게 튜닝 되어 있었다.


프랑수와즈의 야상곡 녹턴 2번. 제국에서도 굉장히 사랑 받는 유명한 곡이다. 우울한 곡이라는 말들이 많지만 에릭은 남녀의 사랑을 나누는 정담처럼 달콤하게 들렸기에 이 곡을 좋아했다. 제국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이 곡을 재즈로 편곡했었는데 그 때 바로 악보를 얻어 외웠었다. 신선한 비트 감각과 애드리브, 무엇보다 밝은 분위기가 좋았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고 있는 유명한 곡.


거의 마지막 장을 치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기척이 들려 에릭이 돌아보니 에클레어가 어느새 승마를 끝내고 돌아와 에릭의 연주 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항상 표정에서 숨김없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에클레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연주를 듣고 있었다. 마지막 음을 누르기가 무섭게 앵콜을 요청하는 모습에서, 옛날 어렸을 적에 피아노를 치고 있는 누나에게 다른 곡을 쳐달라며 보채던 자신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저에게도 나이차이가 나는 여동생이 생긴 것 같아 괜스레 흐뭇한 느낌이 드는 에릭이었다.


[원하시는 곡이라도 있습니까? 아는 범위 안에서 연주해드리겠습니다.]


[즉흥곡 3번!]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프랑수와즈의 또 다른 대표 곡으로 자신도 알고 있던 곡이었다.


에릭이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리는데 툭 하고 살짝 비좁아진 기분이 들어 옆을 쳐다보았다. 에클레어가 무릎을 세워 바닥에 앉아 있는 상태로 머리를 에릭이 앉아 있는 피아노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손가락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괜스레 잘 아는 곡인데도 실수를 할까 긴장이 되어 아까만큼 자연스럽게 치지 못했건만 에클레어는 박수를 열렬히 치며 좋아라 했다.


에릭이 헛기침을 하며 어색해 하며 손으로 턱을 긁었다. 타이밍 좋게 파이가 디저트를 들고 나왔다. 다행이다, 한숨을 내 쉬던 에릭이 문득 떠올린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며 뭐가 다행이었을까 곰곰이 되짚어 보다가 진저 쿠키와 푸딩을 먹었다.


피아노를 치면 항상 생각이 맑게 정리가 되었는데 이번 연주는 살짝 아쉬운 감이 맴돌았다. 에릭은 무의식적으로 여유를 되찾기 위한 주문을 중얼거렸다.


‘in a peace. in a peace. and in a peace.’




-에클레어 스완.


에클레어는 파이랑 한참 시답잖은 농짓거리를 떨다가 에릭의 배웅을 뒤로 하고 목장으로 향했다.


“좋은 아침이지, 스코티아.”


승마복과 보호대를 걸치고 목장 안에 들어가 자신의 소중한 친구, 스코티아를 찾았다.


“오늘은 가볍게 몸 좀 풀어볼까? 겨울이라고 너무 안에서 있으면 오히려 안 좋아.”


마스터인 자신에게는 언제나 절대적인 믿음과 호감을 표해주다가도 겨울에 운동만 하자고 하면 싫다고 투정을 부리며 푸르르르 입김을 자아내는 스코티아를 달래며 에클레어가 질질 끌다시피 억지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파이만큼이나 스코티아도 추위를 싫어했다. 뜨거운 사막에서 태어난 스코티아는 아주 어린 새끼 망아지일 적에 자신이 태어난 사막을 건너 멀고 먼 퀘백국으로 넘어왔다. 망아지때의 기억이 남아있는 건지 스코티아는 여름을 제일 좋아하고 겨울을 너무 싫어했다.


에클레어가 아직도 투레질을 하는 스코티아의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을 빗질로 곱게 빗어주고 안장과 마구를 얹었다. 아유, 이 예쁜 것. 코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진한 애정표현을 마구 던지자 그제서야 얌전히 에클레어의 눈을 쳐다본다. 에클레어가 먼저 걸어 나오자 알아서 마스터인 에클레어의 발걸음에 맞추어 따라 나온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짜르르 귓가를 울렸다. 서리가 내려 앉은 앙상한 겨울 정원 길 사이로 스코티아와 에클레어, 둘 만의 교감을 나누어 본다. 친한 친구와 길을 걷듯 스코티아의 말 갈기를 쓰다듬어 보고, 스코티아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건넸다.


“준비됐어?”


푸르르, 대답하듯 희뿌연 콧김이 나왔다 공중에서 흩어진다. 에클레어는 스코티아와 쉬엄쉬엄 걷는 것으로 준비운동을 마치고 안장위로 가볍게 뛰어 올라앉았다. 산책길을 두어 바퀴 가볍게 걷다가 가로수 길로 이동했다. 가로수 길은 눈이 쌓이기 무섭게 치워서 얼어붙지 않은 곳이 많기에 눈과 얼음이 녹지 않고 쌓여있는 산책길보다 덜 위험했다.


“우리, 속도 좀 내볼까? 이럇!”


에클레어는 스코티아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로수 길을 달려나갔다. 혹시 모를 부상의 위험을 생각해서였다. 초록색 잎이 세상을 뒤덮으면 스코티아와 함께 조절 하지 않고 마음껏 달리리라. 곧이어 머릿속 잡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스코티아와 일체감이 되어 바람을 느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며 다섯 바퀴쯤 돌았을 때 스코티아도, 에클레어도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안장에서 내려와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스코티아에게 물을 적당히 먹였다. 스코티아의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스코티아의 표정이 한결 산뜻해 보이자 에클레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거봐, 너도 기분 좋잖아. 하지만 입 밖으로는 자존심이 센 스코티아를 칭찬하는 말로 개조되어 튀어나온다.


“잘했어, 스코티아. 스코티아가 최고야!”



에클레어가 승마를 하며 흘린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카페에 들어 섰을 때, 에릭이 한창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었다. 우와, 잘 치시네? 저녁 만찬 때나 휴식시간 때 종종 연주 부탁 드려야겠네. 엘레나가 써준 노예계약서를 유용하게 잘 활용하고 있는 에클레어가 속으로 주판을 두드리며 후후후 웃었다. 피아노 가까이에 앉기가 무섭게 연주가 끝나 아쉬운 마음에 앵콜을 외치자 에릭이 순순히 응하며 신청곡을 받았다.


에클레어는 프랑수와즈의 녹턴을 듣다가 떠올린 프랑수와즈의 또 다른 곡인 즉흥곡 3번을 신청했다. 암보한 곡이었는지 악보도 없이 가늘고 긴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이 매력적인 신사분은 숨겨진 매력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눈과 귀가 황홀해지는 휴일이다. 그리고 티 타임을 갖자 생각이 바뀌었다.


귀도, 눈도, 입도 황홀한 휴일이다.




카페의 정기휴일은 그렇게 조용히 평안하게 마무리 되었다.


작가의말

쉬어가는 편은, 얘네들이 쉬어가는 게 아니라 작가가 쉬어가는 편입니다.


그래요, 작가가 원하는 주제로 용량 겁나 짧게 쓰는 편이 쉬어가는 편!


브금은 로베르트 슈만의 실내악곡1악장과  


프레드릭 프랑수와 쇼팽의 야상곡 녹턴 2번과 즉흥곡 3번이에용.


내용을 잘 이해해 보면 휴식다운 휴식은 에클레어양 혼자 보냈습니다. 


다음은 #5. 1월의 축제편을 들고 오겠습니다.


오타와 비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선추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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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56 4 11쪽
25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36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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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80 4 17쪽
22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94 5 18쪽
21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79 3 18쪽
20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59 3 19쪽
19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3.06.11 317 3 19쪽
18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 13.06.06 304 3 20쪽
17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338 3 17쪽
16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282 3 11쪽
15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77 3 17쪽
14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42 3 18쪽
13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424 3 13쪽
» #4. 쉬어가는 편, 일상! 휴식을 즐기는 각자의 방법. 13.06.01 349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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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42 3 17쪽
9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58 4 14쪽
8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4 3 17쪽
7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6 3 19쪽
6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 13.06.01 39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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