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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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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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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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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월의 축제. "윈터 루드, 뱃사공의 축제"

DUMMY

#10. 2월의 축제. "윈터 루드, 뱃사공의 축제"




-정식연재 확정 뒤 치솟는 인기칼럼, 축제의 도시 몽레알의 생활 10번째 이야기.


3월 첫째 주 월요일, 문화면 1장.

제목: 역사와 전통의 겨울 축제 “윈터 루드, 뱃사공의 축제”


서문: 고전적인 매력은 그 클리셰에서 나오는 법.

클리셰. 진부한 표현 혹은 상투구를 칭하는 비평 용어로 랑쉐어에서 사용된 단어이나 현재에 와서는 판에 박은 듯 쓰이는 문구나 표현을 지칭하고 있다. 우리들은 영화를 보면서 적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주인공이 가까스로 일어나 적을 무찌르는 액션, 사랑하는 연인이 오해와 갈등을 풀고 결국엔 행복한 엔딩을 맞는 로맨스, 살인범은 어째서인지 주인공 근처의 엑스트라인 추리스릴러, 스토리텔링보단 이미지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배경 소리로 공포를 주는 공포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통적인 진부한 클리셰를 접하면서도 매 번 지겨워하지 않고 관람한다. 즉, 클리셰의 또 다른 말은 어쩌면 대중들이 인정하는 안전범위로서 믿고 사용되는 것, 알고도 볼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굳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 말을 필자가 꺼내서 다시 설명하는 이유에는 축제란 것이 원래 그런 클리셰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되기에 말하는 것이다. 즉, 다른 곳을 방문했음에도 어딘가 비슷한 이벤트나 테마를 겪어본 여행자들에게 외려 축제는 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여행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축제라는 전체적인 그림은 어쩌면 클리셰 할 수도 있지만 세부적인 그림으로 내려갈수록 그 오묘하고 색다름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이번 ‘윈터 루드, 뱃사공의 축제’는 ‘페테 데 네이쥬’보다 짧은 단 3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어쩌면 메인 이벤트로 불리는 행사들, 축제의 테마, 모든 것이 우리들에게 색다르거나 특별하게 와 닿는 것들이라 말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부하고 평범하며 특별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사실 가장 믿고 즐길 수 있는 신뢰와 재미로 무장하여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해보며 칼럼을 시작하겠다.


몽레알 글∙사진 에릭 윈체스터 기자



바야흐로 또 다시 축제 기간이 돌아왔다.


문을 열었다가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 코끝이 아릿해지는 추위를 확인하며 파이가 자신의 팔에 걸쳐둔 외투를 들어올렸다.


“윈터루드는 축제 기간이 짧은 편이군요.”


에릭이 레드와인 색이 감도는 스웨터에 끈이 촘촘히 묶인 워커, 슬림하게 핏이 빠진 스키니데님 위로 새카만 윤이 도는 롱블랙 코트를 입으며 말했다. 에클레어가 손에 쥐고 있던 쥐색의 페도라를 건네며 대답했다.


“페테 데 네이쥬가 국제적인 축제로 이름난 것에 비하면 윈터루드는 훨씬 작은 소규모 축제거든요. 특이한 메인 이벤트가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지역색은 강화되면서 정서 면에서도 우리만의 메이저와 마이너 리그 식 축제라는 경향도 좀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외국인들을 전부 배제하거나 불편하게 느끼게 한다기보다는 저 같이 훌륭한 가이드의 필요성을 좀 체감하게 된다 고나 할까요? 후후후, 윈터루드의 경우는 여러모로 자국민들을 위한 축제의식이 강한 편이기도 하구요. 축제의 발생 연유라든지 역사와 관련된 테마라든지 정령들과 노는 이벤트들이 아무래도 설명이 없이 즐기기에는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첫째 날인 오늘은, 얼음과 빛의 정령들이 대거 참가하는 루미나리에가 테마에요. 그래서 가장 어두워진 밤에 축제를 시작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밤에 나갈 준비를 하는 거고요?”


파이가 영 마땅찮은 표정으로 에클레어의 말투를 따라했다. 또 왜 심술이야, 에클레어가 금실로 문양이 새겨진 하얀 모직 코트와 베이지색 목도리를 두르며 작게 꿍얼대는 파이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파이가 히익 주춤대며 외쳤다.


“저한테 비밀로 쏙 빼놓고선 아멜이랑 카노를 계약했잖아요!”


“좋아했으면서, 뭘 또.”


“5분만 그랬어요, 5분만! 그 녀석들이 환계에 돌아가기 전까지 잘 자고 있던 날 깨우면서 얼마나 괴롭혔는지 아세요?!”


그야 뭐… 나도 옆에서 같이 놀렸으니까, 잘 알지요. 에클레어가 배시시 웃으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마냥 말했다. 파이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달래는 건 역시나 에릭의 몫이었다. 자자, 진정하고 축제 시작하기 전에 나가야지. 그의 말에 파이가 이제 아가씨 따위, 몰라요!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며 볼을 부풀린 채 문을 열고 나갔다.


“에클레어 양이 이번엔 파이에게 사과를 해야 하겠군요.”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단호하게 얘기하는 에릭의 말에 에클레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파이를 따라 나갔다.


“파이~”


“왜요!”


“화났어?”


“안 났어요, 아가씨야 늘 자기 멋대로 하시니까. 이제는 익숙하다고요.”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한쪽 발로 땅을 파대는 모양을 봐서는 많이 상심한 모양이라 에클레어가 쪼르르 달려가 파이를 폭 끌어안아주었다. 파이는 왜, 왜, 왜 이러세요, 아가씨? 하고 발버둥을 치다가 이내 그 힘에 혹시라도 자신의 아가씨가 다칠까 힘을 쭈욱 빼고 얌전히 안겨있었다.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파이. 파이가 필요 없어졌다거나 아빠한테 돌려보내려고 그 아이들과 계약한 게 아니란 건 알아줘. 누구보다 나랑 카페를 생각해주는 파이를 내가 미워할 리 없잖아. 그저 파이가 요 근래에 지쳐 보이기도 하고, 피곤하거나 외로워 보였는데 때맞춰서 아멜과 카노가 나타나 주었지 뭐니. 파이에게 그 아이들이 많은 도움을 줄거라 판단하고 계약한 건데 파이가 그렇게 화낼 줄 몰랐어. 용서해 줄 거지?”


“용서할 것도 말 것도 없어요. 아가씨는 언제나 저한텐 아가씨라고요. …그냥, 왠지 아가씨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멜과 카노가 온다고 해서 더 힘들어 질 생각에 눈 앞이 캄캄할 뿐이죠.”


작게 투덜대며 말하는 파이였지만, 에클레어가 진심을 담아 말해준 계약 전말을 듣고 나서 확연히 껄끄러워 했던 태도와 짜증내던 모습을 싹 가라앉혔다. 문에 기대어 작게 울리는 말소리들을 듣고 있던 에릭이 피식 웃으며 속으로 3초를 센 뒤에 문을 열고 나왔다.


“축제에 늦지 않게 가려면 지금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제서야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에클레어가 흠, 하고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보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느긋한 것도 좋지만 서둘러야 할 때는 빠르게 움직여야죠, 마차를 불러놓길 잘했네요.”



{축제에 설명하기 전, 미리 퀘백국의 지형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간다.

가장 낮은 지대에 위치한 구 시가지의 올드포트는 오래된 항구이자 지금의 퀘백국 수도인 몽레알의 시작지점이다. 퀘백국의 수도인 몽레알은 바다를 접하고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면서 자연적으로 무역이 성장해 도시로 발전해 나갔다. 그래서 옛 오래된 건물들이 남아있는 구 시가지는 기본적으로 낮은 건물과 역사 있는 관광지들이 자리잡고 있어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다. 그리고 세인트 로렌스 강을 기점으로 그와 마주보듯 자리 잡은 신 시가지는 차츰 높아지는 건물들과 세련된 신식 건축 양식들로 세워진 데다 몽로얄 공원(이라 불리지만 언덕이라기엔 높고 산이라기엔 좀 낮은)이 중심에 위치해 있다.-본문 내용 일부 발췌-}



유콘에서 머무는 기간과 파이의 친구들인 아멜과 카노가 와 있는 동안을 합쳐 거의 십일 가까이 다운타운에 나가보지 못했던 탓에 축제인 오늘에서야 처음 접해보는 도시의 전경은 평소와 거의 달라진 점을 찾지 못했다. 해가 진 탓에 어둑한 시내의 모습은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았다면 다소 음침해 보일 것 같았다. 워낙 페테 데 네이쥬가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탓일까, 조금 실망하는 에릭의 표정에 에클레어가 쿡쿡쿡 웃음을 참지 못하고 흘리고 말았다.


“왜 그러세요, 너무 심플해서 낙심하셨어요?”


“기대치가 좀 높았나 봅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군요?”


“아직 마음을 풀지 마세요, 축제는 시작했지만 여기까지 닿지 않아서 일뿐이랍니다.”


네? 의문이 가득한 에릭의 반응에 에클레어는 그저 웃으며 시계를 확인했다. 잠시 사람을 찾으러 간다고 사라진 파이가 북적대는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로 낑낑대며 페릴을 데리고 나타났다. 페테 데 네이쥬 이후로 간간이 카페에서, 또는 페릴의 공방을 찾아 사담을 나눌 정도의 사이가 댄 에릭이 반가이 맞았다. 사람이 많은 축제장에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안 올 거라 예상한 것이 틀려 더욱 기뻐하면서.


“페릴 박사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페릴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그래, 루키 산 드워프제 흑맥주는 잘 받았다! 센스가 나날이 발전하는 구나, 헛헛. 에릭 군, 자네가 보낸 연초와 파이프도 아주 훌륭하더군! 헛헛헛, 선물도 받았으니 보답은 해야지 않겠나. 이번 축제에 사용될 유리세공품을 연금술사 협회에 방문한 김에 협회장한테 받아 온 걸 주려고 불렀다네.”


“고마워요, 페릴 아저씨~”


“받아 온 게 아니라 뺏어 온 건 아니시죠?”


파이의 말에 옛끼, 하면서도 부정은 하지 않던 페릴이 동그랗고 투명한 유리구슬을 하나씩 건넸다.


“그러고 보니 저희 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들고 있어서 물어보려고 했습니다만…?”


“네, 원래 축제 참가비를 내는 시민들에겐 공짜로 배부하는 건데 페릴 아저씨께서 가져다 주신 대서 저흰 따로 신청하지 않았어요. 일종의 마법 연등이라고 보시면 되요. 전에 페테 데 네이쥬에서 정령들이 조각상에 머무르던 걸 보셨지요? 그걸 더 작고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게 개량한 것으로 축제기간 동안만 자유로운 자연정령들 중 빛의 속성 정령이 들어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더군요.”


“아직 평범한 유리구슬 같은데도 말입니까?”


“아, 에릭 군에게 아직 설명 안 했나?”


수염을 쓰다듬으며 페릴이 묻자 에클레어가 생긋 웃으며 백문이불여일견 이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면 에클레어 양은 페테 데 네이쥬의 축제 때도 항상 먼저 보여준 다음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했었지. 에릭이 호기심을 누르며 생각했다.



구 시가지의 중심인 자크 카르티에 광장은 그야말로 루미나리에를 보기에 가장 좋은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한 에클레어 때문에 그들은 지금 광장의 가운데에 위치한 분수대를 내려다보는 가장 높은 계단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 아홉 시를 알리는 올드포트의 랜드마크인 시계탑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축제 같은 기념일이나 행사가 아니면 울리지 않는 종소리이기에 에릭이 조용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다가 에클레어의 속삭임에 눈을 떴다.


“이 광경을 놓치시면 후회하실 거에요.”


작가의말

망했어! 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진흙44
    작성일
    13.07.16 00:55
    No. 1

    망하다니, 그 광경을 놓쳤군요!
    이번 에피소드는 아쉽지만 이렇게 끝이 나는군요~ @_@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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