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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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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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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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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글자수 :
236,186

작성
13.06.06 04:43
조회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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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20쪽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DUMMY




식이 시작된다.


웅성대던 관광객들이 조용해졌다. 2층 외성은 이미 빼곡하게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2층이 내려다 보이는 3층과 지상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새로운 여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클레어가 에릭에게 입고 있던 코트를 건네주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 왕좌에 앉았다. 에릭은 우아한 자세와 다정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위엄 넘치는 여왕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저 여인이 자신이 알던 에클레어 양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에릭이 놀라고 있거나 말거나 에클레어는 추위를 있는 힘껏 버티어내며 여왕으로서의 마지막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현 여왕이 전대여왕 즉, 에클레어가 앉아있는 왕좌까지 오스카 시장의 에스코트를 받아 걸어왔다. 오스카 시장은 에클레어 쪽으로 걸어올수록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 눈치를 채셨나 보네. 후후후.


에클레어가 속으로 웃으며 타이밍에 맞추어 조용히 일어서 앞으로 나섰다. 오스카 시장이 물러나고 리애티 신전에서 나온 사제가 성서를 읽고 축복을 내려주었다. 은은한 축복의 기운이 현 여왕의 이마에 머무른다. 에클레어가 머리 위에 있던 티아라(왕관)를 살며시 빼 현 여왕의 머리에 올려주며 이마에 축복의 키스를 한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이트가 건네 주는 로드(봉)를 건네며 왼쪽 손바닥 안쪽에 신뢰의 키스를 한다. 길게 바닥에 끌리는 고급스런 벨벳 로브(망토)를 어깨에 둘러주고 무릎을 꿇으며 로브의 끝자락을 들어올려 최고 상위 계급자에게 보내는 찬사와 경의의 키스를 하고 물러났다.


전 여왕이 물러나는 무대에서 현 여왕을 축복하는 대관식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에릭은 자신을 바라보며 돌아보지 않고 걸어오는 에클레어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했다. 이제 공식적으로 전대 여왕이 된 에클레어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이제서 올라오는지 살짝 눈을 붉혔다. 에릭이 그 사이 대기실에서 갖고 온 에클레어의 외투를 건네며 묻는다.


"둘이서 무슨 얘길 그렇게 속삭였습니까? 짧은 시간 동안 현 여왕님의 표정이 붉으락 푸르락 널뛰더군요."


"후후, 올해의 여왕님 정체 말이에요, 제가 아는 동생이라고 말씀 드렸죠? 아는 남자사람 동생. 즉, 남자 아이가 무수한 미녀들을 제치고 올해의 여왕님으로 선발되었단 얘기랍니다."


에클레어가 아까 있었던 일을 빠르게 설명했다.



"렌, 아니, 지금은 이즈라고 불러야 하나. 너무 어여쁘게 변해서 처음에 잠시 몰라볼 뻔 했어. 여왕으로 선발된 거 축하해, 후후후."


"크림, 웃지 마요. 이즈라고도 절대 부르지 말고. 지금 그 말 저한테 칭찬이 아닙니다. 크림이야말로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렌. 설마, 내가 작년 여왕으로 폐위식 진행하러 대관식에 나올 거 몰랐어? 렌이야말로 어떻게 남자인 거 들키지 않고 여기 나온 거야?"


여자처럼 동글고 어여쁜 이마에 축하의 키스를 하자 렌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에클레어는 진작에 렌의 정체를 눈치채자 마자 뒤에서 렌을 조정하고 있을 막후 그림자를 예상했다. 아니, 사실 남자인 렌이 대회에 여자로 참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정보조작과 도움이 아니라면 렌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예측 가능한 거지만.


아, 귀여워라. 멜도 참 짓궂은 내기선택을 너무 잘 한다니까! 멀리 숨어서 사진 찍고 있을 테니 나중에 한 장 받을까? 아니다, 에릭씨가 더 잘 찍으니까 에릭씨한테 받아야지.


에클레어가 멜, 엘리트 시관원으로 일하는 자신의 친우를 떠올리며 쿡쿡 웃었다. 그러자 렌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는 것인 줄 생각하고 발끈해서 외쳤다.


"윽, 몰랐어요! 크림이 이 무대에 서는 줄 알았다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나왔다고요! 멜이랑 내기를 했는데 여기 콘테스트 나가서 여왕이 되면...... 무조건 도와준다고, 잘 되도록 중간에서 도와준다고…… 전 절대 중간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고요."


"걱정마, 후후. 전대 여왕인 내가 장담하는데 너무 잘 어울려."


로드를 잡고 있지 않는 왼 쪽 손을 들어 손바닥에 키스를 하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 에클레어의 말에,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던 렌의 얼굴이 급격히 무너지며 얼굴 전체를 일그러뜨린다.


어머, 역시 남자라 손이 좀 크네. 딱딱하고 거칠어, 시장님이 손을 잡고 눈치 채셨구나. 아직 렌이 어린 탓에 키가 크는 성장기 도중이고, 목소리도 인어족의 경우엔 변성기가 늦게 찾아오는데다 또 원래가 종족 특성상 미성이기도 하고. 얼굴은 평소에 머리가 조금이라도 자라면 무조건 여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청초하고 예쁘니까. 응응, 여장 잘 어울린다.


"아니, 윽! 그러니까. 전 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크림!"


"시장님은 아까 렌 곁에 서고 나서야 눈치 채신 듯 하던데. 그야말로 완벽한 여장 성공이네. 어쨌든 멜이랑 한 내기에 이렇게 완벽하게 수행해서야 멜은 무조건 렌을 도와야 하겠는걸?"


렌은 답답했다. 자신은 절대 크림의 앞에서만은 여장 같은 거 할 생각 없었는데. 두고 보자, 멜.

분명 알면서도 자신을 이런 함정에 빠뜨린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해주겠어. 렌은 치솟는 짜증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고, 써야만 했다.


그런 렌의 생각을 알리 없는 에클레어는 아까 렌이 5번 스테이지에서 한 ‘나는 나의 임무를 다했노라.’가 어디서 숨어 보고 있을 멜에게 한 말일 것이라 예상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생글생글 웃었다.



[친구분들께서 다들 재미있으시군요. 뭐, 에클레어 양의 친구분들은 언제고 한 번 다 만나보고 싶습니다.]


에릭이 하하 웃으며 소년이라는 7번 후보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의 요청에 에클레어가 웃다가 말고 다시 어두워진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그래요."


에클레어는 에릭 모르게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사실 그녀의 친구들을 에릭에게 한 명, 한 명 여유 있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우르르 한데 모아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연말에 대청소 하듯 해치우기 싫었다. 에클레어에게 있어 에릭은 친한 엘레나의 동생이었고, 또 자신이 겪어보고 느꼈을 때 좋은 사람인 걸 이제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말 한마디 소홀히 듣지 않고, 언제나 자연스럽게 배려를 몸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길을 잘 잃어버리지만 쇼핑을 좋아하고, 몽레알을 제대로 겪어보기 위해 늘 도전하고 노력하며 경험하는 것에 겁 내지 않는다. 카메라를 좋아하고, 아이를 잘 돌보며 서글서글한 미소와 웃음이 많다.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끊을 수 있고, 피아노를 잘 치며 아침 잠이 많다.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고 속을 읽기 힘들 정도로 여유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왠지 모르게 엉뚱한 실수를 잘 하고 챙겨주고 싶은 사람임을. 이제야 안다.


에클레어는 그녀의 친구들이 에릭을 만나, 겪어보면서 천천히 알아가길 바라고 있었다. 에클레어가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전환했다. 마음속에 머물던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에릭씨, 페테 데 네이쥬가 끝나고 나면, 몽레알에는 언제까지 머무르시게 되나요......?


답을 듣고 싶지 않아 물어야 할 질문을 묻지 못한 채 속으로 앓으며 축제의 다섯째 날이 저물어 갔다.




축제도 막바지에 이르자 사람들의 기운도 한층 불타오르고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이자 축제의 끝을 알리는 캠프파이어와 포크 댄스를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후에 짧은 휴식을 가졌다. 에클레어와 파이도 휴식을 겸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에릭이 잠깐 볼일이 있다며 마차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나간 이때야 말로 그들이 밀담을 나누기 좋은 시간이었다.


“물어보셨어요, 아가씨?”


“아니… 파이가 물어볼래?”


“이 아가씨가 진짜. 떠 넘길 일을 떠 넘기세요. 카페 마스터, 정신 차리시죠?”


“하아, 파이…파~이~ 생각해봐, 이제 에릭씨가 없는 체리블로섬은 체리블로섬이 아닐 거야!”


“너무 앞서나가시네요. 확실히 매일 브런치를 달라며 웃던 분도, 저 대신 우유를 짜러 가주실 분도, 아가씨와 죽이 척척 잘 맞는 만담을 하실 분도 없겠지만요.”


“아… 엄청 쓸쓸하고 외로워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걸……”


결국 답이 없는 회의는 예상대로 답을 남기지 못한 채 도돌이표 하듯 내용 없는 송별파티와 작별인사 이야기만 하다가 외출한 에릭이 돌아옴으로써 끝이 났다.



{첫째 날에 열기구 이벤트가 있었던 들판에는 이미 엄청난 높이의 나무장작들이 바벨탑처럼 높다랗게 쌓여 있었다.


해가 저물어 노을이 질 즈음이 되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캠프파이어 곁으로 몰려 든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알록달록 들판에 스며들었다. 노을을 보며 속삭이는 커플,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발랄한 여학생들, 어떤 춤을 추는지 물어보는 관광객들…… 축제는 사람들을 한데 끌어 모으는 힘을 가졌다. -본문 내용 일부 발췌-}



에클레어와 에릭, 그리고 파이도 포크 댄스에 맞는 옷들을 입고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정령사가 불러낸 불의 상급 정령이 나무장작 꼭대기에서 정령의 불을 토해냈다. 순식간에 나무장작들을 따라 불길에 휩싸였는데 아무리 캠프파이어 가까이 다가가도 화상을 입지 않았다. 정령의 불꽃은 정령사가 원하는 정도의 후끈거리는 열기만을 느끼게 했다.


“벌써 축제의 마지막 밤이네요.”


에클레어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한 가득 묻어 나왔다. 에클레어가 에릭과 함께 보낸 1월은 생각보다 너무 짧고 재미있었으며 즐거웠었다. 에릭이 몽레알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든 것들을 대답 해주면서 느낀 바가 컸다. 에클레어 본인이 알고 있던 몽레알이 또 다른 알 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에릭과 같이 보는 것이 즐거웠음을. 하지만 그것이 이제 끝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에클레어를 알고 있는 것처럼 에릭이 절묘하게 대답한다.


[시간이 정말 잘 가는 군요. 에클레어 양과 함께 있으면.]


어른들의 시간이라 아이들은 없었다. 오전에 있었던 행사들이 오직 아이들만을 위한 행사였기에 지금쯤 집에서 지쳐 다들 곯아떨어져 있을 것이다.


오스카 시장이 축제의 마지막을 알리며 폐막을 선언한다. 그가 내려가고 무대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올라와 음악을 연주한다. 리드미컬하고 빠르면서 유쾌한 곡조, 구스타프 스콜이었다.


[춤, 잘 추십니까?]


옆에서 에릭이 물어왔다. 그야, 잘 추죠. 기본으로 배우는 걸요. 에클레어의 시원스런 대답에, 저에게 레이디와 춤을 출 영광을. 에릭이 댄스 신청을 하며 차분히 손을 내민다. 에클레어는 그에 기꺼이 응했다.


몽레알식 이별에는 슬픔은 없다. 이왕 헤어진다면 웃음과 미소로서 추억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누군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에클레어는 웃기 위해 꺄르르 소리 내며 춤을 추었다.


포크댄스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추는 중∙하류층 사람들이 즐겨 추는 축제용 사교댄스다. 춤 자체가 어려운 편이 아니어서 초보자들도 금새 따라 배울 수 있어 좋지만 웬 만큼의 체력으로는 연이어 세네 곡만 추어도 숨이 헐떡거리며 음악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서둘러 그 무리에서 탈출하게 된다. 지정된 파트너가 없기에 에클레어와 에릭은 곧 음악의 흐름에 따라서 거리가 멀어졌다. 그녀는 그것이 곧 있을 이별과 비슷한 것 같아 우스웠다. 춤을 추는 그 당시에만 파트너로 남는 사이. 잠시의 춤을 추기 위한 인연. 에릭을 바라보자 에릭은 파트너인 통통한 몸매의 마담과 여유 있게 대화도 나눠가며 춤을 추고 있었다.


에클레어로서는 이제 막 시작된 댄스장에서 벌써 기절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체력 조절을 핑계로 2곡을 가벼이 추고 캠프파이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만찬용 긴 테이블들이 줄지어 놓여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테이블 위로 칵테일, 맥주, 와인, 과실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들과 술에 어울리는 디저트와 간단히 식사를 때울 수 있는 핑거푸드들이 놓여져 있었다.


“파이, 춤은 안 출거야?”


“아가씨, 전 그냥 디저트들 먹으면서 여기서 지켜보고 있는 게 행복해요.”


파이가 핑거푸드를 집어 먹으면서 말했다. 에클레어가 댄스장을 나오면서 놓친 에릭의 위치를 묻자 지금껏 지켜보고 있었던 듯 바로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킨다. 파이의 호박색 눈동자에도 아쉬움이 가득 담긴 채 에릭이 포크댄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어떡하실 예정이세요? 아직도 안 물어보시고.”


이별파티 안 할 거에요? 파이의 눈이 날카롭게 에클레어를 찔러댄다. 으그그, 속앓이에 지친 에클레어가 결심하고 독한 과실주를 연거푸 3잔을 비웠다. 파이가 기겁하여 말리면서, 으악! 아가씨 속 다 배려요!! 안주라도 좀 드시지 않고서! 타박하는 목소리가 에클레어의 귀를 앵앵 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클레어는 다시 2잔을 비운 뒤에 으샤~ 하며 일어선다. 술이 센 편인 에클레어는 겨우 알딸딸한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파이, 그리워지겠지?”


“그럼요, 당연하죠. 언제 또 그런 식으로 떠들썩 해질 수 있겠어요.”


“그렇지? 에릭씨처럼 놀리는 재미가 신선한 사람도 주변에 몇 없으니까.”


“다들 능글능글, 능구렁이 두세 마리를 속에다 기르시는 분들 위주로 아가씨께서 사귀시면서요.”


“후, 보내기 싫다~~ 에릭씨, 좀 더 오래 머물면 안될까… 히잉…..”


“에릭씨 회사에다가 문의 해보세요. 한달 가지고 출장은 무슨 출장이냐고요.”


“그럴까? 흐으, 에릭씨 보내기 싫다.”


“5잔에 취하셨어요? 이제 공사는 구별해야죠, 아가씨. 이왕 술 드신 거, 얼른 송별파티 날짜나 물어보고 오세요.”


차가운 듯 얘기하지만 파이도 에릭에게 정이 많이 든 상태였다. 축제 첫째 날 기구를 타는 행사를 제외하고 파이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축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추위가 축제의 재미를 가뿐히 이기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파이가 춤도 안 추면서 오늘 에릭과 에클레어의 외출에 같이 따라 나서겠다고 말했을 때 에클레어가 깜짝 놀란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었다. 매년 축제에 참석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에클레어와 파이에게 이별은 과거에도 자주 있어왔었다. 그럼에도 이별이 주는 무거움은 익숙해지지 않는 지라 헤어지는 순간을 담담히 맞이하기 위한 파이만의 마음 속 준비였다.


“그래, 송별파티. 해야지, 물어보고 와야지.”


[송별파티? 누가 떠나는 겁니까? 그거 저도 참석해도 됩니까?]


“그야 물론 주인공이신데 당…연…. 네에!!?”


어째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린 에클레어가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아, 제 얘기였습니까? 어느새 무알콜 와인을 들고 와 파이와 에클레어에게 건네는 에릭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물었다. 인기척 없는 등장에 파이와 에클레어는 두근대는 새 가슴을 붙잡고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에릭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씨익 웃으며 에클레어에게 다시 춤을 청했다. 오케스트라는 왈츠컨츄리댄스를 위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왈츠컨츄리댄스는 포크댄스와 왈츠가 합쳐져 있어서 파트너와 춤을 추다가, 새로운 파트너에게 건너가 잠시 춤을 춘 후에, 다시 자신의 파트너에게 돌아가는 형태를 반복한다. 이때 새로운 파트너는 계속 바뀌면서 포크댄스의 형식을 유지하고 또한 자신의 파트너가 정해져 있으므로 왈츠의 형식을 따르기도 한다. -본문 내용 일부 발췌-}



에클레어는 댄스장으로 나와 에릭과 마주보고 섰다. 푸른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에는 에클레어를 향한 호감과 믿음, 그 특유의 다정함과 여유가 함께 서려 있다. 에클레어는 바로 부딪혀 오는 눈동자에 왠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전부 들킬 것만 같아 슬며시 시선을 내렸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에클레어의 왼손과 에릭의 왼손이 겹치며 빙글빙글 돌아 다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이번에는 반대로 에클레어의 오른손과 에릭의 오른손이 겹쳐지며 빙글빙글.


[에클레어 양, 며칠 전부터 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문득, 에클레어는 이제껏 에릭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게 아닌가 하는 예감이 들었다.


“네, 물어봤어야 하는데 자꾸 묻는 것이 늦춰졌네요.”


에릭의 손에서 다른 파트너로 건너가 다시 빙글빙글 춤을 추었다. 즐겁고 신나는 음악과 그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은 이렇게 흥겨운데 그 흥겨운 춤 동작만큼의 마음의 흥이 따라가질 못한다. 파트너에게 이별의 인사를 하며 다시 에릭의 손으로 건너왔다.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에릭은 축제가 즐거운지 평소와 변함없이 여유 있는 분위기와 주변이 환해지는 미소를 지어주며 자신의 파트너를 맞이했다. 그 미소에 싱숭생숭했던 에클레어의 마음이 안정되어 차분해졌다.


“페테 데 네이쥬의 마지막은 포크댄스랍니다. 이 행사를 마지막으로 페테 데 네이쥬 축제가 끝나게 되죠. 그러면 언제까지 몽레알에 계시나요?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면 송별회를 마련해 볼까 하고요.”


에클레어는 마음속 돌덩이를 툭 던지듯 입 밖으로 내뱉고 난 뒤 에릭의 시선을 피한 채 춤을 추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에클레어를 보며 에릭이 아침 인사를 건네듯 편안하게 말했다.


[사실, 오늘 오후에 급하게 트리뷴 본사에서 전보가 왔었습니다. 제 기사가 본사에서는 굉장히 반응이 좋다던 군요. 편집장께서 직접 글을 쓰셨는데, 몽레알의 축제 편과 일상 편으로 나누어 칼럼 식으로 싣겠다는 주지의 내용이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화제가 튀어나와 눈이 동그래진 에클레어는 다른 파트너에게 가야 할 동작에서 멍하니 서있다가 파트너의 손길에 억지로 몸이 익은 대로 움직이며 에릭이 뒤에 마저 해야 할 말만 생각했다. 춤도 대충, 이별의 인사도 대충대충 하며 다시 본래 파트너인 에릭에게로 향한다. 에클레어가 사람도 쏴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재촉했다. 그래서요? 뒷이야기는요? 라는 질문에 그대로 에릭이 춤을 추면서 고개를 살짝 숙여 에클레어의 귓가에 속삭였다.


[에클레어 양과 파이만 좋다면 체리블로섬의 숙박기간을 1년 연장하고 싶습니다.]



장작더미가 화르르 불타오르며 세인트로렌스 강 일대를 밝게 비추고 사람들은 신이나 중구난방의 포크댄스를 추며 희희낙락 즐거운 밤을 지새운다.



본문 중략.

페테 데 네이쥬는 그렇게 포크댄스를 마무리로 끝이 났다. 사람들은 축제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정령이 태운 장작더미에서 남아 있는 잿가루들을 병에 담아갔는데 이 잿가루를 집 주변에다 뿌리며 한 해의 행운을 불러들이고 불행을 쫓아내도록 기원한다.

퀘백국의 상식과 문화는 제국 국민들이 쫓아가기에 매우 불합리하고 불편하며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퀘백국에 와서 그들의 축제를 즐길 때 가장 놀랬던 점은 이 페테 데 네이쥬가 오로지 그들만의 축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작은 배려들이 곳곳에 펼쳐진 것을 발견해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퀘백국에 여행 온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페테 데 네이쥬를 최고의 축제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 그녀에게 이 기사를 바치며.


퀘백국력 525년. 2월 6일.

제국력 884년. 2월 6일.



작가의말

으어어어... 용량 나누기가 안 되는 나... 분량 폭.발.이네요.


말하지만 에릭도 겉보기와 달리 어벙벙한 그런 남자 아니라니. 

모르는 척 시치미 뚝 떼기의 선수. 


사실 포크 댄스 내용은 고치고 고쳐보려 애를 써도 영 안 써지네요. 


난 감정전달 능력이 없어…


크림의 외로움은 익숙한 가족의 빈자리, 친한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감정의 혼돈인데…


후기 읽거든, 세뇌시키세요.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에클레어는 외톨이가 되기 실헝.txt


큰 고비 하나 넘깁니다요. 1월의 축제는 이것으로 완결입니다.


그럼 마의 네번째 손님 등장이군. 후,하,후,하. 


슬럼프가 없다면 3일 후에 찾아뵐게요.


오타와 비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선추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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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진흙44
    작성일
    13.06.10 04:14
    No. 1

    사실 로맨스는 취향이 아닌데, 장르에 치유물이라는 말이 왠지 끌려 읽기 시작했다 밤을 세위 읽었습니다.
    굉장히 여성적인 감성으로 글이 흘러가네요.
    (제가 여성이 아니라 장담은 못하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그렇네요)
    정말 잔잔하게 뭔가 치유되는 느낌이 있는 세상에서의 이야기네요.
    슬럼프가 생기셨나본데 잘 해결하시길 바라면서 다음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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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56 4 11쪽
25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37 4 16쪽
24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2 13.06.23 463 4 16쪽
23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81 4 17쪽
22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95 5 18쪽
21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80 3 18쪽
20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59 3 19쪽
19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3.06.11 317 3 19쪽
»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 13.06.06 305 3 20쪽
17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339 3 17쪽
16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282 3 11쪽
15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77 3 17쪽
14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43 3 18쪽
13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424 3 13쪽
12 #4. 쉬어가는 편, 일상! 휴식을 즐기는 각자의 방법. 13.06.01 349 4 16쪽
11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425 4 13쪽
10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42 3 17쪽
9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58 4 14쪽
8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5 3 17쪽
7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6 3 19쪽
6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 13.06.01 391 4 13쪽
5 #1. 첫 번째 손님. 첫 만남. 그 이름은 에릭 윈체스터. +1 13.02.04 45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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