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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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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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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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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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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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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DUMMY




그들이 봉사를 하고 저녁 일찍 돌아온 날 밤은 축제의 전야제로 강변 근처와 다운타운, 구 시가지에서 기념행사들이 곳곳에 열렸다. 주로 인기 음유시인의 콘서트라든지 오케스트라 연주회라든지 불꽃 놀이들이 펼쳐졌는데 이 행사들은 전야제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축제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열리는 행사라며 에클레어가 에릭을 향해 말했다. 그녀는 저희는 내일 새벽, 이번 축제에서 딱 한번만 하는 희귀성 행사에 참가 하니까 전야제는 포기해야 한다며 제법 단호한 어조로 에릭을 설득했다. 페테 데 네이쥬의 메인 이벤트 중 하나로 뽑히는 열기구 퍼레이드는 축제의 첫 번째 날 단 하루, 해가 뜰 무렵에만 하는 단발성 이벤트로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에클레어의 이유였다.


[전야제와 아침 이벤트가 연령대를 나누는 구별이 되기도 해요. 연령층이 보다 낮은 체력 좋은 이들은 전야제 밤을 노리고, 연령층이 좀 높은 이들은 새벽을 노린다고 하죠. 음, 25살인 저와 30살인 에릭씨도 젊은 층으로 보고 전야제에 참여 하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그건 새벽의 메인이벤트를 조용히 맞이하고픈 어른들의 음흉한 계책이라구요! 제가 아빠와 축제를 참여할 때엔 아빠는 늘 저를 전야제에 보내려 속이곤 했었죠. 하지만 아빠의 친구분한테 음흉한 계책을 듣고 알고 있었던 전 무조건 축제 전날에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단단히 무장하고 문 앞에서 아빠를 기다렸어요. 그렇게 한번 열기구 퍼레이드를 타고 난 뒤로 절대 이 이벤트를 포기할 수 없게 되었죠!]


이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배로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야행성인 미네르바가 밤 외출도 포기하며 깨어있다가 제 시간에 맞춰 에클레어의 머리를 쪼아 주었다. 에구구구, 에클레어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로 고마운 인사를 잊지 않고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네르바는 뿌듯한 듯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다른 사람들을 깨우러 아래층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파이의 꺄악 거리는 단발마 소리와 윽! 에릭의 신음소리가 조용한 카페를 수놓았다.


몽레알은 새벽이 되면 체감온도는 영하 40도를 육박하기에 의상은 멋이 아니라 실용성 위주로 최대한 두껍게 입어야 했다. 에클레어는 축제가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열기구 행사에 참여하는 페릴 아저씨께 태워달라고 쪽지를 보내났기 때문에 행사 시작 시간에 늦지만 않게 장소로 가기만 하면 되었다. 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은 오로지 이때가 유일하므로 에클레어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올랐다.


에클레어는 작년에 열기구에 탔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늘 위 세상은 지상보다 10배는 더 추웠던 것 같았다. 그녀는 스타킹을 2겹, 그 위에 다리를 감싸는 기모로 된 청바지를 입었다. 치마를 입었다간 바람에 치마가 날릴까 신경이 쓰여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바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쩔 수 없지.


머리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두, 세 갈래로 땋아서 왼쪽 아래로 고리 하나, 오른쪽 아래로 고리 하나를 만들어 묶었다. 등산할 때 입는 두터운 양말까지 3겹을 겹쳐 신은 상태에서 털이 복슬복슬한 어그 부츠를 신고, 상의도 얇은 옷들을 여러 벌 껴 입고 앙고라스웨터를 입었다. 방이 후끈하게 따뜻한 상태라서 땀이 날 지경이었다. 그 위에 입을 초콜릿 색 케이프와 케이프가 바람에 날릴 경우를 대비해서 입을 털 조끼, 무릎담요, 애용하고 있는 하얀 사슴털가죽장갑과 하얀 목도리, 분홍 귀마개까지 꼼꼼히 챙긴 뒤에 혹시 몰라 파루의 파이어스톤을 챙겼다.


그 시각, 1층에서는 파이가 열기구 위에서 먹을 아침 도시락을 챙기고 있었다. 햄 치즈 샌드위치 4인분과 꿀을 넣은 레몬티였다. 에릭은 파이의 옆에서 샌드위치의 남는 재료들을 주섬주섬 집어 먹었다. 파이가 슬며시 말을 꺼낼 기색이 들면 적당한 칭찬과 개구쟁이 같은 미소로 씨익 웃으며 파이의 입에도 재료들을 넣어 주는 바람에 파이의 잔소리는 시작도 전에 무산되어 버렸지만.


파이가 도시락을 다 만들고 바구니에 넣고 있을 즈음에 에클레어가 준비를 끝내고 두 손 가득 가방과 짐들을 들고 내려왔다. 그녀는 파이와 에릭의 옷차림을 보고 흥분하며 파이를 꼬옥 껴안고 세 바퀴나 돌았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에릭과 파이는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에릭이 파이의 코디까지 직접 챙겨주었던 것이다. 그 둘은 이너웨어를 받쳐입고 에클레어처럼 얇은 티를 몇 겹 겹쳐 입었다. 그 위에 기장이 넉넉한 비비드 컬러의 블루 후드티는 에릭이, 옐로우 후드티는 파이가 입었다. 기모 재킷 위에 캐시미어 소재의 스키웨어와 백팩, 털모자까지 보면 열기구를 타러 가는 것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스키를 타러 갈 사람들로 보였다. 둘 다 마른 체격이라 펑퍼짐해 보이는 옷들을 입고 있는 모습이 에클레어의 눈에는 상당히 귀엽게 비춰졌다. 에클레어가 에릭이 맬 백팩에 담요와 여분의 옷들(열기구를 다 타고 난 뒤에 바로 축제장을 돌 생각이었기에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종류의 갈아입을 옷들을 챙겨 넣었다.)을 넣었다.



{시작은 해가 떠오르기 직전 여명이 밝아올 때다. 약 백여 개에 가까운 열기구가 해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상공으로 날아 오르는 장관이 연출되며 다채로운 모양과 크기들의 열기구들이 밝아지는 하늘을 오색 빛으로 수놓는다. -본문 내용 일부 발췌-}



어슴푸레한 새벽녘의 둔치,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과 구경꾼들의 그림자가 스며드는 여명에 아지랑이처럼 점점이 흔들리고 있었다. 열기구를 가지고 온 참가자들이 서로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들의 열기구를 펼쳐 놓고 공간을 재어 본다. 진행자의 신호에 맞추어 참가자들 대다수가 정령으로 하여금 열기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공기를 넣거나, 불의 정령을 이용해 열기구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소수의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불을 내뿜는 애완용 몬스터나, 제국의 기계를 이용하거나, 마법사를 스카우트하는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방법으로 저마다 공기를 불어넣었다.


열기구에는 자신이 초대한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고, 기구의 종류는 최소 4인용의 미니 열기구에서부터 최대20명까지 태울 수 있는 대형 열기구까지 굉장히 다양했다. 에클레어들을 초대한 페릴 의 경우 호쾌하고 털털해서 친구들이 많은 드워프 답지 않게 혼자 집구석에 박혀서 발명하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나 홀로 마이 웨이를 추구하는 치라 친구들을 초대할 생각을 하지 않는 괴짜였다. 덕분에 옛날부터 그 덕을 보고 신이 나는 건 에클레어 부녀였다. 그리고 올해도 에클레어는 맘 편히 페릴의 열기구에 신세를 졌다.


저 멀리서 페릴이 에클레어와 파이를 알아보고 손짓을 한다. 꽤 먼 거리라 에클레어의 눈에는 페릴의 형체와 그림자만이 언뜻 보이는 위치인데도 페릴의 손짓은 정확하게 에클레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격조한 에클레어가 페릴에게 달려가 비쥬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고마워요, 페릴 아저씨! 너무 늦게 쪽지를 보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태워주셔서요.”


“별 거도 아닌 일로 감사는 집어치워, 우리 사이에. 헛헛헛! 그나저나 저 말간 애는 새로 사귀는 남자친구냐? 카이가 알면 울고 불며 쫓아 오겠구먼, 헛헛헛”


에클레어를 놀리는 페릴의 눈빛에 땡! 틀렸습니다요~ 요새 어딜 가도 저렇게 엮이는 것에 나이가 들긴 들었다며 한탄을 하던 에클레어가 에릭을 소개했다. 에릭은 퀘백어로 인사말을 하는 정도의 회화가 가능해지면서 페릴에게 퀘백어로 인사를 건넸다. 에릭의 인사 억양은 에클레어의 억양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빼다 박았는데 귀가 밝은 페릴이 그걸 꼬집어 내며 에클레어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유스 제국에서 기자로 있는 에릭 윈체스터라고 합니다. 당분간 에클레어 양의 편의를 구하고 있습니다.”


“헛헛헛, 선생님이라니. 됐네, 됐어. 그냥 페릴 박사라고 부르시게. 나도 에릭 군이라 부를 테니. 보다시피 드워프라 예절로 밥 차려 먹는 것처럼 움직이는 크림이랑은 많이 다를 걸세. 말하는 어조가 크림하고 아주 똑같구먼. 난 다운시티에서 액세서리 세공을 주업으로 하고 발명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지. 이 열기구도 직접 제작한 거라네. 그나저나 제국령에서 넘어 온 젊은이 치곤 예의를 배운 친구구먼. 헛헛헛”


페릴은 마지막 말은 귀속말로 에클레어에게만 속삭였다. 그는 정중한 태도와 깍듯한 자세의 에릭이 상당히 맘에 들었다. 나이를 먹어보니 서 있는 모습만 보아도 어떻게 살아온 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페릴이었다. 친구의 딸 곁에 이상한 놈팽이가 붙어 있으면 당장에 쫓아 보내리라 생각한 어제 밤과는 달리 막상 온 이가 신사다운 분위기에 허우대가 멀쑥하자 금새 역시 크림이 안목은 높구나 하고 멋대로 생각하는 페릴이다.


에릭과 페릴이 인사를 나눈 뒤 페릴의 일방적인 에릭 신변조사를 위한 잡담을 진행하는 동안 파이가 페릴이 갖고 온 열기구에 달라붙어 열심히 뜯어 보더니 아가씨, 이 기계는 옆에 있는 열기구에는 없는 건데요? 하고 속삭인다. 에클레어가 한숨을 포옥 내쉬며 페릴에게 물었다.


“또 어떤 기계에요? 저희 안전은 보장되는 거죠, 페릴 아저씨?”


“헛헛헛헛! 걱정 말거라. 안전은 보장해주마. 이번엔 유스 제국식 기계에서 감이 떠올라서 만든 건데 제국은 가스라는 기체를 불과 연소시켜 공기로 기구를 부풀리는 방식이라면, 나는……”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가 나오자 마자 한 귀로 흘려 들으며 눈으로 다른 팀들의 열기구들을 구경하는 에클레어와 파이와는 달리, 발명품 관련만 되면 수다쟁이가 되는 페릴을 처음 겪는 에릭만 메모까지 해가며 때로는 질문까지 던져가면서 열심히 듣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제국 기계에 관해서 전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났다 싶어 기쁜지 에릭의 눈이 반짝반짝 했다. 페릴 또한 아까보다 더 에릭을 맘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열정적인 설명을 늘어놓았다.


흐음. 기계가 뭐 그리 좋다고 저러시는지. 알 수 없다니까, 남자들이란. 하며 파이와 에클레어는 눈을 마주보고 손을 들며 고개를 저었다.



저 너머로 태양의 불그스름한 빛이 번져오자 사람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졌다. 기구들은 제 모양을 거의 갖추고 떠오를 준비만을 한 상태였다. 친절함이 좀 부족했던 것인지, 기계를 만드는 것에 너무 열중했던 탓인지 페릴의 열기구 바스켓(사람들이 타는 공간)에는 사람들이 드나들만한 출입문이 없었다. 페릴은 자기 키보다 아주 조금 작은 바스켓에 들어가기 위해 끙차! 무거운 소리의 점프를 세, 네 번 시도한 끝에 간신히 바스켓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파이는 고양이 귀족다운 우아한 점프로 뛰어 들어갔고, 에클레어도 바스켓 끝을 붙잡고 가볍게 뛰어넘으려 시도를 하는데 에릭이 뒤에서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조심스레 허리를 감싸 쥐고 아주 가볍게 들어서 바스켓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본인도 시원하게 점프해서 훌쩍 뛰어 넘어 들어갔다.


시청의 문양이 새겨진 열기구가 퍼레이드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각자의 열기구도 하늘로 날아올랐다. 일반적인 방법인 모래주머니에서 모래들을 떨어뜨리거나 바람의 정령과 불의 정령을 이용해서 열기구의 공기를 더욱 뜨겁게 하는 식으로 높이높이 떠올랐는데, 에클레어네가 탄 열기구도 기계의 불이 타오르며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열기구들은 천천히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순식간에 땅에 있는 건물들이 손톱처럼 작아졌다.


어느 정도 기구가 고도에 오르자 때에 맞추어 저 멀리 지평선에서 해가 떠올랐다. 파이와 에클레어에게는 저 붉게 타오르는 해가 익숙했다. 새벽에 일어나 둘이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매일 봐오던 그림이니까. 그래도 역시나 하늘에서 보는 일출은 그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아침 잠이 깊은 에릭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출이라 그런지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던 에릭의 어깨를 에클레어가 톡톡 건드려 카메라를 가리키고 나서야 깜짝 놀라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에릭은 렌즈 안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뭉클대는 감동에 셔터 누르는 것을 주저했다. 사진으로는 온전히 지금의 이 감동을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러다가 문득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기회를 놓치고 후회할 자신을 생각하니 손이 저절로 움직여 렌즈와 조리개를 조절하고 셔터를 누른다. 이 사진은 어떻게 태어날까, 궁금해하며 카메라를 내리고 다시 일출을 구경했다. 태양은 열기구가 올라가듯 천천히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어도 순식간에 빨강색에서 노랗게 변하며 세상을 밝게 비추었다.


태양이 떠오르자 두 개의 장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는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을 화려한 색깔로 메우고 있는 백여 개의 열기구들이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도 좋았지만 백여 개가 함께 바람을 타고 떠 있는 모습도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웠다.


[멋있죠?]


에클레어가 일출만 구경하는 에릭을 뒤로 빙글 돌리고 맞은 편으로 끌고 와서는 물었다. 파이와 페릴은 벌써 열기구 안쪽 가운데에서 불을 쬐며 따뜻한 레몬티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에릭이 와, 하며 또 감탄사를 내뱉었다. 파이가 페릴에게 레몬티를 더 따르며 말한다.


“젊은 이들은 참 기운도 좋네요. 춥지도 않나 봐요.”


“헛헛헛, 그러니까 젊은이들이 아니겠나. 나도 나이가 들었어. 저렇게 열심히 구경하는 것도 다 한때여, 헛헛.”


그렇게 떠들든 말든 에클레어는 무시일체로 열심히 열기구들로 가득 찬 파란 아침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엔 에릭이 에클레어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지상을 가리켰다.


두 번째 장관이 드러났다. 바로, 몽레알의 시가지였다.


에클레어는 벅차 오르는 감동을 메아리로 표현했다.


“오스카님, 짱! 최고! 짱짱맨!!!”


분명 그녀의 열렬한 감동이 시장님께 전달되었을 것이다. 시청용 열기구에 오스카 유진 시장이 타고 있었으므로. 곧 에클레어 말고도 다른 이들이 오스카 유진 시장에게 고백 아닌 고백들을 터뜨렸다.


“오스카 시장님~ 좋은 경치 감사합니다~”


“시장님, 멋있습니다! 공무원들이 고생 좀 했겠습니다~”


“오스카, 사랑해요! 사귀어주세요!”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조용했던 새벽 하늘이 순식간에 시장님에게 사랑을 전하는 메시지(?)들로 메아리 쳤다.


지상의 몽레알에는 하나의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도시에 가득 쌓인 눈들과 요정가루가 섞인 페인트를 이용해 음영을 표현한 모자이크 그림을 만들어 냈다. 시가지 전체의 지붕들이 하나로 합쳐져 눈보라 아가씨가 원피스를 털어 세상에 눈을 뿌리는 장면이 되었다. 포근하고 따스한 미소를 짓는. 에클레어는 내년에 카페에 방문할 눈보라 아가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옆에서 셔터를 누르는 에릭에게 인화된 사진을 몇 장 얻을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시락을 먹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그들은 하강할 준비를 했다. 보통 이용하는 방법은 세가지로 기구 위의 천장을 조금 열어 뜨거운 공기를 내보내 하강하는 법, 바람의 정령으로 뜨거운 공기에서 찬 공기로 순환시켜 하강하는 법, 마지막으로 어스스톤의 중력을 제어하는 땅의 정령을 이용해 부분 중력 강화로 하강하는 방법이 있었다.


페릴은 시청에서 대여한 어스스톤을 에클레어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이상하게도 에클레어의 지인들은 에클레어가 정령을 다루는 모습을 까닭 없이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첫 번째 방법을 이용해 하강할 수 있으면서도 굳이 정령석을 받아 갖고 온 것이다. 에클레어는 배시시 웃으며 어스스톤의 인장을 살폈다. 시청에서 대여하는 정령석은 공용 인장이 박혀 있었는데 이럴 경우, 정령의 힘은 본래 계약자의 인장이 박힌 정령보다 더욱 한정된다.


에클레어가 숨을 불어넣자 주변의 공기가 차분하게 바뀌며 어스스톤에서 바위 모양의 정령이 슬금슬금 기어 올라왔다. 눈동자를 끔뻑끔뻑 하며 명령을 기다리는 모양새가 파루와 똑같아 에클레어가 정령어로 귀여워!를 연신 외쳤다. 그러다 주위의 시선을 느낀 에클레어가 정신을 챙기며 땅의 정령에게 정령어로 명령을 내린다.


땅의 정령이 소리를 냈다면 분명히 끙 하고 소리칠 듯한 힘을 주는 묘한 모양새로 빛을 내자 기구가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땅 위에 내려서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예상외로 페릴이었다. 페릴은 생기가 돋는 얼굴로 땅을 두드리며 역시 드워프는 드워프답게 땅을 밟고 살아가야 된다며 헛헛 하고 웃었다.


에클레어가 에릭에게 저렇게 말씀하시면서도 매년 열리는 열기구 행사에는 꼬박꼬박 참여해서 자신의 발명기구를 시험하셔요 하고 속삭였다. 에릭은 에클레어를 바스켓에 넣어주었을 때처럼 가볍게 들어 꺼내주면서 굉장한 경험이었다며 예의 바르게 페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둘은 다시 기계 이야기로 열을 내며 남자들만의 수다를 떨었는데 얼마나 쿵 짝이 잘 맞는지 에클레어가 다음 행사를 보러 이만 가봐야 한다는 말을 꺼냈을 때 안타까워하는 표정은 가히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에릭은 페릴에게 미소 지으며 다음에 정식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작가의말

시장님, 인기폭발. 


But 열기구 안에서 시장님은 따님을 달라는 놈에게 한창 욕질을 하고 있습니다.


쿨하거든요. 비서만 아니라면 같이 메아리 쳤겠지요, 욕 배틀 시작될 뻔.


페릴은 제국식 기계용어에 익숙해 할 때부터 에릭에 대한 호감도가 +50 급상승. 


그림 게시판에 에릭과 에클레어가 본 장면을 가장 유사한 사진으로 올려놨어요.


혹시 보고 싶다면 들러주세용. 오늘은 요까이. 내일 연참 고고함.


오타와 비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선추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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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2 13.07.01 357 6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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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56 4 11쪽
25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36 4 16쪽
24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2 13.06.23 462 4 16쪽
23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80 4 17쪽
22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94 5 18쪽
21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79 3 18쪽
20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59 3 19쪽
19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3.06.11 317 3 19쪽
18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 13.06.06 304 3 20쪽
17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338 3 17쪽
16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282 3 11쪽
15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77 3 17쪽
»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43 3 18쪽
13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424 3 13쪽
12 #4. 쉬어가는 편, 일상! 휴식을 즐기는 각자의 방법. 13.06.01 349 4 16쪽
11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42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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