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님프 님의 서재입니다.

cafe, 체리블로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1,377
추천수 :
144
글자수 :
236,186

작성
13.07.02 03:10
조회
334
추천
6
글자
22쪽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DUMMY

다음날 이른 아침, 해가 막 뜰 무렵에 기차가 종착역인 화이트호스 역에 도착했다. 쌀쌀한 아침 안개를 비집고 기차에서 내려서자 역 바로 앞에 둘을 마중 나온 아만다와 아만다의 보호자로 보이는 여성이 서 있었다. 에클레어가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보이자 아만다가 잽싸게 뛰어와 에클레어와 에릭의 한쪽 팔을 꼬옥 끌어 안았다.


"아만다, 잘 지냈어요?"


"응! 오랜만이에요! 언니랑 오빠를 보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그래, 초대해줘서 고마워.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릭 윈체스터입니다."


"아만다 아가씨를 찾아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만다의 유모인 로렌 초입니다. 늦었지만 감사인사 꼭 하고 싶었습니다."


"아니에요, 저희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러세요. 저는 에클레어 스완이라고 합니다. 아만다의 부모님께선 댁에 계시나요?"


“응! 파파랑 마마는 집에서 언니랑 오빠 기다리고 있어.”


"원래는 마중도 직접 오시려고 하셨지만, 갑자기 온천장에 손님들이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유콘은 몽레알보다 훨씬 추우시니 미리 지금 옷을 덧입어 주세요."


에클레어와 에릭은 평소보다 훨씬 더 무장을 해서 역을 나섰다. 확실히 체감온도가 평소보다 10도는 뚝 떨어진 느낌에 오싹해질 정도로 추웠다. 역마차들이 대기 하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만다 가족의 전용 마차인 듯 보이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로렌은 마부석 옆으로 가고 에클레어와 에릭, 아만다가 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곧 마차가 출발했다.


"아만다, 편지가 어제 아침에 도착한 거 알았어요?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 했어요."


"아, 그게 이번에 갑자기 관광객들이 몰려서 여행코스일정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봐요. 엄마랑 아빠도 갑자기 바빠져서 사실은 언니랑 오빠 초대하는 걸 미루자고 했었거든. 근데 내가 벌써 티켓을 구해버리는 바람에 그만, 헤헤"


"부모님이 바빠서 얼굴을 못 보니까 더 우릴 오게 하려고 했군, 아만다. 그럼 돼, 안돼?"


"부우, 하지만 아만다는 아직 응석받이 어린애인걸요. 헤헤, 이왕 온 거 아만다랑 즐겁게 놀아줄 거지? 응? 응? 오빠~"


"어렵게 왔는데 바로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마."


"음, 이동시간이 좀 있어서 오래는 아니고 삼 일정도 머무를 거 같아요. 근데 에릭씨, 아만다 집이 뭐 하는 곳인지 알아요?"


"우와, 언니 그거 아직 에릭 오빠한테 비밀로 하고 온 거야? 옷은 어떡해요!"


"걱정 마요, 파이가 다 알아서 빠뜨리지 않고 준비했으니까요."


"아만다네 집이 일반 가정집이 아니었습니까?"


"헤헤, 우리 집 되게 유명한데. 유콘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온천장이거든~!!!"




마차를 타고 시가지에서 한 시간을 넘게 타고 가서야 아만다의 집에 도착했다. 대문 앞에서 마중을 나와있던 아만다의 부모인 이프리스 부부는 둘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에릭이 파이가 준비해 놓은 방문 선물을 건네며 인사를 주고 받은 뒤에도 부부는 친절하게도 종업원들이 해야 하는 일에도 직접 나서서 에클레어와 에릭이 유콘에 지내는 동안 묵을 객실 안내와 늦은 아침식사를 대접했다. 이프리스 부부가 하는 온천은 아만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입구부터 달랐다. 숙소는 깨끗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지었으나 실내온천은 지하를 통째로 이용하고, 야외온천은 전통식으로 정원 곳곳에 다양한 종류로 위치해 있다고 설명한다.


“스완 양과 윈체스터씨가 머무를 곳은 여기입니다.”


이프리스 부부는 둘에게 온천장에서 가장 크고 좋은 곳을 내주었다.


“어머, 이렇게 큰 곳에 머무를 여유까진 없는 걸요. 저흰 작은 방으로 두 개 내어주세요.”


“대가라니, 말도 안됩니다! 초대를 한 분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정도로 양심 없는 주인장은 아닙니다.”


“그럼 저희도 초대를 받은 입장에서 이 방은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아만다의 친구로서 왔으니, 그냥 적당한 방으로 내어주십시오.”


에클레어와 에릭이 손을 내저어가며 극구 거절하자 원하는 방으로 내어주는 대신 비용은 절대 받지 않는 것으로 양보한다. 유콘은 사람은 없고 땅은 남아 도는 까닭에 건물들의 층수가 높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유콘의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인 온천장은 5층까지 객실이 있었고, 그 중 적당한 크기의 3층 객실에 자리를 잡았다. 3층도 나름 높은 위치라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경치도 끝내주었고, 응접실을 중심으로 방이 각자 하나씩 달려 있었다. 각자의 방에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응접실에서 셋이 머리를 맞대고 여행일정을 조정했다. 첫째 날인 오늘은 오전과 오후에는 개썰매를 타고 자연동물원을 구경하고, 밤에 온천을 즐기기로 한 뒤 방을 나섰다.


에클레어와 아만다는 적당히 두터운 솜이 들어간 솜 치마에 레깅스를 걸쳐 신고, 솜이 들어간 케이프와 케이프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 썼다. 에릭은 움직이기 편하도록 겨울 사냥꾼이 입는 털 조끼와 털모자를 쓰고 나왔다. 아만다가 재촉하는 손길에 이끌려 뒷마당으로 나가자 이미 준비해뒀는지 한 덩치 하는 썰매견 8마리가 털을 부풀린 채로 셋을 맞아주었다.


"쉿, 착하지~ 안녕, 얘들아."


에클레어가 조심이 다가가자 썰매견들이 곰도 잡을 듯한 큰 덩치에 반해 성격은 순한 양을 닮았는지 에클레어가 내밀은 손을 핥아댔다. 아, 귀여워. 되게 큰데 참 온순하기도 하지. 에클레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 썰매견들의 큰 꼬리가 파닥파닥 바쁘게 왔다 갔다 움직인다. 에릭도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여워했다. 아만다만이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무서워하며 에릭의 뒤에 숨어서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우리 카페에는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 고양이만 있어서 이런 순하고 커서 안는 느낌이 좋은 강아지 한 마리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뭐, 파이도 안는 느낌은 좋지만 서도. 뭐랄까, 폭신폭신 하고 안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그런 거!”


에클레어의 장난스런 말에 에릭이 아하하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며 그러다 혼나겠습니다. 하고 살짝 나무란다.


조용히 따라오던 아만다의 유모인 로렌이 훈련사 에스키를 소개했다. 견인족 출신인 에스키는 에릭에게 쉽게 개 썰매를 타는 방법과 브레이크를 잡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는 동안 로렌이 아만다와 에클레어에게는 스노슈잉과 도시락가방을 챙겨주었다. 순식간에 피크닉 준비가 완료되었다. 썰매의 앞 좌석에 아만다를 앉히고 에클레어가 아만다를 감싸 안듯 꽁기꽁기 앉아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에릭은 썰매의 뒷자리에 서서 로렌한테 관광지도를 건네 받아 한 번 훑어본 뒤 에클레어에게 지도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셋 다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인지 점검을 한 뒤에 시력 보호용 고글들을 장착하고서 출발했다.


에클레어는 아만다의 몸집보다 훨씬 큰 대형견 여덟 마리가 우르르 뛰어가는 뒷모습이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자 생각했던 것보다 무섭게 느껴졌다. 실제로 아만다는 깜짝 놀라 에클레어의 품으로 파고 들 정도였으니. 하지만 둘 다 금새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겼다.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침엽수림의 거대한 나무 기둥들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새파란 빛으로 반짝이는 호수들은 끝없는 감동을 주는 마법 같은 절경을 보여주었다. 설원을 따라 능선 위로 달리자 왼쪽으로 슈가 파우더를 쳐놓은 케이크처럼 새하얀 구릉지대가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졌다. 썰매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지 않고 속도를 더해갔고 순식간에 오르막과 내리막 길을 쌩쌩 내달리며 언덕을 넘어 거침없이 내달린다. 에클레어와 아만다는 신이나 절로 함성을 연신 터뜨렸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지도를 보며 에릭이 가야 할 곳으로 방향을 지정해 주는 건 에클레어의 몫이었지만.


때때로 그녀들이 소리를 치지 않고 절경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썰매견들이 타박타박 눈을 걷어차는 소리, 그리고 썰매가 부드럽게 삐걱거리는 소리 외에는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개들의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는 건 에릭이었지만, 개들을 이끄는 리더는 썰매견들 중에서도 가장 큰 덩치를 갖고 있는 개였다. 그의 신호에 따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일제히 머리를 돌리는 모습이 에릭의 눈에는 굉장히 인상 깊게 보였다. 리더의 귀가 쫑긋거리면 어김없이 다 같이 한쪽 방향으로 고개를 튼다. 아마도 옆으로 보이는 가문비나무 숲에서 작은 짐승들의(예를 들면, 새하얀 매의 날갯짓 소리나 눈토끼의 뜀박질 소리 같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겠지. 에릭도 지나쳐간 가문비나무 숲을 힐끗 쳐다보며 생각했다. 에클레어가 그런 에릭을 향해 오른쪽 2시 방향으로 틀어라 말했다. 에클레어의 품에 파묻혀있던 아만다가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다.


“기뻐하세요! 언니와 오빠는 지금 유콘시에서 최고의 야생 자연 비경들 중 하나를 가로지르고 있다고요!”




숲 속으로 뻗은 길을 벗어나 서서히 얼어붙고 있는 호수 옆으로 주의 경계선을 따라 미끄러져 나갔다.


에릭이 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도록 그림 같이 멋있는 라베르지 호수에 도착하자 숨을 몰아 쉬는 여덟 마리 썰매견들의 입김으로 에클레어들이 서 있는 공간이 금새 뿌옇게 흐려졌다가 사그라졌다.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에릭이 끈을 풀어주자 각자의 개성으로 자유시간을 만끽하는 썰매견들이 너무 귀엽다며 에클레어가 말했다.


“각자의 개성?”


아만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에클레어가 그 짧은 틈에 에스키씨가 가르쳐준 썰매견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으로 가리킨다.


“저기 눈 속에 파묻힐 듯이 눈을 먹고 있는 개는 에이스. 썰매를 끌 때 가장 앞에서 리더의 생각을 읽고 속도를 조절하는 담당을 하고 있어요. 그 옆에서 몸에 묻은 눈덩이들을 털어내고 우아하게 털을 가다듬는 애는 비비, 에이스랑 사귀는 사이래요. 비비랑 반대로 장난꾸러기 마냥 눈에 몸을 뒹굴 대는 말괄량이는 세실이고, 침을 줄줄 흘리며 우리 도시락만 바라보고 있는 저 아이는 도도. 지금 아만다 옆에서 아만다만 졸졸 쫓아다니는 요 아이 이름은 엘리, 얘는 세실이랑 자매 사이라는데 하나도 안 닮았지요? 저기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지구력이 좋은 애는 포스라는 애고, 포스랑 파트너지만 에릭씨 옆에 와서 애교를 떨고 있는 이 아이는 죠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리를 이끌어 가는 리더면서 주위 경계를 절대 풀지 않는 얘가 홀리!”


에클레어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며, ‘불렀어? 불렀어?’ 하고 헉헉대며 썰매견들이 에클레어의 얼굴을 바라본다.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아는 모양이었다. 에릭과 아만다가 와아… 넋 놓고 박수를 쳤다.


"언니 짱이다! 어떻게 바로 그렇게 아이들 이름을 다 외웠어? 나 얘네들은 좀 무서워서 아직 구별도 못하겠는데..."


내 눈엔 다 똑같이 보인단 말이야. 그냥 나보다 큰 개들! 아만다의 부러움이 가득한 투덜거림과 친해지긴 했지만, 이름까지는… 대단하네요, 에클레어 양! 에릭의 호기심 가득한 눈이 에클레어를 향했다. 에클레어가 생각보다 구별하기 쉬운데요? 하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얘네들 이름은 아만다가 안 지었죠? 후훗, 너무 귀엽네요, 이름. 성격에 맞추어 글자 이니셜 그대로 지어주신 거 같은데요?"


"아! 파파가 지어줬어. 얘네 엄마, 아빠 개부터 파파가 주욱 길러왔거든!"


"역시 관찰력이 뛰어나신데요, 에클레어양. 기자로서 일하면 금방 저보다 승급하시겠습니다."


어머, 이런 건 조금의 센스만 발휘하면 되는 걸요. 에릭이 웃으며 자연스럽게 칭찬하자 에클레어가 쑥스러워 하며 받아 친다. 그사이 겁 나는 게 조금 덜해졌는지 아까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간 아만다가 썰매견들의 이름을 외우러 조심조심 접근하다가 에릭의 허리춤까지 쌓인 눈 무더기에 푹 꺼질 뻔 하였다.


에릭이 빠르게 아만다를 번쩍 들어 적당한 높이의 바위에 앉히고 스노슈즈를 꺼내 신겼다. 에릭이 아만다의 스노슈즈를 다 신기자 아만다가 바위에서 내려서서 에클레어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에릭 오빤 분명 결혼하면 뛰어난 팔불출 파파가 될 거야. 장담해."


에클레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에릭은 천진난만한 미소로 에클레어의 스노슈즈를 신겨주고 있었다.


모두가 스노슈즈를 신고 일어서자 확실히 허리까지 움푹 꺼지던 눈밭 위를 수월하게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유콘은 일년의 반이 겨울 동장군의 손이 닿는 겨울정령의 영지라 불린다. 몽레알에선 겨울의 끝물에 오는 2월의 마지막 주라지만 유콘에서는 한창 겨울중의 겨울 날씨인 만큼 어디를 둘러봐도 눈들이 펼쳐져 있었다. 에클레어가 그 질리지도 않는 설경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혹시 눈보라아가씨가 머무는 곳에 온 게 아닐까 생각을 할 정도로 유콘은 어딜 가든 온통 눈뿐이었다. 그러나 몽레알처럼 특유의 칼바람이 불지 않는 기후지역이라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그리 춥지 않고 편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저 멀리 구름이 걷히자 만년설이 쌓여있는 맥기린 산과 로크 산이 빙하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에클레어가 사뿐사뿐 걸어가며 야생 동물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자연동물원으로 가기 위해 아만다와 에릭을 불렀다.


"홀리랑 아이들은 어쩌지요?"


"견인족의 에스키 아저씨가 훈련해줘서 어디 안 가고 기다릴 거라고 했어. 여기 아만다가 호루라기 불면 리더인 홀리가 썰매를 끌고 올 거라고 했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한 번 가봤는데 자연동물원 여기서 많이 안 머니까, 언니도 가봤으니까 알지?"


“맞아요, 에릭씨. 라베르지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거닐면서 가요.”


"그럼, 도시락 바구니만 들고 갈까요? 아만다는 안 힘들어? 힘들면 안아줄게."


아, 이제 출발하는 건데 힘들 리가 없지, 에릭 오빠는! 하지만 바로 오빠 품에 안기고 싶긴 해. 그렇다고 바로 안기면 오빠가 힘이 들거고, 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올까? 히잉 어쩌지, 안겨서 갈까? 우움......


에클레어가 후후후 하고 웃으며 아만다의 초마다 바뀌는 얼굴을 구경했다. 인형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아만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의 아만다는 얼굴에 생각이 다 들어나서 귀여웠다. 아만다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난 자립심 있는 아이니까! 하며 도도하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얼굴 한쪽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 나왔다. 에릭도 아만다의 얼굴을 구경하며 아빠미소로 흐뭇하게 바라 보고선 아만다가 걸어가겠다 말하자 되려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언제든지 힘들면 바로 말해달라 말한다.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을 정도로 자신을 뽐내는 라베르지 호반을 따라 걸어가면서 아만다와 에클레어는 끊임 없이 수다를 떨었고, 에릭은 조용히 지켜보며 레이디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가끔씩 재치 있게 화제를 이끌었다.


아만다가 장담한 대로 곧바로 나타난 자연동물원의 입구이자 숲지기의 검문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개인정보를 기입했다. 자연동물원에 대한 설명과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교육받고 길을 따라 걷기를 이십 분 가까이, 첫 번째 관찰 포인트가 나타났다. 에클레어와 아만다가 조용히 쉬잇! 하고 에릭을 무성하게 자란 억새 밭으로 이끌었다. 포인트 지역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머무르다 간 흔적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장작불을 뗀 흔적과 억새들이 눌린 자국들.


"저어기~ 보여? 보이지?"


에릭이 아만다가 가리키는 손끝을 확인하자 확실히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얼지 않은 깨끗한 계곡물이 모인 호수가 보였다. 에클레어가 세뮤얼 호수라 불리는 저 호수가 A포인트로 물을 마시러 오는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에릭은 신기한 마음으로 둘러보다가 호수 근처에서 자생으로 자라고 있는 카누레이스에서 보았던 물이끼들도 발견했다.


"자연동물원은 울타리가 없어요. 제국의 동물원하고는 좀 틀리죠? 후후, 대신에 이 곳에 들어서려는 자들은 최소한 자신의 목숨을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지만요. 그래서 입장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지요. 자격증이나 숲지기들을 대동해야 한다거나 하는 조건들이 붙거든요. 오늘은 제가 정령사와 식물보호기사 면허 자격으로 아만다와 에릭씨의 보호자로 되어 있답니다.”


“자연동물원에도 우리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존재해. 아까 우리가 걸었던 길이랑, 여기 억새 밭처럼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야생동물들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서 접근하지 않는데. 그리고 우리도 야생동물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어서 그걸 어기면 숲지기들이 바로 나타나서 쫓아낼걸?”


“어머, 아만다! 에릭씨에게 가르쳐주려고 공부한 거에요? 멋있어라, 후후후. 숲지기들은 주로 엘프족이나 안트족에서 잎사귀 문신을 가진 일족처럼 동물들의 울음소리나 숲의 기척을 읽어내는 이들이 하고 있어요. 숲지기의 최소 조건이거든요. 그 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나타나는 거랍니다.”


히히히, 티 좀 나? 쑥스러움에 뺨을 살짝 붉히며 배시시 웃는 아만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에릭이 고맙다고 인사했다. 에클레어가 들고 온 바구니에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 들며 말했다. 시간이 벌써 점심을 먹을 때가 된 모양이다.


“그럼 우리도 불을 피우고, 점심을 먹으면서 물을 마시러 올 동물들을 기다려 볼까요?"


에릭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얼어붙은 땅을 파고, 길 근방에서 떨어진 마른 장작들을 구해오는 동안 에클레어와 아만다는 바구니에서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꺼냈다. 에릭이 쉽게 말라있는 나무 장작들을 구해 파 놓은 땅 위에 쌓아 올렸다. 에클레어는 파이어스톤과 에어스톤을 꺼내 들고 동시에 두 정령을 소환했다. 파루가 정령의 불을 피었고, 에오르는 냄새가 동물들에게 퍼지지 않도록 공기를 정화시켰다.


로렌이 건네준 도시락 바구니 안에는 연어샌드위치와 치즈케이크, 차를 타 먹을 유자 잼과 달콤한 블루베리가 담겨 있었다. 디저트와 후식까지 빠르게 해치우고 주전자에 물을 끓여 유자차를 마시자 추위를 녹여주며 배가 든든해졌다.


그 동안 다양한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왔다. 산양, 무스콕스, 흰색여우, 뮬사슴, 엘크, 흑곰, 카리부, 울버린, 달 양 등이 혼자서 또는 둘, 셋이 물을 마시러 왔는데 동물들 사이에서도 나름 중립지역 이었는지 서로 마주치더라도 공격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심한 녀석들도 있기 마련이라 물을 마시자마자 쏜살같이 도망치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여유 있게 목을 축이고 숲으로 안전하게 돌아갔다. 초식동물들은 대부분 귀엽고 가냘픈 느낌이 들었지만, 육식동물들은 그 커다란 덩치에서 오는 위엄과 으스스한 긴장감에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코앞에서 야생동물을 보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몸이 꽁꽁 얼어붙어도 눈을 반짝거리며 모두들 신나게 구경을 했다. 에릭은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도망갈까 걱정이 되어 차마 누르지 못 하겠다고 작게 속삭였는데 에클레어가 에오르에게 소리 차단도 부탁했다고 하자 바로 카메라를 들고 사진촬영을 했다.


그 뒤로도 B포인트와 C포인트를 찍고 나자 들어올 때 검문소에서 기입한 나갈 시간이 다 되었다. 하는 수 없이 D포인트부터는 포기하고 돌아서서 나오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가이드와 숲지기 몇을 동반한 한 무리가 다가왔다. 아만다를 안아 든 에릭과 에클레어가 길이 좁아서 외곽으로 비켜서서 관광객 무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그 사이에서 반가운 이들과 재회했다. 바로 열차에서 같이 식사를 했던 포크먼 부부였다. 노부부는 체력 쪽으로도 상당히 정정해서 이번 여행에 스노슈잉과 자연 동물원 관광도 포함했다고 한다.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여러분, 어제 저희 부부와 같이 식사를 했던 레이디 스완과 므슈 윈체스터에요. 아마 종종 우리랑 코스가 부딪힐 것 같으니, 이번에 서로들 인사하면서 친해지는 게 좋겠어요.”


사교성이 좋은 마담 샬롯이 나서서 친근히 그 자리의 있는 이들 소개를 시켜주자 에클레어와 에릭이 쓰고 있던 후드와 고글, 모자를 벗고 얼굴을 보이며 인사를 나눴다. 열 몇 명에 달하는 여행의 무리들의 시선이 모이자 낯을 가리는 아만다를 에클레어에게 건네고 에릭이 앞으로 나서서 인사를 주고 받았다. 가이드가 재촉하는 눈짓에 일행들이 발걸음을 움직이자 에릭도 예의 있게 물러났다.


그리고 그 무리와 한참 떨어진 뒤에야 에클레어에게 묻는다.


"혹시 저 무리에 포크먼 부부를 제외하고 아시는 분께서 계셨습니까?"


"아니요. 다들 처음 보는 분들이셨어요."


"…그렇습니까? 그럼 저희도 가볼까요?"


여전히 의문을 모르겠다는 에클레어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는 에릭, 그리고 피곤해져서 반쯤 조는 아만다가 다시 에릭에게 안겨 자연동물원을 나왔다. 에릭이 졸고 있는 아만다 대신 그녀의 목에 걸린 호루라기를 부르자 얼마 안 돼서 홀리가 이끄는 썰매와 7마리의 개들이 뛰어왔다. 에클레어가 썰매에 앉아 스노 슈잉을 벗고, 왔을 때와 같은 자세로 아만다를 안았다.


그 사이에 아만다는 에클레어의 목을 팔로 껴안고 잠이 들었다. 쌕쌕 내쉬는 숨소리에 자장가처럼 들려와 에클레어도 잠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하움. 하품을 하며 잠을 쫓아 내려고 애를 썼지만, 에클레어의 고개도 점차 아만다처럼 앞으로 꺾여 나갔다. 어린아이의 체온은 잠을 부르는 가히 최고의 무기인가보다. 에릭은 개썰매를 모는 와중에도 졸고 있는 에클레어와 깊게 잠이 든 아만다를 위해 최대한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온천장으로 향했다.


온천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아만다와 에클레어는 생각보다 깊이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지 않았다. 에릭이 잠든 아만다를 기다리고 있던 로렌에게 건네고, 에클레어를 깨우려다가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작가의말

아만다는 여러모로 작가가 애정하는 캐릭터, 후후후. 사심이 살짝 들어가네요.


어제에 이어 또 다시 새벽에 업데이트, 숑숑.  나 좀 부지런한듯.

미뤄났던 미드 ‘모던 패밀리’를 보고 있는데 이런 시트콤도 써보고 싶네요.


가끔 아직도 친구인가요? 묻는 독자들이 있어요. 에릭과 에클레어가.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이런 저런 내용들을 풀어나가면서

관계를 진행시키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랍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호감이 쌓이고, 

그리고 어느 순간에 감정이 싹트는 사랑을 좋아하는 작가로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길게 잡고 써내려가고 싶어요. (그런거 치곤 스킨십이 너무 많나요... 작가의 사심이 가득 들어가서 그래요 ㅋㅋㅋㅋ)


지금이 2월이고, 앞으로 12월까지 긴 여정이 있으니 부디, 저와 함께 이 여정을 걸어주시길.


오타와 비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선추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3 낭만클럽
    작성일
    13.07.06 00:48
    No. 1

    에릭은 딸바보 가능성 오백프로군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밀어났던 -->미뤄났던 아닐까요?

    전 미드는 왕좌의 게임을 보고있는데 재미집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cafe, 체리블로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10. 2월의 축제. "윈터 루드, 뱃사공의 축제" +1 13.07.15 289 3 11쪽
33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13.07.13 246 6 13쪽
32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13.07.12 249 7 12쪽
31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2 13.07.11 545 6 14쪽
30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13.07.10 202 4 14쪽
»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1 13.07.02 335 6 22쪽
28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2 13.07.01 358 6 22쪽
27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2 13.06.28 363 3 14쪽
26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56 4 11쪽
25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37 4 16쪽
24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2 13.06.23 463 4 16쪽
23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81 4 17쪽
22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95 5 18쪽
21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80 3 18쪽
20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59 3 19쪽
19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3.06.11 317 3 19쪽
18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 13.06.06 304 3 20쪽
17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339 3 17쪽
16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282 3 11쪽
15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77 3 17쪽
14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43 3 18쪽
13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424 3 13쪽
12 #4. 쉬어가는 편, 일상! 휴식을 즐기는 각자의 방법. 13.06.01 349 4 16쪽
11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425 4 13쪽
10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42 3 17쪽
9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58 4 14쪽
8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5 3 17쪽
7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6 3 19쪽
6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 13.06.01 391 4 13쪽
5 #1. 첫 번째 손님. 첫 만남. 그 이름은 에릭 윈체스터. +1 13.02.04 456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