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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님의 서재입니다.

cafe, 체리블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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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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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4
추천수 :
144
글자수 :
236,186

작성
13.06.2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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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DUMMY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전략.


건강하시죠? 1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페테 데 네이쥬가 끝나고 짧은 휴식을 가진 이후에 쓰는 편지입니다. 에릭씨의 출장기간이 연장되었음을 제가 말씀 드렸나요? 애를 태우다 나중에 되어서야 웃으며 얘기해주시던 에릭씨가 얼마나 야속하고 섭섭하던지요.

어쨌든 에릭씨의 몽레알 체제 기간이 늘어나면서 저희 카페에서 좀 더 장기간 숙식할 수 있기를 요청하셨어요. 그리고 늘 하던 대로 저에게 다양한 몽레알의 정보 제공을 포함한 가이드를 계속 해주시기를 부탁하셨지요. 물론 시원하게 승낙했습니다. 당분간은 또 에릭씨와 함께 몽레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게 되어서 기쁜 크림이에요.

축제가 끝난 후 사람들의 마음은 몽글몽글, 다들 있는 힘껏 즐기고 난 뒤라 조금 늘어진, 또는 나른한 기운을 풍기며 돌아다니는 2월입니다. 당분간은 얌전히 카페 일에 집중하며 지내 달라는 파이의 말에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려 노력해 보겠지만… 절 잘 아시잖아요? 후후후.

알아요, 파이를 너무 괴롭히지 말라는 거죠?

2월의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하루에도 엄청 춥다가 조금 덜 춥다가를 반복하고 있답니다. 그 덕에 하루 매출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오시는 분들은 겨울 냉기 속에서도 카페에 들려서 커피 한 잔, 디저트 한 접시씩 꼭 먹어주고 가시지만요. 손님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서 조만간 파이를 도울 아르바이트를 고용할까 생각 중이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히~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어요.

오늘은 특별한 친구가 방문할 예정이에요. 아침에 미네르바를 통해서 특급으로 방문 한다는 쪽지를 보내주었답니다. 그 덕에 파이만 또 바빠지겠네요. 워낙 입이 고급이라서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면 말이죠.



“파이, 점심 때 나디아가 방문할 예정이야. 우리 점심에 일 인분 더 추가해서 만들어 놓도록 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1층에 내려서는 파이를 향해 내가 외쳤다. 꽃꽂이를 하는 손은 멈추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아, 아이리스도 생각보다 향이 꽤 괜찮네. 나는 이틀 전 벽화 속에서 본 아이리스를 떠올려 오늘의 꽃으로 선정한 아이리스를 동대륙에서 건너온 방법으로 꽂아보았다. 유스 제국식 플라워 어레이지먼트만큼의 화려하고 화사한 멋은 없지만, 정갈하고 심플하면서 간결한 멋이 있는데 선과 여백을 중요시하는 하는 이 방식은 시간은 두 배, 정신 소모력도 두 배가 드는 집중을 요했다.


“네!? 아가씨? 이제 얘기해주시면 어떡하세요! 어디 보자, 와인보관용 냉장고에 샤또 디껨이 있던가? 요리는 무얼 내가지? “


파이는 투덜대면서도 나디아에게 나갈 전용 와인이나 음식에 쓰일 재료가 있는지 꼼꼼히 파악하고서, 내 뒤를 쫓아다니며 일정을 확인 받은 뒤 수첩에 적었다. 나는 나대로 카페 인테리어를 싱싱한 오늘의 꽃 아이리스로 바꿔 장식하고, 원두를 볶고, 음반을 선정하고, 창문들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차가운 바람이 카페 안을 서늘하게 온도를 낮추자 졸졸 내 뒤를 쫓아다니며 카페 일정을 체크하던 파이가 하악질을 하듯이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난로가로 뛰어갔다. 아무튼 추운 걸 너무 싫어한다니까, 파이는.


“지인께서 오십니까?”


살짝 새집을 지은 자연스러운 더벅머리로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던 에릭씨께서 파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물어오셨다.



에릭씨가 장기숙박을 하게 된 이후로 바뀐 점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아직은 힘들어하시지만 조금씩 우리가 일어나 움직이는 시간에 맞추어 아침 일찍 내려오려는 점. 삼 일에 한번, 간신히 성공하고는 있지만 나름 노력하시는 모습이 너무 귀여우시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남성분께 귀엽다라는 말이 절대 칭찬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저 단어 외에 표현할 길이 없어 아쉬울 정도다. 이른 아침에만 보여주는 나른하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출근길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레이디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걸 에릭씨가 아시려나 모르겠네.


또 다른 것은, 퀘백어로 얘기하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에릭씨께선 듣기는 거의 마스터하다시피 해서 중간에 나나 파이가 통역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리고 축제 이후에는 될 수 있으면 퀘백어도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하셔서 그 부분으로 공부를 하자 제법 기초 회화를 자연스럽게 사용하시기 시작했다. 내 귀에는 괜찮았지만 본인이 말하면서 어색해하던 억양도 좀 더 부드러워져서 제국공통어 특유의 딱딱한 발음을 하실 때 보다 퀘백어를 사용하실 때 부드러운 발음이 훨씬 에릭씨의 인상을 다정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있구나. 축제가 끝난 뒤, 에릭씨는 퀘백국과 제국 신문들을 카페 체리블로섬 앞으로 신청해서 받아보게 되셨다. 조금씩 바뀌는 에릭씨의 모습을 보면 몽레알의 생활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려는 듯 하여 흐뭇해지는 기분이 든다.



“다운타운의 크레센트 거리에 인기 있는 부티크를, 아! 크레센트 거리 기억나시죠? 광장을 중심으로 초승달 모양으로 생겼던 거리요. 아무튼 유명 부티크 매장들이 몰려있는 그 거리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기 매장을 운영하는 메인 디자이너에요. 바쁠 텐데도 매번 저에게 파티복이나 특별할 때 입는 드레스들을 맞춤 제작해서 만들어 주는 저의 전속 드레스메이커이기도 한, 저에게 있어서는 여러모로 고마운 친구랍니다.”


모닝커피를 부탁하는 에릭씨에게 꽃 내음이 맴도는 향미가 독특한 이가체프를 하이 로스팅 방식으로 추출해 건네드렸다. 부드러우면서 혀끝을 살짝 스치는 잔향, 부드러운 바디감이 이가체프의 특징인데 나른해진 기분을 살짝 톡톡 일깨워줄 때, 혹은 더 나른해지고 싶을 때 마시곤 했다. 축제직후에 찾아온 단골거래처의 원두상인으로 제법 고품질의 원두가 들어와 오늘 아침 모닝커피를 사러 오는 모든 이들께 강제로 이 이가체프 커피를 손에 쥐어드리고 있었다.


“에클레어 양의 옷들이라. 가끔씩 입으시는 드레스 중에 에클레어 양을 위해 태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디자이너 나디아 양께서 에클레어 양을 위해 직접 제작하신 거군요.”


“음, 나디아 양이란 호칭은 맞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조랑 성격이 여성스럽고, 페미니스트긴 해도 나디아는 남자거든요.”


“아, 이름만 듣고 제가 실례했군요.”


“후후, 나디아를 모르는 이들이 처음 하는 실수에요. 나디아는 저보단 나이가 좀 많은 연상이지만, 첫 만남에서 그냥 편하게 친구로 대하는 게 좋다고 말할 정도로 시원시원한 성격이에요. 에릭씨를 나디아한테 소개해주면 아마 나디아가 엄청 좋아할 거에요. 에릭씨 몸이... 나디아가 몸을 좀 밝, 아니 모델 몸매를 좀 좋아하거든요. 오면 바로 소개시켜드릴게요. 너무 놀라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약간 독특한 성격을 가진 친구라서.”


“네, 알겠습니다. 궁금하군요, 에클레어 양이 그렇게 까지 얘기하시는 걸 보면.”



바쁜 점심 피크 시간이 지나 손님들이 빠지면서 한가해질 무렵, 카페에 돌연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백팔십 중후반의 에릭씨와도 키가 비견되는 그 사람은 붉은 빛이 감도는 갈색 머리를 연필로 대충 고정 시켜 틀어 올렸다. 긴 속눈썹에 광대뼈가 살짝 튀어나오고 붉은 입술과 결 좋은 새하얀 피부는 예쁘다라는 인상하고는 멀었지만 전반적으로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뒤돌아볼 정도의 독특한 매력적인 인상이기는 했다. 기장이 짧은 하얀 모피코트 안으로 보이는, 체격이 마르고 선이 고운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얇은 겨울 옷차림에, 쇄골이 드러나는 목덜미에는 머플러도 아닌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 두터운 모피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봐도 몽레알의 미친 겨울날씨(종종 봄 날씨 같은 따뜻한 날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영하로 뚝뚝 떨어지는 강풍을 동반한 추운 날씨가 아직까지는 더 많았다.)에 맞는 외출용 차림으로 적당한 모습은 아니었다.


딸랑, 청아한 도어벨 소리가 울리고 들어와 손님들의 주목을 모두 불러모으는 이상한 손님은 카페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람을 찾고 있었다. 파이가 정중히 안으로 모시며 코트를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그는 파이의 태도에 익숙한 듯 자신의 소중한 모피를 건네주고, 시야를 넓혀 자신이 보고 싶어한 사람을 찾는다.


벨 소리에 에릭씨와 수다(에릭을 위한 언어수업용)를 떨다가 고개를 든 나는 그 이상한 손님의 모습들을 다 지켜보면서 소리 내어 짧게 웃은 뒤에 바(bar)에서 나와 그를 맞이하러 나갔다.


“나디아!!! 오랜만이에요. 한 달만인가요? 아, 두 달 다 되가네요. 12월 연말파티 때 보고 못 만났으니까요.”


섹시한 분위기와 허스키한 목소리의 나디아는 친근하게 안부를 전해오셨다.


“자기도 참! 야속하게 내가 잠시 자리 비웠을 때 내 매장 들렸다 갔다면서? 좀 기다렸다가 가지 그랬어. 내가 두 달 동안 자기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면서 일부러 나 괴롭히려고 그랬지?”


안부인사를 하며 가벼운 포옹과 비쥬가 오고 갔다. 나디아의 향수는 은은하지만 시원한 느낌이 나서 머리를 상쾌하게 하곤 했다. 피오라 포이즌이라는 향수였던가? 나도 모르게 킁킁 하고 나디아의 향을 맡다가 얇은 옷차림을 보고 기겁하며 말했다.


“그보다, 이 추운 날씨에 나디아도 참! 감기 걸리기 십상인 이 패션은 뭐에요. 건강도 챙기면서 입고 다녀요. 제자들이 걱정하겠어요.”


적당히 두텁게 입고 다니셔야죠. 평소에도 맨날 야근에 밤새고 밥도 잘 안 먹고 일하면서 건강이 뒤 받쳐 줘야 옷도 만들 수 있는 거에요. 걱정을 담은 내 말에도 나디아는 정색을 하고 항상 펼치는 자신의 정론을 꺼내 들었다. 이 정론은 나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두 손, 두 발 들 수 밖에 없는 나디아의 무적론이기도 하다.


“패션은 열정이야! 어쩜 디자이너에게 그렇게 말하니, 자기는. 여름에 덥게, 겨울엔 춥게 입는 거야 말로 디자이너의 숙명이자 운명이라고.”


난 그런 운명을 위해서라면 내 건강 따위 소홀히 할 수 있어! 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나디아를 보며 나는 어휴, 못 말리겠네요. 하면서 자연스럽게 바에 앉혔다. 그리고 밤을 새고 지금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왔을 나디아를 위해 동대륙에서 건너온 비싼 대홍포 차를 준비한다.


대홍포 차는 나디아 같은 손님들을 위해 소량씩 주문해서 받아두는 차로 맛이 깊고 순하며 과일향이 그윽하게 나고 위를 보호하여 소화를 돕는 효능이 있다. 늘 철야를 밥 먹듯 하고 밥 굶는 걸 예삿일처럼 하는 나디아에게 건네는 첫 번째 차는 무조건 이걸로 내어준다.


나는 바에 앉은 나디아가 옆자리에 앉아있는 에릭씨에게 시선을 뚫어지듯이 보는 것을 알아채고 차를 건네며 에릭씨를 소개 시켜 드렸다. 에릭씨의 소개를 하는 와중에도 나디아의 시선이 에릭씨에게 꽂힌 채로 어머, 어머, 감탄사를 터트리고 있어서 나디아가 내 소개를 제대로 들었을지는 의문이 들었지만.


“여기 이 신사분은 에릭 윈체스터씨로 유스 제국에서 몽레알의 생활을 쓰러 오신 기자세요. 사정상 한달 전부터 저희 카페에서 묵고 계시고 당분간 죽 장기체제하실 분이세요. 지금은 제가 가이드며 역사, 언어 과외로 몽레알에 관해 이것저것 소개해 드리고 있어요. 너무 군침 흘려가며 보시는 거 아니에요? 나디아가 좋아하는 모델 뺨치는 이상적인 몸매라지만.”


내 마지막 말에 에릭씨가 난처한 웃음으로 쑥스러워 하며 나디아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릭 윈체스터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샤흠(매력덩어리)! 아, 샤흠이라 불러도 될까요? 나는 부티크 엘레미노의 메인 디자이너로 있는 나디아 숑 클로셋이라고 해요. 편하게 나디아라고 불러줘요. 샤흠은 디자이너의 내 눈에도 훌륭한 바디를 갖고 있네~”


“아, 디자이너란 얘기는 들었습니다. 저야말로 디자이너 나디아씨한테 칭찬 받게 되어 영광이군요. 얘기 듣던 것보다 유쾌하신 분이시네요. 말은 편하게 하십시오.”


“점점 더 맘에 들어! 샤흠도 참, 나디아라고 해, 나.디.아♡ 하트를 담아주면 더 좋고.”


나디아는 에릭씨의 정중한 말투와 다정한 태도가 제 맘에 쏙 드셨는지 평소의 새침 떼는 모습은 어디 가고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호쾌하게 웃으며 말하셨다. 차를 마시는 동안, 에릭씨와 나디아는 패션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쇼핑에 일가견이 있던 에릭씨는 나디아와 이야기 하면서도 어색하거나 막히는 일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런 걸 보며 자꾸 깜박하게 되는 그의 직업이 문화부 기자라는 걸 새삼 느끼는 것이다.


파이가 식사준비가 다 된 것을 알리며 테이블로 요리를 내왔다.


나와 파이, 에릭씨와 나디아가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와중에 근황을 묻다가 일이 터졌다.


“그런데 로딜씨는 요새 안 보이네요?”


“흥, 그런 놈! 알게 뭐람. 자기도 이제 그런 놈 이름은 잊어버려.”


“어, 또 싸우셨어요? 지겹지도 않으세요? 이러면서 나중에 얼마나 붙어 다니시려고.”


“됐어, 이번엔 진짜 헤어질 거야.”


“저렇게 말씀하시지만, 사흘 뒤엔 아주 똑 붙어 다니실걸요?”


내가 선생님께 이르듯이 말하자 에릭씨가 하하하 웃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로 싸웠는지, 로딜씨가 잘못했다며 나디아의 편을 자연스럽게 들어주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 에릭씨를 보며 나는 슬쩍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에릭씨가 살다 온 유스 제국은 법으로 게이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반대로 이 곳 퀘백국에서는 세 개의 성별로 나뉠 정도로 그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있다. 남자, 여자, 그리고 게이. 제국에서 건너오신 에릭씨의 성품상 게이문화(정확히 말하자면 나디아는 양성애자지만.)에 대놓고 혐오감을 표현하시진 않으실 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어색함과 거부감을 느끼실 줄 알았는데 그는 평소처럼 편안하고 여유 있게 나디아를 대하셨다.


참, 생각한 것보다 훨씬 믿음직스러운 분이시잖아. 에릭씨는 정말 나보다 어른이시네.


나디아가 아침에 이 곳에 들린다는 얘기를 했을 때, 나는 나디아에게 에릭씨를 소개해 줄 거란 걸 미리 알렸다. 그리고 에릭씨가 그 제국에서 넘어온 사람이고, 어쩌면 나디아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리며 소개를 받을 것인지 물어보았다. 나디아는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을 믿고 흔쾌히 그 만남을 승낙했다. 그 동안 봐온 에릭씨가 호모포비아는 아니라는 걸 확신했지만, 둘 다에게 상처를 줄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만남을 중개한 이유에는 Café 체리블로섬에는 이처럼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제국에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섭섭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만약 이 만남이 어색하게 끝낸다면 난 에릭씨의 숙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할 지도 모를 정도로 이 문제는 중요했다.


그래, 이것은 내가 에릭씨에게 보내는 일종의 시험이기도 했다. 카페의 숙박시설은 사실 오래 알고 지낸 분들께 빌려드리는, 나와 아빠, 파이를 만나러 몽레알까지 오시는 분들께 드리는 작은 성의와 편의였다. 에릭씨가 지내게 된 것은 나의 작은 친절과 엘레나와의 인연이 닿은 그가 장기간이 아닌 짧은 기간 동안 묵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장기숙박 계약을 함으로써 내 생활과 에릭씨의 생활은 일정부분 이상 겹치게 되었다. 알게 모르게 에릭씨와 지내면서 거리감이 많이 허물어지기는 했지만 난 에릭씨와 손님과 카페마스터로서의 거리를 둘 것인지, 친구 사이로서 거리를 좁힐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이 시험은 에릭씨와 내 거리가 좁아져도 되는지에 관한 작은 시험이었다. 그리고 에릭씨가 이 퀘백국의 문화에 대해 좀 더 넓은 시야로 보고 있는 지에 대한 시험이기도 했다.



나디아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에릭씨에게 물었다.


“나디아를 보고 크게 놀라시지 않네요? 제국에서는 그런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뭐랄까, 알려지면 굉장한 차별과 모욕을 준다고요. 사실, 미리 말씀드릴 수 있었지만 에릭씨께서 나디아에게 편견이나 색안경을 끼지 않고 봐주시길 원했어요.”


나디아는 정말 내 말을 믿고 평상시 그대로의 행동으로 자신을 나타냈다.


사실, 나디아가 방문을 한다고 알려왔을 때, 아니 그 전부터 이 기간에 카페에 방문하는 건 기정사실이었으니 에릭씨한테 소개할지 말지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물론,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내왔지만 에릭씨가 나디아 앞에서 대놓고 무례를 범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무심코 나타나는 작은 언동이나 행동에서 나디아가 상처를 받는 일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에릭씨의 바른 성품과는 다르게 이것은 문화적 이해를 요구하는 거니까.


“저와 처음에 만나셨을 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몽레알을 몽레알의 방법으로 받아들이시길 권하셨지요. 전, 그 말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디자이너 나디아는 에클레어 양의 소중한 친구분이신걸요.”


나도 분명 아까의 나디아처럼 입이 귀에 걸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에릭씨를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에릭씨도 나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어주셨다.





작가의말

너무 늦게 와서 뎨송합니당!!! 데이터를 날리는 바보같은 실수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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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죠… 저도 어려워요.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일반사람의 시선이 어떨지……


표현하고 싶은 건 많지만 제 글솜씨가 거지 같아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기분이 거북하신 독자 분이 있으시면 쪽지로 남겨주세요. 


제가 잘못 표현한 부분이 없는지 다시 재검토하겠습니다.


하지만, 퀘백국의 다양성을 이해하고자 꼭 필요한 내용임을 상기시켜드려요.


#6편, 네번째 손님 이야기와 시기가 겹칠 때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댓글 달아주신 진흙44님, 감사합니다! 제가 여성적인 감성을 좀 추구하고 있죠.

궁금해하셨던 질문에 답하자면, 모델로 삼은 퀘백이 프랑스 문화권인 나라라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실제 캐나다 퀘백과 몬트리올의 지명을 빌려오고 있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모델로 삼고 있을 뿐, 제 상상력들로 만들어진 세상입니다. 


오타와 비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선추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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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0. 2월의 축제. "윈터 루드, 뱃사공의 축제" +1 13.07.15 289 3 11쪽
33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13.07.13 246 6 13쪽
32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13.07.12 249 7 12쪽
31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2 13.07.11 545 6 14쪽
30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13.07.10 202 4 14쪽
29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1 13.07.02 334 6 22쪽
28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2 13.07.01 358 6 22쪽
27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2 13.06.28 363 3 14쪽
26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56 4 11쪽
25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37 4 16쪽
24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2 13.06.23 462 4 16쪽
23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81 4 17쪽
»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95 5 18쪽
21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80 3 18쪽
20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59 3 19쪽
19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3.06.11 317 3 19쪽
18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 13.06.06 304 3 20쪽
17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338 3 17쪽
16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282 3 11쪽
15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77 3 17쪽
14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43 3 18쪽
13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424 3 13쪽
12 #4. 쉬어가는 편, 일상! 휴식을 즐기는 각자의 방법. 13.06.01 349 4 16쪽
11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425 4 13쪽
10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42 3 17쪽
9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58 4 14쪽
8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5 3 17쪽
7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6 3 19쪽
6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 13.06.01 391 4 13쪽
5 #1. 첫 번째 손님. 첫 만남. 그 이름은 에릭 윈체스터. +1 13.02.04 45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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