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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님의 서재입니다.

cafe, 체리블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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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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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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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글자수 :
23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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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06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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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DUMMY

카누 레이스 이후에도 에클레어의 크고 작은 인맥들을 이용해 축제의 크고 작은 행사들을 참여하거나 좋은 자리를 확보해서 최대한 즐거운 축제를 보내는 둘이었다. 내가 즐거우면 곁에 있는 이들도 즐거운 법이라는 아빠의 말씀에 따라 에클레어는 에릭을 위해 어렸을 때도 뛰지 않았던 풀코스를 뛰며 이번 축제에서 남김없이 유용하게 모든 이벤트들을 즐겼다. 에릭보다 약한 체력이었던 지라 방에 들어오자마자 뻗으며 한, 한이 없다는 말을 중얼대며 쓰러질 정도였다. 그러면 조용히 들어온 파이가 안마로 뭉친 근육들을 풀어주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녀는 메인 중의 메인, 희귀 이벤트라면 열기구 퍼레이드도 서럽다 말하는 페테 데 네이쥬의 빅 시크릿 이벤트, 다섯째 날의 가장 큰 이벤트이자 프리미엄이 붙는 여왕콘테스트의 관람 티켓도 확보해 놓았다. 인맥이 아닌 오로지 에클레어 본인이 이벤트 관계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작년 전대여왕으로서 대관식 때 왕관을 위임해야 할 의무가 있는 무조건 참석 이벤트였기에 무대 관계자와 협상하여 조건부로 에릭을 들어가게 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추첨을 통해 들어올 300명의 손님들과 당첨되지 못한 손님들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에릭이 에클레어 자신을 만난 인연처럼 그들에게도 다른 인연이 행운으로 찾아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에클레어는 쿨하게 넘겼다.


에클레어가 에릭에게 여왕의 선정 방법에 대하여 설명했다.


여왕의 선정 방법은 인기투표로 결정된다는 것. 이벤트에 참여하는 모든 스텝과 초대손님들(예를 들면, 현 시장이나 전대여왕인 자신같이 이벤트대회 자체에서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 300명의 관광객들이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이가 당대의 여왕이 된다는 점. 여왕후보들은 자신의 지혜, 아름다움, 기품과 성품을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최대한 많이 뽐내어 사람들의 인상에 자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당대 여왕으로 선출되면 좋은 이점들이 굉장히 많이 따라오기에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데 그 만큼 책임과 의무도 많다는 것. 그 많은 책임과 의무를 수행한다 치고 다양한 이들이 도전하는 계기에는 상류층 레이디에게는 명예가, 중류층에서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즉, 셀레브가 될 수 있었다.)가, 하류층에서는 어마어마한 상금과 다양한 축전들이 뒤따라오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경쟁률을 유발하며 도전하는 이들을 가려내는 데만 해도 엄청난 일이라는 것까지.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옆에 앉은 에릭에게 조근조근 설명하고 있는데 무대의 불이 켜지며 대회가 시작되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3차의 서류심사가 거치고 마지막 후보가 된 이들로 총 10명의 미인들이 여왕이 되기를 소원하며 당당하게 서 있었다. 초대손님 좌석에 앉아 있던 에클레어의 오른쪽에 당대 최고의 인기인 중 하나로 선정된 오스카 시장이 중후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미스 스완 양이 하늘에서 내게 한 고백은 잘 들었네. 그래서 나한테 시집 올 텐가?”


너무 진지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하는 바람에 약 3초 동안 멍하게 오스카 시장을 바라보던 에클레어가 농담임을 알아채고 까르르 웃는다. 에클레어가 웃는 소리에 에릭이 잠시 시선을 돌려 오스카 시장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작게 약식 인사를 한다. 오스카 시장이 시장인 줄 몰랐던 에릭은 에클레어가 지인을 만난 거라 생각하고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에클레어는 웃다가 오스카처럼 정색하며 말했다.


“오스카님도 참. 농담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시면 어떡해요. 그리고 어색하게 왜 공식석상에서 마주쳤을 때의 호칭으로 부르세요. 그냥 평소처럼 편하게 불러주세요. 지금 아무도 안 보는 걸요.”


“크림 양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길래 애칭을 부르기가 껄끄럽더군. 자네도 그러지 말고, 그냥 평소때처럼 아저씨라 부르게. 그나저나 올해는 작년만큼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아 보이는군? 전대 퀸으로서 보기엔 어떠한가?"


"글쎄요, 눈에 띄는 미인은 한 명 있는데 좀 맘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허허허, 나도 올해는 고민 없이 여왕을 뽑을 것 같은데 공유 할 텐가?"


"에이, 비밀투표인데 말씀 드릴 수야 없지요, 아저씨."


"전대 퀸 후보들이 올해에도 나와서 쟁쟁한 재미를 줄줄 알고 굉장히 기대했는데 아쉬운 걸."


"그거야 다들 그때는 치고 박고 싸운 뒤에 항상 그렇듯 벌칙내기로 나간 걸요. 벌칙도 아닌 이상 나서는 거 싫어하는 이들이라 올해엔 참석 안 했나 보네요? 아저씬 그래도 한 명은 매일 보시잖아요. 저는 요새 통 얼굴 마주하기도 힘들던데요."



에클레어와 시장이 둘이서 여유 적적하게 잡담을 하는 동안, 에릭이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는 여왕 페스티발은 착착 진행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진행자가 여왕 페스티발의 정의를 말하고 있었다. 여왕은 종합적으로 가장 완벽한 이를 선발하는 것이므로, 미녀 콘테스트가 아니라 여왕 콘테스트로 불린다는 것이다. 당선된 여왕은 몽레알의 얼굴이자 마스코트가 되므로 다양한 공식석상에서 참여하게 된다.


1번 스테이지에서는 교양을 알아보는 상식퀴즈를 진행했다. 압도적으로 안경을 쓰고 있는 지적인 미녀형 3번과 청초하고 순수한 여신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7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답을 맞추었다. 서늘한 인상을 가진 차가운 도시미녀를 떠오르게 하는 9번이 3등을 유지했다.


2번 스테이지에서는 자신의 미적 감각과 패션 감각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조건이 적혀있는 종이를 뽑아 그 상황에 맞는 화장과 코디를 해서 시간 안에 무대 위로 돌아와야 한다. 일명 TPO를 맞춰라!


“저기 저 종이에 적는 조건들은 매년 전대 퀸이 스테이지 직전에 적어서 올리고 그 종이를 뽑는 것도 각자가 뽑는 거라 속임수나 협약을 할 수 없는 거 알아요? 제가 이번에 썼는데 꽤 애 좀 먹지 않을까 싶어요, 후후후.”


에클레어가 때마침 종이 내용을 궁금해하는 에릭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한참 후 미션시간을 꽉 채우고 나서야 속속들이 미션을 완성한 후보들이 무대 앞으로 나왔다.


1번 스테이지에서 엉뚱한 답변을 하며 지식의 가벼움을 내세워 섭섭했지만 몸매와 얼굴은 섭섭하지 않았던 2번 미녀가 조건에 맞추어 1등으로 나타났다. 패션 센스는 제법이네, 싶을 정도로 자기 몸매를 뽐내면서 의상과 화장도 잘 매치해 좋은 점수를 얻었다. 2등은 아까 여신형 미인 이였던 7번 이었는데 완벽한 옷차림에 비해 눈 화장이 살짝 어색했다. 3등은 모델처럼 비율이 좋은 길쭉하고 마른 몸매의 9번 모델이었는데 짧은 숏커트 머리가 중성적인 느낌이 강해 점수가 깎였다.


에클레어가 가발을 쓰고 헤어 손질을 했다면 2등은 했을 텐데. 하고 평가했다.


3번 스테이지는 면접형으로 주어지는 질문에 재치 있게 대답하는 미녀에게 점수가 주어졌다. 오스카 시장이 직접 질문을 냈는데 첫 번째 질문은 ‘몽레알을 보러 온 관광객에게 가장 먼저 소개해 주고 싶은 장소는?’이었다. 반듯하고 신성한 분위기의 1번 미녀는 신전이 몰려 있는 쁘띠 아리아트를, 몸매가 예쁜 2번은 패셔너블의 메카인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안경을 반짝이는 지적인 미의 3번은 구시가지의 중심이 되는 자크 카르티에 광장과 시청을 뽑았다. 이미지가 흐릿한 4번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도저히 한 곳을 못 선택하겠다는 대답을, 5번은 상류층 아가씨였는지 부티크가 몰려있는 크레센트 거리를 선택했다.


"7번은 올드포트(구 시가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옛 항구)의 시계탑을 얘기할 거에요."


에클레어의 확신이 가득 찬 대답에 에릭이 어떻게 압니까? 하고 물어왔다.


"처음에 제가 에릭씨 데리고 갔던 몽로얄 공원의 전망대가 관광객들은 모두 아는 유명한 전망대 포인트라면 올드포트의 시계탑은 몽레알을 좋아하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숨겨진 보물 같은 전망대거든요. 그리고 유일하게 몽레알 시가지와 세인트로렌스 강, 왕의 산맥을 한 곳에서 다 지켜볼 수 있는 위치기도 하구요. 그 날 어디로 데려갈까 고민 많이 했는데 우선 정석대로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몽로얄 공원 전망대를 선택했지만요."


아, 저 그게 아니라 어떻게 7번 미녀가 시계탑을 얘기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물은 겁니다만.


조그맣게 돌아오는 에릭의 말을 에클레어가 헤헤 웃으며 얼렁뚱땅 미소로 흘러 넘겼다. 그러자 에릭이 수첩을 꺼내 작게 메모를 했다. ‘에클레어 양이 전하는 보물장소 첫 번째.’ 점을 자꾸 찍으며 말없이 보채자 에클레어가 졌다며 수첩과 펜을 받아 들고 그림을 그렸다. 몽레알을 간략하게 그려 넣은 전체 시가지에 올드포트의 시계탑 위치를 점으로 표시하고, 시계탑의 모양을 대충 그려 넣으며 말했다.


“몽레알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편견 없이 그 도시의 전체 시가지를 보여 주고 싶다. 그리고 세인트로렌스 강을 기준으로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다운타운을, 다시 잘게 쪼개어 동서남북으로 나누면 북쪽은 쁘띠 아리아트로 불리는 리애티 신성 제국민들의 거주지와 신전, 동쪽은 쁘띠 샹플랭으로 불리는 라 프랑 공화국민들의 거주지와 쇼핑 골목거리, 남쪽은 쁘띠 쁘와르로 불리는 소수민족들의 거주지와 이색적인 문화 골목, 서쪽은 쁘띠 샹토르아랭으로 불리는 크리체 공국의 고색창연한 역사 골목에 대하여 이야기 할 것이다. 거기서 더 세분화 해서 유명한 골목, 혹은 거리들마다 붙어 있는 이름과 특성을 설명하며 관광안내를 해 줄 것이다. 제가 7번 후보를 만났을 때 했던 얘기거든요.”


7번 후보가 이유를 묻는 오스카 시장에게 에클레어가 에릭에게 설명한 내용과 비슷한 말로 대답하고 있다.


"또 7번 후보가 올드포트에 살고 있고, 그 장소를 가르쳐 준 이가 저이면서, 저랑 친한 동생이라서, 확신한 거죠. 생각보다 콘테스트가 더 재미있게 돌아가지 않나요?"


그녀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물었다.



다른 질문들이 계속해서 주어졌다. 성품을 판단할 수 있는 질문들과 몽레알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연속으로 주어지며 답변을 통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여왕을 마음속으로 선택했다.


4번 스테이지에서는 티파티를 펼쳐 티를 마시면서 볼 수 있는 예절과 매너를 확인했다. 전반적으로 2번, 4번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무난하게 차를 마셨고, 좀 돋보이던 이들을 뽑자면 역시나 7번과 다크호스로 떠오른 8번. 8번은 차 예절에서만큼은 한 점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마지막 5번 스테이지에서는 10명의 미인들이 인터뷰를 가졌는데 전 여왕인 에클레어는 사실 이 마지막 라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라운드였기 때문이었으니까. 센스가 있는 후보들이라면 이 라운드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을 것이다. 이 라운드야 말로 여왕 후보자들에게는 마지막 기회이자 반전의 기회라 불린다.


에릭은 에클레어가 아는 동생이라는 말에 호기심 가지고 지켜보고 있던 7번 미인이 한 인터뷰에 대해 물었다. 딱 한마디로 굉장히 짧고 굵었는데 자신은 모르는 구어였던 것이다.


[유명한 말입니까?]


"네, 누구나 몽레알에 살고 있는 분이라면 다들 아는 말이죠. 자크 카르티에 광장에 서 있던 4개의 동상 중에 한 동상의 모델이 된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이에요. 호레이쇼 장군님으로 명장군 이셨답니다. 전쟁 중에 돌아가시는데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으로 -나는 나의 임무를 다했노라.-이런 뜻이에요."


[숨겨진 의미가 담긴 말로 들립니다.]


"그러게요. 누구에게 전달하는 의도인지 궁금해지네요."


에릭이 기자의 호기심을 발동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대 위의 7번 후보를 바라보며 말하자, 에클레어가 정답을 알아챈 꼬마탐정의 날카로운 눈초리로 미소 지으며 답했다.




점심 식사를 코 앞에 두고 투표가 진행되었다. 식사를 하려면 얼음궁전을 나서야 하고 얼음궁전 출구에는 투표함이 있어 투표를 해야 나갈 수 있는 구조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빠짐없이 투표를 행했다. 투표한 숫자가 적은 까닭에 40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점심을 먹고 돌아와 착석하는 동안 검표까지 끝낸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에릭은 예상한 결과랄까, 7번의 여신처럼 청초한 미인이 올해의 여왕으로 당선되는 걸 확인했다. 모두의 박수를 받으면서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나오는 미인을 보고 있는데 자신 옆에서 에클레어가 살짝 음흉한 미소로 7번 후보를 향해 웃는 걸 보고 잠시 눈을 비비며 피곤해 헛 걸 봤나 생각한 에릭이다.


에클레어는 흠칫하는 에릭을 위해 표정을 정리한 뒤 에릭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대 뒤 대기실로 이동 했다.



{프리미엄 이벤트는 당해의 여왕을 자신의 손으로 선택할 수 있고 그 결과를 먼저 볼 수 있는 것으로 끝이 난다. 본격적인 여왕의 대관식은 얼음궁전의 2층 외성에서 진행된다. 밖에는 1시부터 진행 되는 여왕의 대관식을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로 몰려있다. 그들은 새로운 여왕을 축하하기 위해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본문 내용 일부 발췌-}



에클레어는 1년 동안 자신의 방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던 세 아이들을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주기 위해 곱게 개키고 깨끗이 닦아서 가져왔다. 대기실에서 갖고 온 드레스로 갈아입고 화장과 머리를 손질한 뒤에 세 개의 보물 중 하나인 여왕의 티아라만 머리에 쓰고 나머지 여왕의 로브(망토)와 여왕의 로드(봉)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이트 의상을 입고 있는 젊은 시관원에게 넘겼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웃으며 인사를 하자 투구를 쓰려던 나이트들이 얼굴을 화르륵 붉히며 경례를 하고 사라졌다. 에클레어는 화급이 돌아가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기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에릭에게 다가섰다. 에릭은 여전히 익숙하게 에스코트를 요청해 오고 에클레어도 이제는 에릭의 에스코트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얼음궁전의 2층 외성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람이 에클레어와 에릭을 휩쓸었다. 바르르 떠는 에클레어가 안쓰러워 에릭은 자신의 코트를 벗어 단단히 여매 주었다. 에클레어도 식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에릭의 옷을 빌려야겠다며 감사히 받아들였다. 에릭이 선선한 미소를 지었다.


[금방이라도 눈송이가 되어버릴 듯한 가녀린 눈의 요정 이로군요.]


“그렇죠? 이 드레스 너무 추워요. 빨리 식이 진행되지 않으면 진짜 눈의 요정이 되어버릴지도 몰라요.”


에클레어가 남들 눈에 보일 정도로 떨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파루를 불러낼까 말까 고민하는데 에클레어의 덜덜덜 떨리고 있는 손을 팔에 두르고 있던 에릭이 따스한 손으로 토닥토닥 덮어 주며 위안을 건넸다.


에클레어가 이번에 입은 튜브 드레스는 푸른 색이 가미된 하얀 실크 원단 위에 투명한 면사 원단이 덧씌워져 있다. 치마의 끝 단에 철을 넣어 물결처럼 형태를 갖고 사르르 퍼지고, 목에서 어깨-가슴 윗부분까지 눈꽃 모양의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세심하게 수놓아져 있는 레이스가 특징이었다. 그리고 기장이 아주 짧은 초미니 원피스여서 에클레어로서는 페티코트와 속치마를 입었는데도 계단을 오를때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팔꿈치까지 오는 긴 새틴 장갑은 드레스를 수놓은 하얀 진주알과는 다른 어여쁜 분홍 진주알들이 단추처럼 박혀 있었고, 은색의 펌프스 힐을 신었다. 머리는 결혼하는 신부들처럼 브라이트 업다운 형식으로 땋아서 올렸다. 몇 가닥이 흘러 내려왔지만 자연스러움이 강조되도록 다시 고쳐 올리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화려함의 극치인 색색의 보석들로 이루어진 티아라만 유일한 액세사리로 머리에 살짝 고정시켰다.


에클레어는 셀레브의 지위와 전대 여왕으로 선발될 정도로 예쁘게 치장하는 건 좋아라 하지만 패션 피플에게 추위와 더위는 아주 곤혹스러운 존재들이 아닐 수 없었다. 퀘백국의 겨울은 혹독하다 말할 정도로 춥다. 추울수록 의상 선별이 까다로워지기에 싫었다.


왜 대관식을 실내에서 하지 않는 거람!


크림은 덜덜덜 떨면서 에릭의 등 뒤에 기대어 바람을 피했다. 에릭은 코트도 입지 않았음에도, 되도록 에클레어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몸으로 막아주고 있었다.


“에릭씨는 천사에요!”


에클레어의 간절하다 못한 애절한 눈빛을 보고 에릭은 추위도 잊고 포근한 웃음을 지어주셨다.


작가의말

오타와 비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선추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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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95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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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59 3 19쪽
19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3.06.11 317 3 19쪽
18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 13.06.06 304 3 20쪽
»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339 3 17쪽
16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282 3 11쪽
15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77 3 17쪽
14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43 3 18쪽
13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42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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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5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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